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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콩고, 통합 지부.
한국에서도, 콩고 정부에서도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변수가 있다면 그에 맞춰 빨리 조정을 해야 했지만, 현재로선 아무런 이야기가 없으니 일단 기존대로 토벌 지원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대표님, 하성일입니다.」
그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아, 예. 어떻게 잘 정리하셨습니까?”
「네. 덕분에. 그런데 그…….」
하성일 팀장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혹시 소식 들으셨습니까? 저희 형이 한별 상사 경영권을 승계받았다는…….」
“예, 기사로 봤습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변경된 부분이 있습니다. 형이 말하길, 저희 쪽 장비 지원을 중지하겠다고 합니다.」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본인이 해외 투자자랑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있는데, 저희랑 종목이 겹친다고…….」
“빌어먹을…….”
이를 으득 씹었다.
그놈이 뭔 짓을 하든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이미 진행 중인 사업까지 건드린다고?
무엇보다 이제 겨우 안정권에 들어섰는데, 여기서 지원을 끊어버리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런데 대표님, 이거 뭔가 느낌이 안 좋습니다.」
“느낌이 안 좋다는 건……?”
「엊그제 콩고 상원의원 친구한테서 연락이 오더군요. 혹시 한별 상사에서 최근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있지 않냐고.」
“……?”
그쪽에선 어떻게 알고?
「듣자 하니 우리 쪽 일이랑도 연관이 있다는 거 보니까… 심상치 않은 일인 건 확실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대표님과 한번 상의해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쪽으론 믿을 만한 분이라고. 아마 오늘 안으로 대표님을 찾아뵐 겁니다.」
“……하아.”
어째 점점 귀찮아지는 것 같은데.
「저도 여기서 나름대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그 해외 투자자가 누구인지, 대체 무슨 사업을 하려는 건지.」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는 미간을 꼬집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럴 틈도 없다는 듯,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당신이 김입니까?”
이윽고 흑인 남성 하나가 수행원을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예, 맞습니다. 혹시 세드릭 상원의원…?”
“성일한테 연락을 받으셨나 보군요.”
세드릭 의원은 꽤나 심각한 얼굴로 내 맞은편에 앉았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망설이던 사이,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드릴 이야기는 콩고 민주 공화국 1급 기밀입니다. 다른 곳에 발설할 시 안전을 보장해드릴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1급 기밀이란 단어까지 꺼낼 정도로 중요한 일인 건가.
역시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잠비아 임시 협회에서 암거래 현황이 포착되었습니다. 뭐, 정확히 말하면 예정이지만…….”
“예?”
“일주일 뒤에 한국의 어느 업체와 무기 거래가 잡혀 있다고 합니다.”
가히 충격적인 소식에 잠시 벙찐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재빨리 머릿속에서 아귀를 맞춰갔다.
“설마… 그 암거래에 한별 상사가 끼어 있는 겁니까?”
“정황상 그렇습니다. 성일한테 확인해보니 마침 그쪽도 몰래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것만으로는 비약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한별 상사나 되는 곳이 뭐가 아쉬워서 그런 거래를…….”
그때,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하성태.
그가 경영권을 쥐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새끼라면 못할 것도 없긴 한데…….’
무엇보다 그놈 뒤에 붙어 있는 해외 투자자라는 놈도 꽤나 미심쩍고.
두 가지 요소를 조합한다면 꼭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당신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요.”
“…….”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그 이야기를 왜 제게 하시는 건지……. 아무리 봐도 외부인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국제 협회 본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고, 상부는 사태 파악을 못 하는 건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세드릭 의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어째 불안하기 짝이 없는 눈빛이었다.
“그래서…… 혹시 대표님께서 거래를 막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하아.”
이럴 줄 알았다.
“듣자 하니 이전 베트남에서도 해외 지부끼리의 분쟁을 해결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아니 그건 저희 사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쪽으로 무기가 흘러 들어가는 순간 전세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심할 경우, 본격적인 전면전에 돌입할 수도 있습니다. 자칫하다간 킨샤사까지 진격해올 겁니다. 당연히 대표님의 사업도 물거품이 되겠지요.”
“…….”
이렇게 나오시는군.
뭐, 맞는 말이다.
지금이야 우리가 어떻게든 토벌을 이어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후 프렉탈 수입 계약을 하든 한국 협회로 인수를 하든, 지부가 안정화 되어야 한다.
당연히 그 전에 분쟁이 끝나야 가능한 이야기다.
콩고 주변국이 힘을 얻는 건 우리로서도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그런데… 그걸 왜 내가 나서서 막아야 한단 말인가.
우리가 무슨 심부름 업체야?
이건 애초에 토벌과도 상관없는 이야기잖아.
‘해외 나올 때마다 왜 이렇게 귀찮은 일들만…….’
해외 기업인에게 적국의 암거래를 막아달라니, 도저히 제정신이 박힌 부탁이 아니다.
나로서도 섣불리 받아드릴 수가 없다.
우리가 콩고를 도와준다는 건 다시 말해 잠비아를 적으로 돌린다는 뜻이니까.
자칫하다간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사업 또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지도 모른다.
‘……아니야.’
이건 아니다.
아무리 봐도 득보다 실이 많다.
