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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64화 (16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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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외곽에 위치한 한 던전 앞.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먼저 도착해 있던 쇼이치 지부장이 악수를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큰 거래를 앞두고 있는데 잘 못 지낼 리가 있겠습니까. 하하.”

“그거 다행이군요.”

“그나저나… 오늘은 비서분과 같이 오지 않으신 겁니까?”

쇼이치 지부장이 내 옆을 힐끔거리며 묻는다.

보아하니 한유빈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네. 다른 일이 있어서 오늘 테스트에는 부득이하게 참여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렇군요. 뭐 일반인이 던전에 들어가기엔 조금 위험하기도 하니까요.”

“…….”

진짜 되는 대로 지껄이네.

그 일반인이 일본 전역 야쿠자를 통일했다고 하면 까무러치겠군.

“그나저나, 생각보다 사람이 많군요.”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혹시 몰라서 작전팀과 같이 진행할 예정입니다. 밖에선 통제팀 직원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을 거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슥 훑었다.

장비를 점검하는 헌터들 사이로, 한구석에서 쭈뼛거리고 있는 하라무라 류헤이가 눈에 들어왔다.

‘몰골을 보니 대충 감이 오네.’

일주일 동안 꽤나 호되게도 당한 모양이다.

뭐, 자업자득이다.

다른 상대도 아니고, 일본 지부와 국제 협회를 상대로 거짓말을 했으니 저 정도 값은 치러야겠지.

아무튼, 그건 그거고.

“저, 혹시 하라무라 선생님이신가요?”

“예, 예…? 아, 네…….”

“김준우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처음 만나는 척 다가가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라무라는 퍽 당황스러운 듯 시선을 가만히 두지 못했지만, 애써 모른 척을 맞춰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난 슬며시 하라무라에게 바짝 붙어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물었다.

“테스트는 눈속임이네. 이후에 거래가 진행되면 내가 자네를 끌어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로 만들 생각이야.”

“……그렇군요.”

“이 거래, 받지 말게. 나한테도 그렇고 자네한테도 좋을 게 하나 없어.”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저도 나름 궁지에 몰려 있는 터라.”

“…….”

“뭐, 너무 걱정 마십시오. 일주일 동안 놀고 있던 건 아니니까요.”

그 말을 뒤로하고 원래 자리로 복귀했다.

쇼이치 지부장이 대뜸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하라무라 선생님과 구면이신가요?”

“음? 아뇨.”

“그런 것치곤 꽤 긴밀한 대화를 나누시는 것 같던데…….”

“그렇게 보였습니까? 별 이야기 안 했습니다.”

쇼이치 지부장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내 테스트 진행을 위해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테스트는 이곳, 오렌지 등급의 동굴형 던전에서 진행할 생각입니다. 보스는 설귀, 고스트 타입 몬스터입니다.”

“물리 공격은 안 통하겠군요.”

“잘 알고 계시는군요. 상성에 맞춰 진행하면 테스트에 의미가 없어 이렇게 준비했습니다.”

그는 가져온 슈트케이스를 열었다.

안에서 꺼낸 무기는 날이 시퍼렇게 서 있는 장도였다.

“하라무라 선생님께서 이번 테스트를 위해 특별히 준비해주신 무기입니다. 하라무라 공방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오오타치(大太刀) 라인의 10번째 무구, 십수반월경(十獸半月經)입니다.”

“호오…….”

참 나, 뭔 이름이 그리 거창해.

어디서 외형만 그럴싸하게 만든 장난감 칼일 게 뻔한데.

“마지막으로 이번 테스트에 참여해줄 헌터입니다. 고레다! 이리 와서 인사드려.”

쇼이치 지부장은 한 남자를 내 앞으로 불러 세워 인사시켰다.

“고레다입니다. 클래스는 검사, 랭크는 C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고레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악수를 건넸다.

나는 그의 손을 잡는 순간, 이상한 점을 단번에 파악했다.

이 새끼…….

약지와 소지 아랫마디에 굳은살이 없다.

‘검을 쥐는 놈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건데.’

헛웃음을 뱉으며 그를 빠르게 살폈다.

기본적인 근력 운동을 한 몸이지만, 상체와 비교해 하체의 근육이 덜 발달해 있다.

이건 토벌에서 그다지 움직임이 많지 않은 포지션이라는 뜻이다.

