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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59화 (15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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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남자의 말을 듣자마자 한유빈이 다짜고짜 그의 뺨을 후려쳤다.

“지금 우리보고 그걸 믿으라고? 거짓말하지 말고 똑바로 대답해.”

“거, 거짓말 아닙니다! 저, 정말로 하라무라 씨가 직접 의뢰한 일…!”

“하여간, 좋게 말해선 들어 처먹질 않는다니까.”

그녀가 다시금 주먹을 들어 올린 그때였다.

“잠깐만요.”

내가 곧바로 나서서 제지했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나 또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터라 대답해줄 여유는 없었다.

‘잠수를 탄 공방의 주인이 자신의 공법을 뺏어달라고 직접 의뢰까지 넣었다라…….’

얼핏 들으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만약 하라무라 가문의 실체가 내가 알고 있는 대로라면…….

“뭐… 아주 없을 법한 소리는 아니군요.”

“뭐예요? 설마 저놈들 말을 믿는 거예요?!”

한유빈이 기가 차다는 듯 쏘아붙였다.

“믿고 자시고, 저 사람들이 거짓말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왜겠어요! 사실 지부가 의뢰했다는 걸 숨기려고…….”

“그랬다면 조금 더 그럴싸하게 둘러댔겠죠. 뭐하러 누가 들어도 이상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

한유빈은 순간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닫았다.

그녀도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오히려 우리한텐 좋은 소식입니다.”

이내 나는 잇시키의 눈치를 살피며 한국어로 말을 이었다.

“이거 잘하면… 하라무라 가문, 우리가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네?”

한유빈의 눈썹이 물결쳤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일본 지부를 인수해야 하라무라 가문을 끌어들이든 말든 할 거 아니에요. 근데 일본 지부가 국제 협회를 탈퇴할 생각이 없는 이상 인수는…….”

“우리가 일본 지부를 인수하려고 한 건, 하라무라 가문의 영향력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부수적인 요소였죠.”

“……그런데요?”

“어차피 지부와 하라무라 가문 사이가 틀어진 이상, 일본 지부를 인수한다고 해도 그 목적은 이루지 못할 겁니다. 알맹이 없는 껍데기를 거금을 주고 가져올 필요는 없죠.”

“그럼 하라무라 가문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는 건 무슨……?”

“순서를 바꾸자는 겁니다.”

내가 말하자 한유빈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일본 지부를 인수해서 하라무라 가문의 영향력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하라무라 가문을 먼저 손에 넣고 그걸 빌미로 일본 지부를 국제 협회에서 탈퇴시키자는 거죠.”

“……네?”

“만약 인수에 실패한다고 해도 어쨌든 하라무라 가문은 우리 손에 들어온 이후일 테니, 이러나저러나 초기의 목적은 이룰 수 있을 겁니다.”

“…….”

갑자기 스케일이 커져 버려 당황한 건지, 한유빈이 살짝 주춤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뭐…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요? 일이 너무 커지는 거 같은데. 사실 인수를 안 해도 우린 딱히 손해 볼 게 없잖아요.”

“그렇긴 합니다. 우리가 정말 돈벌이를 위해서 사업을 하려는 거였다면 말이죠.”

당연하겠지만, 나는 이 사업으로 돈을 벌려는 게 아니다.

그저 국제 협회를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올라서려는 것뿐.

하라무라 가문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너무나도 좋은 도구다.

미심쩍은 찌라시를 굳이 확인하러 온 건 도구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일 뿐이지.

물론 도저히 하라무라 가문을 손에 넣을 방법이 없었다면 깔끔하게 포기했을 거다.

이미 해외 지부 사업에서 꽤나 성과를 올리고 있는 와중에 안 되는 걸 억지로 밀어붙이다간 이도 저도 안 되는 꼴이 될 테니까.

“그런데 뭐… 일말의 방법이 남아 있다면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능한 거죠?”

“가능할 겁니다.”

무릎을 꿇고 있는 세 남자를 바라보며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게 일본어로 말했다.

