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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56화 (15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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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이능운용대책 자문회의.

조현민 대통령을 포함해 여러 인사가 자리한 가운데, 각종 이능 운용에 관련한 정책들과 향후 토벌 방향에 대한 의견들이 계속해서 오가고 있었다.

“……그럼 청소년 헌터 육성 지원금은 다음 분기부터 12% 감축하겠습니다.”

여태까지 나온 자문을 종합해서 조현민 대통령이 마무리를 지으며 말했다.

“또 다른 의견 없으십니까?”

“저…… 카르마는 어떻게 할 생각이신가요?”

그때, 미래민주당의 성현숙 당대표가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조현민 대통령은 그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잘됐는데. 이전과 다르게 너무 몸집을 키운다 싶으면 우리 쪽에서 제재할 수도 있고요.”

“물론 이전 협회보다야 저희가 개입하기 쉬워지긴 했지만…….”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조현민 대통령은 그제야 그녀가 걱정하는 게 카르마 코퍼레이션 전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김준우 대표가 걱정입니까?”

“……네. 한 개인이 가진 영향력이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영향력인지가 중요하겠죠. 지금까지는 선한 영향력이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지금까지는요.”

성현숙 당대표의 말에 조현민 대통령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한 청년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겠죠.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

대통령이 대답을 아끼자, 그녀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너무 젊은 나이에 큰 힘을 가지게 된 것도 걱정입니다. 지금이야 몰라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5년, 10년이 지나면 분명 다른 것에 눈독을 들일 겁니다.”

조현민 대통령은 속으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5년, 10년 일이 본인이랑 무슨 상관인가.

당장 1, 2년 뒤도 보장하기 어려운 게 이쪽 바닥인데.

“사실… 저도 성현숙 당대표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다른 쪽이면 몰라도 토벌은 국민의 목숨과 직결되는 분야이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의 브레이크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요.”

이내 눈치를 보고 있던 다른 인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조현민 대통령은 잠시 고민하던 끝에 성현숙 당 대표를 향해 물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지금 김준우는 너무 많은 국민에게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아니… 비판적인 시각이 전혀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하겠죠.”

“그런데요?”

“그 인식을… 조금만 떨어뜨리는 게 어떻습니까?”

조현민 대통령은 실소가 새어 나오는 걸 손으로 황급히 가렸다.

사실 김준우 대표가 영향력이 크든 말든, 저들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그래봤자 아직 중견 기업 수준의 대표일 뿐이고… 하나의 산업을 독점했다곤 하지만 그건 이전 협회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무엇보다 협회와 병합한 지 한 달이 되어 가는데도, 매일 같이 사건‧사고가 터지던 이전과 다르게 아무런 문제 없이 잘해주고 있지 않은가.

나중 일을 불안해할 순 있어도, 굳이 지금 당장 견제할 것까진 없다.

그럼에도 저리 나오는 이유는 딱 봐도 하나다.

김준우가 혹시 정치권에 발을 들일 때를 대비해 조금이라도 공신력을 떨어트리려는 거다.

조현민 대통령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글쎄요…….”

그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만약 그가 정치권에 발을 들인다면 그건 그때 가서의 일이다.

정치 바닥이야, 오늘의 적이 내일의 친구가 되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아무리 봐도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그는 이내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명백하게 불필요하단 의사를 전달했다.

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은 더 이상의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

회의가 끝난 직후, 성현숙 당대표는 수행 차량에 탑승하자마자 한숨부터 내뱉었다.

“…‧잘 안 되셨습니까?”

“씨알도 안 먹히더라. 어지간히도 예뻐하고 있는 것 같아.”

성현숙 당대표는 씁쓸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현재 김준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거의 신격화되고 있다.

그는 자선 사업가가 아니다. 엄연히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대표고, 그런 자가 하나의 산업을 독점했다는 건 분명히 좋은 현상은 아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그가 토벌 산업을 독점한 것에 불만이 아닌, 안심을 표하고 있다.