목숨을 걸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검사 클래스가 이 상태라면 C랭크는커녕, 진작 관짝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게다가 잦은 포션 복용으로 인해 변색된 입술.

손등과 얼굴에 남은 마력 리바운드의 흔적.

이놈이 검사 클래스라고?

김민주가 들으면 거품을 물겠군.

‘딱 봐도 A랭크 수준의 마법사 클래스네…….’

검사 클래스인 척하면서, 특별한 무기라는 걸 어필하겠다?

머저리 같은 놈들, 차라리 귀신을 속여라.

“저, 준비되셨으면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고레다와 작전팀을 필두로 우리는 던전으로 들어섰다.

***

「테스트 시작. 준비한 대로 진행해주십시오.」

문자를 확인한 한유빈은 옅은 한숨을 뱉었다.

‘하여간… 여기까지 와서도 잡일은 다 나한테 시킨다니까.’

그렇게 중얼거리기도 잠시, 그녀는 앞에 있는 남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히가시 구미는 뉴스에 전해준 내용을 뿌리고, 고레다 구미는 정치인들한테 압력 넣어. 오니즈카 구미는 인터넷 여론을 맡고. 나머지는 밑에 놈들 풀어서 시위 주도 시작해.”

“알겠습니다.”

“네.”

각 조직의 우두머리였던 이들이 머리를 조아렸다.

물론 해당 지시는 모두 사전에 김준우가 준비해 둔 내용이었다.

각 분야를 주름잡고 있는 조직을 이용해서 일본 지부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

그리고 그 내용은…….

‘최근 몇 년간, 일본 지부는 하라무라 류헤이를 협박하여 국제 협회를 상대로 가짜 무기를 유통시켰다.’

지역 언론을 잡은 이들이 그 내용을 보도하고, 정치권에 개입하고 있는 이들은 발맞춰 책임 회피성 꼬리 자르기를 제안.

마지막으로 일본 지부로 인해 국제 협회로부터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를 일반 시민들에게 심어준다.

테스트가 끝날 때쯤이면, 일본 지부는 자국민에게 완전히 버려져 모든 영향력을 잃은 뒤겠지.

한유빈은 커다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다들 슬슬 움직이자.”

“네! 누님!!”

한자리에 모인 수백 명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일본 전역의 굵직한 야쿠자 조직이 통합되면서 만들어진 신 세력.

하부 조직원까지 모두 합쳐 수십만 명이 넘는 그 세력의 우두머리가 된 한유빈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냐.’

상당히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

“하압!”

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고레다가 우렁찬 기합과 함께 검을 휘둘렀다.

엉성하기 짝이 없는 자세.

그럼에도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마법이 몬스터를 차례차례 쓰러트려 갔다.

“어떻습니까. 소문대로 엄청나지 않습니까?”

“…….”

쇼이치 지부장이 물었지만, 딱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쇼에 가까운 허접한 눈속임에 대체 무슨 감상평을 바라는 건지 참.

“뭐… 성능은 확실한데, 원래 이렇게 원할 때마다 무기의 힘을 끌어낼 수 있는 겁니까? 제가 알기론 자격이 된 사람한테만 힘을 준다고 그러던데요.”

“……고레다는 자격이 있는 헌터니까요.”

“그것참 편리하군요.”

내가 담담하게 말하자 쇼이치 지부장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들킬까 봐 노심초사하는 것 같은데, 그럴 거면 좀 더 잘 준비하던가.

이게 뭐야, 이게.

‘차라리 절체절명의 순간에만 쓰는 거로 하던가……,’

허접한 모습에 어이없어하는 사이, 어느샌가 우린 보스 방 앞에 도착했다.

근처에 다가갔을 뿐인데도 엄청난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 쇼이치 지부장이 슬쩍 물었다.

“아무래도 보스는 좀 위험하니, 밖에서 기다리시는 게 어떻습니까?”

“아뇨.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끝까지 보고 싶군요.”

“…알겠습니다.”

보스 방에선 쇼를 하기 힘들 것 같으니 그렇겠지.

물론 어림도 없지만.

모두가 보스 방으로 들어섰다.

사아아아―!!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설귀였다.

나 또한 처음 마주하는 몬스터다.

보아하니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다.

‘이거… 고생깨나 하겠군.’

아니나 다를까, 줄곧 자신감이 넘치던 고레다 또한 이번만큼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검을 쥔 손이 조금씩 떨려오는 것이 보였다.

