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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48화 (14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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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현재 카르마 코퍼레이션은 아직 행정 절차만 밟지 않았을 뿐 사실상 파산한 거나 다름없다.

주력인 국내 토벌 사업이 막혔다.

해외 지부 또한 한국 협회와 엮여 카르텔로 규정되어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우리 때문에 피해를 입은 국내 기업 및 투자자들은 이미 등을 돌렸다. 나아가 이번 일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질지도 모른다.

물론 가만히 손 놓고 있진 않았다.

국제 협회와 거래를 하려는 것도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게 잘 풀릴 것이라곤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애초에 대립하던 관계이기도 하고.

다시 말해, 내게 붙어봤자 기대되는 이득이 없다. 사태 수습 자체도 현재로선 장담하기 힘들고.

오히려 괜히 엮여서 큰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겠지.

그런데…….

“아, 회사 망한 줄 알고 짐 싸고 있었는데. 용케도 이 상황에서 뭘 더 하려고 하시네요.”

“직원이 필요하다는 건 아직 일거리는 있는 거지?”

“어차피 이제 청소도 못 하는데,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대체 뭔가 이 머저리들은.

한유빈과 한상혁 그리고 문소연.

이 답 없는 셋과 함께 카르마 코퍼레이션 청소팀이 사무실에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

마치 자신들을 불러주길 기다렸다는 듯 말이다.

근데 이들이 다가 아니었다.

“에잇, 계약 체결한 게 엊그제인데 우리 대표님 말 믿었다가 쫄딱 망하게 생겼네.”

“정말 누가 아니랍니까.”

“토벌이 막혀서 납품도 안 들어오고… 우리도 완전 쪽박 찼지 뭡니까.”

“이렇게 된 거, 대표님이 우리 다 책임지셔야 합니다?”

전국 부산물 처리 시설의 직원들 또한 그 자리에 끼어 있었다.

어림잡아 수십 명에 가까운 인원이 좁아터진 사무실에 옹기종기 모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연은 아니다.

평소에 모이라 해도 이 좁은 곳에 모든 인원이 온 경우는 없었다.

대체 무슨 생각들인 건지.

이야기하는 걸 봐서는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닌 건데…….

“뭐겠습니까. 하루아침에 백수 돼서 일자리 구하러 왔죠.”

“일자리야 있긴 합니다만, 급여를 줄 상황은…….”

“참 나, 대표님. 우리가 상황 모르는 것도 아닌데 정말 돈 벌려고 왔겠습니까?”

“그럼…….”

곽철수 대표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한 번 받은 게 있지 않습니까. 그거 갚는 셈 칩시다.”

“하아…….”

얼핏 들으면 감동할 소리다.

문제는…….

“다들 생각이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내겐 안 먹힐 이야기다.

“도와주는 건 고마운데, 생각들은 하고 나온 겁니까? 냅다 감성적으로 나올 일이 아니잖습니까. 일이 장난도 아니고.”

“…….”

“…….”

본인들이 예상한 반응이 아니었는지 살짝 주춤하는 모습이다.

“일이 잘 풀릴 거란 보장도 없고, 잘 풀려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설사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절 도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바닥을 영영 떠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쉽게 해결될 일이었으면 이렇게까지 가지도 않았을 거다.

모르긴 몰라도 이들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데도 도와주겠다는 생각이 드십니까?”

“…….”

“…….”

모두 아무 말이 없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온 거네. 다음은 어떻게 될지 생각도 안 하고.

물론 내가 이들을 걱정해서 한 이야긴 아니다.

누굴 걱정할 정도로 여유도 없거니와, 솔직히 이들이 미래에 어떻게 되든 내 알 바도 아니고.

다만, 괜히 저 어쭙잖은 선의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행여라도 일이 진행된 후에 도망이라도 친다면 그땐 정말 돌이킬 수 없다.

그러니 도와준다고 모두 도움이 된다는 건 어린애 같은 발상이다.

어떨 때는 차라리 도와주지 않는 게 나을 때도 있다.

말 그대로 괜히 방해하지 마라, 이거다.

그런 생각에 듣기 기분 나쁠 정도로 말했지만, 분위기가 이상했다.

‘왜 반응들이…….’

어째 다들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설득력이 없는데요, 선생님.”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모두를 대표해 목소리를 낸 사람은 뒤늦게 나타난 김민주다.

“여태까지 선생님이 우리 때문에 한 일을 옆에서 다 봐온 사람들한테 그런 말 해봤자 씨알이나 먹히겠어요?”

