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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76화 (17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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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는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문을 열어주었다.

그렇게 마주한 남자는 꽤나 피폐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

움푹 팬 두 눈과 턱 끝까지 내려온 다크서클.

살아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마른 몸.

누가 봐도 족히 몇 달은 바깥출입을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두 명이 끝이냐? 더 없는 거지?”

“예. 이쪽은 저희 작전 본부장…….”

“관심 없으니까 입 닥치고 들어와.”

올리버가 말을 끊으며 손짓을 한다.

우리가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도 몇 번이나 더 주변을 살핀 후에야 문을 닫았다.

‘아이고…….’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고개를 저었다.

모든 창문을 암막 커튼으로 가린 탓에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한 거실.

청소와는 담을 쌓고 사는 듯 어수선한 물건들과 눈에 띄는 곳곳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총기들.

무엇보다 시선이 가는 건, 모든 문에 달려 있는 자물쇠.

‘어떻게 사는지 대충 감이 오네.’

집 안을 한 차례 훑어보곤 올리버를 향해 물었다.

“혼자 사시는 겁니까? 아내분과 아이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집안 꼴이 이런데 어떤 여편네가 붙어 있겠어. 진즉 이혼했지.”

“…유감입니다.”

“맘에도 없는 소리 집어치워.”

올리버는 술병이 널브러진 소파에 풀썩 몸을 던졌다.

“국제 협회입니까?”

“……뭐?”

“이렇게까지 두려움에 떨면서 지내시는 이유 말입니다.”

“…….”

올리버의 낯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내 깊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언제든 찾아와서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정상적인 생활이 안 되더군.”

“죽일지도 모른다니요. 협박이라도 받고 있는 겁니까?”

“…….”

대답을 아끼길 잠시.

“그 전에, 네 이야기 먼저 해봐. 국제 협회를 없애버리겠다니,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을 뻔했다고. 설마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도리어 그가 질문을 던진다.

‘믿을 만한 놈인 건지 확인해 보겠다 이건가…?’

하여간 번거롭게 하는군.

“물론입니다.”

“계획은 있고?”

“전 세계 국제 협회 지부를 비롯한 모든 독립 협회를 인수할 계획입니다.”

“그게 다야? 만약 지부들이 인수 제안을 거절한다면 어떡하려고?”

“해당 국가의 지역 토벌권을 매입해서 자체 토벌을 진행할 겁니다. 지부를 굳이 인수하지 않아도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겠죠. 때문에 곧바로 작업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이 많이 필요합니다. 선생님을 찾아온 것도 그 이유 때문…… 이라는 게 일단 표면상의 이유입니다.”

“흠.”

이해한 건지, 못 한 건지 알 수 없는 반응이다.

뭐, 어쩌면 처음부터 내용 따윈 신경도 안 쓰고 있었던 걸 수도 있고.

“국제 협회를 없애려는 이유는 뭐야. 사업적인 야망, 뭐 그런 건가?”

“조금 더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뭐?”

“죽기 전에 사무총장 한번 해보고 싶어서 말이죠. 그런데 기존 국제 협회와 영 사이가 안 좋아서…… 이렇게 된 거 제가 새로 하나 만드는 게 빠를 것 같더군요.”

“……하! 별 미친놈을 다 보겠군.”

“종종 듣습니다.”

올리버가 처음으로 웃는 표정을 보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최근 국제 협회가 아주 중요한 물건을 손에 넣었다더군요.”

“……뭐?”

“그걸 가지고 있는 한, 제가 국제 협회를 없애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국제 협회 직원 한 명과 거래를 했습니다. 국제 협회가 가지고 있는 그 물건을 우리에게 넘기는 대가로, 3년 전의 사건을 알아봐 주겠다고요.”

“……!”

“이게 선생님을 찾아온 진짜 목적입니다.”

나는 올리버를 향해 상체를 숙였다.

