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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10화 (21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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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이라뇨? 그 인간이 거기에 무슨 볼일이 있다고?”

직원이 전달한 갑작스러운 소식에 이아영 본부장이 기가 차다는 듯 되물었다.

“하라무라 공방 무기 입찰 건으로 확인차 출국하셨다는데…….”

“그 사람이 확인할 게 뭐가 있어. 그거 다 성일 씨 담당인데!”

“저, 저한테 그러셔도…….”

직원이 곤란하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이아영 또한 그제야 엉뚱한 사람에게 화를 냈다는 걸 깨달았는지, 한숨을 쏟아내며 애써 열을 식혔다.

뭐, 이해는 간다.

이 타이밍에 출국이라니, 의도가 뻔히 않은가.

“괜히 꼬투리 잡히느니 차라리 심사가 끝날 때까지 숨어 있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증거만 못 찾게 하면 그만이니, 아예 빌미를 안 주겠다는 거겠죠.”

“빌어먹을 놈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마를 턱 짚으며 대답했다.

고작 소문이 퍼진 지 하루 만에 해외로 뜰 생각까지 할 줄이야.

대체 어디까지 준비해둔 일이란 말인가.

‘뭐, 덕분에 심증은 확실해졌네…….’

다만 문제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내빼버린 이상 자백도, 증거도 손에 넣을 수가 없어졌다는 것.

“이제 어떻게 해요? 이대로 심사 기간이 끝나면 민주 씨는 무조건 실격 처리될 텐데…….”

“…….”

나 또한 섣불리 대답할 수가 없어서 말을 아꼈다.

그리곤 가만히 생각을 정리했다.

이번 일을 수습하기 위해선 반드시 최종혁과 박장목이 고의적으로 거짓 소문을 퍼트려 김민주를 끌어내리려 했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만약 실패한다면 모든 책임을 김민주가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진 심증만 있을 뿐, 그들이 이번 사건의 주동자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그래서 박장목을 호출하려 했던 것이다.

어떻게든 그와 최종혁 그리고 국제협회와의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가 도망을 가버린 이상, 그들의 만행을 입증할 방법이 사라졌다.

“아뇨,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때, 이아영 본부장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최종혁이 있잖아요. 그놈이 이번 일에 대해 자백한다면…….”

“할 것 같습니까?”

“…….”

이아영 본부장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말했듯, 우리에겐 심증만 있을 뿐 그가 이번 일의 주동자라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

계속해서 모르쇠로 나온다면 우리도 더 이상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최종혁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겠지.

결국, 그가 스스로 털어놓지 않는 이상, 우리로선 방법이 없다.

“그럼 뭐 어떡하자고요! 이대로 손 놓고 있을 거예요?! 아니면 이대로 민주 씨가 쫓겨나도 좋다는 거예요?!”

“…….”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만약 최악의 경우 헌터 자격이 박탈된다고 해도, 내 권한으로 계속 작전 본부장 자리에 앉혀 놓을 수는 있다.

헌터가 아니더라도 옆에서 나를 보좌하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하다.

단적인 예로, 한유빈 또한 그러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그 녀석이 어떻게 되든 계속해서 써먹을 수는 있다.

다만…….

‘이딴 저급한 수작에 녀석의 헌터 인생이 쫑나야 한다고…?’

그 꼴은 못 보지.

내가 손수 키운 녀석이다.

이딴 불명예스러운 일에 휘말려 그만두게 되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 못 한다.

“저는 가만히 못 있겠어요. 우리가 못하면 다른 사람이라도 시켜서 어떻게든 덜미를 잡아야죠!”

“……다른 사람?”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누군가가 스쳐 지나갔다.

‘다른 사람… 다른 사람이라…….’

계속해서 그 말을 되뇌길 잠시.

‘어쩔 수 없지…….’

잠시 망설이던 끝에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김준우입니다. 지금 통화 가능하십니까?”

「네, 가능해요.」

수신자는 다름 아닌 문소연이었다.

“일이 좀 틀어졌습니다. 박장목 이사가 꼬리를 안 잡히려고 해외로 튀었는데, 심사가 끝나기 전까진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네?! 그, 그러면 민주 언니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증거 없이는 그놈들을 잡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번 일의 책임은 그 녀석에게 돌아가게 되겠죠.”

