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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34화 (23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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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저희도 지금 해결책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카르마 코퍼레이션 본사, 작전본부실.

아까부터 쉼 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김민주 본부장은 입이 닳도록 통화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네네…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조처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네, 죄송합니다.”

전화를 내려놓는 순간 또다시 울리는 전화.

다시 똑같은 말을 반복해야 할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김민주는 전화를 받는 대신 깊은 한숨과 함께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리고 그때.

“대체 뭡니까?”

하성일 본부장이 황급히 사무실로 들어서며 잔뜩 격양된 목소리를 냈다.

“왜 아직도 통과가 안 되고 있어요?! 지금 각국에서 난리도 아닌데…!”

“세관에서 무기 반출이 허가가 나질 않고 있어요.”

“네?”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하성일 본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여태까지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잖아요.”

“저도 알아보는 중이에요.”

“대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하성일 본부장이 답답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급한 대로 일단 인력만이라도 보내는 게 어떻습니까. 무기는 각 협회에 구비된 걸 쓰면 되잖아요.”

“그건 힘들어요. 검사랑 가디언 클래스는 몰라도 마법사, 사제, 메카닉, 저격수 클래스는 각자 고유 스킬에 맞춰 제작된 무기가 아니면 제힘을 발휘할 수 없어요.”

“아…….”

미처 몰랐던 사실에 하성일 본부장이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나름 카르마 코퍼레이션에 들어온 지도 수개월인데, 아직도 현장 쪽 일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꽤나 창피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었다.

“그럼 어떡합니까. 각국 토벌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요. 파견이 더 늦어지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겁니다.”

“…….”

김민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떡하냐고 물은들, 그녀 또한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었다.

물론 너무나 비상식적인 상황이었기에 김준우 직속의 ‘정보팀’에 조사를 부탁하긴 했지만, 아무리 그들이라고 해도 단숨에 상황을 해결해줄 수는 없겠지.

절차니, 뭐니, 이것저것 또다시 시간이 걸릴 게 뻔했으니까.

“일단은 조금 더 기다려보는 수밖에는…….”

이내 김민주가 그렇게 입을 여는 순간.

- 서울 중부 지역 본부 세관의 지보원 세관장이 뇌물수수 및 비리 혐의로 검찰에 입건되었습니다.

뜬금없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김민주와 하성일 본부장은 누구랄 것 없이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지 세관장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갑자기 경찰을 불러 달라 요청하였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혐의 일체를 자백했습니다.

- 이후 조사에 따르면 지보원 세관장은, 국제 헌터 협회로부터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파견을 막는 조건으로 거액의 현금을 챙겼다고 밝혔습니다.

- 수출입 통관을 책임지는 공무원이 이러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과 국제 헌터 협회가 파견을 막으려 했다는 사실은 현재 전 세계 언론에 빠르게 보도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헌터 인력 부족 사태와 맞물려 많은 시민이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 한편 그는 교통사고로 인해 두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채로 발견되었는데, 어디서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는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 당국은 물리적인 협박과 폭행이 있었는지 추가로 조사하겠다고 밝혔으며…….

“뭐, 뭡니까 저건…?”

“설마 정보팀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빨리 꼬리를 잡아냈다고?

아니, 그건 둘째 치고.

진짜로 세관이 국제 협회랑 얽혀 있던 거였어?

‘대체 이게 무슨…….’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자, 퍽 충격이었는지 김민주가 학을 떼던 그때였다.

“반출 허가 났어요!”

이아영 본부장이 문을 덜컥 열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네…?”

“세관장이 입건되자마자 대통령 재량으로 기재부 직속을 꽂았대요. 방금 무기 반출 모두 허가 났다고 연락 왔어요!”

“……하아.”

벼랑 끝에서 겨우 기어 올라온 기분이었다.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길 한 차례.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죠.”

“네!”

“좋습니다!”

이내 그들의 눈이 번뜩였다.

***

프랑스 파리, 국제 헌터 협회 본부.

