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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75화 (17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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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의 사건이라니?”

대놓고 떠보는 질문에 나는 일단 모른 척 입을 열었다.

하지만 클로이는 그것마저 의심하는 건지,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모르는 척하는 건지, 정말 모르는 건지…….”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겁니까. 알아듣게 설명을 하시죠. 진짜 궁금해지려고 그러니까.”

“…….”

클로이는 가만히 서서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러더니 더 이상 에너지를 소비하기 싫은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됐어요. 가서 볼일 봐요.”

“…….”

그리곤 먼저 자리를 떴다.

나는 그녀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모른 척 표정을 유지했다.

‘…뭔가 있긴 있구만?’

이내 피식 실소를 뱉었다.

어떻게든 감추려고 하는 모양인데…… 저렇게 대놓고 티를 내주면 오히려 더 알려주는 꼴이 아닌가.

괜히 더 파헤치고 싶어지네.

“연락처는 알아냈어요?”

마침 다가온 김민주가 물었다.

“응. 차량도 빌려준다고 하니 바로 한번 만나보자고.”

“좋네요. 시간도 널널하니…….”

한유빈이 대신 대답했지만, 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세 명이 다 같이 움직이면 분명 저쪽에서도 이상하게 볼 겁니다. 클로이도 벌써 의심하기 시작했고요.”

“……?”

“엄연히 토벌 사업을 위해서 온 거 아닙니까. 최소한 한 명 정도는 일하는 척이라도 해줘야죠.”

“그래서요…?”

“한유빈 씨는 매입할 지역으로 가서 토벌 시스템 검토해주세요.”

“…….”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혼자 가요?”

“뭐, 클로이라도 붙여드립니까?”

“…….”

도끼눈을 뜨고 날 바라보길 잠시.

그녀는 옅은 한숨과 함께 털레털레 복도를 걸어 나갔다.

“여기 직원들이 보면 까무러치겠네요.”

“뭔 소리야?”

“상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지부를 다 뒤집어엎고 나간 분인데, 선생님 말에 저렇게 고분고분 따르는 걸 보면 충격 먹지 않겠어요?”

“…….”

그 정도야?

***

“역시 대표님이라니까!”

카르마 코퍼레이션 지원본부장실.

방금 막 귀국한 하성일 본부장은 그곳에서 박람회 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가 감탄사를 터트리자, 이아영 본부장이 꽤나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감탄할 일이에요?”

“당연하죠. 임시 보관소 하나 때문에 박람회까지 여는 대표가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

“솔직히 대표님이 정말 농땡이 피우려고 그런 거겠습니까. 이 본부장님도 잘 아실 거 아니에요. 본인 직원한테 문제 생기면, 절대 그냥 못 지나치는 분이라는 거.”

“……알죠.”

그걸 모를 리가 없다.

김준우한테는 농땡이다 뭐다 하면서 잔소리를 늘어놓았지만, 그가 정말 농땡이 필 생각으로 일을 벌인 게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여전히 청소팀에 대한 인식이 바닥이라는 것을 참을 수 없었겠지.

그리고 과정을 떠나서 박람회 개최는 결과적으로 꽤나 효과가 있었다.

아파트 단지가 합동해서 임시 보관소 폐쇄를 요청하고 있다는 걸 굳이 사람들에게 알리진 않았지만, 어떻게 된 건지 인터넷상에서 알음알음 퍼져나기 시작했다.

박람회를 갔다 온 사람들은 이기적인 그들의 행태를 맹렬하게 비판했고, 점점 여론이 과열되자 결국 지자체까지 나서주었다.

그 결과, 모든 임시 보관소를 다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덤으로 던전 청소팀이 작전팀, 지원팀과 마찬가지로 엄연히 토벌 인원이라는 인식이 이제야 자리 잡기 시작했다.

듣자 하니 임시 보관소 폐쇄를 반대하는 사람들 중심에 강순복 부녀회장이 있었다던데…….

뭐, 아직 사실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런데 청소팀과 지역 사람들 사이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 대체 어떻게 인터넷에 퍼진 겁니까? 우리 쪽에서 기사화한 적도 없다면서요.”

