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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47화 (247/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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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뭡니까, 이게?”

국제 헌터 협회, 이탈리아 지부.

그곳의 책임자, 마틴 지부장은 알프레도 총리가 가져온 가방의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얼굴은 어째선지 바짝 굳어 있었다.

알프레도 총리는 마틴 지부장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옥타보이드암페타민. 뒤쪽에서는 보이드라고 부르는 약물이다. 듣자 하니 이능력자의 스킬을 단기간에 증폭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군.”

“…….”

마틴 지부장이 대답을 아끼길 잠시.

“이걸…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구아르디아노가 멕시코 카르텔과 거래한 물건을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회수한 거다.”

“카르마 코퍼레이션…?”

“처분은 우리 쪽에 맡기겠다더군. 뭐, 그쪽 입장에선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골칫덩이일 테니까.”

알프레도 총리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알다시피 이쪽에서 처분하려면 절차가 꽤나 까다롭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쪽도 별로 깨끗하지 않다는 거, 알고 있지 않나.”

“마피아랑 연이 없는 놈이 없다는 건 들었습니다.”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뒤가 구린 놈들이 이걸 다시 빼돌린다면 정말 큰일이 나겠지.”

“그래서 저한테 맡기시겠다는 건가요?”

알프레도 총리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마틴 지부장만큼 믿을 만한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

“…….”

마틴 지부장의 얼굴이 굳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구아르디아노가 가지고 있어야 할 보이드가 눈앞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 그걸 총리가 직접 가지고 오다니.

아무리 봐도 예삿일은 아님이 분명했다.

마틴 지부장은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잠시.

“알겠습니다. 저희 쪽에서 잘 처리하도록 하죠.”

독이 될지, 득이 될지 모를 그것을 결국 받아들였다.

“그럼, 부탁함세.”

“……예.”

알프레도 총리는 그 말을 남기곤 곧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그가 나간 후, 마틴 지부장은 살짝 문을 열어 복도를 한 번 더 살폈다.

밖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그는 사무실 문을 잠그고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사무총장님, 마틴입니다.”

「아, 네. 무슨 일이신가요.」

웨슬리 사무총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게 아니라… 알프레도 총리가 보이드를 가져왔습니다.”

「……예?」

“구아르디아노가 카르텔과 거래한 물건을 카르마 코퍼레이션 측에서 회수했다고 하는데… 양이 상당한 걸 보니, 아무래도 거래 전량인 것 같습니다.”

「그걸 왜 당신한테 가져온 겁니까?」

“정부 쪽에서 처리하기 껄끄러우니 제게 처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버리기엔 조금 아까운 것 같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연락드렸습니다.”

「…….」

사무총장은 잠시 대답을 아꼈다.

그러자 마틴 지부장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번 달 안으로 유럽 전역에 유통하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 양을 다시 제조하려면 꽤나 늦어질 겁니다.”

「…그렇겠죠.」

“무엇보다 카르마 쪽에서 벌써 냄새를 맡았다면 추후 밀매가 더 까다로워질 거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처분하지 않는 편이……”

마틴 지부장이 말끝을 흐리자, 이내 웨슬리 사무총장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지금 시칠리아에서 카르마와 전투가 발생한 건 들으셨습니까?」

“네? 아, 네… 들었습니다.”

「듣자 하니 김준우 대표가 상당히 힘이 빠졌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승리하기에는 역부족일 겁니다.」

“…….”

마틴 지부장은 대답을 아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물론 신이 도와 기적적으로 에마가 승리하거나, 혹은 김준우 대표가 폭주해서 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카르마 코퍼레이션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빠지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웨슬리 사무총장이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우린 보이드도, PB 코퍼레이션도 모두 잃게 되는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이드가 다시 손에 들어왔다면 굳이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는 없겠죠.」

핸드폰 너머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오길 잠시.

이윽고 웨슬리 사무총장이 본심을 내뱉었다.

「계획대로 보이드가 유럽 전역으로 유통된다면, 러시아와 중동, 동북아까지 퍼지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그렇게 되면 굳이 희생을 치르지 않더라도 카르마 코퍼레이션을 무너뜨릴 수 있겠죠.」

“동감입니다.”

