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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19화 (21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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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소, 시신 부검실.

담당 부검의와 조사관 그리고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포항남부경찰서 강력 2팀의 고배수 반장이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럼… 열겠습니다.”

이내 부검의는 동행한 이상우 팀장 앞에서 보관소의 문을 당겼고, 이윽고 한 남성의 시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 시신 훼손이 없어서 신원은 바로 파악이 됐는데, 어쨌든 확인은 시켜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예… 대표님 맞네요.”

이상우 팀장이 시신을 바라보며 먹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곤 조사관을 향해 물었다.

“어디서 발견됐습니까?”

“산에서 심마니들이 발견했습니다. 목을 맨 채로요. 직접적인 사인 또한 질식사인 것 같습니다.”

부검의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몇 마디를 덧붙였다.

“사인도 그렇고, 정황으로 미뤄봤을 땐 자살일 확률이 높은…….”

“아닙니다!”

하지만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상우 팀장이 소리쳤다.

“실종되기 전날에도 저희한테 조금만 더 힘내자고 하신 분입니다.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으실 분이 아니에요! 이건 누군가 대표님을…….”

“하아…….”

담당 부검의는 크게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상우 팀장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는 모양이었다.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타살이라고 의심될 만한 단서가 전혀 없습니다.”

“여, 여기 가슴에 멍 자국이 있지 않습니까!”

“실종되기 전 몇 주 동안이나 시위를 하셨다면서요. 무엇보다 평소 운동도 즐기셨다고 하고. 그것만으로는 타살이라고 할 수가…….”

“아뇨.”

그때, 뒤에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아영 본부장이 보다못해 앞으로 나섰다.

“이건 그런 것 때문에 생긴 멍이 아니에요.”

“…네?”

“이건 이능흔이거든요. 스킬을 맞았을 때 생기는 상처요. 색깔도 그렇고, 앞뒤로 관통한 듯한 형태도 그렇고.”

그녀가 말을 꺼내자 그곳에 있던 모두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졌다.

이내 조사관이 그녀를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죄송하지만 누구…?”

“카르마 코퍼레이션 지원본부에 이아영 본부장입니다. 이클립스 총 책임자이기도 하고요.”

이아영 본부장이 명함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했다.

명함을 받아든 조사관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지, 지원본부장…?”

“카르마 간부가 여긴 왜…….”

담당 부검의도 꽤나 놀란 듯했다.

당연히 이곳에선 담당 부검의가 총 책임자이며, 그의 부검이 곧 공식적인 결과가 된다.

그러니 이곳에서 감히 그에게 토를 달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이능력에 관해선 그녀가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였으니.

“국제 협회와 관련된 사람을 조사하던 중에, 조 대표님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 확인하고 있었어요.”

“그게 무슨…?”

“저희가 찾고 있는 사람이 조 대표님을 처리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다고 추측하고 있어서요. 뭐…….”

이내 이아영 본부장의 시선이 시신으로 향했다.

“시신 상태를 보니 확신이 서긴 하네요. 제가 좀 자세히 봐도 될까요?”

“네? 아, 그러시죠. 이미 부검은 다 끝났으니…….”

그녀는 부검의에게 허락을 맡곤 장갑을 착용했다.

그리곤 직접 시신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시신은 전체적으로 깔끔한데, 딱 가슴에만 멍이 들었죠? 한 방에 제압했다는 뜻이에요. 상흔으로 봐서는 마법 계열 스킬인데… 흔히 쓰는 폭발형이나 투사형은 아니에요. 충격형이나 디버프형이겠죠.”

뭐, 애초에 일반인을 상대로 그런 큰 스킬을 썼다간 그 자리에서 즉사했겠지만.

이아영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말을 이었다.

“크기나 심도로 봐선 C랭크에서 B랭크 정도. 해당 랭크에 충격형 스킬을 사용하는 마법사 클래스라고 하면…….”

“누, 누굽니까?”

“…….”

최종혁.

역시 그놈밖에 없지.

하지만 이아영 본부장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글쎄요. 거기까진 모르겠네요.”

“……그, 그렇습니까.”

“뭐, 그건 그렇고. 일반인이 스킬을 맞고 기절한 뒤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면…… 꽤나 사안이 커질 것 같은데.”

장갑을 벗으며 말을 이었다.

“참고하셔서 수사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네요.”

“그건… 어려울 것 같군요.”

“네?”

조용히 있던 강력 2팀, 고배수 반장이 대신 입을 열었다.

“이 사건, 벌써 위에서 수사 종료 명령이 내려왔거든요. 부검 끝나면 바로 가족한테 인계할 예정입니다.”

