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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고유 스킬 : 천수관음]
슥, 스윽―!
갑작스러운 공격에 터져 나간 올리버의 주택.
김민주가 무너지는 잔해를 모조리 베어버리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됐어, 괜찮아.”
[습득 스킬 : 로우 실드]
쿵, 쿠궁―.
물론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예상도 못 한 공격에 당황하기도 잠시, 무너진 잔해 한복판에서 서둘러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먼지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
‘대체 어떤 새끼가…….’
또다시 공격이 들이닥칠지 몰랐기에 집중해서 주변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던 그때.
바닥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 살려…!”
고개를 숙이니, 올리버의 다리가 잔해에 깔려 있었다.
콘크리트를 치우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그 순간이었다.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고유 스킬이 지속되는 한, 시전자의 모든 스테이터스가 지속적으로 상승합니다]
[생존 - 제1 법칙]
[무관용]
뻐억―!
콰과과광―!!!
“윽…!”
흙먼지 속에서 난데없이 주먹이 날아들었다.
반사 신경으로 가까스로 막아냈지만, 딱 그것뿐.
생각보다 꽤 강력한 충격이 온몸에 전해졌고, 뒤로 한참을 날아가 잔해 속에 파묻혔다.
‘크윽…!’
공격을 막은 팔조차 저릿저릿한 감각이 느껴진다.
하지만 쉬고 있을 틈은 없다.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한 남자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저 새끼…….’
노아 웨스턴우드.
현 랭킹 1위이자, 밸런스 조정팀장.
‘저 새끼가 여길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여기 있을 리가 없는 놈이 다짜고짜 나타나서 공격을 한다고?
아니 그것보다…….
방금 공격…… 정말로 죽이려고 작정한 공격이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이를 으득 씹자, 노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여기 왜 있는 거지?”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당신이 여길 어떻게 알고 온 겁니까?”
“사무총장에게 들었다. 3년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이 발견됐었는지, 누가 소피아를 죽였는지까지 전부.”
“……!”
이제 와서 그걸 노아한테 털어놓았다고?
어째서?
‘설마 나랑 거래했다는 걸 들킨 건가…?’
뱅크 아이템을 뺏기지 않으려고 먼저 선수를 쳤다?
“그런고로 유감스럽지만, 거래는 불발이다.”
“……그건 약속이랑 다른데.”
“억울하면 더 빨리 알아냈어야지.”
나는 대답을 아꼈다.
맞는 말이다.
선수를 빼앗긴 이상, 저놈은 더 이상 나와 거래할 이유가 없다.
‘시발, 이러면 말짱 도루묵인데…….’
일이 점점 꼬이는군.
“그럼 여긴 왜 온 겁니까. 저 남자를 죽이기라도 하려고요?”
“설마 막을 생각이냐?”
“……그렇다면?”
“같이 죽여줘야겠지.”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생존 – 제3 법칙]
[강탈]
다시 공격 태세를 갖춘 그의 몸을 따라 거센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김민주가 검을 꺼내 들었다.
“선생님, 여긴 저에게 맡기고…….”
“됐어. 너한텐 아직 버거운 상대야.”
나설 때 나서야지.
요령으로 랭킹 1위에 오른 자가 아니다.
오직 살아남는 것에만 중점을 둔 고유 스킬.
그로부터 파생된 ‘생존’ 스킬들은 그 하나하나가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상대가 많을수록, 그리고 전투가 길어질수록 무적에 가까워지는 특성.
지금의 김민주로는 상대조차 안 된다.
‘귀찮게 됐네…….’
시선을 돌려 여전히 잔해에 깔려 있는 올리버를 바라봤다.
벌벌 떨리는 몸과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
살려달라는 뜻인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알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해 본 소립니다. 당신 복수에 끼어들 생각은 없으니, 죽이든 말든 마음대로 하시죠.”
“뭐…?! 이, 이봐! 이러는 게 어디 있나!”
올리버가 마구 고함을 질러댔다.
하지만 노아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남자를 죽인 다음에는 어떡하실 겁니까?”
“……뭐?”
“당신 여동생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다 복수하고 나면, 그다음 타깃은 국제 협회냐고 묻는 겁니다.”
“그렇겠지. 죽인 놈이나, 그걸 묻은 놈이나 똑같은 놈들이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순서가 잘못됐습니다.”
그 순간, 노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사무총장이 왜 이제 와서 당신한테 그 이야기를 해 준 것 같습니까. 복수할 거라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
“……뭐?”
