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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53화 (25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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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방금 막 청소 작업이 마무리된 어느 던전 앞.

작업을 마치고 던전을 빠져나온 한상혁은 곧바로 방독면을 벗어젖히며 숨을 몰아쉬었다.

옆에서 같은 동작을 하고 있는 문소연을 향해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진짜 고맙다. 네 일도 바쁠 텐데 현장 일까지 도와주고…….”

“아니에요. 상황이 상황이잖아요. 인원 부족한 거 뻔히 아는데 어떻게 책상에만 앉아 있겠어요.”

문소연은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 천하의 한상혁이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동기라지만 문소연은 엄연히 청소과장이었고, 본인은 청소팀장이었으니.

청소과장은 청소팀의 전반적인 일정 관리와 작전팀과의 일정 조율을 담당한다.

당연히 그런 직책을 가진 그녀가 직접 작업에 나올 만한 이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한상혁은 그녀에게 작업을 도와달라고 먼저 요청했다. 물론 그로서도 꽤나 눈치가 보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다.

최근 갑작스레 출현 던전 수가 두 배로 오르지 않았던가.

작전팀 대부분이 해외 파견 중이라 토벌 인원이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김민주와 한유빈 그리고 민간 길드가 어찌어찌 대응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토벌은 둘째치고, 던전이 두 배로 늘어났다는 건 그만큼 청소해야 할 던전도 두 배란 소리였다.

그동안 청소팀은 거의 증원이 없다시피 했으니 기존 인원만으로는 꽤나 벅찰 수밖에.

“유빈 씨가 어떻게든 인원을 보충해주겠다고 했으니까, 그때까지만 힘내 봐요.”

“스읍, 글쎄…….”

“뭐야, 친누나를 좀 믿어보는 게 어때요.”

“아니, 믿고 자시고… 그쪽도 바쁠 텐데, 우리까지 어떻게 신경 쓰겠어.”

한상혁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청소팀은 기획 본부 소속이었으니, 본인의 친누나인 한유빈이 책임자였지만.

사실 그녀도 지금 토벌 투입으로 정신이 없을 게 뻔했다.

물론 그 인간이 다른 건 좀 빌어먹을지 몰라도, 최소한 빈말을 하진 않는다. 분명히 어떻게든 보충을 해주긴 해줄 것이다.

다만,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것뿐이지.

“에휴, 시벌. 대체 어쩌다가…….”

한상혁이 이 상황이 퍽 답답한지 욕지거리를 했다.

그러자 문소연이 애써 밝게 웃으며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아, 맞다. 우리 회사 이름 바뀌었다는 거 들었어요?”

“당연하지. WD…….”

“WDSO. 국제 던전 토벌 기구요.”

“쯧, 난 원래 이름이 더 좋은데.”

“사실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국제기구가 됐다는 게 중요하지.”

그녀의 말에 한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인범이 사무총장 자리에 취임한 직후.

아직 공식적인 성명이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내부 개편에 대한 소식은 빠르게 전 직원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다.

자세한 것까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청소부 파견 업체에서 기어이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는 것.

“진짜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이제 우리도 엄연히 국제기구 소속이네요.”

“그러니까 말이야! 김준우, 이 새끼 진짜 대단하다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전 세계가 어떤 상황인지, 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들이라고 모를 리가 없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듣자 하니 국제협회가 쿠데타를 일으켰다던데…….”

한상혁이 중얼거리자, 문소연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준우 씨가 있잖아요. 지금쯤이면 벌써 국제협회를 박살 낼 계획을 세워두지 않았겠어요?”

“……하긴, 그 자식이 있는데 큰일이야 나겠어. 또 이전처럼 제일 앞에서 다 박살 내고 다니겠지.”

“미안한데…….”

그리고, 그때.

그들의 대화 도중에 갑자기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건 힘들 것 같군요.”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에 한상혁과 문소연이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김준우가 서 있었다.

“주, 준우 씨?!”

“네가 여기 왜 있어?! 일 안 해?!”

하지만 그들은 반가움보다 당황스러움이 앞선 듯했다.

