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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이능력자 특수 격리 시설, 면회실.
잠시 대기하고 있자니, 수갑을 찬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대한민국에서 젤루 잘나가시는 양반이 나를 다 보자고 말이여.”
“반갑습니다.”
“그려, 그려.”
남자는 나를 마주 보고 앉아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나는 그를 빠르게 훑었다.
힘찬 목소리.
멀쩡히 걸어 다닐 정도의 기력.
여유가 느껴지는 표정.
멀쩡한 모습에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기운이 좀 있으신가 봅니다. 듣자 하니 여기 재소자들은 사람 몰골이 아니라던데.”
“버틸 만하던디? 뭐, 원체 튼튼한 놈이라 그런가 벼.”
남자가 크게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잠시, 이내 그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우리 대표님이 나 같은 놈한텐 무슨 볼일이당가? 여까지 직접 찾아온 걸 보면 예삿일은 아닌 듯싶은디.”
“홍덕수 씨… 이능력을 사용한 폭행 건으로 5년째 복역 중이시죠?”
“그런디?”
“그전에는 서울 본부 작전팀에서 근무하셨고요.”
“…….”
“그러다 4명의 헌터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해서 입건. 피해자들은 전치 16주에 달하는 중상을 입었고, 아직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고요.”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정보를 줄줄이 읊었다.
그러자 홍두식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건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노려봤다.
그가 흥미를 보이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뭐, 아내분에 대한 복수인데 죽이지 않은 게 용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 순간, 홍두식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래서…? 뭔 말이 하고 싶은 거여?”
“너무 그렇게 쏘아보지 마시죠. 딱히 비꼬는 건 아니니까.”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내는 그를 향해, 작게 너스레를 떨었다.
아직 본론도 안 꺼냈는데 벌써 이러면 곤란하니까.
홍덕수.
과거 서울 본부 작전팀 소속의 헌터로, 작전 3팀장을 맡았던 인물.
회귀 전, 내가 막 서울 본부에 입사했을 때도 현역이었기에 모두 기억하고 있다.
나름 실적도 좋고 부하들에게 평판도 좋은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쓰고 잠적했다.
정확히는 그의 아내가 사망한 직후의 일이었다.
그가 퇴사한 후, 누구도 그의 소식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때쯤, 나는 뉴스를 통해 그의 근황을 알게 됐다.
돌연 행방이 밝혀진 그가 헌터 4명을 무차별하게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전직 헌터가 현직 헌터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처음이었기에,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사건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홍두식은 모든 범행을 순순히 자백했고, 항소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관심이 지속하기엔 너무 심심하게 끝이 난 것이다.
그래서 사건의 자세한 내막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물론 나는 전부 알고 있었지만.
홍두식은 퇴사 직후 사람을 모아 1년간 4명의 헌터를 찾아다녔다.
그 이유는 말했듯, 죽은 아내의 복수를 위해서였다.
사건의 시작은 이러했다.
언제부터 돈에 눈이 먼 작전팀 소속의 헌터들이 불법으로 프리랜서 헌터에게 악성 재고로 남은 던전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돈을 챙긴 뒤 상부에는 토벌을 완료했다고 보고하면, 토벌 수당까지 이중으로 받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행위가 계속되던 어느 날.
경험이 부족한 프리랜서 헌터에게 던전을 매각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 프리랜서 헌터의 실력으로는 토벌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프리랜서 헌터는 던전을 팔았던 이들에게 환불을 요청했지만, 이미 상부에는 토벌된 던전으로 보고가 된 터라 그건 불가능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간 길드 또한 찾아가 봤지만, 불법 매매된 던전을 받을 수 없다고 모두 거절.
물론 그제라도 정식으로 던전 출현 신고를 하면 그만이었지만…….
불법 매매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웠던 프리랜서 헌터는 결국 던전을 그냥 방치하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던전에서 몬스터가 탈출해 산속을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며칠 후 산림 공무원이던 홍덕수의 아내가 몬스터에게 습격당해 사망한다.
그제야 뒤늦게 사건이 세간이 드러나자, 홍덕수는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던전을 불법으로 매각한 작전팀 소속의 헌터 세 명은 정직 및 500만 원 벌금, 던전을 방치한 프리랜서 헌터는 고작 징역 1년의 처벌을 받는다.
1년.
그 말도 안 되는 형량에 홍덕수는 결국 본인이 직접 그들을 처벌하기로 했다.
홍덕수는 그렇게 사퇴를 하고 오랜 준비 기간 끝에, 네 명의 헌터를 한 명씩 찾아가 자신 기준의 정의를 실현했다.
다신 헌터 생활을 못 하게 말이다.
실제로 사건 이후, 네 명 모두 헌터직을 내려놨다.
