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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61화 (16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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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소리인가?”

하라무라 류헤이는 본인이 뭘 들은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말씀드린 그대롭니다. 당신의 거짓말, 진실로 만들어 드리겠다는 겁니다.”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적막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라무라는 복잡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잘나가는 기업의 대표님이 나를 도와주겠다니……. 고맙기는 하다만, 대체 왜…?”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도와주겠다는 게 아니니까.”

“어, 뭐?”

“제가 뭐가 아쉬워서 당신 거짓말까지 덮어주려고 하겠습니까. 그저 당신의 거짓말이 들키지 않는 편이 제게도 이득이 되니까, 움직이겠다는 말입니다.”

설마 내가 아무 이유도 없이 남의 나라 가문 문제까지 끼어들 거라 생각한 건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데.

거짓말이 들통나버리면 당연히 하라무라 가문의 국제 협회에 뻗친 영향력도 한순간에 잃어버릴 것이다.

하라무라 가문이 패가망신하는 거야 정해진 수순이겠지만.

뭐, 그들이 망하는 거야 내 알 바는 아니고.

난 그저 국제 협회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을 뿐이다.

이건 도와주려는 손길이 아니다.

낭떠러지에 몰린 그에게 목숨값을 받고 손을 내밀어주는 거지.

“저희는 하라무라 가문의 영향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마침 일본 지부가 국제 협회를 탈퇴할 수도 있다는 소문을 듣고, 혹시나 인수를 진행할 수 있을까 해서 찾아온 건데. 보아하니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더군요.”

“어림도 없겠지. 애초에 국제 협회를 탈퇴할 생각이었으면 굳이 나한테 공법을 사러 오지도 않았을 거고.”

“맞습니다. 근데 뭐, 오히려 잘 됐습니다. 굳이 지부를 인수하지 않아도 목표는 이룰 수 있을 것 같군요.”

“…….”

하라무라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더니 이내 그가 물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나를 도와주는 대가로 한국과 손을 잡으라는 건가?”

“글쎄요. 제가 한국을 대표해서 온 것도 아니니 그건 너무 거창하군요. 그냥 저하고만 손을 잡는다고 생각해주시죠.”

“그래서, 뭘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건가? 듣자 하니 카르마 코퍼레이션에서 최근에 최대 규모의 연구소를 설립했다던데. 거기 공법이라도 알려주려고?”

“하라무라 씨, 착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아직도 본인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건가?

지금 누구한테 부탁할 처지가 아닐 텐데.

‘심지어 이클립스를 노린다고?’

사람이 정도라는 게 있어야지. 어디서 주제도 모르고…….

“저흰 당신이 내뱉은 거짓말을 진실로 포장해주려는 거지, 당신이 정말 특별한 무기를 만들 수 있게 해 주려는 게 아닙니다.”

“…….”

“말씀드렸듯, 당신은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국제 협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가문으로 남아 있기만 하면 됩니다. 당신이 무슨 무기를 만들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죠.”

그제야 하라무라는 본인을 도와주려는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한 모양이었다.

그는 퍽 씁쓸한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

“뭘 딱히 하실 필요는 없고. 아마 지금쯤이면 지부도 당신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을 겁니다. 놈들의 성격상, 꽤나 극단적으로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괜히 다치지 마시고 일단은 지부장을 만나십시오.”

“…뭐?”

그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지부를 내 발로 걸어 들어가라 이건가? 그놈들이 대놓고 공법을 요구하면 어떡하라고…….”

“그럼 대충 둘러대세요. 저도 타이밍 맞춰서 지부로 갈 테니까.”

“그, 그게 무슨…… 대체 뭘 하겠다는 건가?”

“하아. 하라무라 씨.”

참 답답한 사람이군,

본인 명줄 늘려주겠다는데, 뭘 자꾸 꼬치꼬치 캐묻는가.

“그냥 입 닫고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세요. 여기서 패가망신하고 싶지 않으시면.”

“…….”

“어쨌든 전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괜히 험한 꼴 보지 말고 지부로 가세요.”

그 말을 끝으로 난 한유빈을 데리고 사무실을 벗어났다.

“아영 씨 마음을 좀 알겠네.”

한유빈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갑자기 그게 뭔 소립니까?”

“답답해 죽겠다고요! 뭘 알고 있었으면 미리 얘기라도 좀 해주던가. 무슨 생각인지 말도 안 해주고 끌고만 다닐 거면 난 왜 데리고 왔대?!”

“…….”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아영 본부장이랑 다닐 땐 한 번도 못 들어본 말인데. 하긴, 이아영이랑은 정반대인 사람이니까.’