멀리서 이곳을 찾은 손님이 전쟁을 선포한 탓에 잔존 병력이 긴급 출동까지 한 상황.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는 순간 유례없는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웨슬리 사무총장은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

그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김준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물론 현재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궁지에 몰렸다는 건 이해한다.

애초에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게 본인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나올 정도로 방법이 없는 상황은 아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김준우이지 않은가.

그라면 얼마든지 다른 해결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이곳까지 찾아와 전쟁을 언급할 정도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지금이 중세시대도 아니고, 대책 없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하물며 유리한 입장에 있는 본인들도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온갖 밑 작업을 치고 있는데…… 저들이 아무 대책 없이 자신들과 전쟁을 벌일 리가 없다.

저 남자는 그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웨슬리 사무총장은 김준우의 노골적인 도발에도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분명히 뭔가 있어…….’

여기서 움직이는 순간, 그의 페이스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느낌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으니.

그렇다고 계속 이대로 노려보고만 있을 수도 없고…….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고 있던 그때였다.

“사무총장님.”

뒤에서 다가온 수행비서가 나지막이 그를 불렀다.

“미스터 지가 발각됐습니다. 저희에게 로비를 받은 것과 지령을 받은 것까지 다 불어버린 모양입니다. 지금 한국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습니다.”

“……뭐?”

웨슬리 사무총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렇군…….’

이내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래, 그런 거였다.

김준우는 처음부터 싸울 생각 따윈 없었던 것이다.

그저 시간을 끌고 내 꼬리를 밟기 위한 연막이었을 뿐.

‘또 말려들었군…….’

분함에 작게 혀를 찼다.

“지금은 마찰을 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꼬리가 드러난 이상, 저희도 신중히 움직일 필요가 있으니까요.”

“……그게 좋겠군요.”

비서의 말에 웨슬리 사무총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상황은 모두 저놈이 짜놓은 판이다.

만약 도발에 넘어가 여기서 전쟁을 벌인다면 저놈의 또 다른 계획에 말려들기만 할 뿐이겠지.

그것이 뭔지는 몰라도 저렇게까지 대놓고 도발을 하는 걸 보면 심상치 않은 계획임은 분명하다.

‘하여간,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놈이군…….’

아무튼, 모르면 몰랐지 알게 된 이상 굳이 낚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한발 물러나는 게 현명한 선택이겠지.

이내 웨슬리 사무총장이 수행비서를 향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지금 확보된 병력은 얼마나 됩니까?”

“대략 20만 명쯤 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군요.”

곧바로 김준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뭐, 장난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스킬을 거둬들였다.

“……뭐라고요?”

“오늘은 서로의 실력을 확인한 거로 만족합시다. 다 큰 어른들이 사람들 보는 앞에서 싸움이라니, 웃기잖습니까.”

“…….”

김준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래.

그렇게 도발을 했는데도 넘어오지 않으니 당황스럽겠지.

미안하지만, 네놈의 수에 두 번은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말한 내용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다만 탈락자에 대해서 재심사를 시행하는 건 조금 어려울 것 같군요.”

“…….”

“뭔가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우린 전쟁을 준비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당신 취지에 맞춰 헌터에 어울리지 않는 놈들을 걸러냈을 뿐이죠.”

물론 거짓말이다.

그 또한 이게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 알고 있다고 한들, 사무총장이 직접 입 밖으로 꺼내는 건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야말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되는 셈이니까.

섣불리 긍정했다간, 전 세계에 전쟁을 선포하겠다고 선언한 게 된다.

“아무튼, 오늘은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제안한 내용에 대해선 최대한 빨리 답변을 드리죠.”

“……받아들이겠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웨슬리 사무총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뭐.”

그러자 김준우 또한 스킬을 거두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알고 기다리겠습니다.”

굉장히 언짢은 표정으로 그는 등을 돌려 건물을 빠져나갔다.

