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02화 (20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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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헌터 협회와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홍콩 지부 인수전? 국제 협회 측, ‘그런 사실 없다’ 공식 입장 발표]

[홍콩 시민들의 증언 속출, ‘중국 협회, 홍콩 지부 탈환 위해 공습’ 의혹 제기]

[충분히 대피할 수 있었음에도 ‘홍콩 봉쇄’, 그들은 무엇을 막으려 했던 것인가]

[중국 협회 통제팀 소속 라이비우 팀장, ‘처음부터 계획된 일’ 충격 증언]

[계획 실패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시민과 지부 모두 묻으려 했다. 리 협회장의 처사는?]

[당국, 모두 리 협회장의 단독 행동. 엄중히 처벌할 것]

[중국 협회는 홍콩 지부 탈환 위해 공습 감행, 카르마 코퍼레이션은 구조작업 위해 파견 감행. 상반된 두 조직]

[카르마 코퍼레이션, 홍콩 시민 구조에 토벌 지원까지. 홍콩 지부 감사 표명]

[지휘권 인계받은 카르마 코퍼레이션, 이대로 홍콩 지부 인수하나?]

중국 협회 본부.

협회장실.

“하하…….”

리 협회장은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을 보며 실성한 듯 웃음을 흘렸다.

시민들이 홍콩을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유감스럽게도 해외 언론이 움직이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다.

홍콩 시민들과 홍콩 지부 소속 직원들의 증언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이번 사태에 대한 화살은 정확히 본부를 향했다.

“홍콩은…….”

리 협회장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수행비서를 향해 물었다.

“지금 홍콩은 어떻게 됐나.”

“현재 홍콩 내 모든 던전, 토벌 완료했답니다.”

수행비서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탈출 몬스터는 홍콩 지부 작전팀이 모두 처리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작전 종료하고 현장 수습 중이라고 합니다.”

“하, 무슨 말도 안 되는…….”

리 협회장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계속해서 생성되는 수십 개의 고위험도 등급 던전.

도심을 점령한 수백 마리의 탈출 몬스터.

그 누가 지휘를 하더라도 절대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홍콩을 봉쇄한 것이다.

작전 실패라는 명목으로 그 안에서 있었던 일을 영영 묻어버리기 위해.

그런데 그 남자가 지휘권을 인계받은 이후, 모든 것이 틀어졌다.

카르마 코퍼레이션 대표.

김준우.

제대로 된 지원팀도, 준비도 없이 현저히 부족한 인원으로 이 말도 안 되는 사태를 수습했다.

물론 그놈이 대단한 실력자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게 정녕 가능한 일인가?

아무리 베테랑이라고 해도 혼자서 이 사태를 해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사람. 그 남자한테는 사람들이 따라. 그게 김준우가 진짜 무서운 이유야.

그 순간, 일전에 에마 대표가 했던 그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게 이런 뜻이었나…….’

리 협회장은 이제야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리제이징.”

때마침 공안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당신을 국가 안보 위협 혐의로 체포한다.”

“…….”

올 게 왔군.

모든 게 끝났음을 직감한 리 협회장은 이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발로 가지.”

그 말과 함께 공안들에게 둘러싸여 사무실을 나섰다.

***

홍콩 시내.

갑작스러운 재난이 훑고 지나간 그곳은, 그 무엇 하나 멀쩡한 것이 없었다.

완전히 폐허가 된 도심.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을 것 같은 그곳이었지만.

“문 과장님, B구역 해체 끝났습니다! 운반은 어디로 할까요?”

“아, C구역 부산물이랑 같이 운반할 거니까 내버려둬요.”

“알겠습니다!”

“한 팀장님! A구역 사체가 너무 많습니다! 조금만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조금만 기다려. 이것만 처리하고 갈게!”

본부에서 파견된 현장 수습팀의 분주한 대화가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던전 청소팀과 부산물 처리팀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따라 도심 속 사체를 처리해나가던 그때였다.

“문소연! 너희 팀 약품 좀 남냐?”

청소 1팀장, 한상혁이 문소연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

“네? 안 돼요. 우리 것도 모자란단 말이에요!”

