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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50화 (25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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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멕시코 티후아나.

김민주는 국제협회 멕시코 지부의 지원을 받아 카르텔 소탕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

아니, 이젠 카르마 코퍼레이션 지부라고 해야겠지.

사건이 터지자마자 국제협회를 탈퇴하고 우리 쪽에 붙었으니까.

“신호 맞춰서 A팀은 저랑 같이 진입, B팀은 밖에서 도주 인원 맡아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확인했습니다.」

당국의 작전팀을 대동한 김민주는 한 세탁 공장 앞에서 무전기로 지시를 내렸다.

현장 인원들은 카르마에서 작전을 지휘할 전문가가 올 거라는 말은 들었지만, 설마하니 저렇게 젊은 여성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중 몇 명은 대놓고 무시하는 이도 있었다.

무엇보다 국제협회까지 연루된 일이지 않은가.

그러니 보다 경험이 많고, 숙련된 전문가가 작전을 맡아줬으면 하는 게 당연했다.

그렇기에 젊은 여성이 작전 지휘를 맡는 게 영 못 미더웠지만…….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진입!”

[고유 스킬 : 천수관음 - 각성]

[육관음중일(六觀音中一)]

쾅―!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작전 본부장이자, 대한민국 작전팀 최고 전력.

그녀가 이곳에서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쌓은 숙련된 전문가라는 걸 말이다.

[제1격 - 성관음(聖觀音)]

공장에 진입한 김민주의 눈이 번뜩였다.

“……?”

하지만 곧 긴장감은 당혹감으로 바뀌었다.

그도 그럴 게…….

“뭐, 뭐야!”

“이게 무슨……?”

공장 안에는 버려진 제조 장비만 즐비했다.

사람이라곤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다 어디 간 거야?”

“설마 정보가 새어 나갔나.”

“시발, 우리 쪽에 스파이가 있는 거야?!”

“빌어먹을!”

김민주와 함께 진입한 멕시코 작전팀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 그들은 이내 본인들의 지휘관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작전, 제대로 준비한 거 맞습니까?”

“대체 어떻게 정보가 새어 나갈 수 있습니까!”

“…….”

하지만 김민주는 그들의 질책에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공장 안을 살폈다.

그 모습에 더욱 화가 난 작전팀은 이내 점점 더 언성을 높였다.

“이봐, 당신! 가만히 있지 말고 설명을…!”

“도망친 게 아니에요.”

김민주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도망친 게 아니라…….”

손가락으로 제조 도구를 훑길 한 차례.

손에 묻는 먼지를 탁탁 털어내며 말을 이었다.

“누군가 먼저 처리했어요.”

“……!”

“……!”

그 순간 모두의 눈이 동그래졌다.

“도망칠 거였다면 우선 본인들의 흔적을 지우려고 했을 텐데…… 도구들을 보면 모두 멀쩡해요. 이건 흔적을 지울 틈도 없이 누군가에게 당했다는 말이죠.”

“하, 하지만…….”

“대체 누가…?”

“우리 쪽 사람은 아니겠죠.”

뭐, 소리소문없이 카르텔 하나를 박살 낼 만한 놈이라면… 한 곳밖에 없지.

“아무래도 국제협회가 먼저 손을 썼나 보네요.”

“…….”

“…….”

이내 작전팀의 표정에 그늘이 드리웠다.

우리에게 잡히기 전에 꼬리를 자른 건가?

하지만 이미 본색이 드러난 이상, 굳이 보이드 생산책을 버릴 이유가 없을 텐데.

그들에게 보이드는 현재로서 전 세계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이자 수단이다.

각국의 헌터, 나아가 국가를 통제하기 위해선 보이드를 전 세계에 대량으로 유통해야 할 테니까.

그저 꼬리를 자르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처리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설마…… 제조법을 손에 넣은 건가.’

그 생각이 스친 순간, 김민주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어. 작전은 어떻게 됐어?」

곧바로 전화를 받은 김준우가 먼저 상황을 물었다.

“이미 국제협회 쪽에서 손을 쓴 것 같아요. 제조 장비는 그대로 남아 있는데, 인원만 사라졌어요.”

「뭐? 그럴 리가. 그놈들이 보이드를 포기할 리가 없는…….」

이내 그가 말끝을 흐리길 잠시.