너무 과하게 긴장한 탓인지, 결국 고레다가 실수를 저질렀다.

[고유 스킬 : 볼케이노]

쿠구구궁―!!

내가 보는 앞에서 마법 스킬을 써버린 것이다.

“……!”

동시에 쇼이치 지부장이 크게 당황했다.

곧바로 내 눈치를 살핀다.

내가 별다른 반응이 없자,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성급하게 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자, 작전팀도 같이 토벌 진행하자. ”

“네!”

뒤따라온 작전팀이 전투태세를 취했다.

[고유 스킬 : 썬더 피스트]

[고유 스킬 : 폭주 - 천년광기]

[고유 스킬 : 사자소생(死者甦生)]

파지직―!

쾅, 콰광―!!

퍼버버벙―!!

이윽고 시작된 전투.

팔짱을 낀 채 그들의 토벌을 지켜보았다.

일단 구색은 제대로 갖추고 있나 보네.

“그래서, 이 거래가 성사되면 하라무라 씨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토벌이 진행되는 가운데 쇼이치 지부장을 향해 넌지시 물었다.

“……그게 무슨?”

“저희가 계약을 한다고 해도 어차피 거래가 진행되면 들킬 게 뻔하지 않습니까. 저 무기가 거짓말이라는 걸.”

“……!”

그의 눈썹이 크게 요동쳤다.

“받을 거 다 받으면 하라무라 씨를 자살로 몰고 가실 생각입니까? 뭐, 카르마의 무리한 요구를 감당할 수 없다는 유서 하나만 준비해 두면 딱이긴 하겠군요.”

“당신 지금…….”

“하라무라 가문의 소문이 거짓이었다는 것도 영영 묻을 수 있고, 저희한테 책임을 전가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 아닙니까?”

“…….”

그의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졌다.

아니, 살기를 품었다.

“다 알면서 우리를 떠본 겁니까…?”

“떠본 건 아닙니다. 정말로 계약을 진행하려고 했으니까요.”

나는 그를 향해 돌아서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그때 개소리만 하지 않았으면.”

“……뭐?”

“기억도 못 하는 거 보니까 더 말할 필요도 없겠군요.”

맞은 놈은 기억해도 때린 놈은 기억 못 한다는 게 정말이었군.

“그래서? 대체 뭘 원하는 거죠? 사과라도 하라는 겁니까?”

“설마요. 돈도 안 되는 사과 들어봐야, 얻다 쓴다고.”

애초에 사과할 생각이었으면 진즉에 했겠지.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일본 지부, 저한테 넘기십시오.”

“하, 이런 미친놈을 봤나…….”

본론을 꺼내 들자 쇼이치 지부장이 피식 웃음을 뱉었다.

“지금 일본에서 일본 지부를 협박하는 겁니까? 뭐, 하라무라 가문의 소문은 거짓이라고 언론에 제보라도 하게요? 일본 지부는 곧 일본 그 자체입니다. 일본이 미쳤다고 우리에 대해서 안 좋은 소식을 낼 것 같습니까?”

“하하, 하하하!”

“……?”

“최근에 뒷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시나 보군요.”

쇼이치 지부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은 순간.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지, 지부장님! 지금 전 언론에서 저희가 가짜 무기 유통을 주도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뭐?!”

「인터넷에선 국제 협회에 보복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어요! 사람들은 보복당하기 전에 지부를 퇴출해야 한다고 하고 있고…!」

“국회는?! 그 새끼들한테 처먹인 돈이 얼만데, 가만히 있진 않을 거 아니야!”

「국회에서도…… 꼬리를 자르려는 것 같습니다.」

“…….”

쇼이치 지부장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이내 내 멱살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너,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미 벌어진 마당에 그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이 새끼가 감히 국제 협회 지부를 상대로 개수작을…!”

“국제 협회 지부라…… 글쎄요. 이 던전에서 나가는 순간 당신은 구속될 겁니다. 지부는 온갖 지원이 끊길 거고, 토벌에 수많은 제약이 생기겠죠. 근데 뭐 그런 것보다…….”

더 걱정할 게 있지 않아?

“이빨 다 빠진 지부를, 국제 협회가 계속 붙들고 있을 것 같습니까?”

“…….”

“지금이라도 일본 지부, 저한테 넘기십시오. 저희가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일본 지부가 한국을 도와줬던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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