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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90화 (19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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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엄밀히 따지면…….”

카르마 코퍼레이션 본사, 대표이사실.

나와 하성일 본부장 앞에서 이아영 본부장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홍콩 지부도 어쨌든 중국 협회 소속 아니에요?”

“소속을 따지자면 그렇죠. 그런데…… 그게 좀 복잡해요. 뭐, 대부분이 외교적인 문제긴 한데…….”

하성일 본부장이 먼저 대답했다.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지 정리가 잘되지 않는 듯 자꾸만 뜸을 들였다.

결국, 내가 대신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처음 지부를 세울 때부터 말이 많았잖습니까. 정치고 경제고 엄연히 본토와 분리된 지역에 지부를 세운다고 하니 반발이 있는 건 당연하겠지만……. 뭐, 당시로선 강력하게 거부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죠.”

아무래도 던전이 출현하기 시작하고 얼마 안 된 시기였으니까.

당시 홍콩은 다른 나라들이 그렇듯, 토벌 인프라가 전혀 잡혀있지 않았었다. 그러니 그들로서도 중국 협회의 지부가 들어오는 걸 기를 쓰고 막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본토에서 손대는 걸 원치 않더라도, 어쨌든 몬스터는 처리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따지고 보면 중국이 머리를 잘 썼죠. 절대 뿌리칠 수 없는 손을 시기적절하게 내밀었으니. 덕분에 그간 쉽게 건드리지 못했던 홍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고요.”

“그럼 더더욱 홍콩 지부는 중국 협회 직속이라는 소리잖아요. 어디가 복잡하다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되는데.”

“몇 년 전에 홍콩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아…….”

그제야 이아영 본부장 또한 머릿속에서 아귀가 맞춰진 듯했다.

뭐, 잊어버리고 있을 만도 하다.

몇 년 전이라고 해도 무려 20년 전 일이니까.

“물론 성공적인 결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성과는 있었죠. 지부 내 본토 출신 간부들을 싹 밀어냈으니까.”

“아, 아니…… 그 정도면 엄청난 거 아니에요?! 따지고 보면 본토를 상대로 지부를 독립시킨 건데?”

“뭐, 그 과정에서 죽어 나간 숫자를 생각하면 최소한의 결과였다고 봐야겠죠.”

회귀 전 뉴스의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전파를 그대로 탄 긴박했던 상황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중국이 정말 순순히 물러났어요?”

그때, 이아영 본부장이 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죠. 당시에 꽤 많은 나라가 홍콩 독립을 지지하고 있던 터라 더 일을 벌이기엔 눈치가 보였을 테니까요.”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어쨌든 지금 홍콩 지부는 소속만 중국 협회일 뿐 실질적인 운영권은 홍콩이 가지고 있습니다. 던전 색출도, 작전도 모두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죠. 하지만 중국 입장에선…….”

“거슬리겠죠. 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지부니…….”

그녀의 즉답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홍콩이 독립적인 힘을 갖게 되는 걸 경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다른 것도 아닌 토벌 조직이잖습니까. 아마 지금도 계속 지부를 뺏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겁니다.”

물론 중국 입장에선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 있다.

아직까지 홍콩 지부가, 공식적으로는 중국 협회 소속이라는 점이겠지.

하지만 그런 상황에 우리가 홍콩 지부를 인수해버리면…….

“중국이 가만있을 리 없겠죠…….”

“예. 소속이 바뀌게 되면 더는 꿈도 꾸지 못할 테니까요.”

이제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었는지 그녀의 표정이 퍽 굳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인수 제안은 단순한 사업의 일환이 아니다.

우리가 홍콩 지부를 건드리는 순간, 한국과 중국의 외교 문제로 번질 공산이 크다.

“그래서 제일 귀찮은 곳이 걸려들었다는 겁니다.”

“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이아영 본부장이 팔짱을 끼며 인정했다.

“그러면 그냥 포기할 거예요?”

“글쎄요. 일단 홍콩 지부가 인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부터 파악을 해야겠죠.”

그렇게 말하며 하성일 본부장을 바라봤다.

해외 사업 쪽은 그의 담당이었다.

그가 기다렸다는 듯, 준비해온 서류를 내밀었다.

“솔직히 말해서, 사업적으로만 봤을 땐 저희에게 나쁠 것은 없습니다. 월 토벌량, 작전 성공률, 헌터 퀄리티 모두 훌륭한 곳입니다. 무엇보다 내부적인 문제도 크게 없는 것 같고요.”

“흐음…….”

“만약 우리가 인수하게 되면 필시 국제 협회를 견제하는 데 큰 힘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로선 좋겠지만. 그나저나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왜 굳이 우리 쪽에 인수 합병 제의를 한 걸까요?”

“그건…….”

내가 묻자 하성일 본부장이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공식적인 내용은 아닌데 말입니다…….”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최근 중국 협회가 국제 협회에서 탈퇴한다는 소문, 알고 계십니까?”

“예, 그건 들었습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국제 협회가 그걸 기를 쓰고 막으려 한다더군요.”

“……?”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갑자기 이제 와서?

중국 협회는 토벌에서 그렇게 이득이 되는 곳도 아닐 텐데?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앞으로의 일에 있어 중국 협회가 꼭 필요한 모양입니다.”

“그게 이번 일과 상관이 있는 겁니까?”

“제 추측으로는 그렇습니다. 중국 협회의 탈퇴를 막기 위해서 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탈퇴만 막을 수 있다면 중국 측이 원하는 걸 모두 들어주려고 하겠죠.”

“잠깐, 지금 중국 협회가 원하는 거라면…….”

“홍콩 지부겠죠.”

