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45화 (245/366)

245

245

“……?”

뒤늦게 정신이 돌아온 한유빈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 크게 당황했다.

그녀의 기억은 카르텔 조직원이 김준우에게 주사를 놓으려던 걸 몸으로 막은 것까지였다.

그런데 왜 정신을 잃었던 건지? 왜 본인이 피범벅인 거지?

그리고 대체…….

“정신 똑바로 차려!”

“고도로 훈련된 킬러들이다!”

“토벌이 아니야! 죽을 각오로 싸워!”

[고유 스킬 : 레인보우 디멘션]

[고유 스킬 : 아토믹 스피어]

[고유 스킬 : 비스트 - 피닉스]

쾅―!

콰과과광―!!

왜 눈앞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건가.

‘뭐가 어떻게 된…….’

한유빈은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범위가 큰 스킬은 쓰지 마! 아직 시민들이 다 대피하지 못했어!”

“알겠습니다!”

“마법 계열 스킬은 최소한으로만 사용하고, 최대한 육탄전으로 끌어들여! 2팀, 3팀은 뒤에서 백업! 나머지는 나랑 같이 파고든다! 딱 붙어서 따라와!”

김민주 작전 본부장.

“다른 놈들 도와줄 생각하지 말고, 우리 일에 집중해.”

“네!”

“우리 목표는 저 빌어먹을 에마 대표의 목이다. 그것만 신경 써.”

노아 웨스턴우드.

그를 필두로 한 수십 명의 작전팀과 길드원.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투를 벌이고 있다.

최고 전력이라 불리는 저들이 힘을 합칠 만한 상대라면… 분명 국제협회 소속 놈들이겠지.

규모로 보나 상황으로 보나, 이건 이전과 같은 사소한 마찰이 아니다.

이건 전쟁이다.

“도와줘야…….”

그녀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날카로운 통증이 뇌를 직격했다.

마치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고통에 한유빈은 다시 풀썩 쓰러졌다.

그때였다.

“움직이지 마십쇼.”

언제부터 있었던 건지, 김준우가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출혈이 딱 죽기 직전까지 났습니다. 움직이다간 그대로 요단강 건널 수도 있습니다.”

“그, 그게 무슨… 아니 그것보다! 지금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뭐…….”

김준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보신 대로, PB 코퍼레이션에서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쪽이 폭주하고 있는 동안 우리를 치려고 준비를 했더군요.”

“…폭주?”

“기억 안 나십니까? 보이드를 맞고 미친 듯이 날뛰셨는데.”

“……!”

그 주사가 보이드였다고?

능력을 증폭시킨다는 그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한유빈은 그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패닉에 빠졌다.

“서, 설마… 내가 사람들을 공격한 건…….”

“걱정 마시죠. 그러기 전에 막았으니까. 여기서 다친 사람은 당신밖에 없습니다.”

“…….”

김준우의 말에 그녀는 자신의 몸을 다시 한번 살폈다.

그제야 어깨에서부터 복부까지 내려오는 커다란 상처를 발견했다.

본인이 피범벅인 이유도 그 때문인 듯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부하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해요?”

“그렇게까지 안 했으면 당신, 죽었습니다. 내 손에 죽든, 아니면 저들 손에 죽든.”

김준우는 밸런스팀을 바라보며 건조하게 말했다.

당연하겠지만, 김준우를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애초에 이렇게라도 해서 자신을 막은 거에 감사를 표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만약 폭주한 자신을 상대로 시간을 더 끌었으면, 어찌 됐든 좋은 결말은 아니었을 거라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기어이 이렇게 되는군요. 어떻게든 직접적인 마찰은 피하고 싶었는데…….”

“…미안해요.”

김준우의 넋두리에 한유빈이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왜 그쪽이 사과합니까?”

“괜히 나서서… 제가 폭주하지 않았으면 최소한 이런 일은 안 일어났을 텐데…….”

“그러니까 그걸 왜 그쪽이 사과하냐고요.”

“……네?”

“그쪽은 피해자입니다. 피해자가 사과해야 합니까?”

