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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40화 (24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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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나와 강재석 파트장은 구아르디아노 본거지에서 빠져나와 다시 길거리로 들어섰다.

“대체 누가 카르텔에 원료를 지원해준 걸까요?”

강재석 파트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애초에 중앙아프리카 지역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1년에 5톤도 채 안 나오지 않습니까?”

“잘 알고 있군요.”

“하하… 밀매 일 할 때 프랙탈도 몇 번 취급한 적이 있어서…….”

그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자랑이다 참…….

“뭐, 말씀하셨다시피 전 세계에서 출토되는 프랙탈 중 중앙아프리카 산이 80%고 나머지 20%가 세계 각지에서 드물게 나오죠. 그 20%도 다른 협회와 민간 기업들이 나눠서 취급하고 있으니, 정확히 누가 지원해줬다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중앙아프리카에 통합 지부를 세운 게 반년밖에 안 됐다는 걸 감안하면… 대충 감이 오는군요.”

“네?”

“저희 이전에 중앙아프리카를 어디서 관리했습니까?”

“……!”

그제야 강재석 또한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했다.

뭐, 애초에 이런 접근이 아니라도 원료를 대줄 만한 놈들은 아무리 봐도 그놈들밖에 없지.

‘지긋지긋하게 얽히네, 정말…….’

나는 짜증스러운 한숨을 내뱉었다.

겨우 인원 이탈을 막아놨더니, 이젠 약물 유통인가.

심각성으로 따지면 오히려 이쪽이 더 위험하다.

이번 일을 초기에 막지 못하면…… 상상 이상의 일들이 벌어질 테니까.

어떻게든 헌터가 되기 위해 약물을 구하려는 언 랭크.

수요에 발맞춰 빠르게 세력을 넓힐 카르텔과 마피아.

치고 올라오는 언 랭크를 의식해서 약에 손을 댈 헌터들.

최악의 삼박자가 반복되면, 사회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될 것이다.

약에 취한 이능력자가 거리 한복판에 나돌아다닌다?

이건 그냥 호랑이를 길거리에 풀어 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을…… 또다시 우리에게 뒤집어씌우겠지.

‘대체 어디까지 우리를 끌어내려는 건지…….’

혀를 내두르며 중얼거리던 그때.

“대표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그놈들이 허튼짓한 건 아니죠!”

대기시켜놨던 정보팀 직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 나왔다.

그리고 그사이.

“…어떻게 됐어요?”

한유빈 또한 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그녀 또한 퍽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이었지만, 생각보다 내 꼴이 멀쩡했는지 이내 피식 미소를 흘렸다.

“일단 미끼는 잘 물었습니다. 내일 카르텔과 만나기 전에 따로 연락 준다더군요.”

“다행이네요.”

“뭐, 만난 다음이 문제겠지만요.”

“생각해둔 계획이라도 있어요?”

“계획이랄 게 있습니까.”

두들겨 패서라도 본거지를 알아내기만 하면 그만인데.

“카르텔 본거지… 보이드 제조공장을 알아내면 인터폴에 정보를 넘겨줄 겁니다.”

“인터폴이요? 저희가 직접 가는 게 아니고요?”

“전 세계 마피아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시장입니다. 괜히 눈에 띄는 짓을 했다간 귀찮아질 겁니다.”

“흐음…….”

한유빈은 뭔가 떨떠름한 듯했다.

뭐, 이해는 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직접 처리하는 게 확실하긴 하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 바닥에 너무 깊이 관여해서 우리에게 좋을 게 없으니.

“그럼 구아르디아노 놈들은 어떻게 할 거예요? 본인들을 속인 걸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걱정 마시죠. 알아서 자멸해 줄 테니.”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보아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모체 조직이랑 더 사이가 안 좋아 보이더군요. 어떻게든 그놈들을 밀어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마침 최고의 무기가 들어올 예정이니 본격적으로 전쟁을 벌이겠죠.”

물론 실제로 구아르디아노가 무기를 쥐는 일은 없겠지만.

평생 쥐지 못할 허상의 무기를 철석같이 믿은 채 무작정 전쟁을 벌일 것이고, 그렇게 저들끼리 먹고 먹히며 스스로 자멸하겠지.

일단 이것으로 기반은 다져놨다.

나머진 내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그럼… 일단 숙소로 돌아갑시다. 준비할 게 많으니.”

