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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27화 (227/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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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무슨 일이야?!”

복합쇼핑몰, 1층 비상구.

김준우와 같이 황급히 화장실을 빠져나온 남자, 노상구는 여자 친구와 함께 그곳에 몸을 숨긴 채였다.

여자 친구는 계속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노상구 또한 알 길이 없었다.

지진?

그러면 밖으로 도망쳐야 하나?

아니… 오히려 밖으로 나가는 게 더 위험하댔나?

노상구는 모든 게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와중에도 건물은 점점 더 거세게 흔들렸다.

“아, 오빠! 어떻게 좀 해봐!”

“나보고 뭘 어떡하라고!”

“그럼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여기 있는 게 제일 안전해!!”

둘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비상구 벽면이 쩌저적 소리를 내며 크게 벌어졌다.

균열은 조금씩 퍼져나가 천장까지 이어졌고, 진동과 함께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그런 곳에서 두 남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이 묶여 있었다.

빌어먹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위험한 일인가?

설마 이렇게 죽는 건 아니겠지.

‘시발, 재수가 없으려니…….’

노상구는 이를 으득으득 갈았다.

그리고 그때.

“여기에요! 여기 사람이 있어요!”

비상구 문이 열리며 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빨리 나오세요!”

“…….”

“…….”

두 남녀는 그 여성을 보고는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을 구하러 온 그녀는 다름 아닌, 조금 전 자신들과 시비가 붙었던 청소 아줌마였으니.

“뭐, 뭐야! 왜 아줌마가 와?! 119는 어디 있고!!”

“그럴 시간 없어요! 지금 당장 나가야 하니까 빨리 나오세요!”

“아줌마를 어떻게 믿고! 여기 있는 게 더 안전…!”

그 순간이었다.

쿠구구궁―!

균열을 버티지 못하고 굉음과 함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쾅―!!

그때, 조금 전 자신들에게 시비를 걸어왔던 여성이 튀어나와 온몸으로 잔해를 막아냈다.

“…….”

“…….”

전신에 맴도는 붉은 기류.

살기가 아른거리는 눈빛.

도깨비와도 같은 모습에 남녀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당장 나와. 뒈지기 싫으면.”

“네, 네…….”

그녀가 붉은 눈빛을 번뜩이며 경고하자 노상구는 저도 모르게 대답하며 빠져나왔다.

그들은 두 여성의 안내를 받으며 곧장 대피하기 시작했다.

대피하면서도 노상구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건물이 흔들리고 천장이 무너지는 상황 때문이 아니라… 그저 자신과 시비가 붙었던 저 여자가 헌터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윽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자, 그곳엔 이미 수많은 사람이 대피해 있었다.

“던전이 출현했다고?”

“아까 방송 못 들었어?”

“미친… 어떻게 건물에 던전이 나오냐. 작전팀은 출동했대?”

“카르마 코퍼레이션 간부들이 있었다던데?”

“간부들이?”

“작전 본부장이랑, 기획, 지원 본부장이 다 있었대. 김준우 대표도.”

“그 사람들이 여기 다 있었다고?”

“와 씨… 운 좋았네.”

“그러니까…….”

마치 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 듯한 사람들의 대화 소리.

노상구는 가만히 그 이야기를 훔쳐 들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본부장들이라면 대한민국 토벌 최고 전력들이 아닌가.

그런 인간들이 이곳에 모두 모여 있었다는 건…….

‘그럼 저 여자도 카르마 간부…?’

노상구는 한유빈을 슬쩍 흘겼다.

빌어먹을, 대체 누구한테 시비를 건 거야.

뒤늦은 후회를 하던 그때.

‘잠깐. 그렇다는 건 화장실까지 따라왔던 그 남자가…….’

김준우 대표?

뒤늦게 그들의 정체를 알게 된 노상구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시발, 카르마한테 잘못 찍히면 영영 사람 구실 못하게 된다던데…….

이제라도 사과해야 하나?

아니, 생각해보면 먼저 시비를 건 건 그쪽이지 않은가.

아무리 봐도 내가 잘못한 게 없다.

그래, 쫄지 말고 당당하게 나가자.

여자 친구도 보고 있는데 모양 빠지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던 사이, 누군가 나타났다.

“나, 나온다!”

피를 흠뻑 뒤집어쓴 채 검은 기류를 흘려대는 남자와 무덤덤한 표정으로 검을 거두는 여자가 건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흡사 마왕와 전사.

압도적인 존재의 형상.

“…….”