“그러니까! 저놈 가끔 보면 좀 이기적이야. 지는 우리 때문에 맨날 목숨 내놓고 일하면서, 왜 우린 못하게 하냐?”

“여기까지 끌고 왔으면 준우 씨가 책임지셔야죠.”

“……?”

단체로 약을 처먹었나.

내가 끌고 왔어?

지들이 맘대로 따라온 거지.

이기적인 건 인정하겠는데, 이건 억울한 누명이거든?

“애초에 이번 일 해결할 수 있는 사람, 선생님 말고 더 있어요?”

김민주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리가.”

“그럼 생각하시는 대로 하세요. 나머진 우리가 도와줄 테니까요.”

다들 한 발자국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말해도 못 알아듣는 건가.

어떻게 좀 해보라는 심정으로 이아영 이사를 바라봤지만, 그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절 왜 봐요? 당신이 저렇게 만든 건데.”

“…….”

“다 본인 업보지, 뭐.”

이젠 뭐가 내 업보인지 모르겠다.

***

국제 협회가 한국 토벌 조직을 카르텔로 규정한 지도 벌써 5일이 지났다.

그동안 대부분의 토벌 기업이 사업을 접었고, 민간 길드 또한 90%가 해체됐다.

예상대로 그들 모두가 카르마 코퍼레이션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더불어 기업 인사들을 비롯해 정부, 언론, 시민들 사이에선 김준우를 이 바닥에서 영구 퇴출하라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한편 오직 협회만이 한국 전체가 적으로 돌린 김준우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었다.

“그나마 정부에서 해외 독립 협회에 도움을 요청해 어떻게든 토벌은 이어가고 있습니다만, 비용이 비용인지라 오래가진 못할 것 같습니다.”

서울 본부, 협회장실에서 편 팀장이 이두식 협회장에게 그간 상황을 보고했다.

“……김준우한테선 무슨 얘기 없나?”

“뭐, 열심히 준비하고는 있다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이두식 이사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잘 되려나 모르겠군. 저번에 아영이가 돈 좀 빌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던데, 솔직히 우리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거절했거든. 뭘 하려는 건진 몰라도 인력도, 자금도 없을 텐데…….”

“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성일 사장이랑 전국 부산물 처리 시설 직원들이 발 벗고 도와주고 있다고 하거든요. 당사 청소팀이랑 작전팀도 그렇고요.”

“……?”

이 상황에서 아직 그놈을 도와주려는 놈들이 있다고?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의문을 갖다가 이내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준우이지 않은가.

여태까지 그놈이 어떤 생각으로 일을 해왔는지 아는 놈들이라면 쉽게 등을 지기는 힘들 것이다.

“그나저나 이거…… 정말 김 대표님이 해결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데.”

“모르지.”

“……네?”

“모른다고. 너도 몰라서 물어본 거 아니야?”

“그, 그렇죠.”

정말 거짓말처럼 거래가 잘 이뤄져서 카르텔 규명을 철회해준다면, 그나마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물론 여태까지의 손해만으로도 이미 유례없는 수준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거래가 성사되면 자리 자체는 유지할 수 있다. 다른 문제는 그다음에 생각하면 된다.

현재로선 거래가 성사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 거래가 불발 나거나, 혹은 국제 협회 쪽에서 뒤통수를 친다면…….

‘그땐 정말 답이 없겠군.’

이두식 협회장은 지난 결정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미리 카르마 코퍼레이션을 흡수하지 않은 걸 말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벌어진 일이다.

‘그놈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야겠네…….’

이두식 협회장은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며 그렇게 다짐했다.

***

일주일 동안 모든 준비를 마치고, 국제 협회에 시간과 장소를 알렸다.

혹시 딴죽을 걸지 않을까 했지만,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여 주었다.

그렇게 찾아온 거래 당일, 인천항.

약속 시각 한참 전부터 이아영 이사와 함께 인천항에서 상대를 기다렸다.

우리 뒤로 한유빈과 김민주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대기 중이었다.

“은근 떨리네요, 이거.”

“떨릴 게 뭐가 있습니까. 그냥 중고 사이트 직거래한다고 생각하세요.”

“……이거랑 그거랑 같아요?”

“다른 건 또 뭡니까. 물건 있고 상대 있으면 다 똑같지.”

“…….”

어이없다는 시선을 뒤로하고 옆에 놓인 커다란 슈트케이스를 확인했다.

“벌써 나와 계셨네요.”

마침내 상대가 도착했다.

어느 여성과 함께 검은 양복 무리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구면이죠?”

