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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24화 (12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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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언제와도 더운 곳이군요.”

콩고 민주 공화국, 은질리 국제공항.

게이트를 나서자 한별 종합 상사, 하성일 영업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대표님은 괜찮으신가요? 제가 물을 좀 사 올까요?”

“아니 괜찮습니다.”

“김민주 팀장님은요? 아, 짐은 이리로 주세요.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아, 아뇨. 괜찮아요…….”

우린 멋쩍은 얼굴로 대답했다.

아닌 게 아니라, 비행기에서부터 이어진 그의 과한 친절에 불편함을 느끼는 중이었다.

모르는 사람 같았으면 이제 그만 좀 하라고 딱 잘라 말하기라도 했을 텐데,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설마하니 막냇손자를 붙여줄 줄이야…….’

하성일 팀장.

하덕수 회장의 막냇손자이자, 내 손으로 날려버린 하성태의 친동생.

악취미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사람을 붙여준 건가.

-그 아이가 나이는 어려도 많은 도움이 될 걸세.

뭐, 하덕수 회장이 그렇게 말할 정도니 믿을 만한 놈이긴 하겠지.

무엇보다 인턴부터 시작해서 본인 힘으로 팀장까지 올랐다고 한다.

언행에도 꽤 매너가 배어있는 걸 보면 하성태와는 궤가 다른 놈인 건 확실하다만.

“지부에서 마중 나오기로 한 직원이 조금 늦는다나 봅니다. 일단 여기 앉아계시면 제가 한 번 연락해보겠습니다.”

“아, 예…….”

“…….”

그래도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네.

하성일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연락을 넣었다.

유창한 영어로 짧은 통화를 마친 직후, 다시 우리에게 다가왔다.

“거의 다 왔다고 합니다. 5분 내로 도착할 것 같다네요.”

“그렇군요.”

“그나저나…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었던 분들이었는데, 이렇게 함께 일하게 되니 너무 긴장되네요.”

“아하하… 그렇게 띄워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하 일가 출신이 저러니 더 부담스럽다.

정작 본인은 자각이 없는 모양이지만.

“띄워주다뇨. 이 업계에선 전설적인 두 분 아니십니까. 동종 업계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래도 던전 관련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죠. 하하하.”

“…….”

“…….”

진심으로 흥분한 듯한 목소리로 봐서는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이게 재벌의 사회생활인가…?’

넉살이 좋은 건지, 수완이 좋은 건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김민주가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번 일은 팀장님이 더 전문가시니까, 조금 더 편하게 대해주세요. 콩고도 몇 번 와보셨다면서요?”

“아, 네. 출장 차 몇 번 오긴 했지만, 소규모 계약 몇 개 진행한 것밖엔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겠습니까.”

그리곤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저 그런데 김민주 헌터님…….”

“네?”

“그, 실례인 건 압니다만…….”

하성일이 상당히 쑥스러운 표정과 함께 말끝을 흐린다.

그렇게 우물쭈물하기도 잠시.

그는 얼굴까지 붉히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악수 한 번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개인적으로 정말 팬이어서…… 하, 하하!”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저건.

김민주는 조금 당황한 듯, 날 봤다.

알아서 하라는 의미로 어깨를 으쓱이자 이내 흔쾌히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짧은 악수를 마치자 하성일은 옛쓰, 하는 표정과 함께 주먹까지 쥐어 보인다.

“많이 컸네. 팬도 생기고.”

“……좋은 분이신 것 같아요.”

그래.

확실히 지 형처럼 구린 놈은 아니다.

형보다 이상한 놈이라는 게 문제지.

“미스터 김 되십니까?”

때마침, 정장 차림의 백인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아, 예.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 중앙아프리카 통합 지부장, 브루스입니다.”

“반갑습니다. 카르마 코퍼레이션 대표 김준우입니다.”

지부장이 직접 마중을 나온다라…….

이거 느낌이 좀 싸한데.

“저쪽에 차를 대기시켜 놨습니다. 바로 지부로 가시죠.”

“…….”

“…….”

브루스 지부장이 주차된 리무진을 가리켰지만, 나와 김민주는 주춤거리며 망설였다.

그러자 하성일 팀장이 걱정스레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물쩍 대답하곤 김민주를 향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다.

“혹시 모르니까 이번엔 졸지 마.”

“……네.”

굳은 각오와 함께 차에 올랐다.

다행히도 우리가 걱정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콩고 민주 공화국의 수도, 킨샤사.

그 외곽에 위치한 국제 협회 중앙아프리카 임시 통합 지부.

우린 브루스 지부장의 안내를 받아 건물 안, 그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 일단 상황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많이 안 좋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 브루스 지부장의 첫 마디였다.

“오죽하면 국제 협회 지부가 외부 기업에 지원을 요청하겠습니까. 어느 정도는 상정하고 왔습니다.”

“글쎄요. 상정하신 것보다 더 심할 겁니다.”

“…….”

뭐 얼마나 안 좋길래 벌써부터 밑밥을 까는 거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자니, 브루스 지부장이 슬쩍 물었다.

“그나저나 토벌 지원 비용은 어떻게 됩니까? 저희가 사정이 그렇게 좋지 못해서 비용이 너무 크면…….”

“뭐, 기간과 인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번 건에 한해서 비용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계약금 포함, 지원 비용은 일절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네, 네?! 정말입니까?”

“예.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브루스 지부장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서렸다.

“……말씀해보십시오.”

