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57화 (257/366)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http://novelagit.xyz

****************************************************.3

257

257

우리가 베트남에 와서 청소 지원을 시작한 지도 일주일이 흘렀다.

나를 포함한 청소 3팀원들은 매번 다른 팀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고, 그사이 나는 모든 청소부의 업무 능력 평가를 완료했다.

“4팀, 5팀, 8팀, 10팀은 숙련도나 경험에서 다른 팀에 비해 많이 부족하더군요.”

너저분하게 어질러져 있는 청소 관리실에서 이아영 본부장에게 서류를 전달하며 말했다.

“일단 그 4개 팀을 우선 감축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어요.”

그녀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그 기계 같은 말투와 표정을 보고 있자니, 회귀 전 이 실장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다.

“나머지 하나는요?”

이아영 본부장의 담담한 물음에 턱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나머지는… 2팀이랑 7팀 중에서 고민이긴 합니다. 둘 다 숙련도는 비슷한데, 그다지 효율이 나지 않는 팀이라.”

“…….”

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맞추지 않고 있었다.

나는 잠시 하던 말을 멈추고 그녀를 향해 물었다.

“아직도 탐탁지 않으십니까?”

“…….”

“말했잖습니까.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모두 신경 쓰다간 정작 중요한 걸 놓칠 수도…….”

“알아요, 당연히 알죠. 그래도… 그래도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잖아요.”

나는 대답을 아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 그러시면…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나는 그 말을 전했다.

내키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한다면 방해만 될 것이다.

그러니 계속 그런 어정쩡한 태도로 일할 거면 그냥 가라는 의미였지만…….

어째 그 말에 그녀가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

“전 신경 안 써도 돼요. 당신이 더 힘들 거 아는데 뭘.”

“……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이 판단하고 결정한 일이잖아요. 저도 마음이 이런데, 당신은 오죽하겠어요. 그렇다고 흔들리는 모습 보일 수도 없고… 속상하지만 그래도 참고하는 거 다 알아요.”

“…….”

뭔 개소린가 싶었지만…….

그래도 얼굴이 조금 펴진 걸 보니, 할 맘은 있는 것 같았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일단 4개 팀 먼저 명단 작성해둘게요. 2팀과 7팀은 언제쯤 결정하실 거예요?”

“……2팀으로 명단 올려주세요.”

“알았어요. 작전팀과 일정 조율 결재받아둘까요?”

“그건 미리 할 필요가 없습니다. 말했듯이 우린 지부를 무너트리는 게 목적이니.”

“알았어요.”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가지고 관리실을 나섰다.

나 또한 한숨을 푹 내쉬고는 나갈 준비를 했다.

오후 작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렇게 물품을 챙겨 사무실을 나와 던전으로 향하던 중.

“김 팀장님.”

어떻게 알고 온 건지 후인이 나를 찾아왔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시간이 좀 났어요. 오후에 작업 있다고 하던데…, 운이 좋았네요.”

그가 반갑게 악수를 건넸다.

얼굴이 어째 일주일 새에 꽤나 수척해 보였다.

“새 자리가 잘 안 맞는가 봅니다.”

“맞고 안 맞고가 어디 있겠어요. 그래 봤자 잡일인데. 결정권은 하나도 없으면서 서류 확인만 주구장창 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권한도 주지 않고 조언만 받아먹겠다는 거군요.”

그가 대답 대신 웃음을 보였다.

긍정의 뜻인 듯했다.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그때, 나와 같이 걸음을 옮기던 후인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무래도 이게 본론인 듯했다.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청소팀 축소를 통해서 지원, 통제, 사업, 운영까지 연쇄적으로 무너트릴 겁니다.”

“그러면 토벌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닌가요? 자칫하면 아예 토벌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게…….”

그의 걱정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문제가 발생했다는 걸 알게 되면 국제협회에서 돈을 쏟아부을 테니까요. 허브는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앞으로도 해결될 가망이 없어 보인다면 그들로서도 방법이 없을 겁니다.”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지부를 놔줄 수밖에 없겠죠. 물론 운영권만 넘길 뿐, 계속 지부로 가지고 있으려고 하겠지만…… 그게 어딘가요.”

“본인들이 책임지고 싶지 않으니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돈은 돈대로 잡아먹으면서 정작 수익은 없는, 다시 놔주는 건 손해지만 계속 붙잡고 있는 건 더더욱 손해인 지부.

그게 이번 계획의 목표다.