“…….”

한유빈은 고개를 숙였다.

그래, 저런 사람이다.

냉정하지만 상식적이고, 강하지만 따뜻한 사람.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그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짓길 잠시.

“그런데 왜 그쪽은 구경만 하고 있어요? 지금 다들 싸우고 있는데…!”

“그쪽 상대하느라 힘이 다 빠졌습니다. 솔직히, 지금 서 있는 게 고작입니다.”

“…….”

한유빈은 애써 시선을 회피했다.

그녀답지 않게 숙연한 반응이었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않았다.

“괜찮겠어요? 안 도와줘도.”

“뭐, 저도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김준우가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옮겼다.

그렇게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고유스킬 : 천수관음 - 각성]

김민주였다.

[육관음중일(六觀音中一)]

[제1격 - 성관음(聖觀音)]

슥, 스윽―.

스스슥―!

“…….”

한유빈 또한 김준우를 따라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

완벽에 가까운 스킬 운용.

팀원을 보호하면서도 서슴없이 공격을 쏟아붓는 판단력.

그 모든 게, 가히 아름답다고 해도 될 만한 모습이었다.

“이제 보니까 괜찮을 것 같군요.”

“…….”

김준우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그때.

“두 분, 괜찮으십니까?”

작전팀 소속의 한 헌터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한유빈은 그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지만, 작전 2팀 소속의 사제 클래스라는 건 기억하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금방 치료해드릴 테니까.”

이윽고 그가 한유빈의 상체에 두 손을 얹었고.

[고유 스킬 : 퍼펙트 큐어]

지이잉―.

밝은 빛과 함께 벌어진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온몸에 힘이 도는 것이 느껴졌다.

이내 남자는 김준우에게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입을 열었다.

“아시겠지만, 사제 스킬은 어디까지나 응급처치입니다. 출혈도 많고 내상은 치료가 안 돼서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셔야…….”

“아니.”

하지만 한유빈은 남자의 말을 끊으며 곧바로 벌떡 일어났다.

“움직일 수만 있으면 됐어.”

“네, 네…?”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남자는 크게 당황하며 제지했다.

“아, 안 됩니다! 지금 골절만 몇 군데인데요! 출혈도 너무 많았고, 더 이상 움직이시면…!”

“조용히 해. 그럼 앉아서 구경이나 하라고?”

“…대표님! 좀 말려주세요!”

결국, 말이 안 통한다 싶었는지, 김준우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빨리 끝내고 돌아갑시다.”

이미 같은 생각인 듯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손목과 어깨를 풀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그때.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한유빈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전 상관없어요.”

“…뭐가 말입니까?”

“그쪽이 미래에서 왔든, 일이 끝나면 다시 돌아가든 말이에요.”

“아직도 그 소립니까? 말했잖습니까. 그건 그냥…….”

“그러니까….”

한유빈이 김준우의 말을 끊으며 대답했다.

“상관없다고요.”

“…….”

벙찐 김준우의 표정.

“그쪽은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만 가요. 방해꾼은 내가 처리해줄 테니까.”

그 말에 김준우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자의식 과잉 아닙니까. 제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도와준대도 지랄이야.”

“…….”

한마디를 안 지는군.

김준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뭐, 나중에 얘기하는 거로 하고. 일단은 눈앞에 있는 일에나 집중합시다.”

“그래요.”

이내 두 사람의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고유 스킬 : 마왕]

터져 나온 두 개의 기운이 섞이기 시작했다.

***

“시칠리아에서 헌터들끼리 전투가 벌어졌다고?”

이탈리아 로마, 알프레도 총리의 집무실.

다급하게 사무실을 찾은 수행비서가 총리에게 그 소식을 전달했다.

“대체 왜?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자, 잘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멕시코 카르텔이랑 구아르디아노 사이에서 무슨 거래가 있었던 모양인데… 그 사이에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끼어서…….”

“뭐…?”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에 알프레도 총리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구아르디아노라면 남부 지역 서열 2위의 마피아가 아닌가.