만약 김준우가 뚜렷한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손을 잡고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그의 명성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이쪽에서 계속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깡그리 무시하고 있는 걸 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이다.

강대한 적만큼 무서운 것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이 안 되는 상대다.

어느 편에 붙을지 모를 저 거물이, 만약 여태까지의 여론을 바탕으로 정계에 진출하려고 한다면… 가늠할 수 없는 혼란이 찾아올 것이다.

최악의 경우, 바른통합당에 붙어서 서울 지역구 후보로 나올 수도 있다.

‘……사실상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인데.’

자칫하면 두 눈 시퍼렇게 뜬 채로 서울 주요 지역구를 통째로 바통당 놈들에게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대중에게 조금이라도 김준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

아니, 그런 논리적인 시각이 아니라 그가 어떤 행동을 하던 일단 반대를 하고 나설 집단이 필요하다.

그럼 김준우가 뭘 하든 자연히 브레이크가 걸릴 거다.

‘편 가르기를 해볼까…….’

머릿속으로 적당한 방법을 찾아보던 성현숙 당대표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요즘 일본 지부가 이상하게 조용한데, 혹시 무슨 일 있나?”

“예? 그, 글쎄요. 별다른 소식은 없습니다.”

뜬금없는 질문에 보좌관은 퍽 당황스러운 듯했다.

“맨날 지들 언론에 우리 협회 깎아내리고 이상한 책도 내고 하더니만, 어째 요즘 들어 조용해서 말이야.”

“애초에 일본이 국제 협회에 가입한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를 의식해서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실제로 반한 프레임도 국제 협회 가입하고 나서 꽤나 심해졌고요. 그런데 최근에 본부 관련된 이슈가 하도 터지고 있으니…….”

“지들 잘 나갈 땐 한창 떵떵거리다가, 어째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입 다물고 있다는 거네.”

“뭐… 애당초 국제 협회 본부랑 사이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잖습니까.”

“흐음…….”

성현숙 당대표가 턱을 쓰다듬으며 신음했다.

그것도 잠시,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보좌관을 향해 물었다.

“박 실장, 혹시 정치부 쪽에 아는 기자들 좀 있어?”

“예, 몇 명 있습니다.”

“그럼 그쪽 통해서 찌라시를 좀 흘려줄까?”

성현숙 당대표가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그래.

또 편 가르기엔 ‘한일전’만 한 게 없지.

***

카르마 코퍼레이션 서울 본부, 대표이사실.

전 협회가 사용하던 건물을 이름만 바꾼 그곳에서 나는 연신 하품을 쏟아냈다.

“어째 생각했던 것보다 할 게 없네…….”

아니, 할 게 없다기보단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잘 돌아가고 있으니까.

각 부서를 전문가들에게 맡겼으니, 할 일이라곤 사실상 작전 기획밖에 할 게 없었는데…… 그마저도 김민주가 작전 본부장이 되어 도맡아 하고 있다.

사실 그 녀석이 실력에 맞지 않게 꽤나 소극적인 성격인지라 조금은 걱정했는데……. 뭐, 아직까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작전 본부장이 되고 나서 다들 무서워졌다고 하는 걸 보면.

‘원래 그래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김민주의 기획과 지휘 스타일이 나와 똑같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거야 뭐 당연하다.

애초에 그 녀석이 처음 작전팀장을 달았을 때부터 지휘와 기획을 나한테 배웠으니까.

아무튼, 김민주가 이끄는 작전 본부는 꽤나 잘 굴러가고 있다.

그 밖에도 이아영 지원 본부장, 한유빈 기획 본부장 등. 모두가 제 맡은 바 일을 잘 해내고 있다.

특히나 가장 만족스러운 건, 하성일 해외사업본부장.

나를 대신해서 전 세계 독립 협회를 돌아다니며 지부 사업을 도맡았다.

