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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26화 (12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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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벌 지원 현황은 무난했다.

여전히 내외적으로 어수선했고, 여전히 정부 간섭도 심했지만.

다행히 외부 업체 입장이라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했다.

덕분에 일주일 새에 토벌량도 조금씩 상승했다.

덩달아 지부 상황도 보다 안정화되었다.

물론 아직 적자에 허덕이는 중이지만.

‘토벌도 제대로 못 하고 파산 일보 직전이었던 거에 비하면 뭐…….’

분쟁만 끝난다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는 수준이다.

곧바로 분쟁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주변 국가 던전 토벌에 착수할 수 있도록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중요한 시기에.

하성일 팀장에게 뜻밖의 비보가 날아들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갑작스레 전화를 받은 하 팀장이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 어……. 알았어. 나 지금 출장 중이라서 조금 걸릴 거야. 최대한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는 가장 먼저 나와 김민주의 눈치를 살폈다.

내가 먼저 물었다.

“병세가 악화되신 겁니까?”

“글쎄요. 자세한 건 저도 잘…….”

그가 황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심경이 꽤나 복잡한 듯 보였다.

“죄송하지만, 잠시 한국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러시죠. 이쪽 일은 신경 쓰지 마시고 잘 정리하고 오십시오.”

“네, 네. 감사합니다.”

하 팀장은 그렇게 인사를 하곤 곧바로 사무실을 떠났다.

“……갑작스럽네요.”

둘만 남은 사무실에서 김민주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러게 말이야.”

“하 팀장님도 상심이 크시겠어요.”

“글쎄. 그렇진 않을걸.”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

사정을 모른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긴 하지.

“저 집안 형제들이 아버지랑 사이가 안 좋거든. 장남인 하성태만 이뻐라 했고, 그 밑으로는 거의 신경도 안 썼다고 하니까.”

“……그렇군요.”

뭐, 남의 집 사정이야 내 알 바는 아니다만…….

‘뭔가 찝찝한데.’

뭐랄까,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달까.

나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열었다.

[(1보) 한별 종합상사 하동배 사장 별세]

[지병 악화? 전문의 曰 ‘어제까지 나쁜 상태는 아니었다.’]

[하동배 사장의 장녀이자 (주)한별 건설의 하미연 상무, ‘부검 요청’]

아니나 다를까, 벌써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수많은 기사 중 신경 쓰이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하성태 전 영업 본부장, 한별 상사 경영권 주장.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겠다’, 논란의 세습?]

[하덕수 회장, ‘원치 않는다’. 하지만 이사회 반응은 ‘긍정적’]

[이사회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하성태 전 본부장, 이사회가 갑자기 돌아선 이유는?]

[익명의 해외 투자자, 경영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한별 상사에 ‘거액 투척’]

[하성태 본부장이 물어온 해외 투자자, ‘정체를 아는 사람이 없어’ 하 본부장과 대체 무슨 관계?]

다름 아닌, 하성태의 재기 소식이었다.

‘이 새끼 봐라…?’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표직에서 해임당하고, 하덕수 회장도 손절한 그가 대체 어떻게?

무엇보다 정훈 의원이 잡혀간 마당에 검찰에 덜미를 잡히는 건 시간문제였을 텐데…….

대체 어떻게 꼬리를 자른 거지?

‘그보다 이제 와서 한별 상사 경영권을 노린다고?’

나는 기사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는 ‘익명의 해외 투자자’란 단어에 집중했다.

해외 투자자라니.

시발, 대체 뭐 얼마나 대단한 빽이길래…….

“이대로라면 한별 상사는 꼼짝없이 하성태한테 넘어가겠네요.”

내 옆에서 같이 기사를 보던 김민주가 말했다.

“그렇겠지.”

“설마 우리한테 무슨 문제가 생기진 않겠죠?”

“……뭐, 문제야 있겠어.”

어물쩍 대답하며 핸드폰을 내려놨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알게 모르게 불안한 기분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

기자 행렬과 엄청난 조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하성일이 인파에 끼어 헤매고 있자 한 여성이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성일아, 여기.”

“아, 누나.”

그의 누나이자 한별 건설의 상무, 하미연이었다.

“잘 지냈어? 지금 콩고에 가 있다면서.”

“어, 사업 때문에 잠깐. 누나는?”

“나야 뭐 늘 그렇지.”

하미연이 어깨를 으쓱였다.