이아영 본부장이 목소리를 팍 죽이며 대답했다.

“박근태 부장님 아드님이 X튜버래요.”

“아…….”

하성일 본부장은 그 한마디에 모든 걸 납득했다.

“어쨌든 이렇게 손수 직원들을 챙기는 분이 어디 흔합니까. 모든 직원에게 인정받고 있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죠.”

“뭐… 그렇긴 해요.”

“이대로만 가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도 시간문제 아니겠습니다. 머지않아 정말 국제 협회를 집어삼킬지도 모르겠네요.”

“글쎄요…….”

늘 자신감에 차 있던 이아영 본부장이 뜻밖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하성일 본부장은 퍽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있죠. 국제 협회가 기어이 뱅크 아이템을 모두 소유하게 됐잖아요.”

“……?”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물음이 얼굴에 쓰여 있는 표정이었다.

“지금 던전과 헌터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에요. 수에 차이만 있을 뿐, 헌터와 던전이 없는 나라는 없죠. 심지어는 토벌 사업이 유일한 국가 산업인 나라들도 있고요.”

“그, 그렇죠. 그 덕에 우리도 돈을 벌고 있는 거고요.”

“그런데 어느 한 명이 모든 뱅크 아이템을 소유하게 되면, 전 세계 모든 던전과 헌터를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게 돼요.”

“……!”

“가령 전 세계 던전 출현 숫자를 임의로 조정해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할 수도 있고, 그걸 빌미로 모든 국제 정세에서 주도권을 쥘 수도 있겠죠.”

“그건…… 확실히 위험하군요.”

“뭐, 차라리 그것뿐이라면 다행이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더한 것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하성일 본부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막을 방법은 없는 겁니까?”

“뱅크 아이템을 다시 회수한다면 막을 수 있겠죠. 대표님도 그걸 위해서 미국에 간 거고요. 물론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실패한다면 차선책은 있습니까?”

“글쎄요.”

이아영 본부장이 말끝을 흐렸다.

이걸 차선책이라고 해야 할지 본인도 망설여진 까닭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건 거의 도시 괴담 수준의 이야기였으니까.

“에덴, 이라고 들어봤어요?”

“……아뇨.”

하성일 본부장의 눈썹이 물결친다.

“50년 전, 그러니까… 전 세계에 차원이 열리고 이능력이 생겨난 그 날, 지구에 혜성이 하나 떨어졌어요.”

“아, 그건 알고 있습니다. ‘시니아’라는 혜성이었죠?”

“맞아요. 전 세계 과학자들은 그 혜성 때문에 지금의 현상이 일어났다고 추측하고 있고요. 그래서 혜성을 조사해보면 다시 세상을 원래대로 돌릴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말도 나오고 있죠.”

이아영 본부장은 펜을 굴리며 말을 이었다.

“근데 아쉽게도 혜성의 잔해들을 아무리 연구해봐도 특별한 점은 찾지 못했어요. 그냥 죄다 얼어붙은 돌멩이였죠.”

“이 현상이 일어난 게 혜성과는 아무 연관도 없다는 소리군요.”

“확신할 순 없어요. 아직 연관성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당시 연구원 중 한 명이 내놓은 가설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꽤 유행을 타기도 했고요.”

“가설이라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시니아의 핵이 이 모든 현상을 일으킨 원인이다, 라는 가설이죠.”

이아영 본부장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네. 에덴은 그 시니아의 핵을 말하는 거예요.”

하성일 본부장의 표정이 꽤나 복잡해졌다.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던 까닭이었다.

이아영은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목소리에 힘을 빼며 말했다.

“에덴을 파괴한다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 뭐 그런 이야기에요.”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건…….”

“말 그대로 던전도, 헌터도, 이능력도 없던 그 시절 말이에요.”

“…….”

“하지만 결국 가설일 뿐이고, 실제로 에덴이라는 게 있는지조차 모르니……. 그냥 괴담 수준의 이야기죠.”