그도 그럴 게 김준우가 현장에 나올 이유도, 여유도 없다는 걸 뻔히 알고 있으니까.

“일이라뇨. 이게 제 일입니다.”

그런데 귀를 의심케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청소팀으로 좌천당했거든요.”

“……?”

“……?”

이해할 수 없는 소식에 두 사람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대체 뭔 짓을 한 거냐…?”

침묵을 깨고 한상혁이 벙찐 표정으로 물었다.

“뭐, 이런저런 사정이 좀 있어서…… 밉보인 건 아니니까 걱정 마시고요.”

“…….”

“…….”

걱정 말라니.

카르마 코퍼레이션 창립과 더불어 여기까지 올려놓은 장본인이 좌천당했다는데, 어떻게 걱정이 안 되겠는가.

그것도 지금 같은 상황에!

“그럼… 진짜 다시 청소하는 거야?”

“그렇긴 합니다만…… 이전이랑은 조금 다릅니다.”

“네?”

아리송한 대답에 문소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랑 같이 일할 새 청소팀을 꾸릴 생각입니다. 여러 팀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중인데… 두 분한테도 제안을 드리고 싶군요.”

그가 말하자 서로 눈치를 보던 끝에, 문소연이 넌지시 물었다.

“그게… 무슨 팀인데요?”

“음, 굳이 설명하자면 국제 던전… 관리 업무 정도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 말에 두 사람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말씀드렸다시피 기본적으로는 청소팀입니다. 다만, 그 외에도 던전과 관련된 업무를 모두 맡는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국내가 아니라 국외를 대상으로 활동할 거고요.”

짤막한 설명과 함께 그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떻게, 같이 가실 생각 있으십니까?”

“…….”

“…….”

이내 두 사람이 서로 눈치를 살피길 잠시.

“그래.”

“좋아요.”

누구랄 것 없이 동시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실 그가 말한 게 무슨 팀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완전히 이해한 게 아니다.

그저 이전의 청소 3팀이 다시 뭉칠 수 있다는 게, 보다 큰 이유였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서류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출국은 준비되는 대로 연락드릴 테니, 일단 계속 작업해 주시면…….”

김준우가 말을 하던 그때,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아, 예.”

이내 그가 전화를 받은 그 순간.

“……뭐라고요?”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확실한 겁니까?!”

무슨 대답을 들은 건지, 그가 이를 으득 씹었다.

“…알겠습니다. 바로 가죠.”

그렇게 전화를 끊은 그의 표정은 굉장히 심각해 보였다.

문소연이 조심스레 물었다.

“무, 무슨 일이에요…?”

“베트남 지부가… 국제협회로 넘어갔답니다.”

대답하는 김준우의 눈빛에는 분노가 그득그득 담겨있었다.

***

“대체 어떻게 우리를 배신할 수 있습니까!”

박인범 사무총장 아래, 각 본부장이 모두 모인 자리.

하성일 해외사업본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밑바닥에 떨어져 있던 협회를 세계 10위권 협회로 만들어준 게 누군데! 어떻게 이제 와서…!”

“진정하세요.”

하성일 본부장의 목소리가 점점 격양되자, 이아영 지원본부장이 평소답지 않은 진지한 목소리로 그를 말렸다.

“베트남 지부가 설마 아무 이유 없이 국제협회에 붙었겠어요?”

“맞아요. 분명 뭔가 빌미를 잡고 협박을 했겠지.”

이아영 본부장의 말에 한유빈 또한 동조했다.

하지만 김민주는 하성일 본부장의 말에 힘을 실었다.

“이유가 어쨌든 간에 돌아선 건 변함이 없어요. 심지어 다른 데도 아니고 베트남 지부에요. 허브까지 통째로 넘어간 이상, 우리한테 너무 큰 출혈인데…….”

“…….”

“…….”

모두가 그 의견에는 차마 반박하지 못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전처럼 수익성을 기대하지 못하는 지금으로선 베트남 지부의 허브는 그들의 유일한 자금줄이었다.

그런 허브가 지부와 함께 국제협회로 넘어갔다는 건 정말이지 엄청난 타격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할 거예요?”

