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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79화 (17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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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네바다주에 있던 한유빈을 다시 호출해서 그간의 이야기를 전달하자, 그녀가 사뭇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미국 지부 인수는 불가능해요.”

“……너무 극단적이군요.”

“당연한 거 아니에요? 일본 지부 때랑은 상황이 달라요. 그때는 우리가 개입할 구석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명분이 없잖아요.”

“…….”

사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다.

나 또한 그걸 모르고 말한 것도 아니고.

한유빈이 계속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새로 부임한 지부장이 꽤나 엄격한 사람이라 건덕지 잡을 것도 없을 거고……. 게다가 미국 지부는 본부와 사이도 좋아서 국제 협회를 탈퇴할 이유가 없어요.”

“그렇다고 우리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도 아니죠.”

“맞아요. 지역 토벌 문제도 사실 골칫거리 수준인 거지, 그것 때문에 지부가 휘청거릴 정도도 아니고요.”

한마디로, 우리가 아무리 인수하겠다고 떠들어대도 미국 지부가 그걸 받아들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소리다.

“방법이 없는 걸까요……?”

김민주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한유빈은 단칼에 고개를 저었다.

“상식 밖의 액수를 제안한다면 혹시 모르긴 하겠는데…….”

“우리에게 그 정도 거액은 없죠.”

내가 대신 대답했다.

미국 지부가 혹할 만한 금액을 제시하려면 우리 회사를 통째로 팔아도 모자랄 것이다.

‘돌고 돌아 산이로군.’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해서든 에덴을 우리가 먼저 발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미국 전역의 던전을 뒤져야 하는데…… 인수를 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방법이 없는 건가, 싶은 그때.

“이번 지부장이 꽤나 엄격한 사람이라고요?”

한유빈을 향해 되물었다.

“그렇대요. 뭐, 저도 들은 거긴 한데……. 원리원칙주의에 융통성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좋게 말하면 신념이 있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외골수죠.”

“그런 사람이라면 오히려 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

“……뭐가요?”

“정면 돌파.”

내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정면 돌파로 가봅시다.”

정말 원리원칙주의자에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뭣들 합니까. 당장 지부로 갑시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지금 뭐라고요…?”

마이클 지부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국제 협회를 탈퇴하시고, 저희에게 지부를 매각해주십시오.”

“하, 하하. 대체 갑자기 그게 무슨…….”

마이클 지부장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실소를 뱉었다.

뭐 당연한 반응이다.

어떤 미친놈이 아무런 조건 없이 인수합병을 제안하겠는가.

물론 조건이 없는 거지, 이유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국제 협회는 현재 뱅크 아이템을 이용해서 전 세계 던전과 헌터를 컨트롤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가 국제 협회 손아귀에 놓이게 되겠죠.”

“……그게 뭐가 문제라는 건지 모르겠군요. 오히려 한 기구에서 통합적으로 토벌 활동을 관리한다면 더 효율적인 것 아닌가요?”

마이클 지부장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언뜻 그럴듯한 이야기였지만, 그는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겠죠. 국제 협회가 정말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조직이라면요.”

협회 모두가 그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국제 협회의 진짜 목적은 시민들의 안전이 아닌, 국제 사회를 통제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산하 비밀 조직까지 만들어 움직이고 있죠. 저 또한 그들에 의해 몇 번이나 죽을 뻔했고요.”

실제로 한 번은 죽었고.

“물론 그들이 전 세계 던전을 통제하게 되면 이전보다 안전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안전을 핑계로 목줄을 채우는 것뿐입니다. 그걸 정말로 안전해졌다고 하진 않죠.”

“…….”

마이클 지부장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믿기 어렵군요.”

“거짓말이 아닙니다.”

“거짓말이라는 게 아니라, 국제 협회가 그런 조직이라는 게 믿기 어렵다는 겁니다.”

“증거가 필요하시다면 얼마든지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하아…….”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을 아끼길 잠시.

“그나저나…… 그 이야기를 왜 저한테 하는 겁니까?”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또한 이래 봬도 엄연히 국제 협회 소속입니다. 설마 제가 당신 이야기만 듣고 국제 협회를 배신할 거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배신이 아니라, 무엇이 더 시민을 위한 일인지 이성적으로 판단하실 거라 믿는 겁니다. 지부장님이라면요.”

“…….”

원리원칙주의에 융통성이 없는 사람은 회귀 전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였다.

박인범 전 협회장.

이두식 이사, 등등.

그들 모두가 원리원칙주의자였으니까.

이들의 공통점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작전팀 위주의 토벌 시스템을 바꾸려 한 것이고, 보다 안전한 토벌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려고 했다.

당연히 회귀 전의 나에게는 그것들이 좋게 보일 리가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현재 우리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미국 지부를 인수할 수 없다.

미국 지부 또한 그 어떤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인수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정말 마이클 지부장이 그들과 같은 부류라면, 정말로 시민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이대로라면 국제 협회의 통제를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에덴을 먼저 손에 넣는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에, 에덴이요…?”

마이클 지부장의 눈이 동그래진다.

역시나 그는 3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다.

“곧 에덴이 존재한 던전이 재출현할 시기입니다. 그리고 국제 협회의 눈을 피해서 에덴을 먼저 발견하려면…… 말씀드렸다시피 국제 협회를 탈퇴하셔야 합니다.”

