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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38화 (23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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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고…?”

멕시코, 우노 엠피레의 보이드 제조공장.

에마 대표의 제안에 호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못 들었나요? 프렉탈, 저희가 구해주겠다고요.”

에마 대표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제안에 호세는 코웃음을 쳤다.

“우리가 그렇게 멍청해 보이나? 프렉탈은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데, 대체 무슨 수로?”

“물론 전 세계 출토량의 80%를 카르마가 쥐고 있지만, 나머지 20%는 저희가 쥐고 있으니까요. 뭐, 그렇게 많은 물량은 아니지만. 최소한 지금 계약 잡힌 곳에 전부 납품할 정도는 될 거예요.”

“……가지고 있는 걸 전부 주겠다는 소린가?”

“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좋은 시설과 장비도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이런 곳에선 물량을 다 채우지도 못할 거 아니에요?”

“무슨 속셈이지? 돈을 요구하는 거면, 미안하지만 기대하는 만큼은…….”

“아뇨. 돈은 필요 없어요. 무상으로 지원해줄 생각이니까.”

“……?!”

호세는 총을 쥔 손에 힘이 빠질 정도로 당황했다.

“그, 그게 무슨… 대체 왜…?”

“과거, 대국이라고 불리던 중국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간 건, 총도 칼도 아닌 꽃 한 송이었어요.”

“……?”

이내 에마 대표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알 턱이 없는 호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편. 그게 아시아를 주름잡고 있던 한 나라를 멸망시킬 뻔했죠. 목숨은 부지했지만, 서양 국가들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해야 했고요.”

“…….”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에요. 지금의 국제협회는 영국이고, 카르마는 중국인 셈이죠. 우린 그쪽한테 받아야 할 게 있고요.”

“그러면… 우리가 아편이라는 건가?”

“맞아요. 그러니 어떻게 도와주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

호세는 그녀의 대답에 침묵했다.

역사는 잘 몰랐지만, 대충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 것 같았다.

물론 그녀의 말을 100% 믿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짓말 같진 않았다.

애초에 이런 거짓말을 해서 얻는 이득이 없었으니까.

“당신들은 그냥 열심히 제조만 해주면 되는 거예요. 그게 계약 조건입니다. 알겠죠?”

“…….”

이내 호세는 총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녀를 믿어보기로 한 것이었다.

“일단 이건 계약금.”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트럭 한 대가 무너져 내린 건물 안까지 들어왔다.

트럭에 실린 수많은 드럼통.

“프렉탈 1톤. 이 정도면 이번 주 목표치는 거뜬하게 채울 것 같은데?”

“…….”

호세는 그 엄청난 양의 원료를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시에 자기도 모르게 에마에게 자세를 낮췄다.

“고, 고맙군…….”

“인사는 됐으니까 열심히 일들 해요.”

에마 대표는 볼일을 다 봤다는 듯, 그 말을 뒤로하곤 곧바로 공장을 나섰다.

그리곤 핸드폰을 꺼내 들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정대로 전해줬어.”

「수고했어.」

수신자는 웨슬리 사무총장이었다.

“더 필요한 건 없어?”

「없어. 우린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돼. 보이드를 투약한 언 랭크들이 위로 치고 올라오면, 기존 헌터들도 위기의식을 느낄 거야. 그럴수록 보이드는 순식간에 퍼져나가겠지.」

“연쇄반응이네.”

「그렇지.」

에마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이 어떻게 될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훤했다.

「사실 저번에 밟아놓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런 무기가 들어올 줄이야.」

웨슬리 사무총장이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에마 대표는 아직도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그런데 약물이 유통되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안 거야. 정보팀에서는 카르마가 이능석을 가공한 거로 추정했다면서.”

「그럴 리가 없으니까.」

웨슬리 사무총장이 즉답했다.

