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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34화 (13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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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었군요.”

나와 마주 앉은 하성일 팀장이 턱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그는 내가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사무실을 찾았다.

중간에 생긴 사고로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계약을 진행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전하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들어올 때부터 벌써 궁금해 미치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던 걸 보면…….’

본심은 그냥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듣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나는 현지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전달해주었고, 그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하성태 사장은 어떻게 됐습니까? 제가 친히 대사관에 넘겨드리긴 했는데…… 이후 소식은 듣질 못해서.”

“한국 땅 밟자마자 검찰로 직행했습니다.”

어쨌든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은 잡았지만, 범인이 친형이라는 사실에 이래저래 심란해 보였다.

“살해 혐의는 워낙 증거가 명확해서 실형은 확정일 겁니다. 다만, 암거래 혐의는 입증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뭐, 실제로 거래가 진행된 게 아니니 증거가 없겠죠.”

“그래도 무기를 불법 루트로 밀매한 정황은 포착했으니 그 부분은 추가적으로 조사가 들어가겠죠.”

하성일 팀장이 애써 웃으며 희망적인 관측을 내놨다.

“해외 투자자에 대한 조사는 어떤가요?”

“듣자 하니 전부 그 사람이 시킨 거라고 주장하고 있긴 한데, 찾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회사도, 계좌도, 이름도 전부 불명이라고…….”

“그렇군요.”

뭐, 대표가 직접 움직인 사항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뭐, 저 혼자라도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누구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안됩니다. 혹여라도 그러지 마십시오.”

멋도 모르고 하는 발언을 딱 잘라 저지했다.

그러자 하성일 팀장은 왜 그리 과민반응하냐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이 사람은 유능하면서도 가끔 어설픈 데가 있다니까.

어딜 겁도 없이 발을 집어넣으려는 건데.

“하 팀장님 생각해서 하는 말입니다. 경찰도 정보를 못 찾을 정도면 뒤에 엄청난 거물이 있을지 모릅니다. 개인이 건드리기엔 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직접 만나자는 것도 아니고 좀 알아보는 수준인데요. 설마 죽기야 하겠습니까.”

“네.”

“네?”

“죽을 수도 있습니다.”

단호하게 대답하자 하성일 팀장은 그제야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듯했다.

‘PB 코퍼레이션의 뒤를 파겠다니…… 죽으려면 뭔 짓을 못 해.’

각국의 거물급 인사도 아무렇지 않게 제거하는 놈들이다.

일개 기업인이 멋모르고 건드렸다간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다.

“그래도 일이 잘 해결돼서 다행입니다. 프렉탈 독점 수입도 결국 따내셨잖습니까.”

분위기가 퍽 가라앉은 것 같아, 주제를 환기했다.

“그게 어디 제가 한 일입니까. 모두 대표님 덕이죠.”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하하…….”

하성태가 검찰에 송치된 직후, 또다시 빈집이 된 한별 종합 상사는 돌고 돌아 결국 하성일 팀장에게 넘어갔다.

물론 그의 성격상 몇 번이나 고사했다는 모양이지만, 하덕수 회장까지 나서서 회유한 끝에 결국엔 사장직을 받아들이기로 했단다.

“그나저나 프렉탈을 들여오긴 했는데… 이걸 취급할 수 있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걱정입니다.”

하성일이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리 최고급 재료라고 해도, 결국 무기로 가공하지 못한다면 그냥 비싼 돌멩이일 뿐이니까요.”

나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하급 아이템이면 몰라도 최고급 재료를 민간 기업이 취급하기엔 설비도, 인원도 마땅치 않을 테니까.

“협회 지원팀이 있지 않습니까. 이래 봬도 아시아에선 최고 수준의 팀입니다.”

“민간 기업이 지원팀한테 수주를 맡겨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제가 잘 얘기해보겠습니다.”

그제야 하성일 팀장… 아니, 하 사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뭐, 딱 보니까 이게 본론이었네.

역시 장사꾼이라 이건가.

“그나저나 대표님은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계속 해외 쪽으로 움직이실 건가요?”

“원래는 그럴 계획이었습니다만…….”

나는 말끝을 흐렸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랬다고, 인수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지부 사업을 벌이기에 최고의 타이밍이었다.

