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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23화 (22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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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어느 회사 건물.

나는 여느 건물과 마찬가지로 어느 것 하나 특별할 것 없는 그곳에 발을 들여놓았다.

겉보기엔 평범한 건물이지만, 어째 로비부터 오가는 사람 하나 없는 기묘한 곳.

1층부터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현재 김민주과 한유빈은 동시다발적으로 각 지역의 불법 헌터 조직을 소탕 중이다.

물론 단 두 명이 전국에 있는 조직을 전부 소탕하는 건 꽤나 힘든 일이었기에, 민유진 팀 또한 손을 보태주고는 있지만…….

형사들이라곤 해도 일반인이지 않은가.

이능력자를 상대하기엔 이래저래 위험했기에 소재 파악이나 기타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중점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소탕 작전과 더불어 주 대표 청부 살인, GT 건설 로비, 불법 부지 계약 등… 관련된 모든 사건이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그뿐만 아니라 경찰 교사, 국회의원 테러 등등, 뒷골목에서 벌인 온갖 일들이 언론을 타기 시작했다.

당연히 인터넷 또한 난리가 났고, 이 모든 사건을 지휘한 ‘어느 높은 분’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렇듯 사방에서 포위망이 좁혀지는 중이다.

꼬리가 밟히는 건 시간문제겠지.

‘뭐, 이렇게 되면 정훈 의원도 뒤에서 잠자코 있진 않겠지만.’

자신의 목을 조여 오는데, 언제까지 숨어만 있을 순 없을 것이다.

분명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려고 하겠지.

‘일단 가장 첫 번째로…….’

헌터 조직을 숨기는 것.

애초에 밑에 놈들은 윗선과 접점이 없다.

팀장급을 잡는 게 아닌 이상 정훈 의원의 혐의는 입증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팀장들만 한데 모아 대피시켜 놓으면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하지만 김민주와 한유빈이 벌써 각각 3개의 팀을 박살 냈음에도 팀장들은 찾지 못했다.

그 말은 즉.

“어딘가에 단체로 숨어 있다는 거지.”

18층 높이의 빌딩.

3층, 간판도 달려 있지 않은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뭐야?”

“기, 김준우…?”

“김준우가 여길 어떻게…!”

그곳에 한데 모여 있던 이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정훈 의원 명의로 된 건물을 죄다 뒤져봤습니다. 뭐, 단체로 몸을 숨기려면 사람이 많은 곳이 제일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나는 빠르게 있는 이들을 훑었다.

15명쯤 되는 인원에, 대부분이 처음 보는 얼굴들.

내가 얼굴을 모른다는 건 그만큼 경력이 길지 않다는 뜻일 테니 해봐야 B급들이겠지.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낯익은 놈이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최종혁 씨.”

“…….”

다름 아닌, 최종혁이었다.

“여기서 뭐 하고 계십니까. 당신 부하들은 죄다 잡혀 들어가고 있는데.”

“그놈들은 백날 잡아가도 아무것도 못 건져”

“알고 있습니다. 뭐… 여기 있는 분들한테 건지면 되죠.”

내가 어깨를 으쓱이자, 각 지역 팀장의 표정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그 모습에 난 헛웃음을 뱉었다.

이쪽 일에 너무 심취한 건가.

본인들이 뭐라도 되는 양, 상대도 못 알아보고 이빨을 드러내는 꼴이…… 꽤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이가 없는 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최종혁이 혼자 내 앞으로 나섰다는 사실이다.

“선배님들은 세이프 하우스 발각됐다고 의원님한테 전해주십시오.”

“무슨 개소리야!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너 혼자 나서?”

“여기 있는 인원이 전부 싸우면 분명 사람들 눈에 띌 겁니다. 애초에 저놈한텐 개인적으로 볼일도 있고. 무엇보다…….”

이내 최종혁이 내게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청소부 출신 상대로 여러 명이 필요하겠습니까?”

“…….”

나는 대답 대신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이내 팀장들은 그의 말이 꽤 일리가 있다고 느낀 건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러네.”

