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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52화 (25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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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범 사무총장이 취임한 직후, 불과 하루 만에 조직 개편과 더불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우선 명칭이 변경되었다.

기존 카르마 코퍼레이션이라는 법인에서 공식적인 국제 던전 토벌 기구, WDSO(World Dungeon Suppress Organization)가 되었다.

나름 고심해서 만든 이름이 사라져 버린 건 아쉽긴 했지만, 아직 사람들의 입에는 카르마가 더욱 익숙한 듯했기에 그걸 위안으로 삼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역시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내가 대표직에서 내려왔다는 것.

뭐, 민간 기업에서 국제기구가 된 마당에 사무총장 자리를 거절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내가 갖게 된 새로운 직책은…….

WDSO 대한민국 기획 본부 소속.

청소 3팀장.

‘시발…….’

다시 돌아와 버렸다.

일개 청소부로 시작해서 한국협회를 인수하고 카르마 코퍼레이션을 세계적인 토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내가 다시 청소팀으로 돌아와 버린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경우인가, 싶었지만…….

‘책임자로 전면에 나설 게 아니면 차라리 뒤로 빠져서 모습을 숨기는 게 나아.’

나를 대표직에서 다시 청소부로 한 큐에 꼬라박은 박인범 사무총장은, 내 면전에 대고 그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린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오래가지 않아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렸다.

이제부터 우리는 국제협회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

그럴수록 국제협회 또한 더욱 거세게 우리를 통제하려 들겠지.

그리고 사무총장은 그 싸움의 최전선에서 우리를 이끌어야 하는 존재이며, 더불어 한국을 비롯해 모든 국가의 신임을 받아야 하는 존재다.

모두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그 수많은 국가의 협회를 문제없이 지휘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미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내가 그 역할을 맡아왔었다.

그 과정에서 꽤나 많은 실적을 쌓았고, 또 많은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그렇기에 만약 사무총장도 아닌 내가, 어정쩡한 직책으로 박인범 사무총장과 함께 일을 한다면 자연스레 그의 영향력은 떨어질 것이고…….

‘지휘 체계가 엉망이 되겠지.’

그렇기에 전면에 나서지 않을 거면 차라리 뒤로 빠지는 게 낫다는 것이다.

거기까지 이해한 나는, 박인범 사무총장에게 무엇을 하면 되냐고 물었고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청소부가 청소해야지, 뭘 해?’

그 단호한 대답에, 나는 기겁을 하며 정말 청소만 해야 하냐고 되물었고.

‘예전에는 자네가 뭐 청소부라고 청소만 했나? 그냥 하던 대로만 해.’

그는 모호한 대답을 내놓았다.

뭐, 그 말을 굳이 해석하자면…… 직책은 되는 대로 갖다 붙인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알아서 움직이라는 소리겠다.

‘협회장 자리에서 밀어냈다고 복수하는 건가?’

하여간 노인네, 속은 좁아 가지고.

나는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듯, 결과적으로 나는 사무총장 자리를 거절했다.

그리고 그 대신 박인범 전 협회장을 추천했다.

경험과 관록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지만, 사실 반은 대충 둘러댄 거나 다름없다.

그저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기에 나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할 뿐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전생에서도 국제협회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번에도 그들 마음대로 날뛰게 내버려둔 채 돌아가는 건, 다른 걸 떠나서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뭐…… 일을 이렇게 키워놓고 나 혼자 내빼는 것도 모양 빠지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조직 개편도 됐으니, 이제는 정말 앞으로가 중요하다.

사실 내가 박인범 사무총장을 추천한 이유 중 나머지 반은 진심이었다.

이전에는 국제협회와의 싸움이라고 해봤자, 각자의 세력과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보이지 않는 눈치 싸움과 작은 마찰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내 전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규칙과 조약의 의미가 사라진 지금, 전 세계는 혼돈과 혼란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진짜 혼돈을 겪고 살아남은 경험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박인범 사무총장만 한 사람이 없다.

50년 전 그는 아무것도 없이 라면 몇 개로 던전을 누비며, 살면 다행이고 죽으면 끝이었던 시절을 겪어온 장본인이다.

그리고 지금도 다를 것 없는 상황이리라.

자칫하면 빼앗기고,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상황.

이제부턴 행동 하나하나가 위험해질 것이다.

황야를 지나온 노장의 경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때.