“대체 3년 전, 그 던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올리버는 또다시 입을 닫았다.

무척이나 고민하는 듯한 표정.

“……그래 시발 말해줄게. 대신 국제 협회를 없애겠다는 말, 반드시 지켜.”

“물론입니다.”

불안한 얼굴로 나와 김민주를 계속 힐끔거리던 끝에,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에덴.”

“……예?”

“3년 전, 그 던전에서 에덴을 발견했어.”

“…….”

시발, 지금 뭐라고?

***

“이능석이랑 시간석이 필요하다고요?”

국제 협회 본부, 사무총장실.

웨슬리 사무총장이 노아 밸런스 팀장을 향해 되물었다.

“네.”

“당신이 그게 왜 필요하죠?”

“김준우를 죽일 생각입니다.”

“…….”

웨슬리 사무총장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제 와서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어차피 우린 필요한 걸 모두 얻지 않았습니까.”

“저번에 만났을 때 위험한 놈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그 뒤로 계속 작전을 준비했습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더 큰 화를 불러올 겁니다.”

“…….”

웨슬리 사무총장은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아닌 게 아니라, 노아 팀장의 말마따나 아무리 뱅크 아이템을 모두 가지게 됐다고 해도 여전히 김준우는 신경 쓰이는 존재이긴 했으니.

우리가 유일하게 컨트롤 할 수 없는 존재.

예측할 수조차 없는 이레귤러.

그놈이 정말 자신을 막기 위해 과거로 온 기사라면, 분명 머지않아 또다시 필사적으로 덤벼들 것이다.

죽여준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겠지만…….

“알고 있습니까? 당신 이전에도 몇 번이나 김준우를 죽이려고 시도했고, 모두 실패했어요. 그 덕분에 PB 코퍼레이션에 대대적인 물갈이도 있었고요.”

“알고 있습니다.”

“확실히 죽일 수 있는 겁니까?”

“제 작전대로라면 확실히 죽일 수 있습니다.”

“그 작전을 위해서 이능석과 시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고요?”

“네.”

“하하, 하하하!”

웨슬리 사무총장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타이밍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당신, 혹시 김준우랑 거래했습니까?”

“……!”

“뭐, 김준우가 당신 여동생이 죽은 이유라도 알려주겠다던 가요? 그 대가로 뱅크 아이템을 다시 가져와달라고?”

그 순간, 노아 팀장이 웨슬리에게 달려들었다.

콱, 멱살을 잡아 올렸다.

“……알고 있었나?”

“뭘 말입니까? 3년 전 미국 지부에서 사망한 청소부가 당신 여동생이라는 거? 아니면 그때부터 당신이 우리 뒤를 파고 있었다는 거?”

“알면서도 날 영입한 거야? 뭐, 옆에서 감시하려는 생각이었나?”

“설마요. 저는 정말 당신의 힘이 필요해서 영입한 겁니다. 애초에 당신이 우리를 의심하고 있다고 해도…… 전 딱히 켕기는 게 없으니까요.”

“뭐라고?”

멱살을 쥔 노아의 손에 힘이 빠졌다.

웨슬리 사무총장은 옷깃을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당신 여동생, 우리가 죽인 게 아닙니다.”

노아 팀장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3년 전 그 던전에서 에덴이 발견됐었습니다. 작전팀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이후 청소팀이 던전을 청소하다가 우연히 손에 넣게 됐죠.”

웨슬리가 말을 이었다.

“당연히 지부에 보고해야 하는 게 절차였지만…… 알게 뭡니까. 정말 에덴이라면 암시장에서 부르는 게 값일 텐데. 무엇보다 본인들만 입 싹 닫으면 들킬 리도 없을 테니, 더더욱 보고할 이유가 없었겠죠.”

“소피아는 그럴 아이가…….”

“네. 그녀는 반대했던 모양입니다.”

노아 팀장이 침을 꿀꺽 삼켰다.

