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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17화 (217/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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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새끼! 개새끼!”

퍽, 퍼억―!

“니가 무슨 낯짝으로 내 앞에 나타나?!”

“자, 잠깐…!”

무차별적인 폭행 현장.

가까스로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

“나, 날 알아…?”

“이 새끼, 말하는 것 좀 봐! 왜?! 그렇게 잠수 타면 아 그런가 보다, 하고 다 까먹을 줄 알았냐?!”

퍽, 퍼억―!

또다시 날아드는 주먹과 발.

정신이 아득해질 때까지 얻어맞던 중, 불현듯 한 가지를 깨달았다.

회귀한 후, 지금까지 이들은 모두 협회에 들어와서 알게 된 사람들이지만, 민유진은 고등학교 때 만난 사이였다는 것을.

‘시발… 10년 전의 관계는 이어지는 거였어?’

회귀한 지 무려 1년이나 지나 알게 된 새로운 사실에 나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뭐, 일단 그건 둘째 치고……. 지금은 내가 먼저 좀 살아야겠다.

“이, 일단 진정하고…!”

“진정? 진저엉?! 너 같으면 진정하겠어?!”

“내, 내가 다 설명을…!”

“필요 없어 새끼야! 그냥 오늘 나한테 죽어!!”

민유진이 다시금 주먹을 들던 그때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거기까지만 하시죠.”

이아영 본부장이 나서서 그녀의 팔을 턱 잡았다.

“경찰이라면서요. 이렇게 일방적으로 폭행한 거, 당신 상사한테 말하면 그리 좋아할 것 같진 않은데?”

“당신은 누구…?”

“카르마 코퍼레이션 지원 본부장이에요. 김준우 대표님 비서도 겸하고 있고요.”

“…….”

민유진이 그녀를 아래에서 위로 훑길 한 차례.

“큼큼…….”

헛기침과 함께 손을 내려놨다.

이내 우리는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다.

그녀는 여전히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중이었다. 나 또한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보는 그 얼굴에, 문득 옛일이 떠올랐다.

***

“야, 김준우.”

서울 작전본부, 작전 1팀 사무실.

연락도 없이 민유진이 다짜고짜 나를 찾아왔다.

내심 당황했지만, 애써 기색을 감추며 물었다.

“뭐야. 네가 여긴 무슨 일이야?”

“너 나한테 뭐 할 말 없냐?”

“…….”

민유진의 싸늘한 눈빛이 날 관통했지만,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모르겠는데.”

대답하자, 그녀가 내 책상에 서류 한 장을 툭 내던졌다.

다름 아닌, 서울 본부 작전팀 지원 불합격 통지서였다.

“아, 뭐… 그럴 수도 있지. 너무 낙심하지 말고…….”

“기만 떨지 마. 네가 상부에 요청해서 떨어트렸다더라? 그것도 작년부터 계속.”

“…….”

순간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역시 눈치채고 찾아온 거였나.

“진짜냐? 진짜 네가 날 떨어트린 거야?”

“…….”

“왜 대답을 못 해. 말을 해 봐. 진짜냐고!”

나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 내가 떨어트렸어.”

“왜? 대체 왜 그런 거야? 같이 헌터 되자고 약속했잖아! 내가 작전팀 들어가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면서, 대체 왜…!”

“노력하면 뭐해.”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직도 언 랭크면서.”

“……!”

민유진의 얼굴이 싸악 굳었다.

언 랭크.

헌터 최소 자격인 E랭크에도 미달인 이능력자.

범죄 이력이 있거나, 토벌이 불가능할 정도로 미미한 능력을 지닌 자는 랭킹 시스템에 등록할 수 없다.

그리고 민유진은 후자의 경우였다.

그녀와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나 현재까지 10년을 사귀었다.

둘 다 이능력자였기에, 고등학생 시절부터 우리의 목표는 자연스레 헌터가 되는 것이었지만. 우린 출발점부터 크게 차이가 났다.

첫 랭크 심사 때부터 B랭크를 받았던 나와 달리 그녀는 언 랭크를 받았으니까.

나는 졸업하자마자 서울 본부에 헌터로 들어갔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언 랭크로 헌터가 되는 건 기본 신체가 병기 수준이거나, 모든 토벌 전략을 마스터한 게 아니고서야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니 포기할 만도 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여군 부사관으로 입대.

4년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 후, 경찰 지원.