“아, 지원팀에 가서 받아와야 하나. 귀찮은데…….”

“이왕 갈 거면 우리 것도 좀 받아다 줘요.”

“……그럴 거면 그냥 같이 가지?”

“전 할 게 많아서~.”

팀장이 청소과장에게 반말하고, 과장이 팀장에게 존대하는 진풍경에 팀원들은 꽤나 당황스러워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둘은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꽤나 고생들 했겠네.”

한상혁이 사체로 가득한 주변을 훑으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이 정도면 저번에 리젠 던전급 아니에요?”

“그것보다 심한 것 같은데? 하여간. 다들 무사한 게 기적이라니까.”

“…….”

그 순간, 문소연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리곤 퍽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준우 씨는…… 괜찮겠죠?”

“뭐, 의사 말로는 몸에 큰 문제는 없대. 의식만 돌아오면 될 거라는데…….”

한상혁 또한 답답한 마음에 머리를 헝클였다.

파견 직후, 그가 가장 먼저 들은 소식은 김준우가 의식불명이 됐다는 것이었다.

김민주가 말하길, 토벌 중에 너무 힘을 많이 써서 그렇다고는 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도통 이야기해주질 않았다.

그렇게 토벌이 끝나고 3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김준우의 의식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김준우가 쓰러지다니, 한상혁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다른 사람도 아닌 그놈이 정신을 잃는단 말인가.

“하여간, 그 새끼도 그 새끼라니까…….”

“준우 씨도 그렇고, 민주 씨랑 유빈 씨도 크게 다친 걸 보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긴 했나 봐요.”

“쯧, 그러게…….”

무척이나 무거운 이야기에 잠시 둘 사이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렇게 몇 초쯤 흘렀을까.

“한 팀장님! 빨리요!”

한상혁을 부르는 직원의 목소리에 비로소 정적이 깨졌다.

“알았어. 간다, 가! 나 먼저 가볼게. 수고해.”

“네. 상혁 씨도 수고하세요.”

한상혁은 그렇게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 모두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그가 어서 빨리 눈을 뜨길 진심으로 기도했다.

***

“……허억!”

무언가 끔찍한 심상에 화들짝 놀라 눈을 뜬 순간이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 온몸에 극심한 통증과 두통이 먼저 몰려왔다.

온몸은 땀범벅이었고, 계속해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시발.”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고개를 떨어트렸다.

악몽이라도 꾼 듯했다.

내 손으로 동료들을 죽이는, 굉장히 끔찍한 악몽을.

생각을 털어내기 위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여긴…….”

아직 얼떨떨한 눈으로 뒤늦게 주변을 살피니 처음 보는 병실이었다.

이내 천천히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하자, 지난 기억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쳤다.

마지막 던전.

천사형 몬스터.

그리고 내가 각성 스킬을 써서…….

“이런 미친…!”

곧바로 이불을 걷어차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서, 선생님…?”

김민주가 때마침 병실로 들어섰다.

“선생님?! 괜찮아요? 정신이 좀 드세요?! 저 알아보시겠어요?!”

내게 달려와 다급하게 몸 상태를 묻는다.

하지만 그 말은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너, 너… 괜찮냐? 유빈 씨는? 노아는? 다 무사한 거 맞아?”

“…저흰 다 괜찮아요.”

김민주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지만, 김준우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내가 정신을 잃었다는 건 분명…!”

“폭주했던 거죠?”

“…….”

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스킬 폭주.

한계에 다다른 몸이 본인의 스킬을 컨트롤 할 수 없게 되는 현상.

물론 일반적으로는 아무리 무리를 한다고 해도 폭주 상태까지는 가지 않는다.

대개는 한계를 느낀 몸이 더 이상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게 본능적으로 차단해버리니까.

하지만 본능을 넘어설 만큼 강력한 이능력을 보유한 헌터들은 몸이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본인의 스킬에 잠식되어 버린다.

때문에 스킬 폭주는 S랭크 이상의 헌터에게만 간혹 보고되는 현상이다.