그놈들이 멕시코 카르텔이랑 거래가 있었다고?

아니, 그것보다……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거기에 왜 끼어 있는 건가.

아니, 잠깐만!

싸울 거면 지들 나라에서 할 것이지, 대체 왜 남의 나라에서 지랄들인가!

“듣자 하니 마찰 수준이 아닙니다. 당장 확인된 수만 해도 수백 명입니다. 이건 그냥…….”

“대낮에 전쟁이 벌어졌군…….”

알프레도 총리의 말에 수행비서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길거리 한복판에서 전쟁이 벌어졌다.

그것도 헌터들끼리의 전쟁이.

총리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도 감이 오질 않았다.

“일단은… 협회에 연락해서 작전팀 투입해! 경찰이랑 군대도 총동원해서 어떻게든 진압해!”

“아, 알겠습니다.”

“빌어먹을 새끼들… 미국, 홍콩에서도 그 난리를 피우더니, 이젠 여기서까지…….”

감히 국제기구도 아닌, 한낱 민간 기업이 각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솔직히 그놈들이 다른 나라에서 무슨 짓을 하든 알 바는 아니지만, 이탈리아가 그 타깃이 됐다면 말이 달라진다.

이건 명백히 선을 넘었다.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건지는 몰라도, 절대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다.

만약 단 한 명의 시민이라도 피해를 받는 순간. 카르마 코퍼레이션은 물론, 한국 정부에도 엄중한 책임을 물게 할 것이다.

설령 교류를 영구히 끊는 한이 있더라도.

알프레도 총리가 그렇게 다짐한 순간.

따르릉―.

집무실의 유선전화가 울렸다.

시칠리아의 상황 보고가 들어온 것이라 생각한 그는 곧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알프레도 총리님.」

이내 처음 듣는 목소리에 눈썹이 꿈틀거렸다.

「불미스러운 일로 연락드리게 되어 송구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 조현민입니다.」

“……?!”

전화 건너편 상대가 정체를 밝히자 알프레도 총리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지금 이 상황에 대통령이 직접 연락해오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건가.

‘빌어먹을,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머릿속이 복잡해진 탓에, 총리는 이마를 짚으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시칠리아에서 헌터들끼리 마찰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예, 방금 보고 받았습니다. 듣자 하니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주축이라던데, 이건 엄연히 국제법 위반 행위입니다. 지금 당장 철수 명령을 내리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죄송합니다. 카르마 코퍼레이션은 민간 기업이라 저에게는 통제권이 없습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그럼 지금 그냥 저렇게 내버려 두겠다는 겁니까?!”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그저… 지금 벌어진 사태의 진상을 알려드리려는 겁니다.」

“진상…?”

조 대통령이 말끝을 흐리길 잠시, 이내 본론을 꺼내 들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모두 국제협회 측에서 벌인 일입니다.」

“……하아.”

그러자 별로 놀랄 것도 없다는 듯, 알프레도 총리가 한숨을 내뱉었다.

“한국이 국제협회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몇 번이나 마찰이 있었던 것도요. 그런데 이번에도 국제협회 탓으로 몰고 가는 건 너무 파렴치한 거 아닙니까?”

「몰고 가려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꽤나 강인한 기백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알프레도 총리는 잠시 대답을 아꼈다.

그러자 조현민 대통령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카르마 코퍼레이션은 옥타보이드암페타민이라는 신종 마약 루트를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이탈리아 남부 마피아, 구아르디아노가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알아냈고요.」

“신종 마약…?”

「예. 워낙 위험성이 높은 약물이라, 김준우 대표를 포함한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직원들은 원 생산 조직인 멕시코 카르텔과 접촉하여 루트를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국제협회가 난입한 것이, 지금 벌어진 전투의 원인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국제협회가 대체 왜…?”

총리의 물음에 조 대통령이` 뜸을 들이길 잠시.

이내 진중한 목소리로 그 말을 뱉었다.

「보이드 유통은 그들이 지원하는 사업이니까요.」

“……!”

그 충격적인 발언에 알프레도 총리는 할 말을 잊은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