벌컥―.

“……!”

카르마의 새로운 수장, 박인범 사무총장이 내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순간 당황하자, 그가 피식 웃음을 뱉었다.

“뭘 그리 놀라나. 죄지었어?”

“그렇게 갑자기 들어오시면 누구라도 놀랍니다. 노크라도 좀 하시지 그러십니까.”

“내 평생 남의 문을 두드려 본 적이 없다.”

“…….”

……자랑이다.

“그래서, 어쩐 일이십니까?”

“흐음.”

그가 신음하길 한 차례, 내 앞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국제협회가 쿠데타를 일으켰다더군. 현재 프랑스 정부를 장악하고, 본인들의 본부 아래 국가 체제를 손에 넣은 상황이야.”

“…….”

물론 나 또한 전해 들은 소식이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세상이 두 쪽이 됐어.”

“국제협회의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으로 나뉘었죠.”

“그래.”

그가 퍽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유럽 연합 전체는 사실상 국제협회 소속이라고 봐야 해. 뭐… 앞으로는 더 세력을 넓혀가겠지.”

“이미 나라 하나를 집어삼켰으니 두 번은 어렵지도 않겠죠.”

“던전을 비롯해 정치적, 경제적으로 압박한다면 버틸 도리가 없지. 지금이야 아메리카, 아시아 쪽은 우리한테 붙어 있다고 해도 언제 돌아설지 모르는 일이고.”

“그렇겠죠.”

“당연히 수익성을 내세워선 오래가지 못할 거다.”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린 이제 기업이 아니야. 그러니 앞으로는 토벌 기구로서의 본분을 다해야 할 거야.”

“다시 이전의 협회로 돌아가겠군요.”

“그래. 뭐… 이렇게까지 세워놓은 자네한테는 좀 아쉽게 됐지만.”

“뭐, 선택의 여지가 있겠습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처음부터 돈이 목적도 아니었고.

이런 상황에 수익을 따지는 건 어리석은 짓이니.

“그래서…….”

그때, 박인범 사무총장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말 뱅크 아이템을 파괴하는 거로 그놈들한테 대항할 수 있겠나?”

“예.”

내가 즉답했다.

“현재 국제협회의 권력은 뱅크 아이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그나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것들이 없다면 통제력을 잃게 될 겁니다.”

“하지만 뱅크 아이템을 파괴하려면 에덴이 필요하다면서?”

“예. 뭐… 가설이지만요.”

“그래서, 에덴은 어떻게 찾을 생각인데? 저번에도 미국에서 그 난리를 피워놓고도 못 찾았잖나.”

“뭐…….”

잠시 뜸을 들이길 한 차례.

“그게 이제부터 제가 할 일이겠죠.”

“……?”

“저한테 늘 하던 대로 하라고 하셨잖습니까.”

내가 슬쩍 미소를 지었지만, 박인범 사무총장은 어딘가 떨떠름한 반응이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아직 마음대로 움직이기엔 상황이 좋지 않아. 국가 관계도 그렇고, 자금도 그렇고.”

“뭐,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음?”

내가 말을 이었다.

“그동안 여기저기 빚을 만들어 놓지 않았습니까. 베트남, 중앙아프리카, 일본, 홍콩, 미국 등등. 그들이 도와줄 겁니다.”

지금 상황에 가장 믿을 수 있는 이들이다.

어떤 일이 닥쳐도 우리를 지원해줄 것이다.

무엇보다 자금 수급이 막혔다고 해도, 베트남 지부의 허브가 있지 않은가.

토벌 수익 외에 유일하게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또한, 홍콩 지부의 인원과 일본 지부의 장비.

미국 지부의 최첨단 탐지 시스템까지.

그들이 있는 한, 내 활동에 제한이 걸릴 일은 없다.

“뭐, 듣고 보니 그렇구만…….”

이내 박인범 사무총장도 고개를 끄덕이길 한 차례.

“그래, 그럼… 일들 해보자고.”

국제 토벌 기구로서의 첫 번째 업무가 시작되었다.

***

베트남, 하노이.

현 WDSO 베트남 지부.

“전부 무기 챙겨서 집합해!!”

“1급 비상 상태다!!”

“작전팀 전부 끌어모아!”

전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첫 번째 해외 지부인 그곳에 때아닌 비상이 걸렸다.

