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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큭…!”
한유빈이 바닥을 향해 주먹을 내리꽂자, 아스팔트를 뚫고 지반이 크게 튀어 올랐다.
가까스로 허공으로 뛰어올라 거리를 벌리며, 다시 한번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사실 살피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한유빈의 눈은 이미 완전히 초점을 잃은 채였으니.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 스테이터스 해제]
[모든 스테이터스가 근력으로 전환됩니다.]
[근력 : 18,955 (9,107↑)]
[체력 : 1 (2,289↓)]
[민첩 : 1 (5,799↓)]
[마력 : 1 (1,019↓)]
쿠구구구궁―!
거리가 있음에도 공간이 떨려오는 게 느껴질 정도의 기세.
저걸 어떻게 막아야 하나 고민하던 그 순간.
파앙―!
엄청난 속도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시발…!”
[습득 스킬 : 디스트로이어]
콰광―!!
그녀의 주먹이 닿기 직전 근거리에서 터진 폭발.
가까스로 그녀를 밀쳐내긴 했다만…….
한유빈은 뒤로 한참을 날아간 후 땅바닥을 몇 바퀴나 굴렀음에도 전혀 대미지를 받지 않은 듯, 곧바로 다시 몸을 일으켰다.
아니, 대미지를 받지 않은 게 아니라…….
‘느끼지 못하는 건가…….’
대체 저걸 어떻게 해야 할지, 서둘러 머리를 굴리던 사이…….
타앗―.
그녀는 다시금 나를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쾅, 쾅, 쾅―!!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무슨 힘이……!’
살기가 서린 주먹이 허공을 가르자, 주변 공기가 터져나가며 굉음을 만들어냈다.
공격은 가까스로 피하고 있지만, 직접 맞지 않았음에도 그 충격이 느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력.
애초에 순수 근력으로 따지면 노아와 견주는 수준이다.
그런 괴물이 이성을 잃고 앞뒤 없이 힘을 쏟아낸다는 건……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문제는, 한유빈 본인에게 있다.
버서커 클래스는 다른 클래스에 비해 스킬 의존도가 높지 않다.
육탄전에 특화된 신체 강화 능력. 맨몸으로 몬스터와 전투를 벌일 수 있는 극한의 전투력.
엄청난 위력을 순간적으로 끌어올리는 만큼 당연히 시전자의 몸에도 큰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버서커 클래스는 절대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한유빈도 마찬가지.
하지만 현재 보이드로 제어 능력을 잃어버린 이상,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몸은 완전히 망가져 버릴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진정시켜야…….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 갈증]
[시전자의 신체 능력 리미트를 해제합니다.]
“끄으으으으…!”
그 순간,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그녀의 몸이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붉은 기류를 따라 주변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콰앙―!
“……!”
땅을 박차고 달려드는 순간, 굉음과 함께 가공할 속도의 공격이 쏟아졌다.
뻑, 뻐버버버벅―!
“크윽…!”
나는 최대한 속도를 끌어올려 몸을 움직였지만. 언제까지 피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한 대라도 스치는 순간 나조차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서둘러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고유 스킬 : 마왕 - 독재자]
[시전자의 상념에 따라 일회용 스킬을 제작합니다.]
[스킬 제작 중.]
[스킬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블랙 커튼]
콱―!
이내 검은 기류가 그녀를 휘감으며 강하게 구속했다.
그제야 겨우 그녀를 잡아놓을 수 있었다.
그 틈을 타서 서둘러 그녀를 진정시키려 다가갔다.
“제발 정신 좀…!”
“크아아아악!!”
투두두둑―!
그 순간, 귀를 찢는 괴성과 함께 그녀를 휘감고 있던 검은 기류가 갈기갈기 찢어졌다.
“이런, 미친…….”
내 스킬을 파훼한다고?
그것도 순전히 힘으로만?
“대체 뭐 저런 인간이…….”
그 모습에 나조차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의 지금 모습은 도저히 인간이 아니었다.
괴물.
그저 죽고 죽이기 위해 태어난 괴물, 그 자체.
“당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감이 좀 오십니까?”
“…….”