몇 년간 근무하다가 형사과 강력팀으로 발령.

누군가에겐 꿈과 같은 코스를 밟았지만, 그녀에겐 그 모든 경력이 헌터가 되기 위한 밑거름일 뿐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그녀는 정말로 언 랭크로 작전팀에 들어올 수 있을 만한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부터 다시금 헌터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나는 촉망 받는 유망주로 시작해 계속해서 승승장구하며 어느새 작전 1팀장 자리에 오른 상황이었다.

난 그녀의 말대로 상부에 요청해서 지원을 막았다.

“너도 지금 네 자리에서 잘나가고 있잖아. 굳이 이제 와서 헌터가 될 필요가 있어?”

이내 내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게 뭔 헛소리야? 내가 뭐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지 너도 알잖아!”

“학생 때 한 약속이 뭐가 그렇게 중요해.”

“약속이 문제야? 10년이야, 10년. 작전팀 들어가려고 10년을 들이부었어! 근데 네가 어떻게…….”

“하아…….”

그녀의 말을 끊고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곤 잠시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언 랭크 주제에 10년이고 20년이고 무슨 상관이야.”

“……뭐?”

“작전팀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 낄 데 못 낄 데 좀 가려. 주제넘게 무슨.”

“너, 너 지금 뭐라고…….”

그녀의 두 눈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단호했다.

“나도 이제 팀장이야. 여태까지 언 랭크 이능력자가 작전팀에 들어온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나랑 10년을 사귄 네가 들어와 버리면 당연히 말 나오지 않겠냐?”

“그러니까… 지금 너, 자리 때문에…….”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애초에 사람은 각자한테 맞는 역할이 있는 거야. 그러니까 그만 포기하고 네 일이나…….”

“그걸 왜 네가 정해?”

“뭐?”

“네가 뭔데 내 역할을 정해? 네가 뭔데 내 앞길을 막냐고!!”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격양되기 시작했다.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응원한다고 했잖아! 나 작전팀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네가 그랬잖아!! 근데 이제 와서 주제넘어서 떨어트렸다고? 내 역할이 아니라고?!”

“어.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야. 그렇게 들어오고 싶으면 가서 E랭크라도 받아오던가, 아니면…….”

“야, 이 개새끼야! 니가 사람이야?!”

팍―.

그 순간, 민유진이 서류를 내 얼굴에 집어 던졌다.

곧바로 등을 돌리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마.”

“…….”

“그땐 진짜 죽여 버릴 거니까.”

그 말을 뒤로하고 민유진은 내 앞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녀가 나간 자리를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봤다.

그와 함께 재작년, 서울에 출현했던 리젠 던전 때의 일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

뭐, 크게 충격을 받은 건지 아니면 내 말에 조금이라도 공감을 한 건지, 민유진은 그 뒤로 더 이상 작전팀에 지원하지 않았다.

우린 그렇게 갈라졌고, 소식도 끊겼다.

그리곤 한참 뒤에 우연히 TV에서 강력팀 최연소 여성 팀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미련이고 뭐고 아무것도.

어쨌든 앞으로는 평생 마주칠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여기서 만날 줄이야…….’

물론 회귀 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되었으니, 내가 작전팀 지원을 일부러 떨어트린 건 여기선 일어난 적 없는 일이겠지.

그렇다면 이전에는 그녀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문득 궁금해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이 상황에서 물어볼 만한 일은 아니었기에, 나는 애써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던 중.

“너 잘나가더라?”

마주 앉은 채 나를 노려보고 있던 민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잠수 타더니 성공해서 좋냐?”

“아니 뭐…….”

“야, 좋겠다. 부러워 아주. 새 애인도 만들고 ……예쁘시네.”

민유진이 이아영 본부장을 슬쩍 흘기며 말했다.

그러자 이아영의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아주 코가 하늘을 찌르는 표정.

‘제발 가만히 있어 줘라…….’

나는 고개를 떨어트리며 중얼거렸다.

“그래서… 여긴 무슨 일이야?”

내가 묻자, 민유진이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형사가 조사하러 왔지, 무슨 일이겠어. 너야말로 여긴 왜 왔는데?”

“우리가 찾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여기 대표님 실종된 거랑 연관이 좀 있는 것 같아서.”

“뭐…?”

그 순간, 민유진이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너 뭐 아는 게 있는 거야?!”

