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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39화 (23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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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에 거점을 두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마피아, 구아르디아노.

그들 본거지에서 조직의 우두머리에게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은 나는, 잠시 말문이 막힌 채 눈을 끔뻑였다.

‘보이드의 원료, 프랙탈을 지원받았다라…….’

머리가 띵해질 정도의 충격.

이건 실로 엄청난 복병이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번 신종 마약 유통 건의 주도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에 유통되는 프랙탈의 80%를 우리가 쥐고 있었으니, 그 점을 이용하면 일이 커지기 전에 해결할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카르텔과 접촉하려고 했던 것이다.

원료를 지원해주겠다는 미끼로 원생산지인 멕시코 카르텔과 접촉해서 본거지를 찾아낼 생각이었는데…….

미끼를 물지 않는다면 초장부터 완전히 틀어진 셈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어, 어떡합니까, 대표님. 원료를 구했다면 더 이상 유통을 막을 수가…….”

“…….”

강재석 파트장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건지,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지원해준 건지 몰라도 원료를 받았다면 이미 제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각국의 마피아들에게서도 거래 요청이 쇄도할 테고, 약쟁이가 약쟁이를 끌어들이는 최악의 굴레가 만들어지겠지.

‘물론 얼마나 지원받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든 거래처에 납품하고도 남을 정도의 물량이라면…….

한 달.

그 기간이면 전 세계에 보이드가 퍼질 것이다.

그럼 더 이상 걷잡을 수 없다.

그 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카르텔 놈들과 접촉해야 한다.

“아쉽게 됐어. 자네들도 돈 냄새를 맡은 모양인데…… 한발 늦었네.”

그때, 조직의 우두머리가 시가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그리고… 솔직히 조건을 떠나서 자네 부탁을 들어줄 이유도 없고. 자네들도 발을 얹으면 우리 쪽으로 들어오는 물건이 줄어드는 건 당연할 테니까.”

“…….”

“내가 정중히 이야기할 때 여기서 빠져줬으면 하는데.”

중저음의 목소리.

부탁하는 말투에 그렇지 못한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두목은 두목이라는 건가…….’

여기서 물러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여기서 무력을 쓰는 건 계획에 없던 일이다.

카르텔과 접촉하기 전까지 최대한 눈에 띄는 짓은 피해야 하니까.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여기선 조금 도발을 해보는 수밖에.

“제가 듣자 하니 남부 최대 조직에서 갈라져 나온 지 얼마 안 된 신생이라던데…….”

우두머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눈앞에 있는 기회를 보고도 거절하시는 걸 보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뻔하군요.”

“……뭐?”

“이런 식으로 사업을 하셔서 살아남을 수나 있겠습니까?”

그 말을 내뱉는 동시에 남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잘 생각해보시죠. 당신은 운이 좋아 보이드에 대한 정보를 먼저 입수한 것뿐이지, 조금만 지나면 다른 조직들도 모두 이 시장에 뛰어들 겁니다.”

“…….”

“그렇게 되면 이탈리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조직 간에 전쟁이 벌어지겠죠. 그래서, 그냥 받는 물건이나 파는 것으로 그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나 있겠습니까?”

쾅―!

그 순간, 남자가 의자를 집어 던지며 내 멱살을 끌어올렸다.

“뭐야 이 새끼야. 너 ‘일 코르포’ 놈이냐?”

“……?”

알 수 없는 단어에 강재석을 슬쩍 흘기자, 그가 작은 목소리로 황급히 말했다.

“이, 이들의 모체 조직입니다. 남부 최대 마피아요.”

그렇군.

뭐,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걸 보면 어지간히 사이가 안 좋긴 한가 보네.

“당장 모가지를 따서 신호등에 걸어버릴…!”

“진정하십시오. 말했다시피 전 한국 사람입니다. 그들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물론 당신이 제 제안을 거절한다면, 그 뒤에도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요.”

“여기서 안 되면 일 코르포 놈들한테 가서 똑같은 제안을 하겠다, 이거군.”

“정확합니다.”

“먼 곳에서 온 손님들이라 정중히 대접해주려고 했는데…… 그렇게는 안 되겠군.”

그가 당장이라도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그놈들을 입에 올린 순간부터 자네들은 살아서 못 나가게 됐어.”

“……하, 하하하.”

그와 함께 나는 웃음을 흘렸다.

“이러니 아직도 신생 조직 티를 못 벗는 거 아닙니까!”

“…….”

이내 그의 눈에 점점 분노가 차오르는 게 보였다.

“제가 원료를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죽일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그 원료를 손에 넣을 건지부터 생각을 하셔야죠.”

“헛소리. 말했듯이, 이미 카르텔 놈들은 충분히 원료를 지원받아서 아무런 쓸모가…….”

그 순간, 남자의 눈이 커졌다.

그제야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아차린 듯했다.

“너 설마…….”

“맞습니다.”

이윽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미끼를 꺼내 들었다.

“원료만 있다면, 보이드의 제조법을 손에 넣는 순간 당신들이 생산자가 되는 겁니다.”

“……!”

“카르텔로부터 물건을 사들이고, 그렇게 사들인 물건을 더 비싼 값에 파는 건 돈은 될지언정 세력을 확장하는 데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시장을 노리는 다른 조직의 타깃이 될 뿐이겠지.

“하지만 당신이, 구아르디아노가 보이드의 생산자가 된다면…… 일 코르포, 북부 지역 마피아 가릴 것 없이 이탈리아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습니다.”

