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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25화 (12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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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콩고(Democratic Republic of the Congo) 국회의사당.

통합 지부가 건설된 이후, 이곳저곳에서 몰아치는 반발 때문에 기자는 물론 거물급 인사들에게도 쉽게 면담 허가를 내주지 않는 상황이었다.

헌데 외국인이 버젓이 있으니 주변 시선이 쏠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후우…….’

하성일 팀장은 한 정당의 사무실 앞에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김준우 대표와 김민주 헌터는 따라오지 않았다.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방문한 거라 혼자 가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맞는 말이었지만 한편으론 한별 상사와 카르마 코퍼레이션, 두 회사의 사업이 모두 본인에게 달렸다고 생각하니 평소와 달리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김준우 대표와 김민주 헌터를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았고.

똑똑―.

마음을 다잡곤 조심스레 사무실로 들어섰다.

“성일! 마이 프랜드!”

40대쯤 되어 보이는 한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세드릭 상원 의원.

현 대통령과 총리를 배출한 당 소속으로, DR콩고에선 꽤나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

“세드릭! 잘 지냈어?”

“물론이지. 킨샤사엔 언제 온 거야?”

“어제 도착했어.”

“그럼 바로 연락을 했어야지!”

“그래서 이렇게 왔잖아?”

세드릭 의원이 소리 내어 웃었다.

퍽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성일 팀장이 자리에 앉자 세드릭 의원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때 계약 덕분에 이렇게 출세했지 뭐야. 아직도 고맙게 생각해.”

“무슨 소리야. 좋은 조건으로 받아줘서 내가 더 고맙지.”

벌써 5년은 더 된 이야기였다.

콩고가 아직 독립 협회였을 시절, 당시 세드릭은 콩고 협회의 지원팀장이었다.

세드릭은 노후화된 토벌 장비를 교체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가난한 협회와 계약을 맺으려 하지 않았다.

그때 한국 협회와 다리를 놔준 사람이 바로 하성일 팀장이었다.

그 계약을 기점으로 세드릭은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얼굴을 보아하니 이 짓도 골치 아픈 게 한둘이 아닌 모양이었다.

하성일 팀장은 이야기를 꺼낼 타이밍을 위해 계속해서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때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야?”

“무슨 일이긴. 친구한테 인사하러 온 거지.”

“하하하!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긴 한데… 정말 그것뿐이었다면 네가 굳이 여기까지 찾아올 리가 없잖아.”

하성일 팀장은 입만 웃었다.

그리곤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하나 있어.”

“그래? 어떤 사업인데.”

“통합 지부와 아이템 독점 수입 계약 건이야. 이미 준비도 얼추 끝나긴 했는데, 문제는 계약을 진행하려면 어느 정도 토벌이 안정화될 필요가 있어.”

“…….”

세드릭 의원의 입가에서 미소가 점점 지워졌다.

하성일 팀장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단번에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세드릭, 당분간만이라도…….”

“성일.”

세드릭 의원이 애써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널 정말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밖에서 이야기야. 자꾸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면 곤란해.”

“…….”

꽤나 신사적인 대답이었지만, 어찌 됐건 명백한 거절이었다.

하성일 팀장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러자 세드릭 의원이 몇 마디를 덧붙였다.

“성일, 우린 지금 전쟁 중이야. 국제 협회가 지부를 통합하면서 중앙아프리카에 있던 독립 협회들을 모조리 없애버린 건 알고 있지?”

“……물론.”

“그때부터 주변국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 우간다, 르완다, 앙골라, 잠비아 등등……. 그쪽 협회들이 규모는 작았어도 토벌로 인한 수입은 나름 괜찮았으니까.”

영업을 뛰고 있는 입장으로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날이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던 상황에 던전 토벌은 그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나 다름이 없었다.

오죽하면 모두가 재앙이라고 하는 던전 출현을, 그들은 하늘의 축복이라고까지 할까.