며칠 더 아프리카에 머무르면서 다른 지역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싶었지만…….

무턱대고 너무 많은 지부를 인수한 탓에 한국 협회가 과부하가 걸린 것인지, 이두식 이사가 당분간은 한국에 붙어 있으라고 못을 박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예정보다 일찍 귀국해 현재 이 상태다.

‘쯧, 왜 잘하고 있는 사람 발목을 잡냐고.’

심기가 이래저래 불편했지만, 겉으로 드러낼 순 없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었다.

“뭐, 급한 것도 아니니 당분간은 한국에 있을 예정입니다. 처리할 일도 좀 있고요.”

“그러시군요.”

하 사장이 작게 웃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도움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조부님께서도 카르마 코퍼레이션을 전폭적으로 지원해드린다고 하셨으니.”

“하하. 저야 영광입니다.”

악수를 나누곤 하성일 사장은 사무실을 떠났다.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네요.”

구석에 있던 이아영 이사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뭐, 사실상 옆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써먹겠다는 뜻이겠지만요.”

“그게 어디에요. 국내 1위 기업이 지원해준다는데. 그래도 하덕수 회장이 직접 동맹 제안을 한 거 보면 당신 일하는 게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봐요.”

“직접 봤으면 그런 소리 못할 텐데 말이죠.”

이아영이 실소를 지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뭔데?

“아무튼, 이번에 한별 그룹이랑 한국 협회랑도 동맹을 체결했으니, 오히려 이전보다 상황이 더 좋아질 수도 있겠네요.”

“그건 좀 아쉽군요.”

“……네?”

“협회가 어려워야 우리가 돈을 벌 수 있지 않습니까?”

“…….”

반은 농담이었는데 어째 표정이 심상치 않다.

“큼큼. 그래서, 중앙아프리카 지부들 상황은 어떻습니까?”

나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

“뭐, 다들 반응은 좋아요. 무엇보다 현지 직원들 위주로 팀을 꾸려서 일자리를 뺏었다는 불만도 거의 없고요.”

“다행이군요.”

“아, 민주 씨도 많이 회복됐다고 해요. 아마 이번 주에는 귀국할 것 같던데요.”

그 소식에 살짝 안심했다.

아닌 게 아니라, 부상으로 귀국이 힘들어 그녀 혼자 콩고에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거액을 주고 데려온 에이스가 며칠째 공석이어서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콩고 쪽 치료비도 만만치 않고 말이지.

“그럼 귀국하는 대로 바로 업무 복귀하라고 전해주시죠.”

“바로요? 좀 쉬게 해주는 게 낫지 않아요?”

“그 녀석 성격에 쉬라고 한들 얌전히 쉴 것 같습니까?”

“……그렇긴 하네요. 뭐, 알았어요.”

이아영 이사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김민주 얘기가 나와서 그런지 내 시선이 사무실 구석으로 향했다.

영롱한 빛을 잃고 거무튀튀하게 변한 흑랑지도였다.

김민주를 대신해 내가 챙겨온 그녀의 무기였다.

‘흠…….’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길 잠시, 이아영 이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혹시 한별 상사에 연락해서 프렉탈 몇 개만 보내 달라고 해줄 수 있습니까?”

“…….”

이아영 이사가 내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뒤늦게 이해했다는 듯 씨익 웃었다.

“선물이라도 해주려고요?”

“이것도 다 복지 아니겠습니까.”

“제작은 어디에 맡길까요?”

“제가 아는 곳이 한 곳밖에 없군요.”

그녀는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알았어요. 지원팀에 연락해볼게요. 제작실 쪽에 아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이번 주 안으로 부탁한다고 전해주세요.”

“바라는 것도 많네.”

그녀가 볼멘소리하는 사이 내 핸드폰이 울렸다.

이두식 이사에게서 온 전화였다.

「준우야…… 일 났다.」

다짜고짜 불길한 말부터 꺼낸다.

국내에 잡아놓은 것도 모자라서 이번엔 또 뭐지…….

“……또 뭐가 말입니까?”

「앙골라 지부에서 납품받은 부산물이 하나 있는데, 그거 정제하다가 지원팀에 사고가 났다.」

“……예?”