“본인이 다 지부에 보고할 거라고 나섰다고 하더군요. 그러자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을 실랑이가 벌어졌고, 한 남자가 그녀를 밀치는 순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뭐, 뭐…?”

“당신 여동생을 죽인 건 우리가 아니라 그녀의 동료였다는 소립니다.”

그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

“에덴의 이능파를 감지한 밸런스팀이 뒤늦게 던전 앞에 도착했고, 던전을 빠져나오던 그들과 딱 마주쳤죠. 그런데 웬걸, 갑자기 에덴을 던전 안으로 던져버리더군요.”

“…….”

“아무래도 밸런스팀을 경찰로 착각하고,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던 거겠죠. 이후엔 모두와 거래를 했습니다. 당신들이 한 짓을 덮어줄 테니, 에덴에 대해선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고.”

웨슬리 사무총장이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아직 에덴은 당신 여동생과 같이 던전 속에 갇혀있습니다. 빨리 재출현을 해야 할 텐데…… 소식이 없으니 원.”

“…….”

“어떻습니까. 서로 오해도 풀렸겠다, 이 정도면 김준우와 거래는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여동생을 죽인 놈이나, 그걸 덮은 놈이나 내 기준에선 모두 똑같은 놈이야.”

순간 노아의 눈빛이 번뜩였다.

하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분명 똑같은 놈들이지만, 누굴 먼저 처리할지는 정해져 있었으니까.

“소피아를 죽인 그 남자… 이름이 뭐지?”

“뭐였더라…….”

웨슬리 사무총장이 턱을 쓰다듬으며 기억을 헤집길 잠시.

“올리버!”

이내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올리버 존슨이라고 했던 것 같군요.”

“…….”

그 이름을 듣자마자 노아 팀장은 대답도 없이 등을 돌렸다.

사무실을 벗어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웨슬리 사무총장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

“…….”

“…….”

올리버가 이야기를 마쳤지만, 우린 아무런 반응도 못 한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시발, 에덴이 실존하는 거였다고…?’

아니 그것보다…….

노아의 여동생을 죽인 게, 이 새끼였어?

상상도 못 했던 상황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한유빈을 딴 데 보내 놓길 잘했군…….’

이 자리에 있었다면, 십중팔구 이야기를 듣던 중에 올리버를 피떡으로 만들어 놨을 것이다.

빌어먹을.

생각보다 일이 너무 지저분하다.

이걸 노아한테 그대로 전달하는 게 과연 맞을까?

보나 마나 죽인 놈이랑 덮은 놈이랑 똑같다면서 다 쓸어버리려고 할 것 같은데…….

‘시발, 모르겠다.’

어쨌든 뱅크 아이템을 회수하는 게 우선이다.

그가 납득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그다음 문제고.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지만… 네가 국제 협회를 없앤다고 해서 말해준 거야. 찾아올 것 같아서 불안해 죽을 것 같다고. 이 꼴을 봐! 지금 이게 어떻게 사람 사는 거야!”

“그럼, 본인 욕심 때문에 사람을 죽여 놓고 편하게 살 생각이셨습니까?”

“……뭐?”

“제가 국제 협회를 없애는 것과 별개로 선생님은 그 값을 치러주셔야겠습니다.”

“내,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뭐 경찰에 꼰지르기라도 하게?! 그걸 국제 협회가 가만히 내버려 둘 것 같아?! 어차피 증거도 없어서 기소도 안 돼!”

올리버의 목소리가 점점 격양됐다.

“법적으로 날 처넣을 방법은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허튼수작 부리지 말고, 국제 협회나 빨리 없애 버리…….”

“제가 언제 법으로 처리하겠다고 했습니까.”

“……뭐, 뭐?”

“그렇게 편하게는 안 되죠.”

앞에 놓인 남자를 어떻게 써먹을지 고민하던 그때.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쾅―!!!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집의 절반이 터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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