말을 마친 이아영이 손을 휘이 저었다.

깊게 생각할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의미였지만, 하성일 본부장은 여전히 심각한 얼굴이었다.

“만약 그 에덴이라는 걸 발견한다면, 뱅크 아이템은 무용지물이 되겠군요.”

“그렇겠죠. 던전도, 이능력도 모두 사라질 테니까. 물론 발견한 사람이 에덴을 파괴했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당연히 파괴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네…?”

“전 세계에 던전 관련 종사자만 수억 명이에요. 던전이 사라지면 그 사람들 모두 일자리를 잃는 셈인데, 누가 그걸 쉽게 파괴하겠어요. 하 본부장님이랑 나도 마찬가지고. 하물며 청소팀이 발견해도 절대 파괴 안 할걸요?”

“…….”

하성일 본부장은 대답을 아꼈다.

반박할 여지도 없이 맞는 말이었으니까.

“더군다나 국제 협회가 먼저 에덴을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뭐, 그건 가장 최악의 상황이겠죠.”

“어려운 문제군요.”

“그렇죠. 실존하는지도 모르고, 설령 있다고 해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또 발견한다고 해도 국제 협회 손에 들어간다면 그땐 정말 방법이 없고.”

“……만약 그게 발견된다면 말입니다.”

이내, 하성일 본부장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왕이면 대표님이 발견했으면 좋겠군요.”

이아영 본부장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동감이에요.”

***

“여기 맞아?”

“네, 주소는 여기 맞아요.”

뉴욕 근처 도시, 트렌턴에 위치한 주택가.

평범하기 그지없는 집 앞에 차를 세우고, 서류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올리버 존슨, 34살. 청소 2팀 소속으로 5년간 근무. 그러다 3년 전 개인 사정으로 인해 퇴사…….”

3년 전의 청소 2팀이라면 확실하다.

그 던전에 있었던 인물 중 한 명이다.

‘담을 쌓고 있다길래 어디 꼭꼭 숨어 있는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군.’

나는 어딜 봐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집을 슬쩍 훑었다.

어쩌면 쉽게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주택의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

탕―!!

“……?”

“……?”

분명 집안에서 총성이 들렸다.

동시에 웬 총알이 문을 뚫고 내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갔다.

‘……하.’

쉽긴 개뿔.

“서, 선생님… 일단 뒤로 좀 피하죠.”

“아니, 괜찮아.”

정말 죽일 생각이었으면 한 발로 끝내지 않았겠지.

이건 그냥 위협용이다.

물론 위협용이라고 해도, 벨을 누르자마자 총을 갈기는 게 정상은 아니지만.

‘대체 뭘 그렇게 무서워하는 걸까.’

잠시 기다렸다가 굳게 닫힌 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카르마 코퍼레이션 김준우 대표라고 합니다.”

“…….”

“이번에 저희 쪽에서 청소팀을 하나 신설하는데, 마이클 지부장님이 선생님을 추천해주시더군요. 혹시 이야기 좀 나눠볼 수 있을까요?”

“……돌아가.”

그 대답을 원한 게 아닌데.

“저희 팀으로 와주신다면 기존보다 높은 연봉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관심 없으니까 돌아…!”

“더불어 선생님의 안전도 보장해드리죠.”

“……!”

순간 대답이 끊겼다.

무거운 정적이 이어지길 잠시.

“너, 너… 국제 협회에서 온 거 아니야…?”

드디어 그가 제대로 된 말을 뱉었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흰 국제 협회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저흰 그저 신설될 청소팀에 선생님을…….”

“거짓말하지 마! 퇴직한 청소부라면 나 말고도 수백 명이잖아! 날 찾아온 진짜 목적이 뭐야!!”

“진짜 목적이라…….”

극도로 겁에 질려 있는 만큼 눈치도 빠르군.

에휴, 어쩔 수 없지.

경계를 풀려면 나 또한 본심을 내비치는 수밖에.

“전 국제 협회를 없애려고 합니다.”

“……?!”

“어떻게, 이제 대화를 좀 나눠볼 생각이 들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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