짧은 대화 후, 하성일은 하덕수 사장의 영정 앞으로 다가갔다.

‘그래도 그 정도면 오래 사셨습니다.’

미묘한 표정으로 마지막 인사를 전하길 한 차례.

하미연이 다시금 그에게 다가왔다.

“며칠 있다가 갈 거지?”

“정리될 때까지는 있어도 될 것 같아. 대표님도 그러라고 해주셨고.”

“김준우 대표랑 같이 일하고 있다면서? 어때, 소문대로 괴팍해?”

“아냐. 좀 딱딱하시긴 하셔도 좋은 분이야.”

무겁지 않은 대화가 오가던 그때였다.

“다들 오랜만이네?”

장남, 하성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 남매의 시선이 곧바로 그에게 향했다.

물론 시선이 마냥 곱진 않았다.

하미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한별 상사 먹었다며? 축하해.”

“하하, 고마워.”

“대체 얼마나 대단한 빽을 물었길래 그 잘난 이사들을 설득한 거야?”

“그런 분이 있어. 다음에 기회가 되면 소개해줄게.”

재수가 없을 정도로 여유가 넘치는 말투였다.

사업 시작하자마자 쪽박 찬 지가 얼마나 됐다고 사람이 저렇게 되는 건지.

하미연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윽고 하성태 사장의 시선이 막냇동생에게 향했다.

“아, 맞아. 성일아. 내가 이번에 새로운 사업을 하나 시작할까 하는데.”

“무슨 사업…?”

“뭐, 해외 납품 건 비슷한 거.”

애매한 대답에 하성일 팀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런데 그걸 왜 나한테 얘기해?”

“너도 엄연히 한별 상사 소속이잖아. 그런데 종목이 네가 진행하고 있는 건이랑 겹쳐서 말이야. 듣자 하니 이번에 아프리카 지부 계약 건으로 한별 상사에서 장비를 지원받고 있다면서?”

“그런데?”

“그거 이제부터 지원 못 해줄 것 같다고.”

“……뭐?”

하성일 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무리 봐도 내 쪽이 돈이 더 되거든. 뭐… 투자자랑 약속한 것도 있고.”

“…….”

하성일 팀장의 눈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지원 사업이 이제야 겨우 안정권에 들어섰다.

그런데 여기서 장비 지원을 끊는다면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갈 게 뻔했다.

‘이 새끼가 진짜…….’

하성일 팀장은 욕지거리를 애써 참았다.

“대체 어디에 납품하려는 건데 그렇게 자신만만한 거야?”

“그건 네가 알아서 뭐 하게.”

하성태 사장이 재수 없는 미소와 함께 어깨를 으쓱인다.

그리곤 영정사진 흘기길 한 차례,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등을 돌렸다.

하성일 팀장은 장례식장을 빠져나가는 그의 등을 가만히 노려봤다.

‘미친놈, 대체 뭔 짓을 하려는 거야…….’

본인은 누구보다 저 인간의 민낯을 잘 알고 있다.

그룹 총수 자리에만 온 신경이 팔린 놈.

그걸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고 할 놈이다.

그래.

무슨 짓이든 하기 위해서라면 가족도 신경 쓰지 않을 인간이다.

“누나.”

묘한 불안감에 그는 자신의 누나에게 물었다.

“혹시, 아버지 부검 결과 나왔어?”

“아, 응. 나왔는데…… 직접적인 사인은 호흡곤란으로 인한 산소 부족이라고.”

“호흡곤란?”

갑자기 산소마스크가 고장이라도 난 걸까?

‘흐음…….’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부고.

타이밍 좋게 나타난 의문의 해외 투자자. 동시에 곧바로 진행된 경영권 승계.

마치 처음부터 준비한 것처럼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이래선 의심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잖아.’

따르릉―

그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다름 아닌 세드릭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

DR콩고 국회의사당.

“마캄보 인근 국경에서 7차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세드릭 의원의 보좌관이 분쟁 현황을 보고 중이었다.

“피해는?”

“없습니다. 다행히 도발 수준이었고, 저번처럼 전면전으로까진 번지지 않았습니다.”

“슬슬 꼬리를 내리고 있구만.”

세드릭 의원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전력 차를 생각해보면 오래 갈 싸움도 아니었다. 통합 지부 때문에 분노하고 있는 건 알고 있다만, 이대로 간다면 오히려 잠비아만 더 손해였다.