“그럼 부탁한다.”

“의원님께 연락해둘 테니, 끝나면 바로 합류해.”

그 말과 함께 팀장들은 나를 가로질러 먼저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도망가는 녀석들을 보고도 나는 굳이 쫓지 않았다.

이윽고 모두가 빠져나간 후, 단둘이 남게 된 사무실.

“기억나십니까?”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번 실기 시험 때, 제 실력을 보고 싶다고 하신 거 말입니다.”

“그랬었지.”

“그때 제가 언젠가 보여줄 날이 올 거라고 했었죠. 아무래도…… 오늘이 그날인가 봅니다.”

외투를 벗고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운 나쁘게도.”

[고유 스킬 : 마왕]

검은 기류가 사무실 전체로 퍼져나갔다.

***

쿠구구구구―!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기류가 터져 나오는 순간, 최종혁은 반사적으로 두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그 기류가 피부에 닿자 온몸이 저릿저릿해졌다.

‘뭐, 뭐야…?!’

엄청난 기세.

생각지도 못한 분위기에 그는 퍽 당황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소문… 네가 퍼트린 거냐?”

김준우에게 질문을 던졌다.

“소문?”

“내가 김민주한테 들이댔다가 까였다는 거.”

“아, 그거…….”

김준우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튕기며 말을 이었다.

“사실 아니었습니까?”

대놓고 입꼬리를 올리며 그를 조롱했다.

최종혁은 이를 뿌득, 씹었다.

저 새끼 때문에 어떤 시선을 받아야 했는지, 어떤 말을 들으며 다녀야 했는지 생각하면 도저히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 다 저 새끼 때문이다.

저 새끼만 아니었으면 이전처럼 헌터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저 새끼만 아니었으면 예전보다 훨씬 잘 나갈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밑바닥 생활을 하진 않았겠지.

“다 너 때문이라고, 이 개새끼야!”

[고유 스킬 : 블리자드 피닉스]

사아아아―.

최종혁의 분노에 맞춰, 냉기에 휩싸인 커다란 불사조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곧바로 크게 날갯짓을 하며 얼어붙은 깃털을 쏟아냈다.

“그거 아십니까?”

하지만 김준우는 그 거대한 얼음송곳들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실력도, 힘도 없으면 함부로 이빨을 드러내는 게 아닙니다.”

“…뭐?”

“상대를 보고 까불라는 거야, 이 멍청한 새끼야.”

[고유 스킬 : 마왕 - 각성]

[각성 스킬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현 시간부로 시전자는 기존의 클래스를 초월합니다.]

김준우의 형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각성 클래스 : 절대 군주]

[시전자는 차원의 힘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 무슨!!”

최종혁의 몸이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공포보다 분노가 조금 더 앞선 듯했다.

“시, 시발, 죽어!!”

[고유 스킬 : 블리자드 피닉스]

콰과과광―!

스킬을 쏟아부었다.

사무실이 크게 흔들릴 정도의 충격과 함께 먼지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김준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먼지 속을 걸어 나왔다.

방금 그 어떤 공격도 김준우의 털끝에도 닿지 못한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장비가 생성되었습니다.]

[마검 : 타르타토스]

[마갑 : 악몽의 베네]

도저히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형상.

그야말로 악마, 그 자체였다.

[소환 : 군단]

끄그그극―.

까각, 까가각―.

그와 동시에 바닥에 깔린 검은 기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마물들.

최종혁은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현실인지 꿈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잘못 생각했다.

이길 수 없다.

아니, 애초에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사, 살려… 살려줘…….”

그 절대적인 강함 앞에서, 최종혁은 반쯤 정신이 나간 채 계속해서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와 함께 바짓가랑이에서 소변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실력도 없으면서 어쭙잖은 악당 흉내 내지 마십쇼.”

김준우가 검을 높게 치켜든 순간, 그의 검고 공허한 눈빛이 최종혁을 관통했다.

“안 어울리니까.”

스윽―.

검이 허공을 가르길 한 차례.

