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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60화 (16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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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민주당 대표 사무실.

“김준우 대표가 엊그제 일본으로 출국했다고 합니다.”

성현숙 당대표의 보좌관이 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펜을 굴리며 대답했다.

“그래? 찌라시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러 갔나 보네.”

“그런 것 같습니다.”

“미끼를 물긴 물었구나.”

성현숙 당대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뭐, 최근 일본 지부와 하라무라 가문 사이가 틀어졌다는 이야기만 듣고 퍼트린 찌라시지만, 모르긴 몰라도 일본 지부가 국제 협회를 탈퇴할 리는 없다.

그리고 김 대표가 지부에 집적 찾아갔다고 해도 그놈들이 그걸 알려줄 리도 없겠지.

물론 다른 데서 정보를 찾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테고.

‘두 발로 신나게 뛰어다니라고. 뭐, 그런다고 확인은 힘들겠지만.’

결국, 김준우 대표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일본 지부를 깔끔하게 포기하거나, 혹은 탈퇴설이 확인될 때까지 일본 지부와 우호 관계를 맺으며 상황을 지켜보거나 말이다.

“박 실장이라면 김 대표가 무슨 선택을 할 것 같아?”

“글쎄요. 워낙 예측하기 힘든 사람이라…….”

“난 어느 정도 예상이 돼.”

“…네, 네?”

“돈이 목적인 놈들은 사실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 거든. 김 대표는…… 무조건 상황을 지켜볼 거야.”

성현숙 당 대표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결과를 내놓았다.

“일본 지부와 우호 관계를 맺으면 두 가지 메리트가 있어. 첫 번째는 만약 그들이 정말 국제 협회를 탈퇴했을 때 그간의 관계를 빌미로 숟가락을 얹을 수 있다는 거.”

“김 대표가 그거 하나에 도박을 걸진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겠지. 그런데 일본 지부가 끝까지 탈퇴하지 않아도 딱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야.”

“……하라무라 가문 때문에 그렇습니까?”

“맞아. 그게 두 번째 메리트지.”

굳이 인수까지 가지 않아도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 하라무라 가문의 영향력에도 무임승차할 수 있다.

사업가의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메리트다.

물론 현재 일본 지부와 하라무라 가문 사이가 조금 틀어졌다곤 하지만, 그것도 결국 시간이 자연스럽게 해결해줄 문제다.

일본 지부 입장에선 국제적인 브랜드인 하라무라를 놓칠 수 없을 테고, 하라무라 가문은 본인들의 주 고객인 국제 협회를 포기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러니 카르마 코퍼레이션은 반드시 일본 지부에 붙는다.

그리곤 콩고물 하나 떨어질 때까지 계속 굽신거리며 간이고 쓸개고 다 빼다 주려고 하겠지.

그때, 기사 몇 줄 내주면 이쪽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움직일 것이다.

‘뭐, 국가 감정은 기업 이미지에 너무 치명적이니까…….’

한국을 대표하는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일본 지부에 붙었다는 소식 하나만으로 여론이 극단적으로 양분화될 거다.

대다수 국민이 그들의 행보를 비난할 게 뻔하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무슨 일을 해도 ‘친일 기업’이라는 꼬리표처럼 늘 따라붙겠지.

‘모르긴 몰라도 이전처럼 설치긴 힘들 거야.’

그거면 충분하다.

일방적인 비난으로 평판을 깎고 영향력을 약화시키면 되는 거다.

“그런데… 김 대표가 그걸 고려하지 않았을 리 없었을 텐데요. 그런 리스크를 감안할 만큼 하라무라 가문이 대단한 겁니까?”

“당연하지. 그만한 가치가 있어, 그 가문은. 앞으로도 그럴 거고.”

성현숙 당 대표가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김 대표는 일본 지부에 붙을 수밖에 없어. 뭐, 하라무라 가문에 대한 소문이 거짓말이 아닌 이상.”

별다른 뜻 없이 흘린 말이었지만.

그녀는 그게 사실인지 꿈에도 몰랐다.