멀어지는 그의 모습을 보자, 웨슬리 사무총장은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그의 술수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다.

웨슬리 사무총장은 묘한 승리감을 만끽했다.

***

싱겁게 끝난 협상에 한유빈과 나는 말없이 본부를 나왔다.

“…….”

그런 와중에도 난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방금 있었던 일로 머릿속이 꽤나 복잡했으니까.

하지만.

“역시 대단하네요.”

“……예?”

한유빈은 그저 모든 상황이 다행이라는 듯,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결과적으로 싸우지 않고 원하는 걸 얻어냈잖아요.”

“…그렇게 됐군요.”

“뭘 모르는 척이야. 다 계획한 거면서.”

그리곤 더욱 뜬금없는 말을 전했다.

“방금 이아영 씨한테 문자 왔어요. 지금 국제협회의 지령을 받고 움직이던 고위 공무원이 검찰에 입건됐다고. 덕분에 전 세계에서 난리도 아니래요.”

“…….”

“꼬리를 잡을 때까지 시선을 끈 거죠? 다른 쪽에 신경 못 쓰게.”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이던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소식이 없어?」

다름 아닌 PB 코퍼레이션의 밸런스 팀장이자 노아 길드의 수장.

노아 웨스턴우드였다.

“그게… 뭐, 잘 해결됐습니다. 그러니 물러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뭐…? 대체 어떻게?!」

“저도 모릅니다. 갑자기 검토해보겠다며 보내주더군요.”

「쯧, 기껏 인원도 다 모아뒀는데.」

“죄송합니다. 저도 이렇게 될 줄은 예상 못 해서.”

「됐어. 다음에는 공치게 하지 마.」

“그러도록 하죠. 아무튼, 감사합니다. 꽤 갑작스러운 부탁이었을 텐데…….”

그 순간, 코웃음과 함께 대답도 없이 끊어버렸다.

쿨한 건지, 싸가지가 없는 건지…….

“뭐, 뭐예요…?”

통화 내용을 들은 건지 어느새 눈이 동그래진 한유빈이 당황하며 물었다.

“보험을 들어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혹시 몰라서 노아 씨랑 노아 길드 전원 공격 명령 내려놨는데…… 뭐, 헛걸음만 하게 했군요.”

“자, 잠깐! 그럼 설마 시간 끌려고 했던 게 아니라…!”

“무슨 소립니까?”

아까부터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군.

“전 정말 그 자리에서 전쟁을 벌일 생각이었습니다.”

“…….”

꼬리를 잡기 위해 시간을 끌었다고?

내가 무당도 아니고, 한국에서 꼬리를 잡을지 말지를 어떻게 알았겠는가.

“뭐, 그쪽 말대로 싸우지 않고 원하는 걸 얻었으니 결과적으로는 다행이군요.”

“…….”

한유빈은 어째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뭐, 그건 둘째 치고…….’

웨슬리 사무총장은 대체 왜 거기서 내 부탁을 순순히 들어준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본인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인데, 굳이 한발 물러나 주다니.

‘설마 또 다른 계획이 있는 건가…….’

그래, 그러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된다.

부탁을 들어주는 것조차 모두 계획된 일일 수도 있다.

하여간,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놈이군.

나는 학을 떼며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볼일은 모두 마쳤으니, 조금만 쉬다가 바로 귀국을…….

“그런데 말이에요.”

갑자기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연 한유빈.

이내 그녀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까 한 말, 무슨 소리예요?”

“……뭐가 말입니까.”

“시간석을 통해서 과거로 왔다는 말이요.”

“…….”

빌어먹을.

들어버렸군.

“목적을 이루면 돌아간다는 건 또 무슨 말이고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그 목표라는 거 혹시…….”

한유빈은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막무가내로 말을 꺼냈다.

“국제협회를 잡아먹으려는 거랑 연관이 있는 거예요?”

“…….”

“그럼 만약 우리가 그걸 이루면…….”

그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쪽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그녀가 내 진짜 정체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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