“이 짓거리도 드디어 끝이 나겠군.”

아무리 멍청한 놈들이어도 이득도 없는 싸움을 계속할 리가 없으니까.

“저… 그런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그런데 보좌관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뭐? 무슨 문제?”

“현재 잠비아 임시 협회에 침투해 있는 저희 쪽 공작원이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보좌관이 잠시 말을 끊곤 목소리를 팍 낮췄다.

“일주일 뒤, 잠비아 임시 협회에서 무기 거래가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뭐?!”

순간 세드릭 의원이 눈이 동그래졌다.

“무기 거래라니? 공식적인 협회도 아닌데 대체 누가 무기를 납품해준다는 건데?! 중동이야? 아니면 북한?”

“한국… 이라고 합니다.”

“……?”

한국에서 불법 무기 거래를 진행한다고?

그놈들이 뭐가 아쉬워서?

“한국에 그럴 만한 곳이 있을 리가…….”

“한별 상사가 있지 않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거기가 어떤 기업인데, 암거래 사업을 할 리가 없잖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요 며칠 움직임이 조금 수상합니다. 최근에 오너가 사망하면서 장남이 익명의 해외 투자자를 등에 업고 경영권을 빼앗았다고 합니다. 동시에 몇몇 팀의 아이템 납품 건을 중지했다고 하고요.”

“…….”

그건 확실히 수상하긴 한데.

“만약에 잠비아 임시 협회가 무기를 입수하는 데 성공한다면…… 전세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자칫하다간 정말 킨샤사까지 진격해올 수도…….”

빌어먹을.

세드릭 의원은 곧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각하. 세드릭입니다.”

이번엔 콩고의 우두머리, 대통령 집무실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잠비아 임시 협회에서 암거래가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확실한 건가?」

“저희 쪽 요원이 확인한 겁니다. 확실합니다.”

「아니, 그니까. 그 요원 말이 정말 확실한 거냐고.」

“……네?”

이해할 수 없는 질문에 세드릭의 표정이 팍 굳었다.

「뭐, 그놈 말만 믿고 잠비아에 침투라도 할 생각인가? 가뜩이나 지부 때문에 주변국 시선도 곱지 않은데, 우리 쪽에서 먼저 움직였다가 만약 아니면? 그땐 자네가 책임질 건가?」

“가, 각하! 그렇다고 이대로 내버려두면 저희가 위험할 수도…….”

「그럼 그때 가서 다시 연락하게.」

뚝―.

세드릭은 이미 끊긴 수화기를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 상황에서까지 주변국 눈치를 본다고?

‘며칠 전 국제 협회 본부에 다녀온 이후로 좀 이상해지긴 했는데…….’

대체 본부랑 무슨 이야기가 오갔길래 나라마저 뒷전인 건가.

‘시발, 설마 다 한통속인 건…….’

세드릭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나저나 정말 한별 상사에서 움직이고 있다면…….’

설마 성일도?

일단은 확인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세드릭은 개인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친구, 나야.”

이윽고 하성일의 대답이 들려왔다.

「세드릭, 무슨 일이야?」

“한별 상사에서 해외 쪽이랑 진행하고 있는 무기 거래, 혹시 네가 담당하고 있어?”

돌려 말할 것 없이 정면으로 물었다.

물론 떠보기 위한 질문이었다. 만약 정말 성일이 추진하고 있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반응이 올 테니까.

「…….」

대답이 끊겼다.

그러길 잠시.

「…무기 거래인지는 모르겠는데, 해외 쪽이랑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있긴 해.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르지만. 그런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어?」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의심은 기우였다.

확실히, 같은 배를 타고 있는데 쉽게 배신하긴 힘들 거다. 애초에 그만한 이득도 그에게는 없는 상황이고.

“자세히 말해줄 순 없지만… 그 사업이 우리랑도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

「……뭐?」

“그래서 말인데, 혹시 네가 막아줄 수 있을까?”

하성일은 망설이던 끝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건 좀 힘들 것 같아. 내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혹시 급한 거야?」

“상당히. 우리뿐만 아니라, 네 사업도 위험해질 수 있어.”

「흠…….」

하성일 팀장도 곤란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럼 그 사람이랑 한 번 이야기해보는 게 어때.」

“누구?”

「김준우 대표.」

하성일은 친절히 치트키를 알려주었다.

「그분이라면 어떻게든 해결해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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