“…….”

“…….”

그 여성은 예전에 만난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미국 지부와 합동 작전 때 지원팀장으로 토벌에 참여했던 클로이였다.

‘이건 몰랐네…….’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지만, 표정에 드러나지 않게 조심했다.

“PB 코퍼레이션 소속 뱅크 아이템 관리팀장, 클로이에요. 뭐, 이름은 알고 계시겠지만.”

“물갈이한 거 아니었습니까? 아직도 살아 있다니 의외군요.”

“뱅크 아이템을 다루는 전문 인력은 구하기 어려우니까요.”

“운이 좋군요.”

“실력이죠.”

실력 많아서 좋으시겠네.

나는 미소 띤 그녀와 동행한 양복 무리를 쭉 훑어봤다.

“사무총장은 안 온 겁니까?”

“오만하시네요. 고작 이 정도 거래로 사무총장님이 직접 움직이실 것 같나요?”

“…….”

잠시 주변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클로이의 가방에 시선이 멈췄다. 작긴 했지만, 가방 손잡이에 무언가 보인다.

미소를 지으며 가방 손잡이 앞으로 얼굴을 가져다 댔다.

“어떻게, 잘 보이십니까?”

“……!”

곧바로 그녀의 표정이 굳는다.

정말 허접하기 짝이 없네.

“뭘 놀라십니까. 이 정도 거래에 사무총장이 참관하지 않는다는 게 더 말이 안 되는데.”

손잡이에 붙은 작은 렌즈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뭐 나름 숨긴다고 고급품을 쓰긴 했네.

“그래도 직접 오실 줄 알았습니다. 사무총장님 드리려고 준비한 것도 많은데. 직접 못 보여드려서 아쉽긴 하지만 거기서 잘 지켜보고 계십…….”

“거기까지.”

그때 클로이의 뒤에서 나타난 한 거구의 흑인 남성이 날 제지했다.

“분수에 맞게 행동해라.”

“…….”

당장이라도 한 대 후려칠 기세였다.

‘어째 낯이 익은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참을 바라보던 끝에 작게 감탄했다.

확실하다, 그놈이다.

“이야, 여기서 다시 볼 줄은 몰랐네. 설마 당신도 국제 협회에 붙은 겁니까?”

“……? 날 아나?”

“아… 뭐, 유명하잖습니까. 하하하.”

나도 모르게 격하게 반응한 것 같아 급하게 얼버무렸다.

뭐, 당연히 알고 있는 놈이다.

노아 웨스턴우드.

회귀 전, 세계 랭킹 2위이자 내 뒤를 이어 두 번째로 SSS랭크에 근접했던 인물이다.

‘뭐, 그것보다 더 유명한 건 다른 거지만.’

국제 협회를 무너뜨리고 본인의 길드 ‘노아’를 그 자리에 올려놓으려고 했던 혁명가.

물론 그의 혁명은 보기 좋게 실패로 돌아갔다.

국제 협회가 나한테 도움을 요청했었거든.

‘그나저나 국제 협회 녀석들은 이놈이 뭔 생각을 하는지 알고 영입한 건가?’

설마 모르고 데려온 거면…….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그때, 클로이 팀장이 입을 열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빨리 진행합시다. 일단 물건부터…….”

“아뇨.”

“거래 장소는 여기가 아닙니다.”

“……?”

“조금만 기다려보십쇼, 이제 곧 나타날 거니까.”

시계를 확인했다.

마침 시간이 되었다.

지이잉―.

눈앞에 던전이 출현했다.

“뭐, 뭐야…?”

“더, 던전?!”

“지금 던전이 출현할 걸 예측했다고?!”

모두가 당황했다.

뭐, 당연한 일이다.

제아무리 최첨단 이능파 감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던전의 등급과 대략적인 출현 시기만 알지 분 단위로 예상할 순 없으니까.

이번 거래를 위해 고심해서 고른 던전이다.

오랜 기억을 뒤지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던전 안에서 거래하자는 건가요?”

“싫으십니까? 던전 안보다 보안이 철저한 곳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긴 하군요.”

“아, 그리고 나머지 분들은 밖에 대기시켜주시겠습니까. 혹시 모르니 서로 보험은 들어놔야죠.”

말뜻을 바로 이해한 그녀가 동행한 직원들을 향해 손짓했다.

나 또한 김민주와 한유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들어가시죠.”

나와 이아영 이사가 먼저 던전에 들어섰다.

그 뒤를 이어 클로이와 노아가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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