「이능석은 시간석 다음으로 가공이 어려울뿐더러, 설령 가공했다고 해도 단기간에 수십만 명에 달하는 이능력자를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해.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김준우 성격상 일반인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할 것 같아?」

“……아니지.”

그녀가 대답했다.

「우리 쪽에서도, 카르마 쪽에서도 벌인 일이 아니라면 생각해볼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지.」

“보이드에 대해선 알고 있었던 거야?”

「예전에 한 번 들은 적이 있어. 그런데 뭐… 별로 돈이 될 것 같지 않아서 무시했는데, 지금 상황에선 돈을 떠나 너무 좋은 패가 됐군.」

에마 대표는 그 목소리만 들어도 웨슬리가 미소 짓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튼, 카르텔 놈들은 잘 감시해둬.」

“알았어.”

「아, 노아는 아직도 연락 안 돼?」

“아니. 가끔 본사로 찾아오긴 해”

아직까진 밸런스 팀장이라는 직책을 유지하고는 있다만, 미국 사태 때부터 이미 국제협회에 적대감을 드러낸 놈이다.

지금도 지령을 받긴커녕 어디서 뭘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놈을 계속 데리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필요해서 데리고 있는 게 아니야. 감시하려고 그러는 거지. 이편이 더 효율적이니까.」

“……조만간 우리를 물 놈이야.”

「알고 있어. 뭐, 너무 걱정은 하지 마.」

이내 웨슬리 사무총장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김준우랑 한 번에 보내버릴 생각이니까.」

***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어느 바닷가.

나는 강재석과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놀러 나온 사람들과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이곳은, 아무리 봐도 비밀 접선 장소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여기서 만나기로 한 거 맞습니까? 보는 눈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사람이 없는 곳에는 또 다른 눈이 있는 법이죠. 아마 친근한 척 접근할 테니까 적당히 맞춰주시면 됩니다.”

“…그러도록 하죠.”

나는 바다를 향해 시선을 던지며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정보팀 소속, 경남 지역 파트장 강재석.

과거 프리랜서 헌터로 활동했지만, 돈에 눈이 멀어 부산물 밀매에 손을 댔다가 체포된 놈.

전적 때문에 이곳저곳 어두운 인맥이 많다곤 들었는데…….

‘설마하니 이탈리아 마피아와도 연이 있을 줄이야.’

하여간 내가 사람은 제대로 뽑았다니까.

“지금 만날 사람은 구아르디아노 조직 소속의 브로커입니다. 남부 최대 조직에서 갈라져 나온 신생 놈들인데, 온갖 사업장에 손을 대면서 급속도로 성장세를 올리고 있죠.”

그가 설명을 시작했다.

“다만 아직 모체 조직과 전쟁 중이기도 하고, 규모든 인원으로든 따라잡질 못해서 다른 사업에도 손을 뻗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찾은 게 보이드군요.”

“그렇죠.”

이탈리아 마피아까지 손을 대기 시작한 사업이라면 퍼지는 건 순식간이겠군.

‘그나마 우리가 원료를 독점하고 있어서 다행이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주변을 슬쩍 훑었다.

현장에는 홍두식 팀장을 비롯한 정보팀의 모든 파트장과 한유빈이 주변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함이었지만, 사실 그리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마이 프랜드!”

누군가 친근한 반응을 보이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안드레아! 잘 지냈어?”

“물론이지. 시칠리아에는 무슨 일이야?”

“일 때문에 들렀다가 생각나서 연락했어.”

강재석 또한 스스럼없이 그 남자를 대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오랜 친구 사이인 듯한 대화.

그 사이에서 멀뚱히 서 있자, 그 남자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나저나 이 친구는 누구야?”

“아, 우리 사장님이야.”

“오! 강의 보스구나. 안드레아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아, 네…….”

그가 악수를 건넸고, 나는 떨떠름하게 손을 잡았다.

“오랜만에 왔는데, 한잔해야지? 늘 가던 거기로 갈까?”