“……그게 무슨.”

이아영 본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누가 내린 명령이죠, 그건?”

“글쎄요. 저도 그것까지는…….”

고배수 반장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아영 본부장은 단호한 표정으로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멀쩡한 일반인이 스킬을 맞고 목을 맨 채로 발견됐어요. 제가 볼 땐 도저히 비관에 의한 자살로는 안 보이는데… 반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그는 입을 다물었다.

이내 그가 마지못해 내뱉은 말은.

“저희도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하아…….”

이아영은 짜증 섞인 한숨과 함께 머리를 헝클었다.

그리곤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요. 조 대표님 건은 이렇게 끝낸다고 치고…….”

시신의 상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일반인이 스킬에 피해를 봤어요. 저희 본부 눈을 피해서 움직일 수 있는 헌터는 없으니까, 카르마 소속은 아닐 거고… 당연히 전직 헌터겠죠.”

“전직 헌터…?”

“네. 전직 헌터가 일반인을 상대로 피해를 줬다? 이것만 해도 수사 대상 아닌가요?”

전직이든 아니든, 헌터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스킬을 사용해 무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전직 헌터가 아무 이유도 없이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으니,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게 틀림없고요. 이건 주 대표님 건이랑은 아예 다른 문제인 것 같은데?”

“사주라니, 누가 그런…….”

“그건 저도 모르죠. 다만, 이번 일로 제일 이득을 본 사람을 먼저 조사해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미래민주당 소속, 포항 지역구 강종구 의원. 듣자 하니 재선을 앞두고 있다죠?”

“…….”

“…….”

한참이나 침묵을 지키고 있던 고배수 반장이 드디어 휴대폰을 들었다.

이아영 본부장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김준우는 조직을, 본인은 GT건설을… 그리고 경찰은 강종구 의원을 조사하게 됐다.

연관이 있는 모든 놈들을 동시에 공략.

포위망을 좁혀 나가다 보면, 반드시 한 놈이 추려질 것이다.

누군지는 몰라도 그냥 내버려 뒀다간 앞으로 무슨 짓을 더 벌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때 가서 찾은들 이미 늦은 뒤겠지.

무슨 일이 있어도 휴가가 끝나기 전에 붙잡는다.

***

“잘 처리했나?”

“예.”

서울에 위치한 어느 포장마차.

구석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을 향해 최종혁이 경직된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자살로 보이도록 위장해뒀습니다. 제압 과정에서 스킬을 쓰긴 했습니다만… 이능력 관련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알아보긴 힘들 겁니다.”

“그래.”

남성이 술잔을 홀짝이며 말을 이었다.

“듣자 하니 김민주 건도 다 자네 아이디어였다면서? 박장목 그 자식은 그냥 떠넘겼던 거고.”

“…그렇습니다. 조금 더 철두철미하게 진행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뭐, 운이 나빴지. 한 번 눈에 들어온 건 뭐가 됐든 끝을 봐야 하는 놈이니까, 김준우는.”

그가 자세를 고쳐 잡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자네를 데려온 걸 후회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잘 해봐. 밑에 놈들은 원하는 대로 부려도 좋으니까.”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남자는 만족스러운 대답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또다시 잔에 술을 따르며 입을 열었다.

“이래서 조직이 좋아. 개인한테 부탁하는 건 어찌 됐건 한계가 있거든.”

“개인… 말씀이십니까?”

“그 왜, 전 국내 랭킹 1위였던 놈 있잖나. 양민호라고. 이 바닥에선 꽤 유명한 해결사였는데… 소문만 번지르르했지. 결국, 제대로 한 건 아무것도 없었어.”

“그렇습니까…….”

“그리곤 작년부터 소식이 끊겼더군. 모르지, 그동안 번 돈으로 호의호식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어디서 객사한 건지. 그놈뿐만이 아니야. 한별 그룹의 장남도 마찬가지였지. 쯧, 그 새끼 때문에 잡혀 들어갔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울화가 치민다니까.”

남자가 쯧, 혀를 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뭐, 그 덕에 국제 협회와 손을 잡게 됐으니, 결과적으로 보면 나쁜 것만은 아니겠지만.”

“…….”

그가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었다.

그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미래민주당 소속 정훈 의원.

몇 달 전 한별 그룹의 장남, 하성태와의 사건으로 뇌물수수 혐의를 뒤집어쓰고 재판에 들어간 그 사람이었다.

그 후로 재판 결과를 기다리며, 당연히 정계 인생은 끝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기회는 위기 속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국제 협회에서 그에게 연락해온 것이다.