「그렇다면 보이드가 우리한테 다시 돌아온 건 꽤나 행운이군요.」

“…….”

마틴 지부장은 사무총장이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도록 하죠. 당신이 마피아와 직접 접촉하는 건 위험부담이 있으니, 그 사람에게 보이드를 넘기면 일 코르포에 전달해줄 겁니다.」

“일 코르포 말입니까? 구아르디아노가 아니라요…?”

그때, 마틴 지부장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아니 문제는 아니지만. 일 코르포 놈들은 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남부 최대 조직이라 이곳저곳 힘이 안 닿는 곳이 없는데, 보이드까지 손에 넣으면…….”

「더 힘이 커질까 봐 걱정되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보이드를 유럽 전체에 유통하기 위해선 반드시 마피아의 연결책이 필요했다.

그 연결책 후보로 일 코르포와 구아르디아노가 명단에 올랐지만. 일 코르포는 더 세력을 키웠다간 위험해질 거라 판단하여, 최종적으로는 구아르디아노를 선택했다.

이후 마틴 지부장은 직원을 시켜 보이드에 대한 정보를 구아르디아노에 살짝 흘렸다.

이후 그 정보를 덥석 문 로베트로는 곧바로 멕시코 카르텔과 접촉하여 거래를 시도했다.

국제협회의 유통책으로 이용당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

그런데 왜 굳이…….

“왜 갑자기 유통책을 변경하시려는 겁니까?”

「지금 그 보이드, 카르마 코퍼레이션에서 회수한 물건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마, 맞습니다.”

「이미 한 번 눈에 띈 놈들이니, 계속 주시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다시 구아르디아노에 맡겼다가 카르마 놈들에게 또 걸리게 되면…… 꼬리가 잡힐 겁니다.」

“아…….”

「무엇보다 까놓고 말해서 구아르디아노는 아직 힘도 없는 놈들이잖습니까. 상황도 상황인지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전역으로 유통하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차라리 일 코르포 놈들이 믿음직스럽죠.」

“죄, 죄송합니다. 그런 깊은 뜻이 있는지도 모르고…….”

마틴 지부장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괜찮습니다. 그럼… 저희 쪽 사람이 도착할 때까지 물건, 잘 보관해주십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마틴 지부장은 잘 해결됐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쏟아냈다.

알프레도 총리가 보이드를 가져왔을 때는 솔직히 식겁했다.

지부와 국제협회와의 관계, 또한 본인이 보이드 유통에 손을 대고 있다는 사실을 들켰다고 생각했으니까.

게다가 구아르디아노가 가지고 있어야 할 보이드가 이곳에 있다는 건 계획이 크게 틀어졌다는 뜻이기도 했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식은땀만 흘려댔지만…….

보아하니 총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충분히 만회할 수도 있다.

눈에 띄지 않게 다시금 마피아에게 넘겨주면 그만이니까.

순간 어떻게 되나 싶었지만, 잘 해결됐다.

그 생각에 마틴 지부장은 등받이에 몸을 푹 늘어뜨렸다.

책상 밑에 달린 도청기에, 그의 모든 말이 녹음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

“후우…….”

나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내 주변을 뒤덮었던 검은 공기가 걷히자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빛이 쏟아졌다.

그와 함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초토화된 현장이었다.

“…….”

“…….”

그곳에 있는 모두가 같은 광경을 바라보며 침묵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무슨 일이었을까요?”

이내 김민주가 정적을 깨고 나지막한 목소리를 냈다.

“나야 모르지.”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쉽게도 전투는 끝을 보지 못했다.

아닌 게 아니라,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며 전력을 내던 그 순간.

누군가 에마 대표에게 무언가를 전달했고, 그 직후 그녀가 갑자기 힘을 거둬들인 것이다.

그리곤 나를 지그시 바라보길 잠시, 이내 미소를 지으며 등을 돌렸다.

그 갑작스러운 상황이 당황스럽기는 모두가 매한가지였다.

어쨌거나 에마 대표는 그렇게 밸런스팀을 이끌고 미련 없이 현장을 벗어났다.

그렇게 우리만 남게 된 현장.

모두가 벙찐 얼굴로 상태 파악을 하고 있던 그때였다.

“그냥 보내줘도 되는 건가?”

