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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29화 (22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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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윽…….”

“끄윽…!”

깊은 산속, 오두막.

오두막이란 걸 알기 힘들 만큼 박살이 난 건물 내부에서는 힘겨운 다수의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

바닥에 널브러진 10명의 헌터를 지그시 바라봤다.

처음엔 자만심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실력을 뽐내고 싶었던 건지, 무차별적으로 덤벼들었지만……. 그런 중구난방의 공격이 나에게 먹힐 리가 없었다.

하지만 나를 놀라게 한 건 그다음부터였다.

개별로 싸워선 가망이 없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는 각자 클래스별로 포지션을 나눠 협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10명 모두 오늘 초면인 이들이다. 같이 토벌을 나가본 적도 없고, 각자 어떤 스킬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사전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합도 맞춰보지 않은 상황에서 그 짧은 시간에 각자의 전력을 파악해서 본인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썩어도 준치라 이건가…….’

전직 작전팀 소속의 헌터들이라 그런지 확실히 전투에 대한 감이 좋다.

무엇보다 힘을 쓰는 데 망설임이 없다.

뭐, 이미 한 번 선을 넘은 범죄자들이니 당연한 일이겠지.

개개인의 전투력은 고작 해 봐야 C급 수준이지만, 사실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만들려는 건 작전팀이 아니니까.

‘잘만 키우면 쓸모 있겠어.’

물론 이 정도로 끝낼 수는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교육이니까.

나를 향해 이빨을 드러낼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확실히 서열을 각인시켜 놓아야 한다.

“이게 답니까?”

그래서 일부러 도발을 날렸다.

“솔직히 기대했던 것보다 한참 못 미치는군요. 고작 이 정도로 절 죽인다느니, 그런 허세를 떤 거였습니까?”

“큭…!”

“대체 뭐야? 저 새끼…….”

“협회에 저런 놈이 있었다고…?”

당혹감, 분노,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인 표정들이었다.

“본인들이 뭐라도 된 것처럼 우월감에 취해서 그 같잖은 힘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니…… 구역질이 나는군요.”

대놓고 한심하다고 질타했다.

“결국, 본인들보다 강한 사람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

“이, 이 새끼가…!”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반응이 왔다.

다시금 몸을 일으켜 전투태세를 취하는 이들.

나는 미소를 지었다.

[고유스킬 : 마왕 - 독재자]

검은 기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시전자의 상념에 따라 일회용 스킬을 제작합니다.]

[스킬 제작 중.]

[스킬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패닉 룸]

흘러나온 검은 기류가 그들을 휘감으며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낯선 공간에 그들이 당황하기도 잠시.

[고유 스킬 : 귀검 - 백귀야행]

[고유 스킬 : 하이 인챈트]

[고유 스킬 : 마스터 오브 부두]

스킬들이 내게 쏟아졌다.

[고유 스킬 : 마왕 - 각성]

[각성 스킬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현 시간부로 시전자는 기존의 클래스를 초월합니다.]

[각성 클래스 : 절대 군주]

이에 대항해 허공에 손날을 휘둘렀다.

사악―!

“……!”

“……!!”

그들의 목이 몸뚱이에서 분리됐다.

[패닉룸 - 효과 종료]

[모든 사건이 패닉룸 이전으로 되돌아갑니다.]

“커억…!!”

“허억, 허억…….”

“콜록, 콜록!!”

이내 곧바로 그들을 감쌌던 검은 기류가 사라졌다.

다시금 정신이 돌아온 그들은, 자신의 목을 붙잡고는 헛구역질을 쏟아냈다. 눈물을 쏟아내는 이도 있었고, 바짓가랑이가 축축해진 이도 있었다.

간접적으로 죽음을 경험한 탓인지 모두가 완전히 넋이 나간 채 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죽음을 맞본 이상, 두려움이 뼛속 깊이 새겨졌겠지.

“뭣들 하고 계십니까. 계속 덤비지 않고.”

