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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헌터 협회, 카르마 코퍼레이션과의 인수 전 재개.]
[인수전에서 전면전으로. 두 기구 사이에 낀 홍콩, ‘아수라장’]
[봉쇄령 내린 홍콩, 중국 협회 측 ‘어쩔 수 없는 선택’]
[리제이징 협회장, ‘두 기구에 엄중한 책임 물을 것’ 엄포]
[국제 협회 탈퇴? 제3세력 만들어지나. 국제 사회 이목 집중]
중국 협회 본부.
리제이징 협회장이 언론을 통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
「지금 뭐 하는 거죠?」
아니나 다를까, 계속 침묵하던 PB 코퍼레이션에서 기어이 먼저 연락이 왔다.
리 협회장은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전부 사실인데.”
「……이제 와서 수습하기 힘들 것 같으니까 전부 우리한테 떠넘기시겠다?」
“그러게 처음부터 욕심부리지 말고 부탁한 대로만 하지 그랬습니까.”
「하, 하하하!」
에마 대표가 크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 미쳤구나?」
“…….”
「이러다가 너 진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결코, 농담으로는 들리지 않는 말에 리 협회장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이내 담담한 척 입을 열었다.
“탈환에 실패했다는 걸 당국이 알면 어차피 죽을 목숨입니다. 이러나저러나 똑같이 죽는다면 최소한 살 궁리라도 해봐야겠죠.”
「그래 뭐, 그거 며칠 더 살아보겠다고 우리를 적으로 돌린 건 그렇다 치고…….」
에마 대표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이게 정말 우리한테만 덮어씌운다고 끝날 일일까? 애초에 지부 탈환을 위해 홍콩 공습을 부탁한 것도 당신이었고, 공항 폭격도 당신이 허가한 일이잖아. 그것들 안 새어나가게 할 자신 있어?」
“어차피 국제 협회에선 우리를 걸고넘어지지 못하지 않습니까. 차라리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잡아떼는 거면 몰라도, 우리가 사주한 거라고 해버리면 공습이 사실이라는 걸 인정하는 셈이니까.”
에마 대표의 말이 잠시 끊겼다.
그도 그럴 게, 리 협회장이 정확하게 정곡을 찔러온 거다.
「……홍콩 지부 쪽 사람이랑, 당신 쪽 부하들은? 게네들도 입을 다물고 있을지 모르겠네.」
“어차피 봉쇄한 이상, 그놈들이 홍콩에서 살아서 나올 방법은 없습니다. 그곳에서 있었던 일은, 그곳에 영원히 묻힐 겁니다.”
그 순간, 핸드폰 너머에서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글쎄. 그게 생각대로 되려나 모르겠네.」
“무슨…?”
「아직 소식 못 들은 건 아니지? 김준우 그놈이 지휘권을 잡은 거.」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뭐…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몸이 100개가 아니고서야 홍콩을 되살리는 건 불가능할 텐데.”
「하하, 하하하! 당신, 그 남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네.」
“……?”
에마 대표는 진심으로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김준우가 진짜 무서운 이유는 그가 힘이 강해서도, 스킬이 뛰어나서도 아니야.」
“그럼…?”
「사람. 그 남자한테는 사람들이 따라. 그게 김준우가 진짜 무서운 이유야.」
“그건 또 무슨 헛소립니까?”
「이해 못 하겠으면 그걸로 됐어. 조만간 당신도 알게 될 테니까.」
리 협회장은 당최 알 수 없는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튼, 당신 뜻은 잘 알았어. 이제부터 국제 협회는 중국 협회에 그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을게. 알아서 잘해봐.」
“바라던 바입니다.”
리 협회장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걸로 꼬리는 잘랐다.
뭐, 탈환은 실패했어도…… 어차피 아무도 손에 넣지 못하는 땅이 되었으니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중국 협회는 이제 이번 일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다.
이제 당국은 그저, 국제 협회와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인수전에 휘말려 피해를 본 피해자일 뿐이다.
어차피 진실을 알고 있는 놈들은 영원히 홍콩에 묻힐 테니까.
그래, 그렇게 끝내면 된다.
국제 협회는 물론 카르마 코퍼레이션까지 더불어 이미지가 추락하겠지.
그럼 국제 협회를 탈퇴하더라도, 당국이 제3의 토벌 세력으로 독립할 명분이 생긴다.
리 협회장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
“혀, 협회장님!!”
직원 한 명이 다급하게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뭐야?”
“지, 지금 홍콩 시민들이… 모두 홍콩을 빠져나와 광저우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뭐, 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면 봉쇄했잖아! 대체 어떻게 홍콩을 탈출한 거야?!”
“아무래도 20년 전 지하 통로를 이용한 것 같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거길 아는 놈은 본부에서도 극소수…!”
그 순간 머리에 스친 한 인물.
라이비우 통제팀장.
‘이 개새끼가…!’