***

“끄으으…….”

“으윽…!”

신음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사이타마현 도심가에 위치한 타지바나 구미 동강회 본부.

회장을 제외한 모든 행동대원이 난장판이 된 사무실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뭐, 뭐야…!”

회장은 뒤늦게 무언가 잘못된 걸 깨달았다.

바짝 굳은 얼굴로 겨우 입을 열었다.

“너, 너 대체 뭐야! 다른 조직에서 보낸 놈이냐?”

“사업가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우릴 건드렸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 타치바나 구미 전체를 상대로 전쟁이라도 벌이겠다는 거냐……!”

“스읍,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요.”

장난감 칼로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다가갔다.

“그 천하의 하라무라 가문이 사실 다 만들어진 거짓이었다는 거, 지부가 알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지금 날 협박하는 거냐?”

“예. 협박하는 겁니다. 그러니 빨리 하라무라 씨를 데려오세요. 그쪽 오랜 친구라면서요. 어떤 게 더 친구분을 위한 일인지 정도는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

그는 날 쏘아보고 있었지만, 눈빛에 고민의 기색이 역력했다.

“대답하기 싫으시면 어쩔 수 없군요. 이 사실은 제가 직접 지부에다가…….”

“그것만은 참아주게!”

그때였다.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한 중년의 남성이 들이닥쳤다.

“류, 류헤이?! 숨어 있으라고 했잖나!”

“보아하니 다 알고 온 것 같은데…… 더는 숨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

다짜고짜 사무실에 난입한 불룩한 배의 남성이 천천히 다가왔다.

하라무라 류헤이.

하라무라 가문의 5대 공방장이자, 현 하라무라 가문의 가주.

드디어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부터 여기 숨어 계셨나 보군요.”

“아무리 지부 놈들이라고 해도 여기엔 함부로 못 들어오니까. 뭐, 설마 다른 녀석이 쳐들어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지만.”

그는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하라무라 류헤이라고 하네.”

“카르마 코퍼레이션 대표, 김준우라고 합니다.”

“카르마라면…… 최근 한국 협회와 합병했다는 그……?”

“맞습니다.”

“허! 영광이군. 그 유명인이 나를 직접 찾아오다니.”

“제가 더 영광이죠. 선대에 이어 하라무라 가문을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장본인이 아니십니까.”

“…….”

언뜻 보면 으레 하는 칭찬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을 아는 사람에겐 명백히 비꼬는 말이었다.

“……이렇게 들킬 줄은 몰랐군. 그것도 외국 기업의 대표한테.”

하라무가 한 방 먹었다는 듯 반응했다.

“그래서, 대체 어떻게 안 건가?”

“딱 보면 척이지, 뭘 이유를 묻고 그러십니까?”

어물쩍 대답을 회피했다.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니었다.

그저 회귀 전에 거짓말이라는 게 들통났기에 알고 있을 뿐이다.

당시 하라무라의 진술을 떠올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속일 생각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겠죠. 식칼이나 만들던 선대가 이능운용무기로 처음 방향을 틀었을 때 홍보를 위해 조금 과장된 마케팅을 하는 정도였겠죠.”

“…….”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특수한 공법이다, 다른 공장형 무기랑은 다르다, 등등. 실제로는 공장에서 나오는 B급 무기보다 못한 퀄리티였는 데도 말이죠.”

“아버지가 그런 부분엔 소질이 있으셨지.”

“네. 실제로 어느 정도는 먹혔죠? 입소문도 타고, 다른 지방에서 찾는 사람도 생기고. 뭐, 그때까지만 해도 마냥 좋아하셨겠지만…….”

여기서 문제가 터져버린다.

C급 헌터가 하라무라 제 무기로 레드 등급 던전 보스를 잡아 버린 것이다.

상식적으로 C급 헌터가 정말 무기 하나 때문에 레드 등급 보스를 쓰러트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건 그저 우연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일본의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사람은 사실을 믿는 게 아니다.

믿고 싶은 사실을 믿는 거다.