「……제조법을 손에 넣었나 보네.」

곧바로 결론에 다다랐다.

「어차피 본색도 드러났겠다, 다른 놈한테 맡기는 것보다 본인들이 직접 제조하는 게 낫다 이건가.」

“그런 것 같아요.”

「쯧, 귀찮게 됐군.」

김민주 또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모르니까 더 알아볼게요. 장비들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아영 씨한테 가져가면 반작용제를 만들 수 있을지도…….”

「아니. 제조법을 손에 넣었다면 이미 늦었어.」

“네…?”

「지금 전 세계 정상들이 납치됐거든.」

“……!!”

김준우가 충격적인 소식을 전달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웨슬리 사무총장의 요청으로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현장에 있던 모두가 납치됐어. 미국 대통령부터 UN사무총장까지. 전부.」

“마, 말도 안 돼요! 그건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거나 다름이 없는데…!”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던 거야.」

김준우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던전 통제가 가능한 차원석, 몰래 모아둔 수십만의 병력, 각국 정상들의 신병 확보. 거기다 보이드까지. 모든 무기가 다 모였어. 이젠 섣불리 건드렸다간 뼈도 못 추리겠지.」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국제협회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다는 건, 다시 말해서 각국 또한 상당한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뜻이야. 잃을 게 많은 나라들과 잃을 게 없는 놈들. 누가 더 유리할지는 뻔한 일이지.」

“…….”

김민주는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통제가 시작될 거야. 단순히 토벌권을 넘어서 정치, 경제, 안보, 모든 것을.」

“이게 대체 무슨…….”

「일단 복귀해. 난 이제부터 회의 참가해야 하니까 연락이 힘들 거야. 자세한 건 이아영 씨한테 듣고.」

그의 명령에 김민주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알겠어요.”

어렵사리 말을 뱉고 통화를 종료했다.

그와 동시에 고개를 위로 쳐들고는 깊은 한숨을 쏟아냈다.

‘대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대한민국, 서울.

소집된 각국 토벌 협회 비상 대책 회의.

“국제협회가 정상들의 신변을 쥐고 협박하고 있다고요!”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어요!”

“그것보다 이러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맞습니다! 수단과 방법 가리지 말고 공격해야 합니다!”

각국의 협회장들이 모두 모인 그곳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의견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그저 화를 내는 건지 모를 그들의 모습을 나는 무표정하게 바라봤다.

정말이지…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회의 장소를 서울로 정한 이유는 유일하게 한국이 국제협회의 통제권 밖에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이미 국제협회의 공격이 무서워 가장 안전한 장소로 모여든 주제에 공격이니, 전쟁이니 큰 목소리를 내는 거였다.

“하아…….”

그 꼴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뭡니까?”

“지금 한숨 쉰 거예요?”

그 소리가 들린 건지 협회장들이 곧바로 날을 세웠다.

“그나저나 당신은 왜 입 다물고 있죠?”

“따지고 보면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은 당신한테 있습니다!”

“맞아요! 애당초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국제협회를 자극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겠죠!”

“가만히 있지 말고 무슨 말이라도 해보세요!”

그들의 고함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각국의 무능하신 여러분들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

“……?!”

“정말이지 하나 같이 머저리 같은 의견이군요.”

캐나다 협회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뭐라고?! 당신 미쳤어?!”

그를 따라 다른 협회장들도 목소리를 높였지만, 나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국제협회는 애초에 전 세계를 통제할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자극해서도 아니고, 그들이 갑자기 나쁜 마음을 먹어서도 아니라… 그냥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다는 겁니다.”

“뭐, 뭐…?”

“그게 무슨…….”

“뭘 놀라십니까. 제가 그동안 몇 번이나 국제협회의 실태를 까발리기 위해 노력했는데. 불법 무기 밀매, 미국 지부 습격, 홍콩 지부 공습 등등… 제가 언론에 퍼트린 사건만 해도 수두룩합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이들을 한 명씩 바라봤다.

“그런데 당신들은 어땠습니까. 눈 감고 귀 막고 그래도 국제협회가 최고다, 짖어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본색이 드러나니 그게 다 내 책임이다?”

이내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딴 개 같은 소리를 잘도 하시는군요.”

“……큼큼.”

“…….”