“죄송합니다. 일개 사업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맨입으로 드리는 부탁은 아닙니다. 도와주신다면 돈이든, 자원이든…….”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누가, 어떤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르잖습니까. 정보도 없는 마당에 제삼자가 낄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 상관도 없는 일에 굳이 낄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국가 간의 문제가 아닌가.
새우가 어설프게 끼어들었다간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고 만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당신들 사업도…….”
“저는 사업가지, 외교관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계속 사업을 감행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더 진행할 수 없다면 여기서 철회하는 게 맞겠죠.”
단호하게 말하자 세드릭 의원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았습니다. 하긴, 외국인에게 이런 부탁을 드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하죠.”
“이해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럼 이만…….”
그렇게 세드릭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이었다.
띠링―.
때마침 하성일 팀장에게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곧바로 그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
표정이 바짝 굳어졌다.
동시에 사무실을 나서려던 세드릭 의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막아드리겠습니다.”
“네?”
“거래, 막아드리겠다고요.”
국가 분쟁.
암거래 현황.
의문의 사업.
아무리 봐도 내가 낄 이유가 없었다.
최소한 이 문자가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 시발…….
***
서울, 한별 종합 상사 본사.
하성태 사장은 사무실에서 한참 업무를 보던 중이었다.
“장례식은 갔다 왔나요?”
익명의 해외 투자자, 에마 대표가 문을 열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하성태 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다녀왔습니다.”
“상심이 크시겠어요.”
“…짓궂은 농담이군요.”
하성태 사장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자, 에마 대표가 입꼬리를 쓰윽 올렸다.
“어떻게, 준비는 잘되고 있나요?”
집무실 책상 위를 손으로 쓸며 그녀가 물었다.
“이능운용검 30자루, 이능운용총기 20정, 마나충전형 스태프 10자루. 기타 클래스 무기 10개씩. 그리고 이능운용중갑 20기에 포션이랑 이능폭탄, 리페어 도구까지 모두 준비해뒀습니다.”
“좋아요. 유통 루트는 제가 미리 준비해뒀으니까, 그쪽으로 보내면 될 거고……. 이제 클라이언트만 만나면 되겠군요.”
“잠비아행 표는 미리 끊어뒀습니다. 퍼스트 클래스로.”
“……이제야 제대로 할 맘이 생겼나 보네요.”
하성태 사장이 어깨를 으쓱였다.
“처음엔 솔직히 반신반의했는데… 이렇게까지 저를 도와주시는 분을 어떻게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뭐, 좋아요.”
“저,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그때 하성태 사장이 넌지시 물었다.
“계약금, 정말 제게 80%를 주실 겁니까?”
“문제 있어요?”
“그런 건 아니지만…… 계약처도 당신이 물어왔고, 유통 루트에 뒤처리까지 맡으셨는데 고작 20%만 가져가신다고 하니…….”
“물건은 당신 쪽에서 대준 거니까요. 그리고 사실 저는 사업가라기보다 상황을 만드는 사람이라서. 그쪽이 무기를 가지는 것만으로 제 역할은 다하는 겁니다.”
의미심장한 말.
물론 하성태 대표는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더 묻진 않았다. 그러는 게 좋다고 여겼다.
에마 대표도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알고 있겠지만, 이번 거래만 성사되면 나머진 각자 알아서 해야 합니다. 받은 돈으로 사업 밑천에 보태든지, 아니면 지속적인 거래를 유지하든지.”
“벌써 생각해둔 게 있습니다.”
“뭐죠?”
“카르마 코퍼레이션을 인수할 겁니다.”
“생각보다 뒤끝이 심하네요.”
에마 대표의 비아냥에 하성태 사장은 그저 웃어 보였다.
그렇게 한창 사업 이야기가 오고 갔다.
끼익―
“오, 마침 있었네.”
느닷없이 불청객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다름 아닌, 막냇동생 하성일 팀장이었다.
하성태 사장과 에마 대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네가 여긴 웬일이야?”
하성태 사장이 곱지 않은 투로 묻자, 하성일이 너스레를 떨었다.
“그냥 오랜만에 인사라도 할 겸. 장례식장에선 제대로 얘기도 못 했잖아. 이번에 해외 출장 간다면서? 아, 혹시 이분이 그 말로만 듣던 해외 투자자분…?”
하성일 팀장이 에마 대표를 향해 묻자, 그녀의 표정이 대번에 서늘해졌다.
제삼자에게 정체를 드러내는 건 위험하다.
여기선 그냥 둘러대는 수밖에.
에마 대표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먼저 악수를 건넸다.
“반가워요. 작은 파견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똑바로 인사드려. PB 코퍼레이션에 에마 대표님이다.”
“…….”
이런 시발.
“PB 코퍼레이션?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
“네가 뭘 알겠어. 앞으로도 우리랑 종종 같이 일할 분이니까 정중히…….”
“하성태 씨.”
그때 에마 대표의 싸늘한 시선이 하성태 사장에게 꽂혔다.
“거기까지만.”
“……네, 네.”
여태까지 본 적 없는 표정에 하성태 사장은 크게 주춤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에마 대표는 다시금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아무튼,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형제끼리 이야기 나누시고, 전 이만…….”
“대, 대표님? 대표님!”
불러도 대꾸 없이 사무실을 벗어나는 에마 대표.
하성일 팀장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곤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김준우 대표에게 문자 한 통을 넣었다.
「대표님, 그 해외 투자자라는 사람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PB 코퍼레이션 대표라는데, 혹시 들어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