후인 또한 그것을 이해한 듯 입을 열었다.

“그 시작이 청소팀 감축이라는 거군요.”

“예.

“인원은 정해두셨습니까?”

“예, 뭐 일단 정해는 뒀는데…….”

내가 말을 꺼내던 그때였다.

우리는 어느샌가 작업 던전 앞에 도착했다.

3팀원들과 현지 청소팀이 나를 발견하곤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야, 준우야! 여기 르앙 씨가 오늘 작업 끝나고 저녁 식사 대접하고 싶다는데, 너도 올 거지?”

“네…?”

박근태 부장이 뜬금없는 소식을 전했다.

퍽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자니, 현지 청소 2팀의 르앙이 활짝 웃으며 몇 마디를 덧붙였다.

“김! 이제 다음 주면 돌아간다고 들었습니다. 가기 전에 꼭 대접을 하고 싶어요. 꼭 와주십시오!”

“…….”

나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이번엔 한상혁이 또 다른 소식을 꺼내 들었다.

“아 맞다, 그거 들었냐? 4팀에 도안 씨 아내, 오늘 아침에 무사히 출산했다더라. 딸이래.”

“거봐! 내가 딸이랬지? 인생 57년 짬밥 무시하지 말라고, 이놈아.”

“참 나, 그래 봤자 50프로 확률인데 뭘 생색을 내신데?”

“우리끼리 선물이라도 할까요? 일하느라 옆에 있지도 못하셨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죠.”

“…….”

나는 저들끼리 떠들며 웃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일주일 동안 모든 팀을 오가며 작업을 지원한 결과, 현지 청소부들과 꽤나 돈독한 사이가 된 듯했다.

물론 3팀원들은 진짜 목적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고 있다.

일부러 숨긴 건 아니지만, 굳이 미리 말할 필요가 있겠나 싶었던 까닭이었다.

뭐, 애초에 구조조정 건에 대해 알고 있었으면 저렇게 가까이 지내지도 않았겠지.

“…….”

어째 꽤나 복잡한 기분이었다.

이렇게까지 사이가 가까워질 줄 알았다면 그냥 처음부터 말을 해둘걸.

“다들 김 팀장님에게 무척이나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협회가 해체되고 하루아침에 일거리를 잃은 이들을, 다시 먹고 살 수 있게 해준 은인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그런 후회를 하고 있자니, 옆에 있던 후인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물론 지금의 김 팀장님이 그때 그 은인이라는 건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본성이라는 게 어디 가진 않죠. 아마 몇 번을 다른 신분으로 방문해도 똑같은 반응을 보일 겁니다.”

“…….”

“그만큼 김 팀장님이 직원들을 아끼는 마음은 숨길 수가 없다는 거겠죠.”

그가 애써 웃으며 말을 이었다.

“비록 이번에는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지만, 김 팀장님의 진심이 그렇지 않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힘드시겠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습니다.”

“……네?”

“힘들 게 뭐가 있겠습니까. 누가 죽는 것도 아닌데.”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사실, 오늘 여러분들에게 전달할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음?”

“뭐야, 갑자기 왜 분위기 잡냐.”

사뭇 진지하게 입을 열었지만, 모두가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듯 농담을 던지며 웃어댔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론을 전했다.

“지부 운영 및 재정상의 이유로 베트남 지부 소속의 청소 2팀, 4팀, 5팀, 8팀, 10팀은 해체될 예정입니다.”

“……?”

“……뭐, 뭐?”

“해당 팀에 소속된 청소부들은 한 달 뒤에 공식적으로 계약이 종료될 겁니다. 퇴직금 및 연금 관련 문의는 관리실로 오시면 상담해드리겠습니다.”

이내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버린 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다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들 앞에서 고개를 꾸벅였다.

***

국제 던전 및 헌터 관리 협회, 베트남 지부.

지부장실.

「새 자리가 꽤 적성에 맞나 봅니다.」

션 지부장과 통화를 하고 있던 웨슬리 사무총장이 그렇게 운을 띄웠다.

“하하, 다 사무총장님 덕분입니다.”

션 지부장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일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토벌도 안정적이고, 허브 운영에도 차질이 없습니다.”

「다행이군요. 뭐, 아시다시피 허브는 앞으로 저희 활동에 있어 중요한 자금줄이 될 겁니다. 모쪼록 잘 신경 써주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두 남자의 대화는 꽤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나저나… 한국에서는 무슨 소식 없습니까?」

이내 웨슬리 사무총장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한국이요?”