“…자, 잘못…….”

“자, 잘못했습니다…!”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예상대로 효과가 좋았던 건지, 다들 전의를 상실한 채 자세를 낮췄다.

나는 그 모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나저나…….”

아까부터 무심한 표정으로 멀찌감치 앉아 있는 남자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다른 헌터들과는 달리 서열정리에는 흥미가 없다는 듯, 전투에도 끼지 않은 채 그는 어떻게 돌아가나 지켜볼 뿐이었다.

“당신은 싸우지 않는 겁니까?”

“난 됐으야.”

홍두식이 됐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뭐더러 일 시작도 전에 힘을 빼. 딱 봐도 나보다 센 것 같응께 난 그냥 넘어가.”

“보기보다 현명하시군요.”

“포장하지 말어. 그냥 쫄아서 그런 거니께.”

그는 클클 웃음을 흘렸다.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딱 봐도 알 수 있다.

저 남자는 여기 있는 10명보다 훨씬 강하다.

‘나름 작전팀장까지 맡았던 사람이니…….’

그런 사람이 쫄았다는 건 말도 안 되지.

그냥 흥미가 없을 뿐이다.

‘이 기회에 실력 한번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군.

그렇다고 싸우기 싫은 사람을 억지로 싸우게 만들 수도 없고.

“뭐, 첫 교육은 이걸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정도 서열은 정리된 것 같았기에, 나는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다음 과정은 실습입니다.”

“…네, 네?”

“실습이라면…….”

헌터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한 달간, 던전 및 길거리 청소부로 파견될 겁니다.”

“……?”

“…청소?”

“뭐, 청소가 제 경험상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갱생하는 방법이더군요.”

문득 떠오르는 1년간의 기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모든 교육 과정이 끝나고 나면 여러분들은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있을 겁니다.”

한 번 해본 내가 장담할 수 있다.

***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조현민 대통령을 대면한 오명진 법무부 장관이 조심스레 의견을 전했다.

범죄자로 이루어진 헌터 조직을 만드는 건 명백히 불법이 아닌가.

이미 정훈 의원이 같은 혐의로 구속된 마당에, 아무리 김준우라도 해도 이를 허가해준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미 결정된 사항입니다.”

하지만 조현민 대통령의 태도는 단호했다.

“상의도 없이 그런 허가를 내주시다뇨! 언론에라도 알려지면 어떡하시려고 그럽니까.”

“그건 걱정 마시죠.”

“아니, 어떻게 잘 숨긴다고 해도 결국 범죄자들입니다. 그런 놈들을 대체 어떻게 믿습니까. 어떤 식으로든 일을 벌일 게 분명합니다!”

“그렇게 되지 않게 김 대표가 잘해주지 않겠습니까.”

“……하아.”

오명진 장관은 외골수인 대통령의 대답에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그 사람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겁니까. 그래 봤자 고작…….”

그는 잠시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목소리를 낮춰 말을 이었다.

“청소부 출신 아닙니까…….”

“…….”

그 말에 조 대통령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조 대통령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물론 김 대표를 신뢰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예…?”

“아실지 모르겠지만, 카르마 코퍼레이션은 현재 국제협회와 전쟁 중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싸움을 하고 있죠.”

조현민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이었다.

“국제협회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결국 다른 국가들과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뿐입니다. 쉽고 간단한 목표지만,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요.”

“그래서 랭크 시스템 개편도 시행한 거 아닙니까. 헌터 자격에 맞지 않은 이들을 솎아내기 위해서…….”

“그게 문제입니다.”

조 대통령의 대답에 오명진 장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현재 우리나라의 랭크 심사가 모두 끝나고 각국 협회를 대상으로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예상보다 너무 많은 탈락자가 발생하고 있답니다.”

“그, 그게 무슨…?”

“협회당 10%에 달하는 인력이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는 수치죠.”

“…….”