「그런…….」

“그래서, 이런 부탁드려서 죄송한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최종혁 그놈이랑 한 번만 어울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저번 미팅 때 듣자 하니, 최종혁이 문소연 씨한테 관심이 좀 있는 것 같던데…….”

그녀의 대답이 끊기길 잠시.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단번에 알아차린 그녀가 결의에 찬 목소리를 냈다.

「저한테 맡겨주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이내 전화를 끊고는 이아영 본부장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럼 남은 건…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무력이라도 쓰게요?”

“늘 그렇듯 대비용이죠. 뭐, 심사 기간인 만큼 헌터는 안 되겠고. 그러면서도 헌터를 과격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데…….”

“흐음…….”

둘이서 잠시 머릿속으로 적당한 사람을 골라보길 잠시.

“…….”

“…….”

아무래도 둘 다 머릿속에 한 명밖에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괜찮을까요…?

“……설마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조금 걱정스럽긴 해도, 어쩔 수 없지.

비뚤어진 일에는 늘 진심인 사람이니까.

“그래서… 한유빈 씨, 지금 어디 있습니까?”

***

“김민주 본부장이 이태범 팀장님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본부 옥상.

담배를 피우고 있던 작전 2팀 소속의 헌터들은 여전히 그 소문에 관한 이야기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뭐야, 너 지금 알았어? 그거 때문에 하루 종일 난리였는데?”

이야기를 듣고 당황스러워하는 한 남자에게, 다른 남자가 오히려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 작전 갔다가 지금 들어왔잖아. 근데 그거 진짜야?”

“진짠지 아닌지는 나야 모르지.”

“근데 진짜 본 사람도 있다던데? 4팀이랬나, 5팀이랬나…….”

또 다른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물론 정확히 들은 건 아니었지만, 애초에 그들에게 정확성이나 사실 여부 따윈 중요한 게 아니었다.

“와씨, 개충격이네. 절대 안 그럴 것처럼 생겨 가지고…….”

“원래 반반한 애들이 뒤에서 더 구린 짓 많이 한다잖아.”

“참 나, 그 청순한 얼굴을 해 갖고 뒤에선 남자나 밝히고 있었네.”

“야, 혹시… 본부장 자리도 뒤에서 그 짓거리로 받아낸 거 아니냐?”

“에이 설마…….”

“설마는 무슨!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보장이 어디 있어. 솔직히 이 팀장이 뭐 인물이 되냐, 그렇다고 능력이 되냐.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랑도 그런 관계면, 더 윗사람들이랑은 뭐 없었겠냐고?”

“듣고 보니 그러네.”

“새끼… 일리가 있는데?”

저들끼리 낄낄거리며 소문에 또 다른 소문을 덧붙이고 있던 그때.

“일리가 있어?”

시퍼렇게 날이 선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스쳤다.

고개를 돌리자, 한 명의 여성이 본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누구?”

“아는 사람이야?”

“아니, 처음 보는데.”

의아한 표정으로 여성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녀는 이내 그들을 향해 터벅터벅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뻐억―!

한 명을 향해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

“……!”

“뭐, 뭔…!”

단 한 방에 그대로 고꾸라진 남자.

동료가 순식간에 당하자 크게 당황했지만, 정작 주먹을 날린 여자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묻잖아. 그게 일리가 있냐니까?”

“너, 너 뭐야?!”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헌터한테…!”

여자의 멱살을 잡으려고 손을 뻗으려 했지만…….

“……!”

남자는 살기가 아른거리는 그녀의 눈을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뭐 하고 있어. 아까 하던 소리 더 해봐.”

“너, 너 대체 누구…….”

“해보라니까?”

여자는 눈을 시퍼렇게 뜬 채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두 남자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여자, 지금 본인들을 진심으로 죽일 생각이라는 것을.

“시, 시발! 오지 마…!”

[고유 스킬 : 레바테인]

결국, 목숨의 위협을 느낀 남자가 먼저 스킬을 시전했다.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터져 나오기 시작한 붉은 기류.

그 압도적인 기세에 그제야 두 남자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 잠깐…….”

“대체 누구신데…!”

여자는 대답 대신 주먹을 쥐었다.

다시금 그들을 향해 달려들려는 순간.

“거기까지 하시죠.”

한 남자가 나타나 그녀를 말렸다.