「카르마 코퍼레이션 말입니다. 아… 듣자 하니 이번에 국제기구로 명칭이 바뀌었다죠. WDSO인가.」

“예, 예… 그건 알고 있습니다.”

「베트남 지부는 그들에게도 꽤나 중요한 경제적 요충지였습니다. 눈 뜨고 빼앗겼으니 분명 뭔가 움직임이 있었을 텐데.」

“뭐… 몇 번 연락이 오긴 했지만 전부 거부했습니다. 요즘에는 연락도 안 오고 특별한 낌새도 없었고요.”

「흐음…….」

웨슬리 사무총장이 뭔가 탐탁지 않은 듯 신음했다.

그러자 모두 기우라는 듯, 션 지부장이 첨언했다.

“아직 국제기구로 자리를 잡지 못한 놈들입니다. 섣불리 저희에게 대항했다가 자칫 패배하기라도 한다면 지부들의 신뢰를 잃고 무너져 내릴 수도 있죠. 리스크를 생각했을 땐 억울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하지만 웨슬리 사무총장은 여전히 떨떠름한 반응이었다.

「물론 그게 상식적인 선택이겠지만, 김준우를 상식선에 놓는 것부터가 상식 밖의 일이라.」

“……그렇습니까.”

「분명 우리 몰래 뭔가 꿍꿍이를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경계를 늦추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션 지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실 말은 알겠다고 했지만, 그로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왜 벌써부터 걱정을 하고 있는 건가.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다른 이들과 다르게, 사무실 업무만 했던 그로서는 김준우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해봤자 다른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소문과 뉴스만 접한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신격화하는 건 좋지 않은 일이다.

그놈도 결국 인간이지 않은가.

「또 다른 특이 사항 있나요?」

“음…….”

그때, 웨슬리 사무총장이 통화를 마무리하려는 듯 의례적인 질문을 던졌다.

션 지부장은 청소 지원을 받고 있다는 걸 이야기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애초에 일일이 보고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무엇보다 청소 지원 담당자도 중국인이지 않은가.

‘이’라는 성은 중국에서 쓰는 거라고 들었으니, 아마 확실할 것이다.

“아뇨. 별다른 건 없습니다.”

짧은 시간에 판단을 내린 션 지부장은 그렇게 대답했다.

「앞으로도 수고해주세요.」

“네.”

션 지부장은 전화를 끊고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사무총장의 말처럼 베트남 지부와 함께 허브가 손에 들어왔으니 앞으로는 더욱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프랑스 정부까지 뒤에 업었다.

외교, 무역,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토벌 기구를 초월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지.

이를 바탕으로 완벽한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

허브는 그것을 위한 첫 단추에 불과하다.

그리고 나머지는.

‘WDSO의 지부를 차례로 뺏어오는 것…….’

그것으로 그들을 완벽히 고립시킨다.

물론 이것 또한 이미 진행 단계다.

베트남 지부를 손에 넣었으니, 다음에는 아마…….

‘일본 지부였나…?’

뭐, 그놈들도 어려울 건 없겠지.

션 지부장이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때.

“지부장님.”

지부장실로 한 직원들이 들어왔다.

그와 마찬가지로 국제협회 본부에서 파견된 직원이었다.

“무슨 일이야?”

“해외에서 파견된 청소 지원 담당자가, 지부 청소팀 인원 감축을 제안했습니다.”

“…뭐?”

“기존 10개 팀에서 5개 팀으로 줄이겠다고 하는데…….”

갑작스러운 소식에 션 지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당황스럽기도 잠시, 이내 그의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빠르게 움직였다.

“팀을 반으로 줄인다는 건…… 그만큼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는 소리겠지?”

“그렇긴 합니다만, 괜찮을까요? 남은 인원이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이래저래 문제가…….”

션 지부장이 고개를 저었다.

“토벌도 아니고, 그깟 청소 조금 늦어진다고 뭐가 문제겠어. 애초에 5개 팀으로도 충분히 돌아갈 수 있으니까 그리 제안한 거겠지.”

“예, 뭐… 제안서를 보니 확실히 가능하긴 할 것 같습니다.”

“그럼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

이내 션 지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축 안건을 허가한다는 의미였다.

‘생각보다 쓸 만한 놈들이네…….’

물론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모두 맡긴 거긴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예산을 아낄 수 있게 해주다니.

이거 참… 정식 계약이라도 해야 하나.

션 지부장은 미소를 띠며 중얼거렸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