이내 이아영 본부장이 나를 향해 물었다.

“설득이라도 해보는 게 어때요? 지금이라도 손을 쓴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 말에 줄곧 잠자코 있던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미 돌아선 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럼 그냥 이대로 포기하자고요…?”

그녀의 말에 나는 대답을 아꼈다.

그러자 하성일 본부장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포기할 땐 하더라도, 본보기는 보여줘야 합니다. 아무런 대처 없이 넘어가면 다른 지부들 또한 언제 등을 돌릴지 모릅니다.”

“……맞는 말이군요. 다른 지부는 괜찮은 겁니까? 뭐, 베트남 지부 소식에 같이 등을 돌렸다든지…….”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습니다.”

그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소식을 접한 다른 지부까지 덩달아 등을 돌린다면, 그땐 정말 최악의 상황이 될 테니까.

“뭐… 일단 본보기를 보여주든 아니면 다시 설득을 해보든, 어찌 됐건 여기선 해결이 안 됩니다.”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끝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직접 지부로 가보죠.”

“…괜찮으시겠어요?”

그러자 김민주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이젠 국제협회로 넘어간 곳이에요. 안 그래도 주시하고 있을 텐데, 선생님이 직접 가셨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요.”

“그럴까 봐 직급도 낮춘 거잖아. 난 이제 대표도 아니고 일개 청소부일 뿐인데 큰일이야 있겠어?”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러고 있자니, 상석에서 우리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박인범 사무총장이 드디어 입을 뗐다.

“신 청소 3팀의 첫 업무가 되겠군.”

“예.”

내가 대답하자 그가 숨을 깊게 들이쉬며 물었다.

“그래도 전투 인원이라도 좀 데려가는 게 어떠냐. 애들 말대로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정말 싸우자는 소리잖습니까. 오히려 우리끼리 가는 게 더 안전할 겁니다.”

“쯧, 불안해서 그러지 인마.”

“정 그렇게 걱정되시면…….”

나는 본부장들을 번갈아 바라보던 끝에.

“이아영 본부장님이라도 데려가겠습니다.”

“……저, 저요?”

이아영 본부장이 자신을 가리키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저, 저도 비전투 인원인데요? 차라리 민주 씨나 유빈 씨를 데려가는 게…….”

“저 사람들을 데려가면 토벌은 누가 합니까. 안 그래도 인원 부족해서 간당간당한대. 무엇보다 한유빈 씨는…….”

나는 순간 말끝을 흐렸다.

사실 그녀를 기각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그녀가 나를 도와주겠다고 선언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녀의 성격상 또다시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앞뒤 없이 덤벼들 위험이 있었다.

몇 번이나 죽을 뻔했던 그녀가 이번에도 또 난리를 피운다면, 이번에야말로 내 성실한 일꾼 하나를 잃게 되겠지.

하지만 그런 이유를 지금 이 자리에서 그대로 말할 순 없었기에.

“너무 폭력적이어서 안 됩니다.”

“…….”

서둘러 다른 이유를 둘러댔다.

물론 당사자는 뜬금없이 한 대 얻어맞은 덕에 벙찐 표정이 됐지만.

“아니면 뭐, 저랑 가기 싫으십니까?”

“아니, 그건 아니고…….”

그녀가 말끝을 흐리기도 잠시.

“에휴, 알았어요. 같이 가요.”

피식 실소를 뱉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결정이 나자 박인범 사무총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영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괜찮겠지. 암튼 가서 일 생기면 바로 연락 주고. 만약 그러지도 못할 만큼 위험한 상황이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지 그조차 모르겠다는 표정.

“모르겠다, 시벌. 그땐 그냥 자네가 알아서 해.”

“……그러겠습니다.”

“아, 그리고 거기서 너무 시간 오래 끌지 마. 알고 있지? 자네 진짜 업무가 뭔지는.”

“물론입니다.”

나는 그렇게 대답하곤 이아영 본부장을 향해 말했다.

“그럼 곧바로 팀원들 대기시켜주시고… 출국 준비하시죠.”

“알았어요.”

지시를 받은 그녀는 곧바로 본인의 역할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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