“…….”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덜덜 떨고 있던 멕시코 카르텔, 우노 엠피레 조직원들을 향해 슬쩍 입을 열었다.
하지만 괴물을 눈앞에 둔 그들은 대답할 정신조차 없는 듯했다.
그건 정보팀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 대표님…!”
“혼자서는 무리입니다!”
“도,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들은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도움을 자처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됐습니다. 나서지 마십쇼.”
그렇게 벌벌 떨면서 뭘 도와주겠다는 건가.
깊게 심호흡을 하며 외투를 벗었다.
눈앞의 괴물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쪽이랑 싸우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녀의 눈에는 광기와 살기만이 남아 있었다.
절대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어쭙잖게 상대하다간 나는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해진다.
세계 버서커 클래스 랭킹 1위.
전 국제 협회 소속 미국 지부 최연소 작전 팀장.
순수 전투력으로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괴물.
한유빈.
저 괴물을 막으려면…….
“이렇게 된 거, 어디 실력 좀 봅시다.”
[고유 스킬 : 마왕 - 각성]
나 또한 전력으로 가야겠지.
***
“미친…….”
물건 회수 일을 끝내고 한유빈을 따라 다시 거래 현장에 도착한 홍두식 팀장.
그는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보이드.
이능력을 단기간에 극도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환각, 각성 상태에 빠트리는 신종 마약.
그 약물을 기획본부장이 맞아버렸다.
그것도 하필이면 버서커 클래스가.
‘듣자 허니 미국 지부에서 상사 다리몽댕이 뽀개 버리고 나온 미친년이라던디…….’
홍 팀장은 이성을 잃고 계속해서 김 대표에게 달려드는 한유빈을 잠자코 바라봤다.
싸움에 미친 괴물과 모든 존재의 꼭대기에 있는 악마.
홍 팀장의 눈에 두 사람은 딱 그런 모습이었다.
저건 위험하다.
섣불리 저들 사이에 끼어들었다간 본인의 목이 먼저 날아갈지도 모른다.
저건 이미 정보팀을 포함해, 본인이 어떻게 해볼 수준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그럼 지금 본인이 할 수 있는 건…….
“강재석이!”
“네, 네!”
이내 홍 팀장이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던 파트장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당장 경찰한테 연락혀서 주변 통제혀!”
“바, 반경은요!”
“10km… 아니 30km. 아니, 시벌 그냥 섬 전체 출입 통제혀! 나머진 시민들 몽땅 대피시키고!!”
“네, 넵!”
“알겠습니다!”
“빨랑빨랑 움직여! 저기에 휘말리면 죄다 뒈진 목숨이니께!”
그의 명령에 얼어붙어 있던 파트장들이 가까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홍 팀장은 이내 자리에 주저앉은 채 벌벌 떨고 있는 카르텔 제조 총 책임자, 호세에게 다가갔다.
“야, 이 시벌롬아!”
“윽…!”
곧바로 그의 멱살을 끌어올리며 소리쳤다.
“해독제! 시벌, 해독제 있제?! 다 뒈지는 꼴 보고 싶지 않음 언넝 내놔야!!”
“해, 해독제라니…….”
잠시 초점을 잃었던 그가 가까스로 정신을 잡으며 대답했다.
“계약처 거래일 맞추기도 벅찬데, 그런 걸 만들 시간이 어디…….”
“지럴 허지 말고!! 내가 약쟁이들 어디 한두 번 만나본 줄 알어?! 이빨 털지 말고 당장…!”
홍 팀장이 고래고래 소리치던 그 순간.
쾅―!!!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머리가 쭈뼛쭈뼛해질 정도로 강렬한 충격이 일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시선을 돌린 그곳에서 검은 기류와 붉은 기류가 뒤섞였다.
악마와 괴물.
그 두 명이 서로를 죽일 기세로 힘을 쏟아내고 있었다.
“…….”
호세는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핸드폰을 꺼내 들었고, 곧장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 보스… 지금 반작용제가 필요할 것 같은데, 아직 본부에 남아 있습니까?”
「뭐, 왜?」
상황을 알 턱이 없는 우노 엠피레의 보스가 되묻자 호세는 급히 대답했다.
