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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38화 (13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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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분당에 위치한 옐로우 등급의 동굴형 던전.

“사제 클래스는 뒤로 빠져서 백업해주고, 가디언, 마법사 클래스는 매핑 완료되는 대로 보스방 리딩해줘! 나머진 날 따라 전진한다!”

김민주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카르마 코퍼레이션 이능토벌부 소속, 제1 작전팀.

통칭 흑랑(黑浪).

김민주의 검에서 이름을 딴 이 팀은, 토벌부의 에이스답게 모두가 B급 이상의 헌터들로 구성되어 있다.

개개인의 실력 또한 서울 본부의 작전 1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게다가 이들을 이끄는 건 국내 4위의 최연소 A랭크 헌터인 팀장이다.

흑랑은 가히 국내 최고 작전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팀의 전신이자 김민주의 마스코트였던 무기, 흑랑지도가 생명을 잃었다는 건 아쉬운 일이었지만.

“후우…….”

[고유 스킬 : 천수관음- 각성]

[육관음중삼(六觀音中三)]

[제3격 - 마두관음]

스윽―.

퍼버버버벙―!!

보급형 무기를 사용함에도 그녀의 실력은 여전히 빛났다.

“이대로 보스방까지 계속 진격한다!”

“네!”

“알겠습니다!”

일사불란하게 팀원들이 움직였다.

흑랑팀 전원은 김민주를 깊게 신뢰하고 있었다.

토벌 경험과 현장 지휘는 웬만한 중견 팀장급을 훨씬 웃돌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맡았던 작전 대부분이 루프 던전, 수중 던전, 리젠 던전 등, 업계에서도 꺼리는 특수 던전이지 않았던가.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쌓아온 그 경험은, 헌터들 사이에서 존경과 경외를 받기에 충분했다.

물론 정작 본인은 그 공을 다른 이에게 돌리고 있었지만.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했겠지.’

김준우가 흘리듯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면 아마 그녀는 아직도 이수용 팀장 밑에서 만년 B급 생활을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팀장님, 매핑 완료했습니다. 현 위치에서 벽 너머가 바로 보스방입니다!」

그때, 후방 인원에게서 무전이 울렸다.

김민주는 곧바로 눈앞에 있는 벽을 향해 주먹을 치켜들었다.

쾅―!!

굉음과 함께, 동굴 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던전의 보스, 에이션트 레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끼익―.

끼이이이익―.

관절을 기괴하게 꺾고 있는 고스트형 몬스터.

팀원 모두가 그 소름 끼치는 형상을 보고 잠시 주춤했다.

고스트형 몬스터는 대부분의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문제는 흑랑팀은 검제, 김민주를 필두로 거의 모든 팀원이 물리 공격 클래스 속했다.

그들이 당황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천수관음 - 각성]

[육관음중외(六觀音中外)]

물론 김민주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망설임 없이 다음 동작으로 이행한다.

호흡을 크게 가다듬길 한 차례.

[접신 - 관세음(觀世音)]

[정법명왕여래(正法明王如來)]

이윽고 그녀의 전신을 따라 흐르던 공기가 흐름이 바뀌었다.

스릉―.

인간의 모습을 벗어난, 접신 그 자체.

이내 가공할 만한 검격이 에이션트 레이스를 직격했다.

끼아아아아아악―!!

귀를 찢는 비명과 함께 유령 몬스터는 형체를 잃고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흑랑, 방금 토벌 완료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복귀해서 다음 작전까지 좀 쉬고 계십시오.」

“아뇨.”

그녀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바로 다음 작전 넘어가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늘 하던 대로였다면 이렇게까지 열을 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아무리 선생님이라고 해도…… 내기가 걸렸으면 말이 다르지.’

질 수 없다.

“가능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수원으로 이동해주십시오. 토벌 완료한 던전에는 청소 1팀을 배정하겠습니다.」

“네.”

짧은 대답과 함께 곧바로 팀을 이끌고 던전을 빠져나갔다.

***

안양, 동안구.

그린 등급의 차원형 지하 던전.

땅속 깊은 곳에 형성된 던전에는 카르마 코퍼레이션 이능토벌부 소속의 특수작전팀, 통칭 레드독이 배정되었다.