“넵!”

“알겠습니다!”

정보팀 직원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

시칠리아 섬에 위치한 어느 호텔.

침대에 누워 머릿속으로 한창 앞으로의 일을 정리하던 그때였다.

똑똑똑똑―.

요란한 노크 소리가 사색에서 날 깨웠다.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한유빈인가 싶어 슬그머니 현관으로 가 문을 열어보니.

“바쁘신가벼?”

홍두식 정보팀장이 서 있었다.

“한참 뚜드렸는디 답도 없고 말이여.”

“아, 미안합니다. 뭣 좀 생각하느라…….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별건 아니고… 야그 좀 할 게 있어서.”

이내 홍 팀장은 자연스럽게 내 방으로 들어와선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짝 말이여…….”

그리곤 나를 지그시 바라보길 잠시.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여?”

“……예?”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아, 물론 나도 대충 야그는 들었어야. 국제협회를 잡아먹고 제2의 국제협회가 되려고 한담서?”

“…예. 그렇습니다.”

“그럼, 당연 그짝이 사무총장이 되겠구먼.”

“다른 적임자가 없다면요.”

“하하하! 말도 안 디는 소리 말어. 그짝 말고 또 누가 그런 귀찮은 자리에 궁둥이를 붙이겄어.”

그가 고개를 위로 젖힌 채 호쾌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서, 이유가 뭐여?”

이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또다시 물음을 던졌다.

“이유라뇨?”

“목적이 있으면 당연히 이유도 있어야 하지 않겄어? 부자가 되는 게 목표면, 돈을 많이 벌어서 편하게 살고 싶다는 이유가 있듯이 말이여.”

“…….”

저의를 알 수 없는 질문에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유야 당연히 뻔하지 않은가.

사무총장이 되어서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

하지만 이걸 그대로 말할 수는 없다.

이렇게까지 일을 벌여놓고 돌아간다고 하면, 그 누가 곱게 보내주겠는가.

어쩌면 그동안 내 편을 들어줬던 이들이 나를 방해하려 들지도 모른다.

한유빈에게 끝까지 말하지 않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녀석은 책임 운운하며 어떻게든 나를 막아설 인간이니.

‘뭐, 다 말할 순 없다고 해도…….’

너무 진지한 반응이라 거짓말을 하는 것도 좀 그렇고.

그냥 살짝 언질만 줄까.

“죄송하지만 홍 팀장님이 기대하는 것만큼 정의로운 이유는 아닙니다. 대의를 위한 이유도 아니고요. 굳이 따지자면…… 개인적인 이유에 가깝습니다.”

“다른 놈들은 그짝이 시민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국제협회를 몰아내고 전 세계 토벌의 질서를 잡으려고 한다는 것 같은디? 말만 들으면 아주 영웅이여, 영웅.”

“……글쎄요.”

나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당분간은 그렇게 생각하게 두고 싶군요.”

“……그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암튼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정의로운 이유 때문은 아니다 이거제? 그냥 개인적인 목적일 뿐이고 사람들은 오해한 거다?”

“예.”

“증말로?”

“……?”

그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말을 이었다.

“다른 놈들이 그짝에 대해 뭐라고 떠들던 난 관심 없어. 난 내 눈으로 본 것만 믿거든. 근디 내가 볼 땐 그짝은…… 나쁜 놈인 척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이시.”

“…….”

“다른 사람한테 관심 없는 척. 자비 없는 척, 대의가 아닌 개인을 위해 움직이는 척… 본인이 가장 중요한 척. 그런 거 말여.”

홍두식 팀장은 그 말과 함께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근디 내가 볼 땐, 그짝은 나쁜 척은 할 수 있어도, 나쁜 놈은 못 돼야.”

“……하하하.”

나는 결국 실소를 터트렸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나쁜 척이라뇨.”

“됐으야. 모른 척하고 싶은 거면 그냥 내가 개소리한다 생각허고 들어.”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말투.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내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난 그짝한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또 진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는 몰러. 근디 말이여… 내가 여태까지 쭉 보니께… 너무 물러.”

“무르다고요…?”

“그려. 아주 물러 빠졌어.”

이내 그가 담배를 꺼내 들며 말을 이었다.

“국제협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어. 그런데 그짝은 늘 최소한만 움직이려고 하잖여.”