“조용히 해. 그냥 추측이니까.”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경찰 조사는 어떻게 되고 있어? 수색은 계속하고 있는 거야?”

“아니. 수사 종료됐어.”

“……뭐?”

“윗선에서 내려온 명령이야. 단서도 없고, 진척도 없으니 인력 낭비하지 말고 딴 사건에나 집중하라고.”

순간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중소기업의 대표가 실종됐는데, 진척이 없다고 고작 한 달 만에 수사를 종료시킨다고?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일인가?

“뭐, 다들 쉬쉬하는 거 보면 내부에서 내려온 건 아닌 것 같고, 아마 외부 인사 명령일 거야. 쯧, 뭐 얼마나 높은 분이길래…….”

“…….”

“그래서, 이번 일이랑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건 무슨 소리야?”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가 입을 열었다.

“미래민주당 의원 중에 전직 헌터 조직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 있어. 우린 그 의원을 찾고 있고.”

“…뭐, 뭐?!”

“그러던 중에 포항 리조트 사업 건을 봤는데…… 아무래도 이래저래 의심스러워서 말이지.”

“그러니까 이게 전부 네가 찾고 있는 그 의원이 꾸민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네가 방금 말했잖아. 대체 얼마나 높은 분의 지시길래 한 달 만에 수사가 종료되냐고.”

“…….”

“그 정도 되는 사람이 직접 서에 지시한 거라면,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민유진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했다.

“게다가 지역구 의원이 같은 소속인 것도 의심스럽고.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리조트가 들어서면 여기 의원한테 어떤 이득이 있는 거야?”

“강종구 의원? 이득이 없는 게 뭐냐고 묻는 게 빠르지. 관광 사업, VIP 유치, 기타 등등. 표를 끌어모으기에 이만큼 좋은 사업이 또 있나?”

“흐음…….”

그럼 동기는 확실하군.

“좋아. 정리하자면 이래.”

이아영 본부장과 민유진을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지역구 의원인 강종구 의원이 재선을 앞두고 표를 끌어모으기 위한 사업을 시행하고 싶었다. 고심 끝에 생각한 게 리조트 사업이었는데, 알맞은 부지가 이미 세훈 화학에 넘어간 상태였다. 여기까지 이해되지?”

거기까지 끊고 따라오고 있는지 반응을 살폈다. 그리곤 다시 말을 이었다.

“어떻게든 세훈 화학을 몰아내고 싶었지만, 강종구는 초선 의원이었기에 그럴 만한 힘이 없었다. 그래서 같은 미래민주당 소속의 어떤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가 찾고 있는 바로 그놈한테.”

나는 이아영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그녀 또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그 의원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세훈 화학을 몰아내고 GT건설을 끌어들여 리조트 사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주세훈 대표가 생각보다 강경하게 나왔다는 거예요?”

“바로 그겁니다.”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대답했다.

“이후 조금씩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급하게 언론을 통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전직 헌터 조직을 이용해 주세훈 대표를 처리했다?”

민유진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 추측으로는 주세훈 대표를 납치한 놈이, 최근 서울 본부에서 퇴사한 최종혁이라는 놈일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어.”

“뭐?! 확실해? 그놈 정보는?! 지금 어디 있는지는 알아?”

“그건 지금…….”

내가 입을 여는 순간, 때마침 핸드폰이 울렸다.

아니나 다를까, 지원팀에서 온 연락이었다.

나는 빠르게 문자를 확인하고 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찾았어요?”

“네. 갑시다.”

이아영 본부장과 곧바로 사무실을 나서려던 그때였다.

“자, 잠깐…!”

민유진이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나도 끼워줘.”

“무슨 소리야. 수사 종료됐다면서.”

“…….”

그녀는 대답 없이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왜 저러나 싶기도 잠시, 그 눈빛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아영 본부장님.”

“네?”

“이쪽에서 대기해주세요. 추가적인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저한테 연락 주시고요.”

“네, 네?! 저도 같이…!”

나는 고개를 저으며 민유진을 슬쩍 흘겼다.

“아무래도 저랑 할 말이 좀 있나 봅니다.”

“…….”

그러자 이아영 본부장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알았어요. 갔다 와요.”

그리곤 시선을 획 돌리며 다시 자리에 앉는다.

어느 부분에서 화가 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신경 쓸 여유는 없었기에 나는 곧장 민유진을 향해 손짓했다.

“가자.”

“…어, 어.”

그렇게 우린 사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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