‘아니… 내려놓은 게 아니라 못하게 된 건가.’
부상이 너무나 심해서 더 이상의 토벌은 불가능했으니까.
아무튼, 그런 사건이다.
내가 어째서 이걸 알고 있는가 하면…… 그 사건을 담당했던 게 내 전 여친, 민유진이었거든.
나는 옛 기억을 곱씹으며 다시금 그에게 물었다.
“몇 년 받으셨죠?”
“15년.”
“뭐 사람을 거의 반송장을 만들어놓은 것치곤 적은 편이군요.”
홍두식이 피식, 헛웃음을 뱉었다.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뭐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거여?”
“틀린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고… 범죄는 범죄니까요. 사연이 어찌 됐든 당신이 한 행동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를 향해 상체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게 다 무슨 상관입니까. 당신은 그냥 당신이 하고 싶어서 한 건데. 정당화고 나발이고, 알 게 뭡니까.”
“…….”
이내 홍두식의 눈이 가늘어졌다.
“당신은 그냥 당신이 할 수 있는 걸 했을 뿐입니다. 거기에 가타부타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겠죠.”
“…….”
“애초에 그들을 죽이지 않은 것도 받을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평생을 고통받게 하고 싶었던 것 거 아닙니까?”
그냥 편하게 죽는 것보다 사람 구실 못하며 살아있는 게 확실히 더 고통스러울 테니까.
“우리 대표님… 조사 마이 하셨네.”
“감사합니다.”
“그래서?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디? 아까부터 왜 그것만 쏙 빼놓는 거여.”
“뭐, 이 말을 하려고 뵙자 한 건 아니고…….”
나는 서류 봉투를 슥 내밀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게 뭐여?”
“헤드헌팅입니다. 이번에 저희 쪽에서 새로 팀을 하나 만들 생각인데, 그 팀의 팀장으로 와주십시오.”
“…푸하하하!”
그가 폭소를 터트렸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담당 업무는 제안을 받아주시면 알려드릴 생각이고, 보수는…….”
“감형이여?”
“감이 좋으시네요.”
“뭐시기 드라마랑 영화에서 허구헌 날 나오는 소재 아녀. 나한테도 순번이 올 줄은 몰랐네.”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하시겠습니까?”
“…….”
내가 묻자 그가 미소를 지었다.
“관심 없으야.”
“…….”
“우리 대표님이 그랬자녀. 고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짓이라고. 감형이 나한테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겨?”
하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감형은 전혀 메리트가 없다.
그가 이리도 팔팔한데, 탈출 시도를 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이리라.
감옥에 있든 사회에 있든 그 어떤 것도 그에겐 상관이 없는 일이다.
이미 그는 아내가 죽었을 때 같이 죽은 사람이니까.
그렇다면 당연히 감형 따위로는 거래가 안 되겠지.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이 이 남자가 아니면 안 된다.
실력, 정보력, 행동력.
그리고 이미 세상에 대한 미련이 없는 자.
내 팀을 맡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조건은 없다.
“…그럼 이렇게 하죠.”
나는 잠시 고민 끝에 다시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지.
최후의 보루를 쓰는 수밖에.
“일이 모두 끝나면…….”
나는 옆에 있던 교도관의 눈치를 살피곤, 이내 귓속말로 그 말을 전했다.
“…….”
그와 동시에 그의 눈빛이 순간 바뀌었다.
아까와는 사뭇 다른 반응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언제든 마음이 바뀌시면 소장님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럼 좋은 대답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나는 그 말을 뒤로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면회실을 빠져나갈 때까지, 홍두식은 그 자리에 앉아 바닥을 응시하고 있었다.
***
며칠이 흐르고, 소집 당일.
깊은 산 속에 위치한 소집 장소.
나와 이아영 본부장은 이제 막 그곳에 도착한 참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여기에요?”
이아영 본부장은 거친 산행에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그녀 또한 알고 있는 곳이었기에, 꽤 의아한 모양이었다.
그야 이곳은, 한때 박인범 협회장이 잠적할 때 지냈던 그 오두막이었으니까.
“눈에도 안 띄고, 위치도 우리밖에 모르고. 딱 좋지 않습니까.”
“협회장님이 허락은 해줬어요?”
“그건 이제 받아야죠.”
“……정말이지.”
이내 우린 오두막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그나저나 홍두식 씨가 왔을까요?”
“모르죠.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 마음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안 오면 팀장은 누가 맡아요?”
“뭐, 어쩔 수 있겠습니까. 대충 뽑아야죠.”
“…….”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 들어갑시다.”
나는 오두막 문을 열었다.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이들의 시선이 곧바로 쏟아졌다.
내가 직접 뽑은 10명의 헌터들.