“야! 뭐 하는 거야! 누가 나보다 앞장서래?! 뒤지고 싶어?!”

보스방에 들어서자마자 레드독의 팀장, 한유빈의 격한 목소리가 팀원을 때렸다.

“보스 정보도 확인 안 했어? 골렘형 몬스터라 뭉쳐 다니다간 다 같이 사이좋게 뒤질 수도 있다고!”

“…….”

“…….”

“뭐 하고 있어! 멍 때리지 말고 빨리 퍼져서 공격해!”

“네, 네!”

호령에 따라 레드독 또한 토벌을 시작했다.

특수작전팀이라는 명칭답게 그들의 역할은 기획부터 청소까지, 모든 작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올라운더 팀이었지만…….

실상은 그저 김준우가 여기저기 부려먹을 수 있게 편성한 팀이었다.

물론 그 사실을 정작 팀장인 한유빈은 아직까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아, 빨리빨리 안 해?! 이러다가 우리가 꼴찌 하면 니네가 책임질 거야?!”

“죄, 죄송합니다!”

“아 씨, 비켜! 답답하게 진짜!”

한유빈은 팀원들의 시원찮은 공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섰다.

골렘형 몬스터, 스톤 피스트.

본인의 체격에 족히 몇십 배는 넘는 거대한 사이즈였지만, 한유빈은 안중에도 없었다.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 스테이터스 해제]

[모든 스테이터스가 근력으로 전환됩니다.]

[근력 : 18,955 (9,107↑)]

[체력 : 1 (2,289↓)]

[민첩 : 1 (5,799↓)]

[마력 : 1 (1,019↓)]

뻐억―!

퍼버버버벅―!

콰과광―!!

가공할 파괴력의 육탄전.

골렘형 몬스터는 방어력과 공격력이 높은 대신 속도가 매우 느렸다.

초 단위로 꽂아 넣는 그녀의 주먹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카아아아악―!

그리고 이내, 공간을 뒤흔드는 거대한 포효와 함께 골렘이 쓰러졌다.

거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후우…….”

한유빈이 몇 방울 흘린 땀을 닦으며 숨을 골랐다.

솔직히 이곳에서의 일은 꽤나 고됐지만… 힘들다는 체감은 거의 없었다.

그야 미국 지부에서 작전팀장으로 일할 때보다 훨씬 재미있었으니까.

‘뭐,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지.’

아닌 게 아니라, 김준우의 능력을 한 번에 알아보고 그에게 붙지 않았던가.

아마 그건 본인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내기가 걸린 이상 봐줄 생각은 없지만.

설령 그 상대가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김준우라고 해도.

“끝났으면 바로 다음 던전으로 넘어가자.”

“네, 네?! 바로요?!”

“일단 본부로 복귀해서 조금 쉬었다가 가는 게…….”

한유빈의 눈빛이 돌변했다.

“니들이 한 게 뭐 있다고 쉬어?”

“…….”

“…….”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에 팀원 모두가 말을 삼켰다.

이미 팀원들에게 그녀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듣자 하니 폭력 때문에 전 직장에서 몇 번이고 잘렸다는 소문도 있었고, 베트남에선 혼자서 전쟁까지 벌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 알겠습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복종하는 건, 리더십보단 공포에 의한 학습효과에 가까웠다.

그게 올바른지 아닌지 떠나서 효과 하나만큼은 좋았다.

***

“하암…….”

오랜만에 던전에 들어오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송파구의 그린 등급 던전.

이곳에 배정된 내 팀의 이름은 무려, 임시.

이아영 이사가 서류에 정말로 ‘임시’, 딱 두 글자만 올려놓은 것이다.

‘나 혼자뿐인 팀이라고 하는 것도 좀 웃기긴 하네.’

보스방을 향해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며, 현재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봤다.

GT 던전이 부산물 처리로 주춤하고 있는 지금이 치고 올라갈 타이밍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예산을 털어서 이번 달 국내 출현 던전 지분의 70%가량을 끌어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걸 모두 토벌하지 못하면 결국 고스란히 우리 손해가 된다.

어떻게든 소화를 해야 했지만…… 사실 우리가 작전팀을 많이 보유하고 있진 않았다.

‘단기간에 팀 숫자를 늘릴 수 없다면, 효율을 올릴 수밖에 없지.’