“환영 인사가 꽤 성대하군요.”

다름 아닌, 국제 헌터 및 던전 관리 협회의 수장.

웨슬리 사무총장이 그곳을 찾은 것이다.

“뭐야, 혼자야?!”

“방심하지 마!”

“움직이면 바로 공격해!”

이윽고 지부의 모든 인원이 공격태세를 갖췄지만, 웨슬리 사무총장은 그저 씨익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후인 지부장님 안에 계시나요?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

싸울 생각이 없다는 듯 두 손을 들며 말했다.

“개소리하지 마!”

“설마 여길 제 발로 걸어 들어와 놓고 무사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어디 한 발짝이라도 움직여 봐!”

하지만 베트남 지부의 헌터들은 이미 상당히 격양되어 있었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공격을 쏟아부을 기세였다.

그 모습에 웨슬리 사무총장의 미소가 점점 사라졌다.

이내 그가 두 손을 다시 내려놓는 그 순간.

“다들 무기 내려놓고 빠져.”

모습을 드러낸 후인 지부장이 서둘러 작전팀을 제지했다.

“지, 지부장님!”

“하지만 이 새끼…!”

“우리가 떼로 덤벼도 손가락 하나 못 건드려. 괜한 객기 부리지 말고 물러나.”

단호한 명령.

평소답지 않은 그의 호령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눈치를 보면서 천천히 무기를 거두었다.

그러자 웨슬리 사무총장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똑똑하시군요.”

“…과찬이십니다.”

후인 지부장은 그를 지그시 노려보며 물었다.

“그래서, 전 세계적인 반군 세력의 수장님께서 여기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하하하. 아직 감이 잘 안 오시나 보군요. 반군은 정부에 저항하는 이들입니다. 그리고 정부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고요. 그렇게 따지면 반군 세력은 제가 아니라 당신들이죠.”

“…….”

자신감이 드러나는 말투와 눈빛.

홀로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들었음에도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자세였다.

웨슬리 사무총장이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뭐, 사실 다른 게 아니라 제안을 하나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제안…?”

“카르마 코퍼레이션을 탈퇴하고 국제협회로 들어오십시오.”

“하…!”

그 순간, 후인 지부장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개소리를 하려나 했는데…….”

“잘 생각하세요. 저는 지금 권력층에 붙을 기회를 주는 겁니다. 아무 조건도 없이요. 어차피 얼마 가지 못할 거라는 거, 당신들도 알고 있는…….”

“필요 없으니까 꺼져.”

후인 지부장이 그의 말을 끊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웨슬리 사무총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의리를 지키겠다, 이겁니까? 그런 같잖은 것 때문에 포기할 만한 일이 아닐 텐데요?”

“도움을 요청했을 땐 눈길조차 안 주더니, 이제 와서 당신들 편에 서라고?”

이내 후인 지부장이 그를 죽일 듯 노려봤다.

“유령 협회 밑에서 목숨 내걸고 하루하루 버틸 때, 우릴 살려준 건 김준우 대표였어. 권력이니 뭐니 같잖은 혓바닥으로 이간질할 생각이면 번지수 잘못 찾았다.”

“…역시나 신뢰가 두텁군요.”

그의 단호함에 웨슬리 사무총장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알아들었으면 당장 꺼…….”

“여보세요, 클로이 팀장?”

웨슬리 사무총장은 핸드폰을 꺼내 들어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렸다.

“베트남 전 지역, 던전 출현 봉쇄해주세요.”

“……!”

후인 지부장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하지만 재앙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아 그리고, 주변국들의 부산물 유통 관세도 세 배로 올리세요. 이후에 베트남으로 들어오는 부산물이 끊기면…… 곧바로 허브 매각 준비합시다.”

“그, 그게 무슨…….”

웨슬리 사무총장의 그 지시에, 후인 지부장의 동공이 마구 흔들렸다.

던전 출현 봉쇄.

허브 매각.

생각할 것도 없었다.

이 두 가지가 실제로 일어나면 베트남 지부는…….

아니, 베트남은 끝이다.

“생각이 바뀌시면 다시 연락 주세요, 후인 지부장님.”

웨슬리 사무총장은 그 말을 흘리며 등을 돌렸다.

후인 지부장은 천천히 멀어지는 그의 등을 말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들이 기어이… 카르마 코퍼레이션을 고립시키고 무너뜨리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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