“그야 굳이 일을 크게 만들 필요가…….”

“주변 사람을 잃기 싫은 게 아니고?”

“……!”

뭐야 이 인간.

시발 대체 어떻게…….

“아랫사람의 희생 없이 우두머리가 되는 건 말이여 말도 안 되는 모순이여. 그짝은 지금 말도 안 되는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거고.”

“…….”

“물론 이해는 혀. 근디… 앞으로도 그래가지고는 사무총장은커녕 마을 이장도 못 될 거여.”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는 담담하게 팔짱을 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제 슬슬 선택해야 할 거여. 사무총장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주변이라도 챙기든지, 아니면 독하게 마음먹고 끝까지 가든지. 뭐… 선택은 그짝 맘이긴 한디, 만약 끝까지 갈 생각이믄…….”

이내 그가 말끝을 흐리길 잠시.

“이젠 나쁜 척만으로는 안 돼야.”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그 말을 전했다.

“개인적인 이유든 뭐든,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목표를 이뤄야 한다면…… 이제부턴 진짜 나쁜 놈이 돼야 할 거여.”

“…….”

“아이고, 할 말도 끝났으니 난 이만 가야 쓰겄다. 그짝도 푹 쉬어야.”

홍 팀장은 비로소 할 말이 끝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는 대답할 생각도 없이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였다.

홍 팀장 또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

‘…….’

나는 그 뒤로도 같은 자세로 한참 동안 생각에 빠져 있었다.

***

같은 시각, 한유빈의 숙소.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워 있는 그녀 또한 한창 생각에 잠겨 있었다.

국제협회 본부를 찾아갔던 때부터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그 생각.

벌써 며칠째 같은 생각만 하고 있었지만… 도저히 혼자선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기나긴 고민 끝에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 시간에 웬일이에요?」

잠결에 받은 듯한 이아영 본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다른 게 아니라 뭣 좀 물어볼 게 있어서…….”

「뭔데요…?」

“그, 시간석 말이에요…….”

「…? 갑자기 시간석은 왜요.」

“그걸 이용하면 사람이 과거로 올 수도 있어요?”

「……?」

그 순간, 한유빈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아닌 게 아니라, 방금 건 너무 직접적인 질문이었다.

“아, 미, 미안해요. 지금 건 그냥…….”

「둘이 뭔 얘기를 한 거예요?」

“…네?”

뜬금없는 물음에 한유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준우 씨랑 뭔 얘기 한 거 아니에요?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본대?」

“……이해가 안 가는데. 그 사람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와요?”

「아니, 그거야…….」

이내 이아영 본부장이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예전에도 준우 씨가 똑같은 질문을 했었거든요.」

“…….”

한유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무튼, 이론적으로는…….」

“됐어요.”

「……네?」

“끊을게요.”

「아니, 자는 사람 깨워놓고 이게 뭔…!」

이아영 본부장이 무어라 불만을 쏟아냈지만, 한유빈은 깔끔하게 무시한 채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맴돌았던 작은 의심은 이내 점점 확신으로 변해갔다.

그래.

그러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됐다.

‘보고도 안 된 약물을 미리 알고 있는 게 말이 되냐고…….’

이번뿐만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그의 모든 행동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다.

‘대체 이게 무슨…….’

한유빈은 본인이 생각하면서도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김준우가 시간석을 통해서 과거로 온 사람이라면…… 그리고 정말 목적을 달성하고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그럼 여긴 어떻게 되는 거지?

‘아니, 그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김준우가 돌아가도록 내버려둘까?

그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는 순간, 한유빈은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모두가 기를 쓰고 막으려 할 것이다.

본인을 포함해서.

지금 김준우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모두가 의지하고 있고, 모두가 그를 신뢰하고 있다.

그가 없는 카르마 코퍼레이션…… 아니, 토벌 바닥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당연히 돌아가도록 내버려둘 순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막을 수도 없다.

감히 어떻게 그러겠는가.

자신을 미국 지부 때의 트라우마에서 꺼내준 것도, 헌터 퇴출을 당하고도 계속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것도 모두 그의 덕인데…… 어떻게 그를 막는단 말인가.

그래도 김준우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그를 막을 명분도, 자격도 없다.

그렇다면 그가 정말 목표를 코앞에 뒀을 때, 본인은 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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