노아가 다가오며 물었다.

“끝을 볼 기회였잖아. 저대로 보내면 분명 또다시 발목을 잡을 텐데.”

“…….”

나는 대답을 아꼈다.

알고 있다.

누가 모르겠는가. 그간 나를 계속 방해해온 PB 코퍼레이션을 뿌리째 뽑을 기회라는 걸.

나도 당연히 여기서 끝을 보고 싶었다.

다만…….

“10초만 더 지났으면… 저도 위험했습니다.”

“…….”

이미 한유빈과의 싸움에서 한계에 다다랐었다.

사제가 응급처치를 해줬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그런 상황에서 전력을 끌어냈다.

전투는 고사하고, 힘을 유지하는 게 고작이었다.

만약 그녀가 후퇴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절대 좋은 꼴은 못 봤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에마 대표가 사라진 곳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나 또한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어쩔 수 없다.

괜히 무리하게 끝을 내려다 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예전이면 몰라도 지금 상황에서 리스크를 짊어지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무엇보다 나 혼자 하는 일도 아니고…….’

나는 주변을 훑었다.

김민주와 한유빈을 포함한 작전팀 전원은 굳은 얼굴로 침묵하고 있었다.

전투가 끝난 직후 몰려든 허탈감, 공허함 그리고 불안감을 느끼는 듯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민주가 다시금 물었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남은 건 본부가 대책을 세워놨길 바라는 수밖에.”

에마 대표가 끝장을 보지 않고 돌아간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밖에 없다.

굳이 여기서 끝을 보지 않아도, 우리를 무너뜨릴 방법이 생긴 것이다.

가령 보이드를 유통하려고 했던 계획을 다시 실행할 수 있게 됐다거나, 아니면 관련 인사들을 포섭해서 이미 우리를 매장할 준비를 마쳤다거나.

그렇다면 굳이 이곳에서 불필요한 희생을 늘릴 필요는 없겠지.

‘그렇다면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할 텐데…….’

일단 이아영 본부장에게 국제협회가 보이드 유통에 관여하고 있다는 증거나 관련된 인사들 조사를 맡기고, 우린 카르텔 본거지부터…….

“대표님!”

그때였다.

어딜 갔다 온 건지, 정보팀 소속의 강재석 파트장이 허겁지겁 달려오며 나를 불렀다.

“뭡니까?”

“구아르디아노와 일 코르포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답니다!”

“……예?”

갑자기?

“보이드를 일 코르포 놈들이 가져갔다고 생각해서 본거지를 습격했는데…… 정말 그곳에서 물건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

그의 말에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우리가 회수한 보이드가 일 코르포 놈들에게 들어갔다라…….’

그래서 밸런스팀이 후퇴한 건가.

남부 최대 마피아가 유통책이 된다면, 굳이 우리를 여기서 막지 않아도 순식간에 유럽 전역으로 유통할 수 있을 테니까.

이렇게 빨리 마피아에게 넘겨줬다는 건, 이탈리아 지부도 이번 일과 관련이 있다는 소리겠지.

우리가 이번 일을 수습하는 틈에 몰아붙이겠다, 이건가.

하지만 이 타이밍에 보이드가 그쪽으로 흘러 들어간 게 우연일 리는 없다.

누군가 국제협회가 유리해지게끔 의도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아니, 아니지…….’

정말 유리해지게끔 하려고 했으면, 보이드가 일 코르포로 흘러 들어가게 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을 거다.

이건… 보이드를 다시 놈들의 손에 넘김으로써 본인들이 유리해졌다고 생각하게끔 만들려는 수작이겠지.

하지만 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길 잠시.

대충 어떻게 된 건지 감이 온 나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본부에서 손을 쓴 모양이군요.”

그럼 우리도 쉬고 있을 순 없지.

“일 끝나자마자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오늘부터 다들 야근하셔야겠습니다.”

우리 쪽에서 일부러 보이드를 다시 풀었다면 반드시 꼬리가 잡힐 것이다.

다시 마피아의 손에 들어간 보이드.

구아르디아노와 일 코르포와의 전쟁.

그리고 유통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국제협회와 이탈리아 지부.

이 모든 꼬리가 드러나는 순간…… 전면전이 시작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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