동기를 부여하고,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토벌을 위해 서울 본부에서 하던 ‘정산 시즌’을 도입했다.

실제 내용은 조금 바꿨지만, 어쨌든 목적은 똑같았다.

일주일 동안 나보다 실적을 많이 올린 팀은 모두 성과금.

그리고 꼴찌를 한 팀은 전체 회식비용 지불.

처음엔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까 아무래도 실수가 좀 있었다.

이미 억대 연봉을 받는 김민주나, 나보다 부자인 한유빈이 고작 성과금에 혹할 리가 없지 않은가.

뭐, 어쨌든 그 녀석들은 딱히 열심히 할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른 작전팀이 나보다 실적이 높을 리도 없겠고.

‘그냥 설렁설렁해도 충분하겠지…….’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자니, 어느샌가 보스방에 도착했다.

지네형 몬스터, 혼 스마일.

이름 그대로 온몸에 수천 개의 뿔이 달린 몬스터였다.

‘이건 시설에서 작업할 때 애 좀 먹겠는데?’

몬스터를 보자마자 뒤처리가 꽤나 신경 쓰였다.

토벌에 앞서, 통제팀에 먼저 무전을 넣었다.

“임시팀입니다.”

「아, 대표님?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뇨. 다른 게 아니라…… 지금 이쪽 던전에 배정될 청소팀한테 뿔 뽑는 장비 미리 챙겨두라고 전달해주셨으면 해서요.”

「……네?」

“지금 보니 보스가 뿔이 너무 많아서 말입니다. 시설에 넘기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해주면 시간도 아낄 수 있잖습니까.”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전달하겠습니다.」

“예, 그럼 토벌 진행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대표님.」

그때, 통제팀 실장이 급하게 말을 이었다.

「지금 대표님이 실적 꼴등인 거, 알고 계시죠?」

“……?”

「현재 흑랑이 1등이고 레드독이 2등인데…… 대표님이랑 거의 세 배 이상 차이가 나는군요. 다들 오늘 컨디션이 좋나 봅니다.」

“…….”

이런 미친놈들을 봤나.

***

한별 종합 상사.

하성일 사장은 가만히 앉아 결재가 올라온 서류들을 검토했다.

그의 성격상 따분하기 그지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요즘은 별로 불평하지 않았다.

“사장님.”

“예.”

“카르마 코퍼레이션에서 매입한 이번 달 국내 던전, 거의 다 토벌됐다고 합니다.”

“……벌써요?”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이 그의 흥미를 자극하며 기분 전환이 된 덕분이다.

“네. 뭐, 내부적으로 성과금을 걸고 정산 내기를 했다고 하는데……. 아무튼 덕분에 GT 던전과 비교했을 때, 이번 달 토벌 지분은 단연 압도적입니다.”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몇백 개나 되는 던전을 일주일 만에…….”

하 사장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역시 본인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첫 계약이 줄줄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다른 사람 같았으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김준우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GT 던전이 무리한 움직임을 벌이는 타이밍에 맞춰 국내 던전을 최고치로 매입한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물론 매입한 던전을 모두 처리하지 못한다면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전본부장 출신답게 강제성 없이 헌터들의 작전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민간 토벌 시장 지분은 단 일주일 새에 카르마 코퍼레이션에 넘어왔다.

이대로라면 연구소가 지어지기 전에, 국내 부산물을 독점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GT 던전 상황은 어떻습니까?”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부산물 처리가 곤란해서 작전도 올스탑 상태고요. 추가 매입도 없었고……. 무엇보다 아직 남아 있는 던전도 다 소화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재고로 풀리겠군요.”

“그럴 것 같아서 저희 쪽에서 미리 예산을 잡아두려고 합니다.”

“좋습니다.”

싸게 사서 카르마 코퍼레이션에 넘길 생각이다.

이번 성과에 대한 선물이라고 할까.

“한별 건설 쪽에선 연락 없었습니까?”

“다음 주부터 착공 들어간다고 합니다.”

“착착 진행되는군요.”

하 사장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 사장님!”

그때, 헐레벌떡 사무실로 법무팀장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GT 던전에서 본인들과 계약된 부산물 처리 시설들을 모조리 고소했답니다!”

“……예?”

궁지에 몰린 쥐가 결국 이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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