폭주 상태의 헌터는 옐로우 등급 보스 몬스터와 맞먹는 수준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스킬 랭크가 높을수록, 몸이 한계에 가까울수록 그 위험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내 몸은 이전 던전에서 몇 번이고 각성 스킬을 사용한 탓에 이미 한계치였다.

하물며 내 스킬은 SSS랭크.

만약 내가 폭주 상태가 된다면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덤벼들어도 가망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맞서지 말고 도망치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 병원에 있다는 건…….

“사실 안 괜찮을 뻔하긴 했어요.”

그때, 김민주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선생님, 되게 무서웠거든요. 우리가 다 덤벼도 못 막을 만큼.”

“…….”

“그래도, 우리가 어떻게 선생님을 두고 가겠어요. 어떻게든 말려보려고 애를 쓰긴 했는데…….”

김민주의 시선이 자신의 오른팔로 향했다.

피범벅이 된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오른팔뿐만이 아니었다. 이제 보니 얼굴과 목, 다리까지 크게 다친 듯 보였다.

“유빈 씨는 갈비뼈가 거의 다 나갔대요. 덕분에 지금은 침대에서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리고 있고요. 노아는 같은 병원에 있기 싫다고 먼저 어디론가 가버렸고요.”

“…그래도 어떻게 막긴 막았나 보네.”

“아뇨. 못 막았어요.”

“뭐?”

“저희는 못 막았어요. 선생님이 스스로 막은 거지.”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성이 없는 와중에도 우리를 공격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버티셨어요. 그렇게 무의식 상태에서 한참을 버티시다가 결국 쓰러지셨고요.”

“…….”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죠?”

“…….”

나는 대답을 아꼈다.

그렇게 한참이나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으니, 김민주 또한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 전 의사 선생님에게 말씀 좀 드리고 올게요. 무리하지 말고 누워 계세요!”

그리곤 결국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렇게 그녀가 병실을 나가려던 그때.

“……미안하게 됐다.”

내가 나지막이 그 말을 전했다.

그러자 김민주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정 미안하시면 한국 가서 소고기 쏘세요.”

“…….”

잘 생각해보니까 그렇게까진 안 미안한 것 같기도…….

김민주가 자리를 뜨고 다시 조용해진 병실.

이런저런 감정이 뒤섞이던 가운데.

따르릉―.

내 핸드폰이 울렸다.

「김 대표님? 조현민입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다름 아닌, 조현민 대통령에게서 온 전화였다.

“예, 뭐…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의식을 잃으셨다고 들었는데, 무사하시다니 다행입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어쩐 일로…….”

피곤해 죽겠으니 본론만 말해주면 안 되나.

「다른 건 아니고. 리제이징 협회장이 입건됐다고 합니다. 정부 쪽에선 모두 리 협회장의 단독 범행으로 덮어씌우려는 것 같고요.」

“그렇습니까?”

「뭐, 사태가 사태인 이상 저희한테는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겁니다. 홍콩 지부를 인수했다고 하더라도 외교적인 보복은 꿈에도 못 꾸겠죠.」

“그렇게 되면 국제 협회에도 못 남아 있겠군요.”

「정확합니다. 국제 협회가 기다렸다는 듯이 탈퇴를 시켜버렸습니다. 이미 이번 일로 완전히 국제 사회의 눈 밖에 났으니 당연한 일이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내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제 유예기간이 끝났습니다.」

“아…….”

작게 탄식했다.

독립 협회 및 민간 토벌 조직이 자발적으로 국제 협회에 가입할 수 있는 기간이 드디어 끝이 났다.

이제 모든 토벌권은 국제 협회의 소유가 되었고, 국제 협회 소속이 아닌 이들은 토벌이 불가능하다.

그건 다시 말해.

「중국 협회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습니다.」

“그렇겠군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조현민 대통령이 슬쩍 운을 띄웠다.

「저희가 데려오는 게 어떻겠습니까.」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죠. 다만…….”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끝에 대답했다.

“쉽게는 안 받아줄 겁니다.”

왜냐? 상황이 바뀌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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