그 모습을 마주한 노상구는, 그냥 사과드리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

“가,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토벌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서자, 시민들의 감사 인사가 쏟아졌다.

‘대피하라고 했더니, 여기서 구경들이나 하고 있었네.’

상황이 퍽 달갑지는 않았지만,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었기에 대충 인사를 받아줬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익숙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어째선지 상당히 초조한 표정의 그는 조금 전, 한유빈과 시비가 붙었던 그 남자였다.

그는 나에게 할 말이 있는 듯했다.

바짝 긴장한 채 우물쭈물하는 그를 보곤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이제야 우리가 누군지 알게 된 모양이었다.

‘뭐… 이참에 몰아붙이면 어찌어찌 사과는 하겠다만…….’

보는 눈도 많으니 조금 더 신사적인 방법을 써야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이내 청소 여사님을 돌아봤다.

그리곤 그녀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아니에요. 전 아무것도…….”

“아뇨. 여사님께서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주신 덕분에 모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 말과 함께 남자에게로 시선을 흘겼다.

이건 퍼포먼스다.

지금 그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퍼포먼스.

카르마 코퍼레이션 대표가 모든 공을 청소부에게 돌렸는데, 내 정체를 알고 있는 그가 과연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저, 저 아까 그건…….”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내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김준우 대표님이신지도 모르고…….”

“그게 무슨 소립니까?!”

어딘가 굉장히 핀트가 어긋난 이야기에,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제가 대표가 아니었으면 사과하지 않았을 거라는 소립니까?”

“…….”

“그리고, 애초에 사과드릴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은데요.”

남자의 시선이 갈 곳을 잃고 흔들렸다.

그런 그를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자, 남자는 결국 청소 여사님을 향해 돌아섰다.

“…….”

그리곤 아무 말 없이 푹 허리를 숙였다.

마지막 자존심인 건지, 아니면 이제 와서 사과하기엔 염치가 없다고 생각한 건지는 모르지만.

뭐, 저게 어디인가.

그 모습을 바라보길 잠시, 그의 팔에 새겨진 커다란 문신이 눈에 들어왔다.

“뭐 그건 그렇고, 당신 어디 소속입니까?”

“……예?”

“조직 생활하는 분 아닙니까? 당신 형님이 누구냐고요.”

“그, 그게, 지금은 덕수 형님 밑에서…….”

덕수.

덕수라…….

머릿속을 뒤적이자 기억 저편에서 그 이름이 문득 떠올랐다.

‘홍덕수…?’

이것도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당신 형님이 알면 굉장히 실망하시겠군요.”

“우, 우리 형님을 아십니까…?”

“어느 정도는.”

뭐, 회귀 전에 인연이 있었던 사람이니까.

나는 잠시 옛 기억을 곱씹었다.

그리곤 머지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래도 그놈이 좋겠군.

“당신 형님 좀 만납시다.”

“예, 예…?”

“못 들었습니까? 홍덕수 씨를 지금 좀 만나보자고요.”

“아, 저 그게…….”

남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형님 만나시려면 한 15년은 기다리셔야 하는데…….”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

휴가 같지도 않았던 휴가가 끝난 지도 하루가 지났다.

나는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이아영 본부장을 데리고 곧장 안산으로 향했다.

이윽고 그 장소에 도착하자.

“…여긴 왜 왔어요?”

이아영 본부장이 벙찐 표정으로 물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새 팀을 꾸릴 거라고. 팀원 모집하러 온 겁니다.”

“그, 그런데 왜 이런 곳으로 와요? 여긴…….”

이내 이아영 본부장의 시선이 앞에 있는 넓은 건물로 향했다.

“교도소잖아요…….”

“그냥 교도소가 아니죠.”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이능력자 특수 격리 시설입니다.”

“……더 불안한데요.”

이아영 본부장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나를 바라봤다.

이능력자 특수 격리 시설.

일명 안산 교도소.

이능력자들이 생겨나면서부터 꾸준히 발생해온 이능력 범죄들.

다른 강력 범죄보다 훨씬 쉽게, 또 크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에 그들에 대한 처벌 또한 매우 강력한 편이다.

하지만 아무리 범죄자들을 격리해 놓는다고 해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탈출할 힘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그래서 이곳엔 조금 특수한 몇 가지 규칙이 존재한다.

첫 번째, 이곳에 수감된 모든 재소자는 절대 햇빛을 볼 수 없다.

두 번째, 식사는 무조건 하루 1식으로 제한한다.

마지막으로 물도 6시간에 한 컵만 지급한다.