“흐음…….”

그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거의 다 넘어왔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지, 지부장님!”

수행비서로 보이는 한 남성이 난데없이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뭡니까. 지금 손님 와 계시는 거 안 보이는…….”

“보, 본부에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아, 아무튼 지금 당장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행비서가 우리 앞에 태블릿 PC를 내밀었다.

화면에는 단상 앞에 서 있는 웨슬리 사무총장의 모습이 보였다.

「국제 헌터 협회 사무총장, 웨슬리 다비드입니다.」

그가 무척이나 엄중한 표정과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저희 국제 협회는 설립 이후 오로지 시민의 안전을 위해 활동해왔습니다. 하지만 몇몇 국가의 독립협회 및 민간 토벌 업체가 토벌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국제적인 혼란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에 있는 모두가 화면에 집중했다.

「물론 각 협회의 사정을 고려하여 최대한 개입을 자제하려고 했지만, 그 정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이대로 내버려두면 시민의 안전 또한 위협받을 거라 판단, 저희 국제 헌터 협회는 이 시간부로 두 가지 특단의 조치를 내리려고 합니다.」

그때 웨슬리 사무총장이 검지를 치켜들었다.

「첫째, 현 시간부로 전 세계 모든 이능력자는 국제 협회 소속으로만 활동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모든 헌터는 서둘러 국제 협회에 가입 신청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만약 유예 기간 동안 가입 신청을 하지 않은 분들은 헌터 자격을 박탈, 동시에 이능력을 제한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뭐라고…?”

“하, 시발…….”

마이클 지부장과 내가 동시에 반응했다.

전 세계 헌터를 모조리 집어삼키겠다니.

국제 협회 편에 서지 않으면 아예 반능석으로 이능력을 없애버리겠다, 이건가?

‘얼마나 욕심쟁이들인 거야.’

치를 떨었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둘째, 현 시간부로 전 세계 토벌권은 저희가 일괄적으로 관리하겠습니다. 그러므로 국제 협회 소속이 아닌, 독립협회 및 민간 토벌 업체는 앞으로 자체 토벌이 불가능합니다. 만약 이를 위반하고 자체 토벌을 계속할 시…… 해당 국가의 던전 출현을 제한하겠습니다.」

“…….”

“…….”

이렇게 본색을 드러내는 건가.

‘빌어먹을…….’

이렇게 되면 전 세계 독립협회, 기업, 헌터 모두가 국제 협회에 붙으려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헌터 입장에선 영영 일자리를 잃는다. 조직 입장에선 영영 토벌을 못 하게 될 테고.

지금의 상황에서 던전을 제한하는 걸 반길 조직은 없다.

던전이 벌어다 주는 이익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리고 그건.

“이렇게 된 이상 국제 협회 탈퇴는 힘들 것 같군요.”

미국 지부도 마찬가지겠지.

“대표님의 말씀은 이해했지만, 저희로도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유감스럽지만 인수합병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

설득할 방법이 없다.

여기서 국제 협회를 탈퇴해버리면 앞으로 토벌 자체가 불가능해질 테니, 거절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어쩔 수 없다.

여기서 단념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수밖에.

“알겠습니…….”

“국제 협회를 탈퇴할 수는 없지만, 대표님에겐 협력하겠습니다.”

“……예?”

그게 뭔 소리야?

“어쨌든 에덴만 발견한다면 국제 협회를 견제할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 국제 협회 눈에 띄지 않게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아시다시피 출현하는 던전 대비 인원이 많이 부족합니다. 토벌을 지원해줄 인원이 상당히 필요한데…….”

“아, 그건 걱정 마십시오.”

내가 뒤에 있던 김민주와 한유빈을 슬쩍 보며 말했다.

“저희 쪽 인원도 꽤 되니.”

“흐음, 그래도 부족할 것 같은데.”

마이클 지부장이 턱을 쓰다듬었다.

“믿을 만한 길드가 더 필요할 것 같은…….”

“도와주지.”

그때였다.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그곳엔 다름 아닌 노아 웨스턴우드가 서 있었다.

“웨, 웨스턴우드? 당신이 어떻게?!”

마이클 지부장이 펄쩍 뛰었다.

노아는 그의 반응 따윈 관심도 없다는 듯, 나에게 시선을 옮겼다.

“제 말을 듣기로 하신 겁니까?”

“X까. 국제 협회를 견제해야 한다느니, 난 그딴 거 관심 없어. 당연히 에덴 따위 발견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고.”

“그럼 왜 굳이 도와주시려는 겁니까?”

“…….”

그가 대답을 아끼길 잠시.

“에덴을 찾으면, 소피아도 찾을 수 있으니까.”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알겠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도와주신다면 감사하죠.”

“그 전에 이거, 누가 지휘할 거야.”

노아가 다짜고짜 쏘아붙였다.

“대륙 규모의 작전이야. 지휘해야 할 인원도 수만 명일 거고. 어지간한 놈이 아니면 사지로 내몰릴 거야.”

“마침 딱 어울리는 인재가 있습니다. 김민주라고…….”

그렇게 말하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시발.’

조별 과제 조장 뽑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알겠습니다.”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번 작전, 제가 지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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