다름 아닌,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수장.

김준우 대표였다.

“대, 대표님…!”

“이 여자가 다짜고짜 폭력을…!”

“그쪽은 닥치고 있고요.”

단숨에 그들을 침묵시킨 뒤, 김준우는 여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부탁할 게 있으니 따라오시죠. 가뜩이나 상황도 안 좋은데 괜히 일 키우지 마시고.”

“……그럼 저 주둥아리를 그냥 내버려 두라고요?”

“잡아야 할 놈은 따로 있지 않습니까. 기획 본부장이 이러고 있는 게 더 문젭니다.”

그 말에 두 남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한유빈은 그들을 흘겨보더니.

“…알았어요.”

이내 단념하고 등을 돌렸다.

“다, 당신 가만히 안 놔둬!”

“심사 기간에 폭행이라니! 보, 본부장이면 다야?!”

“내 걱정 말고 니들 걱정이나 해. 만약 내 앞에서 한 번만 더 그 더러운 주둥이 놀리면…….”

한유빈은 그들을 슬쩍 흘기며 말을 이었다.

“진짜 죽여 버릴 거니까.”

“…….”

“…….”

그 진심 어린 경고에 남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유빈은 그들을 뒤로한 채 김준우를 따라갔다.

계단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한유빈이 물었다.

“그래서, 무슨 부탁인데요?”

한눈에 봐도 굉장히 언짢은 상태였다.

“이제부터 이 소문을 퍼트린 범인을 잡을 생각입니다. 그 전에 저와 약속 하나 하시죠.”

“……?”

김준우는 웃음기 없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죽이지 않기로.”

***

“예, 이사님.”

작전 5팀 사무실 밖 복도.

최종혁은 또다시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새끼, 머리 좀 썼더라?」

“하하. 감사합니다.”

「아무튼, 심사 끝나면 돌아갈 테니까 너도 몸 사리고 있어. 특히 김준우 그놈은 조심하고. 촉이 장난이 아니니까.」

“걱정 마시죠. 만약 낌새를 눈치챘다고 해도 어차피 증거가 없어서 몰아붙이진 못할 겁니다.”

「하긴, 그것도 그러네. 아무튼, 알았다. 나중에 밥 한번 먹자고. 비싼 거로 사마.」

“하하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전화를 끊고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본인의 생각대로 소문은 하루 만에 본부 전체로 퍼졌다.

사실 여부를 떠나 김민주의 이미지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다.

계획대로 되고 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

분명 계획대로는 되고 있는데, 아직 찝찝한 게 남아 있었다.

다른 게 아니라, 인턴한테 맡겼던 모텔 키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시발, 설마 다른 놈한테 가져다준 건 아니겠지…?’

뭐, 설령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다.

다른 일이랑 착각을 했다고, 심사 기간이라 정신이 없어서 실수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니까.

어차피 이 소문의 주동자가 본인이라는 걸 입증할 만한 단서는 아무것도 없다.

김준우가 찾아와도 문제없다.

당당하게만 나가면 된다. 당당하게만.

그렇게 스스로 되뇌던 차였다.

“저… 선배님.”

때마침 문소연이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야, 너 내가 부탁한 거 어떻게 됐어. 갖다 놓은 거 맞아?”

“…네. 갖다 놨어요.”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리곤 뭔가를 망설이는 듯, 한참을 우물쭈물하던 끝에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제가 그거 가져다 놓으면서 생각을 해봤는데요.”

“……?”

“혹시, 저한테 부탁하신 일이 지금 본부에 도는 소문이랑 관련이 있는 일인가요…?”

최종혁은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곧바로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며 코웃음을 쳤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건 그냥…….”

“선배님, 저 정규직 돼야 해요.”

문소연이 그의 말을 끊으며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가, 갑자기 뭔 소리야.”

“만약 선배님이 이 소문이랑 관련이 있다면, 높은 분이랑도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해서…….”

문소연은 잠시 말끝을 흐리더니, 이내 천천히 본론을 꺼내 들었다.

“선배님께서 믿는 구석 하나쯤 만들어 두는 게 좋다고 그러셨죠?”

“…그, 그랬지.”

“그러면…….”

그 순간 문소연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최종혁과 눈을 맞추길 한 차례.

이내 그녀가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혹시… 오늘 둘이서 술 한잔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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