“지, 지금 거래 중에 문제가… 카르마 코퍼레이션 소속의 버서커 한 명이 약을 맞았는데, 이거 잘못하면 큰일 날 것 같습니다.”
「……! 지금… 누가 막고 있지?」
“카르마 코퍼레이션 대표가 직접 상대하고 있습니다!”
「카르마 대표라면…… 김준우?」
“네, 네!”
「…….」
“사,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아무래도 빨리 보내주시는 게…….”
「아니.」
그때, 보스가 호세의 말을 끊고 즉답했다.
「내버려두고 후퇴해.」
“네…?”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 떨어졌다.
「거기까지 가는 데 한나절은 걸려. 어차피 늦을 거다.」
“그, 그래도…!”
「그리고…… 오히려 우리한테는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
이어 핸드폰 너머에서 의미심장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보이드를 투약한 헌터, 카르마 대표마저 압도하다.」
“…….”
「우리 입장에서 이보다 더 완벽한 마케팅이 어디 있겠어?」
그 말에 호세가 침을 꿀꺽 삼켰다.
「싸움이 격렬해지고, 관심을 받을수록 수요는 올라간다. 공짜로 홍보를 해주겠다는데 굳이 막을 이유가 없지.」
“…알겠습니다.”
「뭐, 네 목숨은 알아서 잘 챙겨봐.」
보스는 그 말을 남기곤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홍 팀장이 곧바로 그를 닦달했다.
“연락했어? 얼마나 걸리는 거여! 금방 가져올 수 있는 거제?!”
“…….”
하지만 호세는 대답 대신 조용히 눈치 살피길 잠시.
타앗―.
이내 홍 팀장의 손을 뿌리치며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뭐, 뭐여! 거기 안 서! 야, 이 시발!!”
홍 팀장은 순식간에 멀어지는 그의 뒤에 대고 욕지거리를 퍼부었지만, 그는 빠른 속도로 모습을 감춰버렸다.
“이런 염병헐…!”
홍 팀장이 이를 으득 씹었다.
저렇게 도망가 버리면 저 둘은 어떻게 하라는 건가.
이건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다.
만약 여기서 누군가 죽기라도 하면, 그게 누가 됐든 카르마 코퍼레이션엔 너무나 치명적이다.
김 대표가 죽는다면 전 세계 약쟁이들이 보이드를 사기 위해 줄을 설 것이고, 만약 한유빈이 죽는다면…….
‘회사는 고걸로 끝장 나겄제…….’
부하 직원을 죽인 대표.
오명을 뒤집어쓴 채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국제협회고, 사무총장이고 돌이킬 수 없겠지.
물론 깜빵 신세를 지고 있는 본인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지만…….
‘……시벌, 왜 자꾸 옛날 생각이 나는 겨.’
자신의 아내는 본분을 잊고 돈에 눈이 먼 헌터들의 욕심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 어느 언론도 그들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거나, 책임을 요구하지 않았다.
사실 당시에 헌터를 비난하는 건 그리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시민들을 위해 던전에 뛰어드는 헌터는 그야말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으니까.
그 증거로 본분을 잊고 시민을 죽음까지 몰고 간 놈들이 모두 솜방망이 처벌로 끝이 나지 않았던가.
하지만 만약 그때 김준우가 있었다면.
지금처럼 그때도 김준우가 책임자였다면…….
그런 놈들이 나왔을까?
‘…….’
홍 팀장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무총장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영웅이라는 가면을 쓴 극악무도한 강자들에게 피해받는 이들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 지금 여기선 그 누구도 다쳐선 안 된다.
물론.
‘그게 말이 쉽지…….’
홍 팀장은 눈앞의 광경에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괴물과 악마의 싸움.
적당히 힘 조절을 해가며 제압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물론 김 대표가 뛰어난 실력자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다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상식선일 것이다.
이성을 잃고 폭주하고 있는 저 괴물을 상대로는 절대…….
[고유 스킬 : 마왕 - 각성]
[각성 스킬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현 시간부로 시전자는 기존의 클래스를 초월합니다.]
[각성 클래스 : 절대 군주]
“……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