“우리가 지부보다 먼저 하라무라 씨를 찾는다면.”

“…….”

“…….”

당황스러워하는 남자들.

내가 뭘 요구하는 건지 단번에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놓을 수 있는 답은 정해져 있었다.

“저, 저흰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하라무라 씨가 의뢰했다는 것도 전해 들은 거지, 저희와 직접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고….”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변명부터 쏟아낸다.

뭐, 이해한다. 일반인을 상대로 깽판이나 치는 말단들이 뭘 알겠는가.

“당신들한텐 기대도 안 했습니다. 알아도 당신들 큰형님이 알겠죠.”

“마, 맞습니다!”

“큰형님만 알고 있는 사항이고, 저흰 정말 아무것도…!”

“그러니 당신들 사무소로 안내하세요. 제가 직접 큰형님한테 물어볼 테니.”

세 남자의 눈이 동시에 벌어졌다.

어딘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었다.

“저…….”

이윽고 남자 한 명이 조심스레 입을 뗐다.

“주, 죽을 수도 있어요.”

“……하하, 큰형님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면 걱정 마시죠.”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죽이진 않을 거니까.”

“…….”

“…….”

뭐, 하는 거 봐서 결정하겠지만.

***

같은 시각, 쇼이치 지부장에게도 최근 하라무라 공방에 대한 소식이 전달됐다.

“타치바나 구미 동강회 소속 조직원들이 하라무라를 찾고 있답니다.”

히나 보좌관의 보고에 쇼이치 지부장의 얼굴이 대번에 구겨졌다.

“뭐…? 그쪽이 왜?”

“자세힌 모르겠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공방에 찾아가서 행패를 부리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의뢰한 것 같습니다.”

“의뢰? 또 누가 공법을 찾고 있다는 소리야?”

“정황상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놈이 공법을 찾고 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이번 일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지부 말고 또 누가 있다고?

“혹시 우리 쪽 직원들이 의뢰한 거 아니야?”

“아뇨. 이번 일에 대해 알고 있는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해봤는데, 우리 쪽에서 한 의뢰는 확실히 아닙니다.”

“그럼 대체 어떤 새끼가…….”

쇼이치 지부장이 주먹을 꾸욱 쥐었다.

며칠 전 공법을 사겠다고 공방을 찾아간 이후로 갑자기 종적을 감춰버렸다.

현재 지부에서도 자체적으로 하라무라를 찾는 중이었다.

협박하든 협상하든, 어쨌든 그를 만나야 뭘 해도 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이쪽도 해야 할 업무가 있으니 쓸 수 있는 인원에 한계는 있었지만, 그가 일본 바닥에 붙어 있는 한은 독 안에 든 쥐 신세였다.

결과적으로 그를 찾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 딱히 급할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방해꾼이 끼어들 줄이야…….’

경쟁자가 끼어버린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무엇보다 타치바나 구미라면 도쿄 주변을 꽉 잡고 있는 놈들이 아닌가.

최근 자격이 정지된 헌터들을 대거 영입했다는 소식도 있는 걸 보면…… 마음만 먹는다면 사람 하나 찾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대체 본인들 외에 또 누가 공법을 노리고 있는 건지는 몰라도 만약 공법이 그놈들 손에 들어가 버린다면, 지부는 하라무라라는 브랜드를 영영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된 이상 조용히 진행하긴 글렀군.”

이윽고 쇼이치 지부장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지. 우리도 사람을 푸는 수밖에.”

“사람이라면……?”

“왜 그, 저번에 새로 배정된 현장직 놈들 있잖아.”

“밸런스팀 말씀이십니까?”

쇼이치 지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사람 하나 찾겠다고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그럼 이대로 하라무라가 엄한 놈에게 넘어가는 걸 구경만 하고 있을까?”

“그건…….”

히나 보좌관이 말끝을 흐렸다.

물론 쇼이치 지부장 또한 그들의 악명을 잘 알고 있었기에 불안하긴 매한가지였지만… 어쩌겠는가.