인사에 앞서 그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하지만 기다리던 얼굴은 역시나 보이지 않았다.
‘쯧…….’
어쩔 수 없지.
애써 아쉬운 마음을 넘기고 그들 앞에서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카르마 코퍼레이션, 김준우 대표입니다. 뭐, 여러분들에겐 아직 협회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겠군요.”
“…….”
“…….”
그들은 대답 대신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하여간, 범죄자들 아니랄까 봐 쓸데없는 기 싸움은…….
“제가 오늘 여러분을 소집한 이유는…….”
애써 그들의 반응을 무시하며 다시 말을 이어가던 그때였다.
“어이고, 벌써 시작해부렀네.”
이미 마음 한편으로 단념해 버렸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오셨군요.”
좀 늦었지만 그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뭐, 할 것도 없고 해서.”
“핑계가 좋군요.”
“…….”
그러자 홍두식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때 말했던 약속… 꼭 지켜야 합니다잉?”
“물론입니다.”
확답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다 오신 것 같으니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여기 모인 이유는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새로운 팀을 꾸리기 위해서입니다.”
“……?”
“뭐야?”
“새로운 팀?”
가지각색의 반응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은 각자가 조장이 되어 각 분야 및 지역을 맡을 겁니다. 그 분야와 지역에서는 자유롭게 여러분들의 조를 꾸려도 되지만 절대 30명 이상의 직속 조원들을 두지 마십시오. 당연히 언론에 노출되거나 지역 경찰들에게 걸려서도 안 되고요.”
“질문, 무슨 일을 하는 겁니까?”
“정보 수색, 미행, 납치… 때론 폭행과 협박. 기타 등등.”
“…….”
“…….”
어째 다들 벙찐 표정이다.
왜들 그럴까.
내가 특별히 신경 써서 본인들의 전문 분야로 골라왔는데.
“그리고 여러분들의 총 책임자, 그러니까… 이 팀의 팀장은 여기 있는 이분입니다.”
홍두식을 가리키며 소개했다.
“저는 홍두식 씨에게만 업무 지시를 내릴 거고, 홍두식 씨가 각자의 역할에 맞춰 분배한 후 자세한 업무 내용을 여러분들에게 전달할 겁니다.”
그러자 열 명의 헌터의 시선이 홍두식에게 향했다.
홍두식은 멋쩍은 얼굴로 고개를 꾸벅였다.
“아, 그리고… 앞으로 약 한 달간 교육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담당할 거고, 교육이 모두 끝난 뒤에 본격적인 업무 배치가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교육?”
“예. 그럼 설마 범죄자 여러분을 아무런 조치 없이 사회에 풀어놓겠습니까?”
“……거 말이 좀 심하네.”
“예의는 지킵시다, 우리?”
“하, 예의는 얼어 죽을…….”
얼토당토않은 말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인간들이 뭔 소릴 하는 거야.
“그러게, 꼬우면 법을 좀 지키고 살지 그러셨습니까!”
“…….”
“…….”
순식간에 얼어붙은 분위기.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내 할 말을 계속했다.
“아무튼, 이것으로 오리엔테이션은 끝내겠습니다. 혹시 질문 있으십니까?”
“저… 자유롭게 조를 꾸려도 된다고 했는데, 그러다 영영 도망치면 어떻게 하려고요?”
“교육 과정이 끝나면 아마 그럴 생각은 못 할 겁니다. 다음 질문.”
“월급은 줍니까?”
“감형해주면 됐지, 범죄자 주제에 돈까지 바라는 겁니까? 다음 질문.”
그때, 아까부터 계속 실실 웃음을 흘리고 있던 한 남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우리가 당신 말을 따라야 할 이유는?”
“…….”
“당장 이곳에서 당신 죽이고 도망치면 감형받을 필요도 없는 거 아닌가?”
“자신 있습니까?”
“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잘 됐군요. 마침 교육 과정에도 있던 내용이고.”
“……?”
“교육 과정…?”
“예. 저분 말대로, 여기서 절 죽이면 여러분들은 모두 자유입니다.”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던 헌터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물론 홍덕수를 제외하고.
“자신 있는 사람부터 덤비십시오.”
“……하, 하하.”
“지금 뭐라고…?”
“하하하! 진심입니까?”
대놓고 판을 깔아줬는데 뭘 그리 눈치를 보는지,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 이들.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진심입니다. 한꺼번에 덤비든 한 명씩 덤비든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단, 진심으로 죽일 각오로 덤비셔야 할 겁니다.”
첫 번째 교육 과정.
서열 정리.
법보다 폭력이 가까운 이들에게 완벽한 서열을 심어주기 위해선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너무 걱정 마세요. 살살해드릴 테니까.”
그 순간, 이곳에 모인 헌터들의 눈이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