물론 이아영 또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궁금해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녀는 굳이 대답해 주지 않아도 어쨌든 따라와 준다.

자신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건, 자신은 몰라도 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좋게 말하면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있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맹목적인 거겠지.

하지만 한유빈은 그런 성격이 아니다.

이아영과 다르게 옆에서 묵묵히 지원해주는 스타일이 아닌, 앞에서 이끄는 성격에 가깝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가 납득 못 하면 움직이지 않는다.

앞에서 이끄는 사람 입장에서는 귀찮긴 해도, 그게 나쁘게만 볼 순 없다.

반대로 말하면, 본인이 납득만 한다면 그게 무슨 일이 됐건 완벽하게 처리하는 사람이니까.

귀찮긴 해도 어쩔 수 없지.

“미안합니다. 이번엔 좀 급해서 말을 못 했습니다. 뭐, 앞으로는 주의하도록 하죠.”

“아, 어? 네, 네…….”

설마 사과를 받을 줄은 몰랐는지, 오히려 본인이 더 당황스러워한다.

참 나,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데 반응이 뭐 저래.

“아무튼, 그래서 어떻게 하라무라 가문의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겠다는 거예요?”

화제를 전환하듯 한유빈이 넌지시 물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대답했다.

“하라무라 씨한테는 지부장을 만나서 대충 둘러대라고 했지만, 사실 무조건 들킬 수밖에 없을 겁니다. 공법에 눈이 돌아간 놈들인데 협박이든 협상이든 하려고 들 테니까요.”

“그, 그럼 위험한 거 아니에요? 지부에 거짓말인 걸 들켜버리면……”

“일본의 유명한 속담 중에, 거짓말도 100번을 하면 사실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게 한·일 양국의 과거사 문제로 번져 이래저래 말이 많긴 했지만, 일본인이 어떤 사람인가 이해할 때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런 놈들이, 하라무라 가문의 소문이 거짓말인 걸 알았다고 해서 국제 협회 본부에 이실직고라도 할 것 같습니까?”

“……아.”

한유빈은 그제야 내 말을 이해한 듯했다.

“어떻게서든 숨기려 할 겁니다. 지부가 알아서 진실로 만들어줄 거라는 소리죠.”

나는 먼저 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우린 그저 거기에 불을 좀 붙여주면 됩니다.”

***

카르마 코퍼레이션 대표가 사무실을 나선 지 얼마 안 된 시각.

회장의 사무실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

“설마 놈들 말을 믿는 건 아니지?”

“…….”

회장이 물었지만 하라무라는 대답이 없었다.

“저건 그냥 협박하는 거야, 이 자식아! 저놈이랑 손을 잡았다간 평생 약점 잡혀서 살 거라고!”

“그럼 뭐 여기서 다 이실직고하고 패가망신하라고?”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잘 숨어다니면 되지 않겠냐는 거지.”

“언제까지? 1년? 2년? 아니면 죽을 때까지?”

“…….”

“너도 알잖아. 우리 아들놈 이번에 도쿄대 들어간 거. 어미 없이 컸는데도 그렇게 똑 부러진 놈이 됐다고. 최소한 아들놈 결혼식에는 갈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

하라무라는 이미 결정을 내린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던 참이었다.

쾅―!

“혀, 형님!!”

한 조직원이 문을 부서져라 열어젖히며 다급하게 회장을 찾았다.

“뭐, 뭐야. 무슨 일인데?”

“본부에 웬 놈이 침입했습니다! 형님을 찾고 있는 것 같은데, 막을 수가 없습니다! 벌써 밑에 있는 놈들은 다 당했습니다!”

“……뭐라고?”

“이, 일단 피하셔야 합니다!! 제가 시간을 끌 테니 어서…!”

탕―!

돌연 뒤에서 들려 온 총성과 함께 조직원이 바닥에 푹 쓰러졌다.

“여기 계셨네요.”

한 젊은 남자가 어색한 일본어를 구사하며 사무실에 들어섰다.

회장과 하라무라의 몸이 바짝 얼어붙었다.

“지부장님이 아주 눈에 불을 켜고 찾고 계십니다, 하라무라 씨. 이제 고집 그만 피우시고 갑시다.”

젊은 남자가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하라무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안 그래도 가려고 했네. 그러니 총은 내려두고…….”

두 손을 들며 남자에게 다가가려던 순간.

“이, 이 자식…! 지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던 회장이 곧바로 단도를 꺼내 들었다.

[고유 스킬 : 염라]

쿡―!!

“……커헉!”

물론 명을 재촉하는 짓일 뿐이었다.