“만약 저희 쪽 토벌 지원으로 추후 안정적인 토벌이 가능해진다면, 한별 상사와 프렉탈 독점 수출 계약을 약속해주셨으면 합니다.”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니까…… 프렉탈을 당신들에게 독점 납품하는 조건으로 토벌 지원을 해주겠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흐음…….”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빠지길 잠시.

이내 옆에 있던 비서와 짧게 대화를 하던 끝에 다시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어차피 지금 상황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니까요.”

생각보다 쿨하게 받아들이는군.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럼 이제 작전 현황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그러죠.”

브루스 지부장은 비서에게 손짓했고, 그가 서류를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서류를 확인하던 도중, 나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졌다.

“선생님, 이거…….”

김민주 또한 이상한 점을 한 번에 눈치챈 듯했다

“네가 봐도 말이 안 되지?”

“네. 이 수치가 나올 수가 없어요.”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통합 지부에 소속된 작전팀은 총 43개.

작전 구역이 중앙아프리카 전체인 걸 감안했을 때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부족한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어째선지 전체 토벌량이 그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수치로 따지자면 잘 쳐줘 봐야 10개 작전팀 수준.

물론 급하게 통합한 임시 지부이고 부족한 인프라와 지원, 주변 상황 때문에 원활한 토벌이 힘들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이 정도 작전팀으로 이런 토벌량은 말이 안 된다.

“브루스 지부장님.”

결국, 내가 입을 열었다.

“작전팀, 정말 이 인원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확실히 말씀해주셔야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작전팀이 43개나 있는데 월평균 토벌량이 300개라니. 한 개 작전팀이 월 10개도 토벌 못 하는 수준 아닙니까.”

“…….”

그가 한참을 망설이던 끝에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국경 분쟁이 한창입니다. 내전도 종종 일어나고 있고요.”

“……그거랑 무슨 상관입니까?”

“작전팀 소속 헌터 중에 그쪽으로 빠지는 인원이 많습니다.”

“……네?”

“파병을…… 나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미친……!”

나도 모르게 한국어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헌터를 전쟁 병력으로 쓰고 있다고?

그것도 단순 분쟁도 아니고, 국가 분쟁에서?

이래서 그렇게 밑밥을 깔았던 건가.

‘진짜 미치게 돌아가고 있군.’

충격도 잠시.

회귀 전 기억을 되짚어봤다.

그때도 분명 임시 통합 지부는 존재했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분명 언젠간 꼬리가 잡혀도 잡혔을 것이다.

하지만 임시 통합 지부가 헌터를 파병했다는 보도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 대신 다른 보도는 들은 적이 있지만…….

‘일단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나는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거… 국제 협회 본부는 알고 있습니까?”

“모를 겁니다. 알았으면 제가 아직도 여기 앉아있지 못했겠죠.”

말하는 거 봐라.

지부장씩이나 돼서 사태 심각성을 모르는 건가?

“설마 당신이 직접 내린 결정은 아니겠고, 누가 지시한 겁니까?”

“콩고 정부에서…….”

“쯧.”

그럼 그렇지.

“명색이 국제 협회 지부인데, 정부 간섭을 받는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그냥 무시하면 안 됩니까?”

“저희는 한 국가에 소속된 지부가 아닙니다. 중앙아프리카 전체를 토벌해야 하는데, 파병 요청을 거절하면 정부에서 출국 허가를 내주질 않습니다.”

“예? 그럼 주변 국가 토벌은 어떻게 합니까?”

“콩고 정부는 당연히 나 몰라라 하는 입장입니다. 그것 때문에 분쟁이 더 악화하였고요.”

“후우…….”

시발 귀찮게 돌아가네, 진짜.

내가 토벌 지원하러 와서 국가 분쟁까지 해결해줘야 해?

‘지금이라도 그냥 엎을까…?’

짧은 순간 수백 번도 더 고민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기에, 반쯤 포기하고 있던 그때.

“뭐, 어떻게든 될 것 같습니다. 진행하도록 하죠.”

대뜸 하성일 팀장이 입을 열었다.

“저,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

“…….”

화색을 띠며 감사를 전하는 브루스 지부장과은 다르게, 나와 김민주는 굉장히 어이가 나간 채였다.

아니, 여기서 니가 왜 나서?!

***

“하아…….”

이야기를 마치고 복도로 나오자마자 한숨부터 쏟아냈다.

명색이 기업가 후손이라는 놈이 그걸 고민도 없이 받아버린다고? 생각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호, 혹시 제가 실수한 건가요?”

죽을상을 짓고 있자, 하성일 팀장이 안절부절못하며 입을 열었다.

그걸 몰라서 묻냐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애써 분을 삭이며 대답했다.

“최소한 고민은 해볼 사항이었습니다. 정부와 주변국 상황까지 얽혀있어서 저희끼리 해결하기엔 역부족이고요.”

“아… 죄,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

그러더니 이내 변명을 늘어뜨린다.

“저, 저는 그냥 콩고 정부에 파병 요청을 중지해달라고 하면 다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까 해서…….”

“중지해달라고 해서 들을 것 같았으면 저희를 불렀겠습니까?”

“새, 생각이 짧았습니다. 사실 제가 콩고 정부랑 연이 좀 있어서 어떻게든 될 줄 알았는데…… 너무 자만했나 봅니다.”

“……뭐라고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자, 그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게… 출장 차 콩고에 몇 번 온 적이 있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때 콩고 정부와 토벌 장비 납품 계약을 하면서 그쪽 높은 분들이랑 친분을 좀 쌓았는데…….”

“하성일 팀장님.”

“네, 네.”

“앞으로 그런 건 좀 미리미리 말합시다.”

이래서 하덕수 회장이 도움이 될 거라 했던 건가?

빌어먹게 마음에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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