「다친 사람 없는 게 다행이다만…… 장비가 죄다 타버린 모양이다.」

“…….”

「앞으로 작전팀에 장비 지원 어떻게 하냐……?」

아니, 그걸 저보고 어쩌라는…….

자연히 아파지는 골머리에 이마를 턱 짚었다.

***

“해외 7곳에 지부를 두고 있는 협회 지원팀이 부산물을 정제하다가 연구실을 통째로 날려 먹다니…….”

서울 본부.

꽤나 큰 화재였던 건지 온통 새카맣게 타버린 현장은 처참했다.

“언론에 알려지면 제대로 쪽 당할 만한 일이군요.”

“…….”

이두식 이사는 말이 없었다.

나도 황당해서 어떻게야 할지 모르겠는데, 협회 소속인 그는 더 어이가 없겠지.

“기자들한텐 뭐라고 설명하셨습니까?”

“연구 설비 합선으로 인한 화재라고 해뒀네.”

“그럴싸한 변명이군요.”

발에 걸리는 쇳덩이를 툭 찼다.

무기 제작 장비고 뭐고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광경에 뒤따라온 이아영 이사도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서, 대체 무슨 부산물이었습니까?”

내가 묻자 이두식 이사는 어깨를 으쓱였다.

“몰라.”

“……예?”

“지원팀 직원들도 처음 보는 거라더군.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다가 이 꼴이 난 거지.”

“그 부산물은 어디 있습니까?”

“지하실에 보관 중이네.”

“……보관 중이라고요? 연구실이 홀랑 타버릴 정도의 화재였는데 그건 멀쩡하답니까?”

“그러니까 말이다.”

이두식 이사가 혀를 찼다.

당최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딘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할 틈도 없이 이두식 이사가 말을 이었다.

“그것보다… 이거 생각보다 일이 크다. 일단 급한 대로 수리 시설만이라도 먼저 복구할 생각이긴 한데…….”

“그것도 임시방편일 뿐이죠.”

“그래. 임시 시설만으론 무조건 작전팀 토벌에 지장이 생기겠지.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재건하자니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최근에 누가 무턱대고 인수를 해버려서 예산도 없다.”

“…….”

이두식 이사가 나를 힐끔거렸다.

어이가 없어서 원.

말이야 맞긴 한데, 그걸 왜 내 탓으로 돌리는 건가.

뭐, 책임 운운은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일단 눈앞에 문제 해결이 먼저다.

안 그랬다간 이두식 이사의 징징거림을 계속 들어야 할지 모르니 말이다.

미리 조사 지시를 해 놓은 이아영 이사에게 물었다.

“재건 비용은 어느 정도 들 것 같습니까?”

“글쎄요. 못해도 몇천억은 들걸요?”

“…….”

이건 단시간에 어떻게 할 금액은 아닌 것 같은데…….

‘……그 녀석한테 제때 선물해주기는 글렀네.’

뭐, 내 사정을 떠나서 확실히 문제가 크다.

나름 동아시아 지원팀 중에선 최고의 시설을 갖춘 곳이었는데… 이렇게 폭삭 주저앉아 버렸으니.

어떻게든 재건은 해야 할 텐데…….

‘잠깐…….’

그 순간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이건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

최근 지부 인수 덕분에 최고급 부산물들이 넘쳐나고 있지 않은가.

어차피 기존 지원팀 설비로는 그걸 모두 관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무기 제작이라 해봐야 A급이 최대였고, 그 이상은 항상 해외 업체에 수주를 맡기지 않았던가.

넘쳐나는 최고급 부산물.

국내 최고 기업인 한별 그룹과의 동맹.

아직까지 시행 중인 던전 민영화.

그리고 현재 그 어느 때보다 궁지에 몰린 국제 협회.

이 조건들이라면…….

“이사님.”

“왜?”

“저번에 말씀드린, 한국 협회를 제2의 국제 협회로 키우는 안건 말입니다.”

“…….”

“정말로 시행할 생각 있으십니까?”

이두식 이사의 눈썹이 물결쳤다.

“갑자기 그건 왜?”

“이참에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해서요.”

“……뭐?”

어리둥절해 하는 이두식과 이아영 이사를 번갈아 보았다.

“지금이 딱 한국 협회의 전력을 증강할 기회입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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