“그런데 우리가 중앙아프리카의 모든 토벌권을 가져오게 됐으니, 본인들은 먹고 살길이 막혔다고 생각하겠지.”

“그렇군…….”

하성일 팀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정이야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아무튼, 요즘엔 충돌이 더 격해지고 있어. 지부를 해체하고 다시 토벌권을 돌려주지 않으면 직접 무너뜨리겠다고 하면서. 덕분에 이쪽 피해도 만만치 않고.”

“이해가 잘 안 가는데? 통합 지부를 정부에서 진행한 것도 아니고, 국제 협회가 추진한 사항이잖아. 차라리 국제 협회 본부에 직접 항의하는 게 빠를 텐데.”

“그럴 용기는 없으니까 괜히 우리한테 화풀이하는 거지.”

세드릭 의원이 쯧, 혀를 찼다.

“솔직히 우리도 억울해. 네 말대로 통합 지부를 우리가 세운 것도 아니고, 국제 협회가 멋대로 세운 건데… 피해는 우리만 보고 있잖아.”

“국제 협회 본부에 연락해 봤어?”

“당연하지. 그런데 조치하겠다고만 한 게 벌써 1년이야. 주변국은 계속해서 무력 도발을 하는 중이고, 국제 협회는 손을 뗐고. 그럼에도 토벌은 이어가야 하고. 그러니 우리라고 별수 있어?”

세드릭 의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했지만, 하성일 팀장은 포기하지 않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헌터를 파병하는 건 좀……. 본부에 들키면 너희들한테도 위험하지 않아?”

“주변국도 하고 있는 짓이야. 국제 협회도 지부에서 손을 뗀 마당에 들킬 이유도 없고. 아니면 뭐…….”

세드릭의 날카로운 눈빛이 하성일을 향했다.

“성일, 네가 국제 협회에 신고할 거야?”

“……농담이 심하네, 세드릭.”

“하하하! 미안, 미안.”

세드릭은 금세 표정을 풀었다.

“아무튼, 우리 사정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건 성일, 널 위해서도 하는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 나도 어쩔 수 없네.”

하성일이 애써 담담한 척을 하자 세드릭이 조심스레 몇 마디를 덧붙였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욘 없어. 조금만 기다리면 네 사업도 진행할 수 있을 테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가 점점 승기를 잡고 있거든.”

세드릭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더 이상 끌고 가면 주변국만 손해야. 아마 이번 달 안에 항복 선언할걸?”

“그래…? 그건 다행이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하성일 팀장은 전혀 다행인 표정이 아니었다.

***

“……역시, 그렇게 됐군요.”

통합 지부 내에 마련해준 사무실에서 내 한숨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죄, 죄송합니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씀드려놓고…….”

“너무 그러실 필요 없어요.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요.”

김민주가 위로했지만,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였다.

그러다 이내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래도 그 친구 말에 의하면 분쟁이 거의 소강상태라고 합니다. 앙골라랑 우간다 쪽은 이미 후퇴했고, 현재는 잠비아만 남아 있는데… 그것도 한 달 안에는 끝이 날 것 같다더군요.”

“그건 꽤나 의외군요. 주변국들을 동시에 상대하면서 승기까지 굳히다니. 콩고가 그렇게 군사력이 좋았던가?”

“뭐… 지부 소속의 헌터를 죄다 파병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나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곤란하게 됐네.’

어쨌든 정부가 헌터 파병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직접 전쟁에 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전쟁이 끝나면 다시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지만…….

‘이미 계약을 해버렸으니, 쯧.’

좋든 싫든 지원은 진행해야 한다.

혀를 차곤 입을 열었다.

“일단 전쟁이 누그러질 때까지는 우리 쪽 인원으로 최소한의 토벌이라도 진행해봅시다. 너는 이아영 이사한테 연락해서 작전팀 파견 요청해줘.”

“몇 팀이면 될까요?”

“대충 다섯 팀 정도면 돼. 아, 청소팀은 파견 목록에서 빼줘.”