그가 입을 다문 채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누가 봐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그렇게 한참 뒤에야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말씀드렸다시피, 원료를 납품해드리겠습니다. 제조법도 저희가 구해드리죠.”

“조건은?”

“일단은 내일 카르텔과 접선할 수 있게 해주셔야겠죠.”

“그리고 또.”

“그리고…….”

나는 잠시 눈을 굴리며 말끝을 흐렸다.

사실 카르텔과 접촉하는 게 목적이지, 나머진 그냥 그들을 설득하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당연히 다른 조건이 있을 리가 없었다.

뭐, 그렇다고 아무 조건도 없다고 하면 당연히 의심을 사겠지.

여기선 오히려 조금 더 뻔뻔하게 나가야 한다.

“보이드 총생산량의 10%를 우리에게 납품해주십시오.”

“10%나…?”

“원료도 저희가 대주고, 제조법까지 구해주는 건데 그 정도는 오히려 적은 거 아닐까요?”

“…….”

이내 남자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겨보는 듯, 대답을 아끼길 잠시.

“……좋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아까와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로 다시금 물었다.

“그런데… 원료도 가지고 있고, 제조법도 구할 수 있으면 네가 직접 만들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왜 굳이 우리를 끼려고 하지?”

“제가 한국에선 비밀스럽게 움직일 수가 없는 몸이라…….”

“하, 뭐 얼마나 유명한 놈이길래?”

“뭐…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고. 한번 추측해보시죠. 가장 희귀한 부산물을 대뜸 납품하겠다고 한 것만 봐도 대충 알 것 같은데.”

“…….”

그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나를 빤히 바라보길 잠시.

“너, 너… 설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카르마 코퍼…….”

“거기까지만.”

나는 황급히 그의 말을 자르며 입술로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하지만 이미 그곳에 있는 모두가 내 정체를 알아차린 듯했다.

“……뭐, 뭐야?”

“카, 카르마가 여길 왜…?”

“안드레아! 너 대체 누굴 데려온 거야!”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 회의실.

주변 조직원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우리를 힐끔거렸다.

우두머리 또한 잠시 생각에 빠진 듯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로베르토.”

그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김준우입니다.”

나 또한 웃으며 그의 악수를 받았다.

됐다.

억지로 미끼를 입에 쑤셔 넣었다.

나머진 때를 기다렸다가 건져 올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말이야… 대체 제조법을 어떻게 구할 생각인가?”

“아, 그건…….”

내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영업 비밀입니다.”

구하긴 뭘 구하는가.

다 없애버릴 건데.

***

“뭔가 이상합니다.”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 돌아간 뒤.

조직 내 브레인이자 그의 수행원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무리 봐도 너무 저희에게 유리한 조건입니다. 원료와 제조법을 모두 넘기겠다뇨. 다른 속셈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다른 속셈…?”

“이를테면, 우리를 미끼로 카르텔을 알아내서 유통 자체를 막으려 한다거나…….”

수행원의 극단적인 추측에 로베르토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유통을 막는다니. 뭐하러 그런 돈도 안 되는 짓을 해.”

“뉴스에도 몇 번 나오지 않았습니까. 보아하니 꽤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것 같습니다. 청소부에서 시작해서 그 자리까지 간 사람인데, 그 과정에서 악덕 권력층들을 모조리 내쫓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마약 사업에 뛰어들려고 한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클클클.”

이내 로베르토가 작게 웃음을 흘렸다.

“내 어릴 적 꿈이 뭐였는지 아나?”

“네?”

“경찰이었어.”

손질해둔 시가에 다시 불을 붙이며 말을 이었다.

“부모 얼굴도 못 보고 길거리에 버려졌거든. 거긴 법이 없는 곳이었어. 죽고 죽이는 건 예삿일이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훔쳐 쓰는 게 당연한 곳이었지.”

“…….”

“그래서 경찰이 되고 싶었어. 그 지옥 같은 꼴을 보고 싶지 않았거든.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됐지?”

로베르토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사람은 다 바뀌게 마련이야. 출신도, 직업도 다 의미 없지. 딱 하나 바뀌지 않는 게 있다면…… 돈이야.”

이내 그가 수행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바뀌지 않아. 그래서 더 돈에 집착하는 거고, 돈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추악해질 수 있는 거지.”

“…….”

“카르마 대표도 그런 사람일 뿐이야. 다른 속셈이 있는 게 아니라.”

말을 마친 그가 시가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동시에 수행원은 그의 말에 깊이 감탄했다.

그의 친형제, 까를로와 함께 이탈리아 남부 최대 조직, 일 코르포를 이끌던 남자.

비록 세력 싸움에서 밀려 도망치듯 조직을 분할했지만, 사람을 다루는 실력만큼은 비할 자가 없었다.

수행원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본인의 추측이 정확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그리고 뭐, 우리야 나쁠 것 없지. 원료와 제조법을 모두 손에 넣으면 이번에야말로 일 코르포 놈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 테니까.”

이내 로베르토가 시가를 비벼끄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르텔 놈들이랑은 연락됐나?”

“네. 위치랑 장소까지 모두 정해졌습니다.”

“그래.”

그리곤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을 이었다.

“내일 계약 끝나자마자 일 코르포 놈들한테 선전 포고한다.”

“…알겠습니다.”

“이번에야말로 까를로, 그 개새끼 모가지를 찢어버릴 수 있겠어.”

로베르토는 평생을 함께했던 형제를 향해 기어이 이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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