“하하! 나도 그러고 싶은데, 아쉽게도 오늘은 일 때문에 온 거라.”

“…….”

그 순간, 안드레아의 표정에 긴장감이 돌았다.

강재석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네가 저번에 제안한 그 일 말이야, 혹시 지금도 할 수 있을까?”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거야?”

“우리 사장님이 관심을 보여서 말이지.”

강재석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가짜 명함을 안드레아에게 건넸다.

“한국에서 무역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돈 되는 거라면 뭐든지 하고 있죠.”

“오… 우리와 비슷한 일을 하는군요.”

“맞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 돈이 될 만한 물건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조업체랑 이야기하고 싶은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듣자 하니 안드레아 씨가 그쪽 물건을 이탈리아로 들여오는 일을 맡고 있다던데…….”

나는 이내 본론을 꺼내 들었다.

“혹시 소개 좀 시켜주실 수 있겠습니까?”

“…….”

안드레아가 나를 노려보길 잠시.

“하하하!”

난데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강! 오랜만에 만나서 일 얘기뿐이야? 이러지 말고 한잔하러 가자고!”

“…….”

이내 어디론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재석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따라오라는 겁니다.”

“…어렵군요.”

도통 알 수가 없네.

“팀원들은 어떻게 할까요?”

“두고 가야겠죠. 우르르 가다간 눈치챌 게 분명하니.”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팀원들을 향해 슬며시 고갯짓했다.

따라오지 말고 여기서 대기하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안드레아를 따라 계속해서 이동했다.

그러더니 어느 골목 앞에 멈춰 서선 우리를 돌아봤다.

“알고 있지?”

그렇게 묻자 강재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부턴 다른 놈들이 안내해줄 겁니다. 당황하지 말고 하라는 대로 협조하면 됩니다.”

“알겠습…!”

그 순간, 불쑥 뒤에서 나타난 놈들이 내 얼굴에 자루를 덮어씌우고는 양옆에서 나를 붙잡고 강제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손님 접대 한번 참 요란하네…….’

그렇게 또다시 몇 분을 이동하던 끝에.

“……!”

얼굴에 씌워졌던 자루가 벗겨지며 밝은 빛이 쏟아졌다.

넓고 깔끔한 공간.

마치 어느 기업의 회의실을 연상케 하는 그곳에서 깔끔한 양복 차림의 한 남자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이 조직의 우두머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인사 따윈 쿨하게 생략하며 입을 열었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보이드 제조업체와 거래를 하고 싶다고?”

“……예.”

“뭐, 마침 우리도 내일 만나서 추가 납품 계약을 하기로 했지.”

“그러면 그 자리에 저희를 소개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왜?”

그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우린 장사꾼이지, 중개인이 아니야. 아무런 이득도 없는 일을 해야 할 이유가 있나?”

“소개만 시켜주신다면 좋은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음?”

나는 곧바로 준비해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보이드의 원료가 프렉탈인데, 현재 카르마 코퍼레이션 놈들이 독점하고 있어서 부족하지 않습니까. 마침 제가 한국에서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어서 재고가 좀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적당한 가격에 넘겨드리겠습니다. 그럼 당신은 그 원료를 가지고 멕시코 카르텔과 조금 더 유리한 계약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하, 하하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가 갑자기 폭소를 터트렸다.

“이 시장에 대해서 정보가 꽤 늦군.”

“…예?”

“그건 거래 조건이 못 돼.”

“……?”

“못 들었나? 어느 후원자에게서 이미 대량의 원료를 지원받았다던데?”

“……!!”

그 순간 내 눈이 크게 벌어졌다.

우리가 80%를 쥐고 있는데…… 원료를 구했다고?

대체 누가…….

아니 그건 둘째 치고.

‘X 됐다…….’

그나마 이번 사태가 크게 심각하지 않은 건, 원료를 구할 수 없기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량의 원료를 손에 넣었다면…….

전 세계로 퍼지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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