“당신이 3년 전, 그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을 다 죽여줬으면 한 겁니다.”
“하! 웃기는 소리군. 그랬으면 3년 전 그 당시에 죽였겠지.”
“그때는 에덴의 유일한 목격자인 만큼, 에덴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죠. 뱅크 아이템을 모두 손에 넣었으니까.”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미 국제 협회는 전 세계를 컨트롤 할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었습니다. 전 세계 모든 던전과 헌터를 관리하게 되겠죠. 설령 에덴이 다시 발견된다 해도, 무조건 국제 협회 손에 들어갈 겁니다.”
“……그래서, 더 이상 단서를 가지고 있는 놈들은 필요가 없어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국제 협회 또한 에덴이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는 걸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는 겁니다. 그런데 거기에 순순히 넘어가 준다? 그건 그냥 국제 협회를 무적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소리로 들리는군요.”
“…….”
노아의 기세가 점점 수그러들었다.
거래는 불발, 뱅크 아이템 회수는 실패.
이제 국제 협회는 뱅크 아이템을 이용해 국제 사회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제부터 국제 협회를 상대하겠다는 건, 전 세계를 상대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린다?
그건 단순히 승패를 떠나서 그동안 쌓아온 모든 걸 잃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현재로선 국제 협회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딱 한 가지를 제외하곤.
“우리가 먼저 에덴을 찾아야 합니다. 그게 국제 협회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
“그래서 순서가 잘못됐다는 겁니다. 국제 협회를 먼저 치고, 그다음에 복수하든 말든 해야죠.”
“에덴을 찾아서, 국제 협회를 먼저 무너뜨리라는 거냐?”
“그렇습니다.”
그래, 우리가 에덴을 찾는다면 말이 달라진다.
아니, 찾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에덴마저 국제 협회 손에 들어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무리 탐탁지 않아도 이 남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노아가 최소한의 생각이 있는 놈이라면 뭐가 더 중요한지 정도는…….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생존 – 제1 법칙]
[무관용]
“……!!”
콰과광―!!
또다시 날아드는 주먹.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존나 마음에 안 드네.”
“……?”
“이 새끼고 저 새끼고 날 휘두르려고 하는 게 존나 마음에 안 들어.”
“그게 무슨…….”
“시발, 내가 만만해?”
그의 눈빛이 번뜩인다.
“에덴이고 나발이고, 이제부턴 그냥 내 마음대로 한다. 막을 생각이면 지금 덤벼. 죽여줄 테니까.”
“하…….”
성격 한번 개차반이네.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다.
무너져 내린 천장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화가 안 통하니…….
“…어쩔 수 없지.”
[고유 스킬 : 마왕]
“경고했습니다. 조심하세요.”
생각을 고쳐먹을 때까지 두들겨 패주는 수밖에.
“죽이고 싶진 않으니까.”
***
“노아가 김준우랑 거래를 했었다고?”
국제 헌터 협회 본부.
웨슬리 사무총장을 마주한 에마 대표가 되물었다.
“여동생 일에 미친 놈이잖아. 아마 3년 전 사건을 알아봐 주는 대가로 뱅크 아이템을 요구했겠지.”
“그래서 그놈한테 다 말해 준 거야? 선수 치려고?”
“그런 것도 있고…….”
웨슬리 사무총장이 턱을 괴며 말을 이었다.
“그놈이 알아서 다 죽여줄 거 아니야.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지.”
“클로이 팀장한테 연락이 왔어. 김준우가 미국 지부에서 3년 전 사건을 캐고 있다고. 아마 둘이 부딪히는 것도 시간문제일 거야. 그놈 성격상 노아가 청소부를 죽이게 둘 것 같진 않으니까.”
“그럼 오히려 더 잘됐네.”
“……뭐?”
웨슬리 사무총장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김준우가 죽든, 노아가 죽든…… 아니면 3년 전 에덴을 발견했던 청소부들이 죽든, 결과적으로 우리한텐 다 좋은 일이니까.”
“만약 아무도 죽지 않으면?”
“흠, 그건 조금 곤란하겠네. 뭐, 그럴 리는 없겠지만.”
웨슬리 사무총장은 실소를 뱉었다.
현 세계 랭킹 1위의 헌터.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자로, 국제 사회에서도 가장 위험인물로 분류된 최강의 헌터가 아닌가.
물론 김준우도 만만히 볼 놈은 아니다.
등록되지 않은 이능력자이기에 정확한 수치를 판단할 수 없지만. 여태까지의 행적으로 봤을 때, 김준우의 실력은 노아와 견줄 수준이라는 건 분명하다.