리 협회장이 이를 으득 씹는 가운데 직원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조금 전 본부 통제팀 위성으로 확인해봤는데 현재 홍콩 내 던전이 빠르게 소멸하고 있답니다.”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된다.
그 인원으로 수십 개의 고위험도 등급 던전을 토벌하고 있다고?
***
야우마데이, 오스틴 역 인근에 위치한 오렌지 등급 던전.
그곳에 발을 들여놓으려던 그때였다.
「선생님, 저희 팀 할당 던전 토벌 완료했어요.」
“뭐? 벌써?”
작전 명령 내린 지 얼마나 됐다고, 11개 던전을 다 토벌해?
진짜 미친 건가?
‘한국에서 연속 작전에 참가했던 게 여기서 도움이 된 건가…….’
대체 어느 시대 사람인 거야.
산속에서 수련하는 무도인도 아니고.
「그래서 다른 팀 토벌 지원 나가려고 하는데, 선생님 동선이 어떻게 되세요?」
“지금 오스틴 역에서 올림픽 역으로 올라가는 중이야. 2팀, 3팀은 괜찮은 것 같고 지원 나갈 거면 4팀, 5팀이랑 합류해.”
「알았어요.」
“절대 무리하지 마라. 한 팀이라도 무너지면 진짜 큰일 나니까.”
「…….」
갑자기 대답이 끊긴다.
그러길 잠시, 옅은 웃음소리와 함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이나 무리하지 마세요.」
“……참 나.”
얘 좀 봐라.
짬 좀 찼다고 이제 나한테 훈수를 다 두네.
그래도 뭐…….
‘든든하긴 하네.’
피식 미소를 짓곤, 다시금 던전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 씨…….’
던전에 들어서자마자 탄식을 내뱉었다.
키에에에에엑―!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크기의 보스.
9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 엘레멘탈 히드라.
‘잘못 걸렸네…….’
꽤나 심상치 않은 녀석이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녀석이 몇 번 출현한 적이 있어 대략적인 정보는 알고 있다.
각각의 머리가 다른 속성의 공격을 내뿜는 몬스터.
각 머리에 맞춰 공격 방식과 대응이 달라지기 때문에 꽤나 까다로운 녀석인데…….
‘튈까…?’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치는 순간.
콰아아아아―!
지이이잉―!
도망갈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두 개의 머리가 곧바로 화염과 냉기를 내뿜었다.
[습득 스킬 : 하이퍼 부스트]
파앙―!
‘빌어먹을!’
벽을 타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필 까다로운 던전에 걸려버렸다.
정석대로라면 최소 9명 이상의 서로 다른 클래스로 팀을 꾸려서 진행해야 하는 던전이다.
그리고 각 속성에 대응하며 머리를 하나씩 처리해나가는 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런 사치스러운 작전을 기대할 순 없겠지.
무엇보다 하나씩 처리하기엔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린다.
현재 홍콩 내에서 새로운 던전이 생성되는 주기는 2시간.
이 시간보다 늦게 토벌하면 던전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물론 2시간 안에 토벌해도 결국 현상 유지.
한 던전 당 무조건 2시간 미만으로 토벌해야 그나마 수를 줄여나갈 수 있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 한곳에서 오랜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
‘쯧…….’
위험하긴 해도 어쩔 수 없지.
동시에 가는 수밖에.
[고유 스킬 : 마왕 - 각성]
이내 전신으로 검은 기류가 터져 나왔다.
[각성 스킬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현 시간부로 시전자는 기존의 클래스를 초월합니다.]
[각성 클래스 : 절대 군주]
묵직한 감각을 느끼며 깊게 호흡했다.
[시전자는 차원의 힘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형태의 스킬도, 패턴도 없는 클래스.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기류를 손으로 훑자 형태가 검으로 변했다.
[무기가 생성되었습니다.]
[마검 : 타르타토스]
그걸 쥐고 엘레멘탈 히드라를 마주하는 순간.
지이이잉―!
그들도 위협을 느낀 것인지, 9개의 머리에서 동시에 빛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
“하악, 하악…….”
“허억…!”
한유빈이 리더를 맡은 3팀.
그들은 9번째 던전의 보스 방을 앞에 두고 모두 녹초가 되어있었다.
그도 그럴 게, 이미 이전 토벌에서 모두가 한계였다.
무엇보다 한유빈 또한 이 정도 강도의 연속 토벌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때 민주 씨가 같이하자고 할 때 해둘걸…….’
설마하니 정말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다들 일어나. 계속 진행하자.”
“팀장님, 팀원들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다른 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게…….”
“그럴 시간 없어! 우리가 1분 지체할 때마다 던전 하나가 더 늘어난다고!”
“하, 하지만…….”
팀원 중 한 명이 말끝을 흐렸다.
한유빈은 그제야 다시금 주변을 살펴보았다.
“허억, 허억…….”
“윽! 으윽…!”