이토록 극단적인 규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이능력자들의 체력을 최대치로 떨어트려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벌어지는 폭동 때문에, 모든 교도관 또한 이능력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정부에 소속된 유일한 이능력자들인 셈이다.

아무튼, 이곳을 찾은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솔직히 정훈 의원이 만든 헌터 조직… 조금 놀랐습니다. 점조직으로 꼬리를 밟힐 위험도 적으면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이들. 그러면서도 일 처리는 또 확실했죠.”

“설마 당신…….”

“예.”

이아영 본부장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거기에 대답 대신 나는 미소를 지었다.

“저도 따라 해 볼 생각입니다.”

“…….”

이아영 본부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불법 헌터 조직 때문에 며칠 동안이나 시끄러웠는데, 이제 와서 또 그런 놈들을 만들겠다고요…?”

“너무 걱정 마시죠. 어설프게 따라 할 생각은 없으니까. 뭐, 여기저기 이야기도 해놨고… 대통령님의 허가도 떨어졌으니까.”

“대, 대통령이 허가를 내줬다고요?!”

“물론 이 이야기는 밖에선 비밀입니다.”

“당연하죠! 입 잘못 놀렸다간 감당 못 해요!”

“아무튼, 여기 소장에게도 이야기해놨다고 하니까, 너무 걱정할 필욘 없을 겁니다.”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며 건물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곧바로 정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남성이 우리를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천재윤 소장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준우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는 간단한 인사를 마치곤 곧바로 우리를 본인의 사무실로 안내했다.

“그래서…….”

천 소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섰다.

“대충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전과가 있는 이능력자들로 새 팀을 꾸리시겠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흠, 이 건은 저희 쪽 극소수의 임원과 대통령님만 알고 있는 사실인데…….”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었다.

“저희는 현재 국제협회와 전쟁 중입니다.”

“……네?”

“물론 무력을 통한 전쟁은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해야겠죠.”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는지, 천 소장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아무튼, 저희는 국제협회에 대항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의 몇몇 인사들이 국제협회와 손을 잡았다는 정보가 있더군요.”

“그, 그게 누구입니까…?”

“대표적으로 정훈 의원.”

“……!”

천 소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하긴, 뉴스에서는 불법 헌터 조직을 운영했다고만 나왔지 자세한 전말은 보도되지 않았으니 놀랄 만도 하다.

“그 말고도 몇 명이나 더 있는지 모릅니다. 문제는…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할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그들을 찾아내시려는 겁니까?”

“겸사겸사 공식적으로 못 하는 일들도 맡기고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마저 설명했다.

“저들이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는 만큼, 저희 또한 양지에서 조사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멀쩡한 헌터들에게 그런 일을 시키는 건 인력 낭비니, 여기서 찾는 수밖에요.”

“그렇군요.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여쭤본 겁니다. 대통령님의 지시가 내려온 이상 어차피 선택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천 소장은 대답이 됐다는 듯, 준비해둔 서류를 꺼내 들었다.

“모범수들로 추려봤습니다. 강력 범죄 전과자들은 제외했고요.”

“흐음.”

나는 서류를 훑어봤다.

강력 범죄를 제외하고 보니 대부분 시답잖은 것들로 잡혀 온 놈들이었다.

사기, 절도, 기타 등등.

대부분이 별 볼 일 없는 놈들이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눈에 띄는 몇 명이 있었다.

나는 빠르게 그들을 추려내선 다시 소장에게 프로필을 건넸다.

“여기 있는 놈들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준비시키겠습니다.”

천 소장은 서류를 받아들며 대답했지만, 어째 아직도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그나저나…… 신설팀은 대표님께서 직접 운영하실 생각이십니까? 아시다시피 이능력자들이라 통제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뭐, 제가 직접 맡을 생각이었는데, 대통령님이 극구 반대를 하셔서……. 뭐, 일단 적당한 사람을 찾아뒀습니다.”

“오, 그게 누굽니까?”

“홍덕수.”

“……!”

그 이름이 나오자 소장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마침 그 사람도 여기 있는 거로 아는데…… 여기까지 온 김에 그놈 얼굴 좀 보고 가도 되겠습니까.”

“그… 대표님이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그놈은 안 됩니다. 무지막지한 놈이에요. 여기 직원들도 그놈이라면 치를 떱니다. 격리하는 데도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뭐, 그쯤 돼야 밑에 놈들이 말을 듣지 않겠습니까?”

소장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다.

애초에 그놈이 어떤 놈인지는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놈을 선택한 거고.

“뭐, 너무 걱정 마시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잘 교육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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