서로 호각인 이들이 진심으로 부딪친다면 누가 누굴 살려줄 여유 따윈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둘이 맞붙는 순간,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죽는다.
***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전투 시간 30분 경과]
[현재 스테이터스]
[근력 : 29,635]
[체력 : 14,193]
[민첩 : 15,563]
[마력 : 25,343]
[생존 – 제2 법칙]
[무기 습득]
슈우우웅―.
노아가 천장을 아슬아슬하게 받치고 있던 기둥을 뽑아 나를 향해 휘둘렀다.
쾅―!!!
휘두른 궤적을 따라 땅이 들고 일어날 수준의 위력.
하지만.
[고유 스킬 : 마왕 - 강자 독식]
[고유 스킬이 지속하는 동안 시전자보다 마력이 낮을 경우, 모든 공격은 무효화 됩니다.]
내겐 전혀 대미지를 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여유 부리고 있을 틈은 없다.
놈의 스킬 때문에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지는 건 내 쪽이니까.
[고유 스킬 : 마왕 - 독재자]
[시전자의 상념에 따라 일회용 스킬을 제작합니다.]
[스킬 제작 중]
[스킬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제작 스킬 : 행맨]
촤라락―.
“크윽!”
튀어나온 밧줄이 노아의 몸을 휘어 감았다.
[습득 스킬 : 한계돌파]
[시전자의 모든 스테이터스가 일시적으로 한계치를 넘어섭니다.]
[습득 스킬 : 과몰입]
[전투 중 시전자가 사용하는 모든 스킬의 효과가 대폭 상승합니다.]
[습득 스킬 : 디스트로이어]
쾅―!!!
그의 복부에 강력한 폭발이 직격했다.
하지만…….
“끄으으으…!”
기절조차 안 한다고?
대체 어떻게 돼먹은 몸뚱이…….
투두둑―.
“……!”
노아가 곧바로 밧줄을 끊고는 나를 향해 달려든다.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생존 – 제4 법칙]
[세력 확장]
쿠구구구구―!!
그의 주변을 따라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나라도 저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면 무사하진 못하겠지.
[습득 스킬 : 하이퍼 부스트]
파앗―.
최소한 근접전을 피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여유 부리면서 상대할 만한 놈은 아니다.
조금은 진지하게 해 볼까.
[S랭크 스킬의 안전장치 해제 시퀀스를 시작합니다.]
[발동 조건 확인 중]
[발동 조건이 확인되었습니다.]
[해당 스킬의 안전장치가 해제되었습니다.]
[스킬 사용에 주의하십시오.]
[습득 스킬 : 전능]
슈욱―!
그를 향해 순백의 창이 날아들었다.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생존 – 제3 법칙]
[강탈]
[상대방 스킬의 제어권을 뺏어옵니다.]
그 순간 갑자기 창의 궤도가 180도 바뀌었다.
슈욱―!
“뭐, 뭣…?!”
쾅―!!
곧바로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노아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생존 – 제1 법칙]
[무관용]
[생존 – 제2 법칙]
[무기 습득]
쾅―!
콰과광―!!
맹렬하게 파고드는 공격.
실시간으로 위력이 강해지고 있다.
지금도 놈의 스테이터스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있으니까.
‘이대로 놈에게 페이스를 빼앗기면…….’
그건 정말 위험하다.
“쯧…!”
나는 서둘러 거리를 벌렸다.
[습득 스킬 : 이계 소환]
[차원에서 10분간 하수인을 소환합니다.]
[시전자 능력치를 분석합니다.]
[분석 완료]
[고유 스킬 - 마왕 활성화]
[해당 능력치에 비례하는 하수인이 소환됩니다.]
지이잉―.
바닥에서 보랏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생존 – 제5 법칙]
소환을 기다려 줄 생각은 없다는 듯, 곧바로 나를 향해 달려든다.
하지만 충분하다.
[고유 스킬 : 마왕 - 강자 독식]
[고유 스킬이 지속하는 동안 시전자보다 마력이 낮을 경우, 모든 공격은 무효화 됩니다.]
달려드는 노아를 향해 팔을 치켜들었다.
쾅―!!!
“……?”
시야가 빙글 돌았다.
깜빡이는 정신을 애써 부여잡았고, 그제야 비로소 내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시발, 뭐야.
지금 저 새끼…….
[시전자보다 높은 마력이 감지되었습니다.]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 각성]
[최후의 생존자]
기어이 내 스테이터스를 넘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