“선대가 했던 과장된 마케팅에 더해져서 순식간에 유명세를 탔죠. 뭐, 특수한 힘이 깃든 무기라느니 하면서 말입니다.”

“……맞네.”

“일이 너무 커지고 있다는 걸 자각했을 땐, 이미 국제 협회에까지 그 소문이 퍼진 후였겠죠.”

이 시점에서 부자의 반응이 엇갈린다.

겁을 먹고 이제라도 수습하려고 했던 선대와 이걸 기회로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한 자식.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선대가 사망하면서 공방장을 물려받은 자식은, 이때다 싶어 그 거짓 소문에 본격적으로 편승하기로 마음먹는다.

칼이나 만들던 공방에서 되지도 않는 이능운용 무기를 찍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실제 성능은 당연히 C랭크 이하 수준이었겠지만.

“여태까지 들키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외국인들이 가진 일본에 대한 환상 때문이었겠죠. 당신은 그걸 교묘하게 이용한 거고요.”

“…….”

그의 고개가 점차 떨어졌다.

설마하니 국제 협회 소속의 헌터들이 무기 성능이 떨어진다는 걸 몰랐겠는가.

당연히 도저히 무기로 쓸 수 없는 수준이었기에 하라무라 공방에 클레임을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이라는 건…….

‘우리가 만든 무기는 자격을 갖춘 자만이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딴 되지도 않는 정신력에 입각한 답변이었다.

이것만으로도 기가 찰 노릇인데, 보다 더 어이가 없는 건 국제 협회 헌터라는 놈들이 그걸 정말로 믿었다는 사실에 있다.

“정말 멍청하기 그지없는 놈들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

별다른 생각 없이 한유빈에게 동의를 구했지만, 어째 그녀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뭡니까, 그 표정?”

“아, 아니, 아무것도…….”

“설마 그쪽도 샀습니까?”

“……미국 지부에 있을 때 워낙 유명하다고 해서.”

“…….”

세상에.

그 멍청이가 내 옆에 있을 줄이야.

“근데 뭐… 소문처럼 특별한 효과는 없었고, 사실상 부적으로…….”

“…….”

“……충격이네요.”

변명을 늘어뜨리던 한유빈이 결국 고개를 떨어트렸다.

뭐, 따지고 보면 그녀도 피해자인 셈이니 뭐라 그럴 것까진 없지만.

암튼 다시금 본론으로 돌아와 하라무라를 향해 물었다.

“그나저나 제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왜 갑자기 납품을 거절하신 겁니까? 이제 와서 들킬까 봐 무서웠습니까?”

“국제 협회에 대한 이슈가 하루가 멀다고 터지고 있지 않은가. 이젠 발을 뺄 때라고 생각했네.”

“지부가 그걸 잠자코 봐줄 거라 생각한 건 아니시죠?”

“당연히 찾아올 거라고 예상은 했네……. 하지만 설마하니 공법을 사겠다고 나올 줄은 몰랐네.”

하라무라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공법을 넘겨줄 순 없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줄 수 있는 공법이 없었다.

모든 게 거짓말이었으니까.

하지만 끝까지 버티다간 오히려 의심을 받을 게 뻔했겠지. 그래서 친구에게 부탁한 걸 거고.

차라리 공법을 빼앗겼다고 하면 지부로서도 더는 어떻게 할 수 없을 테니까.

“근데 뭐, 이미 저한테 들킨 이상. 더는 숨길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겠지…….”

대충 이야기는 됐다.

이제부터가 진짜 본론이다.

“뭐,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제가 협박이나 하려고 하라무라 씨를 찾은 것도 아니니까. 오히려 그 반대죠.”

“……뭐?”

“저흰 조만간 일본 지부를 강제로 국제 협회에서 탈퇴시킬 생각입니다.”

하라무라와 동강회 회장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만약 하라무라 씨가 거기에 동참해주신다면…….”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라무라 가문의 그 소문, 제가 사실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지금 그가 가장 원하는 걸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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