“헌터 인력 부족은 곧 토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당연히 국가 안보에도 위협을 끼칩니다. 그 때문인지 현재 각국 협회에서 우리나라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명진 장관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결코, 자연스러운 상황이 아니라는 것쯤은 그 또한 알 수 있었다.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굉장히 심상치 않은 일이.

“국제협회와의 문제는 단순히 사업체 간의 영역 다툼이 아닙니다.”

그때, 조현민 대통령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민들의 목숨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로선 국제협회가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그, 그렇긴 합니다만…….”

“다만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그가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국제협회가 어떤 일을 벌이든 그 시작은 바로 여기! 대한민국이라는 겁니다.”

“…….”

오명진 장관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 단 한 군데도 없던 까닭이었다.

“그걸 막을 수 있다면 뭔 짓을 못 하겠습니까.”

“하지만 그러다 문제라도 생기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뭐, 만에 하나라도 그렇게 되면…….”

이내 조현민 대통령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도록 하죠.”

***

집무실을 나온 오명진 장관은 굉장히 복잡한 표정이었다.

물론 대통령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백번 맞는 말이다.

국제협회가 전 세계 토벌권을 쥔 이후부터는 모든 게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만약 그들이 토벌권을 마음대로 쥐고 흔든다면, 전 세계는 그야말로 불바다가 될 것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그들은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그걸 막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해야겠지만…….

‘그건 내 역할도 아니고…….’

본인은 어디까지나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일 뿐이다.

세계를 구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지만, 불법 헌터 조직을 막는 건 본인의 역할이지 않은가.

애초에 범죄자들로 국제협회의 계략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부터 동의할 수 없다.

아무리 잘 교육해도, 결국 범죄자는 범죄자 아닌가.

힘적 우월감에 취해, 이능력 범죄를 저지른 극악무도한 쓰레기들이다.

물론 김준우 대표가 정훈 의원처럼 그들을 데리고 나쁜 짓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고, 본인 나름대로 철저하게 교육한다고는 했지만…….

10명이나 되는 쓰레기들을 교육한다고, 그들이 갱생할 리가 없다.

애초에 김준우 대표 혼자서 그들을 완벽히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언젠가는 사고를 쳐도 칠 게 뻔하지.

‘안 되겠어…….’

직접 가서 상황을 봐야겠다.

직접 보고 도저히 통제가 안 될 것 같으면 윗선의 지시를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프로젝트가 폐기되도록 할 것이다.

그게 본인의 역할이니까.

오명진 장관은 그렇게 다짐하며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올랐다.

이윽고 청와대를 빠져나와 도심으로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어…?”

거리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다름 아닌, 김준우 대표가 선택한 10명의 범죄자, 즉 쓰레기들이었다.

“저, 저…! 저놈들이 그냥 저렇게 거리를 활보하게 둔 거야?! 관리자도 없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게 무슨 짓인가.

안 되겠다.

이건 선을 넘었다.

당장 다시 격리 시설로 돌려보내야…!

“어이, 아저씨!”

그때, 헌터 중 한 명이 길을 가던 일반인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저놈은…….’

술에 취해 일반인들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그놈이 아닌가.

젠장, 일 났다.

일단 빨리 경찰에…….

“거 쓰레기를 막 바닥에 버리고 가시면 어떡합니까?”

“……네, 네?”

“빨랑 도로 주우쇼. 그리고 저기 앞에 쓰레기통 있으니까 거기다가 버리시고.”

“아, 네… 죄송합니다.”

“거참, 알만한 양반이…….”

그 대화 소리에 오명진 장관은 본인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뒤늦게 다시 자세히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빗자루와 쓰레기봉투.

그리고 단체로 입고 있는 형광색 조끼.

등과 가슴에 쓰여진 ‘봉사’라는 단어.

설마 지금 저놈들…….

‘처, 청소하고 있는 거야…?’

오명진 장관은 그 충격적인 광경에 차마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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