그들은 다시 정계에 복귀시켜주는 것은 물론, 원하는 모든 것을 줄 테니 자신들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내밀었다.

이미 벼랑 끝에 매달려 있던 정훈 의원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후 정훈 의원은 지난 실패를 교훈 삼아, 가장 먼저 전직 헌터로 이루어진 조직을 만들었다.

물론 국제 협회의 도움을 받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운 놈들이 탄생했다.

그 후 재판에서 무혐의를 받고, 바로 정계 복귀.

대체 국제 헌터 기구가 어떻게 다른 나라 정치권에 개입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보아하니, 본인 외에도 이미 그들과 관련된 인사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는 모양이었다.

뭐, 그건 비단 한국만 그런 건 아니겠지.

아무튼 정훈 의원은 현재, 국제 협회를 도와 카르마 코퍼레이션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은밀하고, 치밀하게.

“저…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때, 잠시 눈치를 보던 최종혁이 이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말해봐.”

“이번 리조트 사업을 도와주는 게 카르마 코퍼레이션이랑 어떤 관계가 있는 건지…….”

“아, 그 이야기를 안 했군.”

정훈 의원은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말을 이었다.

“현재 토벌 시스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나?”

“예? 뭐, 그야 작전팀 전력…….”

“아니.”

그가 말을 끊으며 즉답했다.

“가장 중요한 건 던전 출현 현황 파악이야. 위치, 등급, 기타 특이사항을 빨리, 또 정확하게 알아내야 그다음으로 넘어가지.”

“…….”

최종혁은 대답을 아꼈다.

그 부분은 통제팀의 업무였으니, 작전팀 소속이었던 그는 잘 모르는 부분이었던 까닭이었다.

“우리나라는 땅덩이도 좁고 도로가 잘 되어 있는 것이 한몫했지만, 그보단 탐지 시스템이 꽤나 잘 돼 있는 게 크지.”

“…그렇군요.”

“그중 가장 큰 규모의 탐지 시설이 어디 있을 것 같나?”

“……설마 포항에?”

“그래.”

정훈 의원이 손가락을 튕기며 대답했다.

“리조트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어. 아니, 거의 붙어 있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리고 국제 협회의 목표는 그 시설을 처리하는 거야.”

“하지만…… 리조트 사업을 추진한다고 탐지 시설까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당연하지. 애초에 우리가 직접 탐지 시설을 건드리면 김준우가 곧바로 눈치챌 거야.”

“그럼 대체 어떻게…….”

“우리랑 전혀 관련 없는 놈들이 처리하게 해야겠지.”

그 순간 정훈 의원의 눈이 번뜩였다.

“이번 리조트 건은 꽤 커. 최대 규모의 CC도 들어올 거고, 승마와 기타 부대시설도 마련할 예정이야. 당연히 그 대상은 VIP들이고.”

그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봐. 자네가 황금 같은 휴가에 거금을 주고 마음 편히 쉬러 왔는데, 바로 눈앞에서 커다란 안테나들이 24시간 내내 시끄럽게 움직이고 있으면… 어떨 것 같나?”

“상당히 거슬릴 것 같습니다.”

“바로 그거야.”

최종혁은 그제야 그가 무엇을 계획하고, 무엇을 노리는 건지 깨달았다.

“탐지 시설은 우리가 건드리지 않아. 그건 리조트를 방문한 VIP들의 몫이지. 한 사람이 아니라, 권력이 있는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덤벼들면 김준우도 어쩔 도리가 없을 테지.”

“그래서 강종구, 그 새내기 의원을 도와주신 거군요.”

“맞아. 일부러 그 부지를 선택한 것도 탐지 시설이랑 가깝기 때문이었지.”

최종혁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의 말대로, 직접 탐지 시설을 폐쇄하려고 했다면 김준우가 모든 걸 동원해서라도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계획대로라면 불특정 다수가 한마음으로 김준우를 포위할 것이다.

당연히 공격 방법도 가지각색이겠지.

누군가는 정치적으로, 또 누군가는 경제적으로.

그렇다면 김준우는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

어느 한 명을 잡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닐뿐더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이상 그 수많은 VIP를 적으로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까.

“김준우는 절대 나를 찾지 못해. 아니, 설령 찾는다고 해도 나한테 책임을 물을 수가 없지. 내가 직접 그를 건드리는 게 아니니.”

정훈 의원이 그에게 술잔을 건넸다.

가볍게 건배를 하곤 두 남자는 술을 털어 넘겼다.

“이번엔 무조건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어.”

이내 정훈 의원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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