그동안의 영업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건지 뛰어난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

뭐, 누가 뭐래도 한별 상사의 전 사장이지 않은가.

모르긴 몰라도 기본 이상을 해줄 거라 예상했다.

‘무엇보다 국제 협회 놈들도 조용하니 더할 나위 없고…….’

이렇게 대놓고 움직이고 있지만, 국제 협회 쪽에선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그놈들 성격상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참 이상한 일이다.

뭐, 때를 기다리고 있다거나 아니면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는 거겠지.

어쨌든 이래저래 상황이 좋다.

이대로만 가면, 어쩌면 1년 안에 국제 협회 지부 수를 따라잡을 수도…….

“대표님.”

긍정 회로를 돌리고 있던 그때, 하성일 해외사업본부장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아, 본부장님. 중동으로 출장 가셨던 거 아니었습니까?”

“어제 막 귀국했습니다.”

“어떻게 계약은 잘 됐습니까?”

“아직 진행단계이긴 한데… 일단 반응은 좋습니다. 조만간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쪽 독립협회는 인수할 수 있을 겁니다.”

“역시 믿고 맡기길 잘했군요.”

“하하하! 제가 칭찬에 약한 건 또 어찌 아시고.”

하 본부장이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하지만 이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 사실 그것 때문에 온 건 아니고…….”

“예?”

그가 목소리를 팍 낮춘다.

뭐지? 또 뭘 물어왔길래 표정이 저리 비장한 건가.

“그… 일본 지부가 조만간 국제 협회를 탈퇴한다는 찌라시가 돌고 있습니다.”

“……예?!”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미간이 좁아졌다.

그간 조용했던 곳에서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출처가 어딥니까?”

“정치부 기자가 귀띔해준 겁니다.”

“정치부……?”

예상치도 못한 출처에 눈이 가늘어졌다.

뭔가 일부러 뿌리는 것 같은 느낌인데.

아니나 다를까, 하 본부장도 같은 생각이라는 듯 입을 열었다.

“찌라시에 움직이는 건 너무 도박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도 좀 냄새가 나긴 하는데……. 일본 지부라면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흐음…….”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일본 지부는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곳이다.

그들이 가진 강점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코 최고 강점은 자본도, 인력도 아니다.

‘하라무라 가문…….’

일본 지부에 속한 가문이지만 국제 협회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유명한 집단이다.

만약 일본 지부와 함께 그 가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국제 협회를 제어할 수단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

“어떻게, 미리 준비를 좀 해둘까요?”

하성일 본부장도 그걸 염두에 둔 듯, 조심스레 물었다.

만약 국제 협회를 탈퇴한다는 찌라시가 진짜라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탈퇴 직후 혼란스러워질 때를 노려야지, 만약 독립협회로서 자리를 잡아버리면 그땐 늦는다.

지금부터 이것저것 지원을 퍼주면서 간을 본다면 확률이 꽤 높겠지만…….

‘만약 저게 근거도 없는 찌라시에 불과하다면…….’

그냥 일본에다가 간이고 쓸개고 다 퍼주는 꼴이 되겠지.

잘못하면 역풍을 맞아 괜한 빌미만 제공하게 될지도 모른다.

“일단 정보가 확실한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겠군요.”

“어떻게요?”

“뭐, 별수 있겠습니까. 직접 가봐야죠.”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지 않겠는가.

“쓰읍, 저희가 여태까지 일본 지부랑 교류가 없어서 건수도 없이 가는 건 좀 속 보이지 않을까요?”

“건수야 만들면 그만이죠.”

내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그 또한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도 동행하고 싶지만… 아직 중동 쪽 일이 안 끝나서…….”

“괜찮습니다. 그쪽 일이 먼저죠.”

“이아영 본부장님과 가실 겁니까?”

“아뇨. 그 사람 요즘 너무 바빠서 이런 일로 건드리기엔 좀 미안하군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결정을 내렸다.

“마침 적당한 사람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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