모두가 시선을 회피하며 침묵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누구 책임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가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애초에 그걸 위해 모인 자리고요.”

베트남 지부의 후인 지부장과 일본 지부의 하라무라 지부장이 나를 대신해 발언했다.

“말해 뭐하겠습니까.”

“문답 무용입니다. 지금 당장 공습을 해야 합니다.”

호전적인 의견에 난 고개를 저었다.

“그건 무리입니다. 국제협회가 보유하고 있는 병력만 해도 수십만입니다.”

“고작 그 정도 인원으로 전 세계랑 전쟁을 벌일 수는…….”

“당신은 이능력자랑 전쟁을 벌여본 적이 있습니까?”

“……!”

그 순간, 캐나다 협회장의 표정이 굳었다.

“지금까지의 전쟁과는 궤가 다릅니다. 이능력자와 이능력자가 전면전을 벌인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겠죠.”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만약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면, 그다음 전쟁은 나뭇가지와 돌로 싸우게 될 거라고.

만약 여기서 전쟁을 벌인다면 그 말은 진실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던전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벌을 뒤로하고 모든 인원을 전쟁에 동원한다면…… 시민들은 누가 지킵니까?”

“그, 그건…….”

“저도 이 사태의 심각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토벌 조직으로서의 본분은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전쟁이고, 공습이고 어떻게든 대항해야 한다는 건 나 또한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우리 쪽엔 병력도 없을뿐더러, 무리하게 토벌 인력을 빼돌렸다간 정말 되돌릴 수 없게 될 테니까.

그건 다시 말해…….

‘지금으로선 마땅히 방법이 없다는 거지…….’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때였다.

“하지만 이대로 국제협회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도 없지 않습니까.”

미국 지부의 마이클 지부장이 슬쩍 손을 들며 발언했다.

“이대로 두면 전 세계가 국제협회의 손아귀에 놓이게 될 겁니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됐다고 보는 게 맞겠죠.”

이내 그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정치, 경제, 언론, 안보… 모든 분야가 국제협회의 통제를 받을 겁니다. 무엇보다 우린 지금 지도자를 잃은 상황이고요. 희생을 치르더라도 누군가는 어떻게든 국제협회에 대항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

나는 대답을 아꼈다.

많은 국가가 지도자를 잃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그리고 국제협회는 그 틈을 타, 본인들만의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겠지.

만약 그것이 완성되면 더 이상 그들은 기구가 아니라…… 하나의 국가가 된다.

그렇게 되면 마이클 지부장의 말처럼, 전 세계가 그들의 통제하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대항해야 한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전쟁은 안 된다.

‘그럼 역시…….’

방법은 하나뿐이겠군.

“저희 지원본부장이 준비한 계획이 있습니다. 물론 아직 구체화 된 것은 아니라 미리 말씀드릴 순 없지만…….”

나는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었다.

“그 방법을 써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각국 협회는 평소처럼 토벌에 집중해주십시오. 그것마저 흔들리면 돌이킬 수 없을 테니.”

“그, 그렇긴 합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내가 묻자 각국 협회장들이 서로 눈치를 살폈다.

이내 이성을 찾은 캐나다 협회장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여기 있는 협회 중 대다수는 국제협회 지부였습니다. 토벌 지휘 및 기획 모두 본부의 지원을 받았죠.”

“그 말씀은…….”

“예. 부끄럽지만 누군가가 지휘를 해주는 게 아닌 이상, 우리끼리의 독립 토벌은 불가능합니다.”

빌어먹을.

저것도 토벌 기구라고…….

‘이건 좀 큰일인데…….’

입술을 깨물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자격이 되는 이에게 국제 토벌 지휘권을 맡기면 되지 않겠습니까.”

잠자코 있던 이두식 이사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예?”

“지휘권이라니… 국제협회를 대신할 조직을 만들겠다는 겁니까?”

“하지만 전 세계 토벌을 관리할 만큼 실력 있는 사람이…….”

모두가 의문을 품던 그 순간.

그곳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국제 헌터 협회를 국제기구에서 박탈하고, 카르마 코퍼레이션을 공식적인 국제 토벌 기구로 인정해주십시오. 그리고…….”

곧바로 이두식 이사가 말을 이었다.

“김준우 대표를 새로운 국제 헌터 협회의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는 겁니다.”

“…….”

“…….”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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