하성일 본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중국 협회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국제 협회를 등에 업고요.”

“그 소식이 홍콩 지부 귀에도 들어갔다는 겁니까…?”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우리에게 먼저 인수 합병 제의를 해온 게 납득이 간다.

현재 홍콩은 자체적으로 꽤나 견고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지만, 어디까지나 본질은 중국 협회의 소속이다.

그런 마당에 본토가 국제 협회까지 등에 업고 본격적으로 탈환을 시도한다면…… 지부 입장에선 막을 방법이 없다.

과거, 수많은 희생 덕에 겨우 얻어낸 성과를 송두리째 빼앗기게 되겠지.

홍콩 지부 입장에선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제일 쉬운 방법은…….

지부를 다른 곳에 넘겨버리는 것뿐.

‘빌어먹을. 아예 대놓고 국가 문제가 얽혀 있네…….’

이건 확률이 높은 수준이 아니다.

100%다.

이번 일은 우리가 홍콩 지부를 건드리는 순간 외교 문제로 번진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쓰읍, 확실히 탐나는 곳이긴 한데…….”

홍콩 지부를 인수하면서 얻는 것?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두말할 것도 없이 이득이다.

하지만 딸린 리스크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아무래도 이건 우리 선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군요.”

아무래도 다른 수단이 필요하겠네.

“이아영 씨, 저번에 받아 놓은 청와대 비서실장 명함, 아직 가지고 있습니까?”

“…네, 네.”

“당장 미팅 날짜 좀 잡아주세요.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나는 외투를 챙겼다.

“대통령과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습니다.”

***

며칠 후, 청와대 접견실.

“홍콩 지부에서요?”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준 조현민 대통령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몇 마디의 말에 모든 맥락을 이해한 듯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흐음, 섣불리 받아들였다가는 중국과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겠군요.”

“그래서 대통령님의 판단이 필요할 것 같아, 이렇게 찾아뵌 겁니다.”

“하하,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현민 대통령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던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정부는 홍콩 지부를 인수하는 것으로 얻는 이득이 크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그건 사업적인 요소가 크니까요.”

“알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저희가 져야 할 리스크는 너무 큽니다. 아시겠지만, 솔직히 우리나라가 중국과 척을 져서 좋을 게 없지 않습니까.”

조현민 대통령이 꽤나 유감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이해한다.

각국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외교라는 건 감정적으로만 나설 문제가 아니니까.

국가 관계를 마음대로 맺고 끊을 수 있었다면 애초에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겠지.

뭐,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대통령이 저렇게 말하는 이상 홍콩 지부 건은…….

“하지만, 요 며칠 새에 상황이 많이 변했습니다.”

그때, 조현민 대통령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

“국제 협회가 토벌권을 독점하겠다고 통보한 그날, 솔직히 저는 이제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척을 지고 있는 이상 국제 협회 가입을 받아줄 리도 없으니, 아마 더는 자체 토벌이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죠.”

“…….”

“그런데 웬걸, 어느 호인이 목숨을 걸고 그걸 막아주더군요. 그것도 군대도, 정부도 아닌 사업가가요.”

……내 얘기를 하는 건가?

뭔가 너무 많이 미화된 것 같은데.

“그 호인 덕에 한국은 기사회생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의 입장만 밀어붙이는 것도 웃긴 일이겠죠. 우린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말이에요.”

“아닙니다. 그것도 대통령님이 계셔서…….”

“그러지 마세요. 더 부끄러워집니다.”

입에 발린 말을 하려고 하자, 조현민 대통령이 단호하게 막아섰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딱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십시오.”

“홍콩 지부를 인수하면 국제 협회를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까?”

“장담할 수 있습니다.”

내가 즉답하자, 조현민 대통령이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럼 됐습니다. 진행하십시오.”

“……정말 괜찮겠습니까?”

“참된 리더는 입이 아닌, 발자국으로 말하는 법이죠.”

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전 김 대표님이 그동안 남겨오신 발자국을 믿습니다.”

“…….

뭔 소리야?

“김 대표님은 이제부터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시고 인수에만 집중해주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뭐, 누가 봐도 가시밭길이긴 한데…….

그래도 허가도 났겠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봐야겠지.

나는 한쪽 입꼬리를 쓱 올렸다.

***

홍콩 젠사쥐에 위치한, 중국 협회 홍콩 지부.

“본부 쪽에서 이번에 부서 개편을 진행한다고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며칠째 심각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수행비서가 황가휘 지부장에게 다급한 보고를 전달했다.

“아무래도…… 이젠 정말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는 것 같습니다.”

“카르마 코퍼레이션에선 아직 연락 없나?”

“예, 아직은. 아무래도 그쪽에서도 섣불리 손을 댈 수 없을 테니…….”

“빌어먹을!”

황 지부장이 쾅, 책상을 내리쳤다.

그래, 알고 있다.

그쪽 대표가 굉장히 똑똑한 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내민 손을 잡았다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렇게 큰 리스크를 감안하고 우리를 인수할 이유도 없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해한다.

이해는 한다만…….

‘그럼 우린 이제 어떡하라고…….’

수많은 시민의 희생으로 겨우 얻어낸 운영권이다.

이걸 빼앗긴다면 홍콩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간다.

무엇보다 본토에 의한, 본토를 위한 토벌만 진행할 게 분명하다.

홍콩을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부를 사수해야 한다.

하지만…….

‘더는 방법이 없어…….’

황 지부장은 깊은 절망감에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런데 그때.

“지, 지부장님!”

느닷없이 행정부 직원이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그리고 전한 한마디.

“카르마 코퍼레이션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

뒤늦게나마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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