국제 협회 지부라는 타이틀과 하라무라라는 브랜드, 그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인데.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지부가 먼저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몇 명쯤 죽어 나가는 것 정도는 감수해야겠지.

***

타치바나 구미 동강회 사이타마현 본부.

세 남자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동강회 회장의 사무실은 영화에서 보던 전통적인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그냥 평범한 회사 사무실이네…….’

물론 그 주변을 지키고 있는 놈들은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은 생김새였지만.

“뭐야?”

그때 동강회의 회장이 나와 한유빈을 훑으며 입을 열었다.

행동대원처럼 날카로운 눈빛은 아니지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이윽고 우리를 데려온 남자가 날 대신해 먼저 말을 꺼냈다.

“이, 이분들이 형님을 뵙고 싶다고 하셔서…….”

“이분들?”

쾅―!

갑자기 테이블을 냅다 걷어차는 회장.

“지금 내 앞에서 누굴 높이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곧바로 세 남자의 허리가 90도로 휘었다.

그것도 잠시, 회장은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외국인 같은데, 나한텐 무슨 볼일이지? 돈 빌리러 온 거면 돌아가. 우린 외국인 상대론 영업 안 하니까.”

“하라무라 씨를 찾고 있습니다.”

“……!”

스릉―

본론을 꺼내자 주변에 있던 덩치들이 난데없이 칼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촤악―!

“으아아악!!”

우리를 데려온 남자 중 한 명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살벌하네, 시발.

“입단속조차 못 하는 놈들은 필요 없어.”

이윽고 쓰러진 남자를 사무실 밖으로 질질 끌고 나갔다.

운 좋게 살아남은 두 명은 사시나무 떨듯 발발 떠는 중이었다.

“너, 뭐냐? 지부 놈이냐?”

회장이 나를 향해 물었다.

“아뇨. 그저 하라무라 씨를 만나러 온 외국인입니다. 당신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죽을 수도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고?”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여길 기어 왔다는 거지…?”

콱―!

이내 단도를 꺼내 테이블 위로 찍어 내렸다.

그리곤 눈을 부라리며 나를 노려보길 잠시.

“너 이쪽 사람이냐?‘

“아뇨. 평범한 사업가입니다.”

“씨팔, 무슨 사업가가 눈빛이…….”

알 수 없는 말을 흘리더니, 갑자기 혼자 웃음을 터트린다.

어느 것 하나 제정신인 놈들이 없네.

“하라무라를 찾으러 왔다고?”

“예.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지. 알고는 있는데… 미안하지만, 알려 줄 수는 없어.”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유가 있습니까?”

“나랑 오랜 친구거든. 자신을 숨겨달라고 부탁했으니 들어줘야지.”

“오랜 친구라… 그럼 하라무라 씨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시나요?”

“당연. 그놈 궁둥이에 점이 몇 개 있는지도 알고 있지. 크흐흐.”

또다시 실없는 소리를 하며 혼자 웃음을 흘린다.

“그럼…….”

그런 그를 향해 상체를 숙이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하라무라 씨가 특별한 무기를 만든다는 소문이…… 거짓말이라는 것도 알고 계시겠군요.”

“……?!”

“……에?”

“……하?”

말하기 무섭게 한유빈을 포함한 주변에 있던 모두에게서 충격에 젖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두목은 도리어 조용해졌다.

차갑게 굳은 표정.

조금 전 농담을 던지던 양아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실로 위압감이 느껴지는 분위기 속에서 한참을 침묵하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 두 놈… 데려가서 죽여.”

그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와 한유빈을 향해 다가오는 행동대원들.

“뭐, 그럴 줄 알고 저도 챙겨온 게 있습니다.”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머니에서 챙겨온 것을 꺼내 들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장난감 칼이었다.

“요 앞 기념품 가게에서 팔길래 하나 사 왔습니다.”

“너 이 새끼, 지금 우릴 얕보는…!”

“얕보는 걸 다행으로 아시죠.”

[습득 스킬 : 극초식 - 어검술]

“최소한 죽이진 않는다는 소리니까.”

칼에서 시퍼런 섬광이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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