난데없이 회장의 가슴에서 비석이 솟아올랐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고개가 풀썩 떨어졌다.

“…….”

하라무라는 바들바들 떨리는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내 젊은 남자의 무미건조한 표정이 시야에 들어왔다.

놈을 본 순간 하라무라는 직감했다.

녀석은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인간이라는 것을.

***

“간만입니다. 하라무라 선생님.”

기어이 쇼이치 지부장과 하라무라 료헤이가 일본 지부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이, 이보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나. 나 하나 찾겠다고 사람까지 죽이다니…….”

하라무라는 여전히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쇼이치 지부장은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시다시피 지부를 키운 건 선생님입니다.”

의례적인 이야기로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소통을 끊으시니, 운영이 곤란해진 걸 떠나서 너무나 안타깝더군요. 그간 누구보다 신뢰가 쌓였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저로선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선생님이 왜 갑작스레 연락을 끊은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저흰 아직까지 선생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

“다시 수주를 받을 생각이 없으시다면 공법이라도 팔아주십시오. 가격은 섭섭지 않게 쳐 드리겠습니다.”

“거절하겠네.”

“백억 엔.”

“……?!”

“그래도 싫으십니까?”

고작 한 가문의 공법에 백억 엔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당연히 받아들였을 조건이겠지만…… 하라무라는 그럴 수 없었다.

내준다면 거짓말이라는 게 들통난다.

애초에 가문의 공법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으니까.

애써 대답을 아끼고 있자, 쇼이치 지부장의 시선이 하라무라를 데리고 온 젊은 남자에게 향했다.

“황 대리님. 하나만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시죠.”

“이번에 하라무라 선생의 아드님이 도쿄대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이름은 마사토. 경제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이라는데, 여기로 데리고 와주십시오.”

쇼이치 지부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젊은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을 나섰다.

“자, 잠깐! 대체 뭘 하려고…!”

좋지 않은 일임을 직감한 하라무라가 기겁하고 나섰다.

“너, 시발! 마사토한테 손끝이라도 대면 내가 죽여버릴 거야!! 당장 그만둬!! 그만두라고!!”

“하라무라 선생님.”

벌떡 일어나 난동을 부리는 하라무라에게 쇼이치 지부장이 목소리를 낮춰 입을 열었다.

“지금 제가 정중하게 부탁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니면 아드님 목을 여기에 가져다 놔야, 제 제안을 들어 처먹을 생각이 좀 나실까요?”

“……!”

그의 낯빛에 그늘이 드리웠다.

이내 현실을 외면하듯 눈을 질끈 감았다.

더는 안 된다.

마사토까지 걸린 이상 이젠 버틸 수 없다.

결국, 하라무라는 바들바들 떨리는 입술을 억지로 열었다.

“……거짓말이다.”

“예?”

“다 거짓말이라고! 특수 무기니, 공법이니 그딴 건 처음부터 없었어!”

쇼이치 지부장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그게 무슨 개소립니까. 그럼 C급이 레드 등급 토벌한 건…….”

“나도 몰라 시발! 우연이었겠지! 애초에 민간 길드가 팔고 남은 하급 부산물 들여와서 겉보기에만 그럴싸하게 만든 것들이야!”

“…….”

“공법이고 나발이고 처음부터 그런 건 없었어. 이제 됐나?! 알아들었으면 제발 마사토는 건들지 마!”

거의 절규하듯 소리쳤지만, 이미 쇼이치 지부장의 귀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이게 지금 무슨…….’

여태까지 다 거짓말이었다고?

처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만약 이 사실이 본부 귀에 들어가게 되면, 일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진다.

하라무라 공방이라는 브랜드를 잃는 것은 물론, 당연히 하라무라 공방과 국제 협회 사이에서 계약 책임을 맡았던 본인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랬다간 여태까지 쌓아온 일본 지부의 영향력도 모두 잃어버린다.

‘안 되지. 그것만큼은 절대 안 돼.’

쇼이치 지부장이 이를 빠득 씹으며 머리를 굴리던 그때였다.

똑똑―.

“저, 지부장님…….”

히나 보좌관이 그를 찾았다.

“뭐야? 지금 바쁜 거 안 보여?!”

“그게… 지금 지부에 카르마 코퍼레이션 대표가 찾아왔습니다.”

“……뭐? 그놈들이 갑자기 왜?”

“다른 건 아니고…….”

방금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턱이 없는 히나 보좌관은 굉장히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라무라 공방과 무기 수주 계약을 진행하고 싶다고 합니다.”

“…….”

물론 쇼이치 지부장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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