18층 건물이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

“하아…….”

“아오, 시발…!”

팀장들은 서둘러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빌어먹을, 어떻게 이렇게 금방 찾은 거야?”

“그러니까!”

“그나저나 최종혁, 그 새끼 혼자서 괜찮으려나.”

“괜찮겠지. 듣자 하니 그놈 B랭크까지 승급할 뻔했다면서.”

“그런데 김준우도 만만치 않다잖아.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거 보면 A랭크 수준이라던데.”

“그걸 믿냐? 기업 총수가 과대 마케팅하는 거지. 청소부 출신이 A랭크가 말이 되냐.”

“하긴… 생각해 보니까 그놈이 전투하는 걸 직접 본 적은 없네.”

“그놈 협회에 있었을 때도 작전 기획이랑 전략 때문에 본부장까지 올라간 거잖아. 혼자서 어딜 다 쓸어버렸다느니, 다 언론 플레이야.”

팀장들은 저들끼리 떠들어대며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든 좋게 해석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않았다.

“어쨌든 빨리 의원님께 연락을…….”

쾅―!!!!

“……?!”

“뭐, 뭐야?!”

조금 전까지 본인들이 있던 건물이 두 동강이 난 것이다.

“뭐야 시발! 무슨 일이야?!”

“설마 최종혁이…?”

“크하하! 역시 B급은 다르네!”

하지만 어째선지 자축을 하는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아직도 여기들 계시네.”

김준우 대표였다.

“……어, 어떻게.”

“다, 당신이 여기 있다는 건 최종혁이…….”

팀장들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사색이 됐다.

건물을 빠져나온 게 김준우라는 사실보다, 건물이 두 동강 날 정도의 전투에서 먼지 하나 안 묻은 모습이라는 것에 더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빌어먹을…!”

“다 무기 꺼내!!”

모두가 서둘러 전투태세를 갖췄다.

김준우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허튼짓하지 마십쇼.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당신들한테는 가망이 없으니까.”

“뭐, 뭐…?”

“설마 혼자서 우리를 이길 수 있다는 거야?!”

“그것도 그렇긴 한데… 굳이 안 싸워도 어차피 당신들은 살 수 없습니다.”

김준우의 그 말에 팀장들의 미간이 확 좁혀졌다.

무슨 개소리냐는 듯한 표정들.

김준우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들 수장, 정훈 의원은 국제 협회와 손을 잡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까지 알고 있었나.”

“우리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았으면 곱게 보내주는 게…!”

“그거야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장담하는데, 당신들 이대로 정훈 의원한테 가면…….”

김준우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다 죽습니다.”

“……?”

“……뭐, 뭐?”

김준우는 아비규환이 된 건물 앞에서 주변을 슬쩍 둘러보곤, 빠르게 입을 열었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경찰은 대대적으로 수사를 시작했고, 언론과 인터넷에도 모두의 관심이 쏠려 있죠. 물론 당장 정훈 의원의 혐의를 입증할 순 없겠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로 팀장급들을 숨기는 것으로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언제까지 십수 명의 인원을 숨겨둘 수도 없으며, 수사가 계속되는 한 언젠간 반드시 꼬리가 드러난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국제 협회에 도움을 요청하겠지.

그럼 국제 협회가 이 상황에서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

그게 바로 세 번째 수단.

“그들은 우선…… 꼬리를 끊어 버리겠죠.”

김준우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지금 약속 장소로 가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정훈 의원이 아니라, 국제 협회 소속의 암살자들일 겁니다.”

“……!”

“……!”

어차피 길바닥에 돌아다니던 개를 주워 쓴 것뿐이다.

쉽게 손에 넣은 만큼, 쉽게 버릴 수도 있는 존재.

처리한다고 한들 뒤탈도 없을 것이고, 딱히 아쉬울 게 없다.

언제든 새로 구할 수 있는 이들이니까.

“선택하십시오. 끝까지 충성을 맹세하며 개죽음당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그 순간, 김준우의 눈이 번뜩였다.

“주인을 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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