“네? 왜요?”

“현지 팀으로 꾸리는 게 좋을 것 같거든.”

“알겠어요.”

인원은 이 정도면 당분간은 될 것 같고.

토벌 장비는…….

“하 팀장님. 혹시 한별 상사에서 토벌 장비 지원 가능할까요?”

“한번 연락해 보겠습니다. 뭐, 김준우 대표님이 말씀하신 거라고 하면 바로 될 겁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이 정도면 되겠지.

나머지는 추이를 지켜보고 움직이면 될 거다.

“다들 알겠지만, 분쟁이 끝날 때까진 너무 열 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지부가 최소한으로만 굴러갈 정도면 충분하니까. 본격적인 사업은 그 이후부터 준비하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린 각자의 임무에 착수했다.

곧바로 카르마 코퍼레이션에서 딱 지부가 유지될 정도의 토벌 가능 인원을 파견했다.

한별 상사 또한 포션을 비롯한 여분 무기, 케어 장비를 곧장 지원해주었다.

그에 맞춰 신규 청소팀 채용 또한 이어졌다.

물론 통합 지부에도 몇 개의 청소팀이 있긴 했지만, 어차피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면 증원이 필요했기에 미리 신설하는 편이 나았다.

계약직으로 몇 개 팀을 추가로 꾸리고 나서야 나름의 구색은 갖춰졌다.

이를 바탕으로 우린 곧바로 작전에 돌입했다.

***

DR콩고 - 잠비아, 국경 인근.

잠비아 임시 협회, 작전통제팀.

“최근 일주일 새에 통합 지부 상황이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점차 토벌량도 늘어나고 있고요.”

공식적인 협회는 아니었지만, 전선은 유지하고 있는 그곳에서 전 잠비아 협회 에녹 통제팀장의 보고가 이어졌다.

“좋아지고 있다고…?”

보고를 듣던 한 남자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전 잠비아 협회의 총수이자, 현재 국경에서 잠비아군을 지휘하고 있는 사령관.

케네디 협회장이었다.

“이해가 안 가는군. 그쪽도 작전팀을 죄다 이쪽으로 파병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토벌을 하고 있다는 거지?”

“그게… 해외 토벌 지원 업체를 고용했다고 합니다.”

“……뭐?”

케네디 협회장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반응했다.

우리한테서 멋대로 토벌권을 빼앗아 가놓고 본인들만 살 궁리를 하다니.

빌어먹을 놈들이 아닐 수 없었다.

“저…….”

그때, 에녹 통제팀장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쯤에서 그만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무슨 소리야.”

“전세가 영 좋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밀리고 있는 상황인데, 저쪽 지부 상황은 점점 좋아지고……. 이대로 가면 저희만 손해를 보는 게…….”

나름 일리 있는 걱정이었다.

어떻게든 지부를 무너뜨려 토벌권을 회수하는 게 목적이지만, 이대로라면 지부를 무너뜨리긴커녕 도리어 자국의 상황만 악화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케네디 협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걱정하지 마. 우리도 믿을 구석은 있으니까.”

“……네?”

“어떤 놈들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우리에게 헌터 전용 무기랑 아이템을 납품해주겠다고 하더군. 그것도 한국제로.”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하지만 공식적인 협회가 없는데, 헌터 무기를 납품받는 건…….”

“암거래나 다름이 없지. 그런데 뭐, 우리가 지금 물불 가릴 처지인가?”

에녹 통제팀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엇보다 다른 곳도 아니고 한국이지 않은가.

세계 최정상급 토벌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그들이 무기를 납품해준다면, 이 불리한 전세도 역전시킬 수 있었다.

“어쨌든 그쪽에서 이번 주 안으로 계약하러 온다고 했어. 그때까지만 버티자.”

“…….”

“그리고 무기만 받으면 이번에야말로 킨샤사까지 진격해서 통합 지부를 무너뜨린다.”

굳은 결의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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