그의 말대로 이미 팀원들은 한계였다.
억지로 진행한다고 해도 저 상태로는 토벌은커녕 전멸만 당할 것이다.
여기선 얌전히 후퇴해서 지원을 기다리는 게…….
-정말 그런 날이 오면, 그땐 몸으로 때울게요.
그 순간.
며칠 전 김민주에게 했던 그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일단 지원 요청해두겠습니다! 후퇴 명령을…!”
“너희들은 후퇴해. 나 혼자 갈 테니까.”
“네, 네…?!”
“혼자 가시다뇨! 마, 말도 안 됩니다!”
“자살행위에요! 티, 팀장님!”
무슨 소리냐는 듯한 팀원의 반응.
한유빈은 대답 대신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팀원들의 만류를 무시한 채 홀로 보스 방으로 들어섰다.
그래, 여태껏 잘해오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어떻게든 되겠지.
한유빈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스으으으―.
운이 좋지 않았다,
그녀의 눈앞에 8쌍의 하얀 날개가 아름답게 펼쳐졌다.
‘시발…….’
한유빈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튀어나왔다.
레드 등급 던전의 보스.
모든 타입의 몬스터 중 가장 위험한 타입이자,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몬스터.
천사형 몬스터, 아즈라일.
‘이게 여기서 뜨네…….’
한유빈은 그 초월적인 존재 앞에서 그저 실소를 흘렸다.
혼자서 저걸 토벌할 확률?
당연히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소한 지원이 오기 전까지 힘을 빼놓을 수는 있지 않을까.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 각성]
[현 시간부로 시전자의 모든 공격이 체내 혈액을 소모합니다.]
[자살행위]
이내 한유빈이 이를 빠득 씹으며, 공격 태세를 취하던 그때였다.
턱―!
누군가가 뒤에서 그녀를 잡아끌었다.
덕분에 한유빈은 그대로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곳엔.
“무리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지원 요청을 듣고 곧바로 달려온 김민주가 있었다.
“몸으로 때우겠다고 했는데…….”
“그게 죽겠다는 말은 아니잖아요.”
“그다지 다를 건 없잖아.”
이내 한유빈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그래서, 민주 씨는 저거 토벌할 수 있어요?”
“……아뇨.”
“둘이서는?”
“그것도 힘들 거에요.”
“추가로 부를 만한 사람은?”
“…모르겠어요.”
“차라리 잘됐네.”
한유빈은 다시 공격 자세를 취했다.
“우리 둘이 잡아서 인센티브나 두둑하게 받죠?”
둘이서 아즈라일을 토벌하자고?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김민주 또한 그걸 알고 있음에도.
“…그래요.”
이내 검을 움켜쥐었다.
그렇게 둘이 죽음을 각오한 그 순간.
“꼴값들을 떠세요, 아주. 내가 무리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죽으면 인센티브고 뭐고 무슨 소용입니까!”
“……?”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다름 아닌.
“서, 선생님?!”
“여긴 어떻게 알고…?”
“어떻게 알긴, 지원 요청받고 왔죠.”
김준우 대표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말투와 다르게, 그의 상태는 꽤나 만신창이였다.
보아하니 그가 맡았던 던전 또한 퍽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있는데, 뭐부터 들으실 겁니까?”
“……좋은 소식이요.”
한유빈이 즉답하자, 김준우가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현재 출현 던전, 여기 하나 남았습니다.”
“네?!”
“정말요?”
김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김민주가 침을 꿀꺽 삼키며 굳은 얼굴로 물었다.
“그, 그럼 나쁜 소식은…….”
“지금 우리 상태로는 저거, 절대 못 잡아.”
김준우의 단호한 대답.
두 사람의 얼굴에 그늘이 지던 그때.
“날 때려눕힌 놈 입에서 못한다는 소리가 다 나오다니.”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세 명의 시선이 그곳으로 한꺼번에 옮겨갔고,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좀 도와줘?”
다름 아닌, 세계 랭킹 1위의 헌터.
노아 웨스턴우드와 그의 길드원들이었다.
“클로이가 보내준다는 지원병력이 그쪽이었습니까?”
“뭐, 사실 씹으려고 했는데, 너무 집요하게 부탁하더라고.”
“그건 둘째치고… 여긴 어떻게 왔습니까? 봉쇄됐는데.”
“막고 있는 놈들 쥐어패고 들어왔지.”
“…….”
김준우가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짓자, 노아가 다시금 물었다.
“그래서, 도와줘 말어?”
“뭐… 시간 남으시면.”
노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김준우 옆으로 나란히 섰다.
그 뒤로 김민주와 한유빈이 자세를 잡았다.
“그럼, 다들 실력 좀 볼까!”
노아가 입을 열자.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고유 스킬 : 천수관음]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모두의 눈빛이 시퍼렇게 번뜩였다.
그리고 그것은.
[고유 스킬 : 마왕]
김준우 또한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