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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60화 (26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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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션 지부장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남자는 퍽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허브를 담보로 투자를 받으시겠다고요?”

“예.”

션 지부장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즉답했다.

베트남의 유통 기업, 헤르메스.

굴지의 대기업까지는 아니지만, 꽤나 오랜 기간 꾸준한 성장을 이룬 기업이다.

그곳의 대표를 만난 션 지부장은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돌려서 운을 띄울 여유가 없던 까닭이었다.

사실 당장 필요한 금액을 고려한다면 믿을 만한 대기업이나, 해외 기업과 거래를 하는 게 맞았지만.

본부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하려면 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 아무래도 안전했다.

물론 그럼에도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거액을 투자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한 입지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헤르메스는 그 조건에 꽤나 안성맞춤인 기업이었다.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허브를 담보로 거실 정도면 꽤나 심각한 상황 같은데…… 내부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건가요? 아니면 외부적으로…….”

션 지부장과 마주 앉은 남자, 헤르메스의 롱 사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협회는 대체로 문제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시민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롱 사장이 물어보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기밀 사항이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렇습니까.”

그걸 곧이곧대로 말해 줄 리 없지만.

“그나저나 왜 은행이 아니라 저희에게 오신 건가요. 은행을 통해서 대출을 진행하는 게 더 많이 받으실 수 있을 텐데요.”

“그것 또한… 기밀 사항이라.”

션 지부장은 이번에도 똑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롱 사장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사실 션 지부장으로선 이것만큼 정직한 대답은 없었다.

허브를 담보로 자금을 빌린다는 건, 본인과 조나단 통제팀장을 포함해 지부 내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는 사항이다.

당연히 주변에 알려져서도, 본부 귀에 들어가서도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을 진행한다면 필연적으로 본부가 알 수밖에 없다.

언론에 퍼지는 것도 시간문제겠지.

그건 김준우에게 자신의 패를 까 보이는 행위인 것과 동시에, 그의 계획대로 궁지에 몰렸다는 걸 인정하는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대한 아무도 모르게 진행하기 위해선, 투자의 형식으로 기업에 돈을 빌리는 게 가장 안전했다.

“일단 허브라면 별다른 심사를 할 것도 없을 겁니다. 명실공히 최고의 황금알이잖습니까.”

대놓고 거래를 제시하자 롱 사장 또한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얼마나 원하십니까?”

“3억 달러.”

“…….”

션 지부장이 즉답하자, 롱 사장이 순간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다물었다.

그도 그럴 게, 한화로 약 3,000억 원에 가까운 거금이었으니 말이다.

“꽤… 큰돈이군요.”

롱 사장이 당혹감을 애써 숨기며 대답했다.

“힘드시겠습니까?”

“아뇨, 아닙니다. 힘든 건 아닌데… 오히려 지부장님이 괜찮으신 겁니까?”

션 지부장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고말고요.”

“제가 이런 말씀 드리는 것도 웃기겠지만, 다시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무리 국제협회 지부라고 하지만, 3억 달러를 갚는 게 쉽진 않을 겁니다.”

“아뇨. 이미 충분히 생각하고 내린 결정입니다.”

션 지부장이 몇 번이나 단호하게 대답하자, 그제야 롱 사장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계약 진행하도록 하죠.”

그는 준비해둔 서류를 꺼내 들었다.

“헤르메스는 앞으로 국제협회 소속 베트남 지부에 1년간 3억 달러를 투자할 겁니다.”

곧바로 계약 내용을 구두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상환 기간은 3년이지만…… 6개월 동안 원금의 10% 이상 상환 못 하거나 1년 동안 30% 이상 상환을 못 할 시, 베트남 국제 부산물 허브의 매각 절차가 진행됩니다. 확인하셨습니까?”

“예.”

정말 확인한 건지 모를 정도로 빠른 대답.

이내 션 지부장은 곧바로 계약서 하단에 서명을 휘갈겼다.

“이거 참, 이런 규모의 계약은 창립 이래 처음입니다. 제가 다 심장이 벌렁거리는군요. 그럼…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롱 사장이 서류를 정리하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션 지부장은 더 이상의 볼일은 없다는 듯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어, 나다.”

복도로 나오자마자 그는 핸드폰을 꺼내 조나단 통제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 되셨습니까?」

“예정대로 3억 달러 계약 체결했어. 지금부터 국내, 해외 가릴 것 없이 헌터들 끌어모아. 지원팀 가동 준비하고, 청소팀도 확대해.”

「아, 처, 청소팀 확대 말입니까? 청소팀 운영 권한은 저희에게 없는데…….」

“멍청한 새끼야. 일단 청소부들 데려다가 이름만 다르게 붙이면 되잖아. 대충 던전 관리팀으로 지어서 닥치는 대로 모집해.”

「아, 넵. 알겠…….」

대답을 채 듣지도 않고는 통화를 종료했다.

자금줄도 생겼겠다, 이젠 걱정할 것 없다.

미청소 던전만 해결되면 모두 없던 일로 넘겨버릴 수 있다.

그럼 이후 본부에 연락해서 작은 실수가 있었지만, 문제없이 해결했다고 보고하면 끝이다.

아무리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도 이미 해결했다는데, 어쩌겠는가.

웨슬리 사무총장님도 넓은 아량으로 넘어가 줄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김준우가 지부를 상대로 한 행위를 명백한 선전포고로 간주, 공습을 요청해서 WDSO를 날려버린다.

김준우는 이곳에 발이 묶인 채 폭격당하는 본부를 바라만 보게 되겠지.

‘우리를 무너트리려다가 역으로 본인이 무너지게 되겠군…….’

그러게 어디서 개수작을 벌이는가.

션 지부장의 입가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

프랑스, 파리.

국제 헌터 협회 본부.

“일본 지부 건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웨슬리 사무총장이 케이트 수행비서에게 물었다.

“준비는 끝마쳤다고 합니다. 다음 주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그녀는 준비해둔 서류를 그에게 건넸다.

웨슬리 사무총장은 꽤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것을 확인했다.

간만에 퍽 상쾌한 기분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생각보다 일들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으니.

카르마… 아니 WDSO 놈들도 조용하고 말이지.

‘막상 국제기구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니 움직이기가 겁이 나는 모양이군…….’

그래, 패배자들끼리 모여서 국제기구라고 정한 게 뭐 그리 큰 의미가 있겠는가.

물론 기구에 가입된 국가들의 토벌을 모두 관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굳이 우리와 대항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국제기구가 되자마자 김준우는 청소팀으로 좌천당했고, 새롭게 책임자가 된 박 사무총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

굳이 우리와 싸울 이유가 없다.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 없이, 토벌 관리만 해줘도 국제기구로서의 영향력은 유지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 그대로 꼼짝 말고 가만히 있어라.

우리가 잡아먹기 편하게.

그렇게 미소 짓던 그때였다.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가 울렸다.

전화를 받아 보니, 다름 아닌 션 지부장이었다.

“통화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이번엔 또 어쩐 일이신가요?”

「그, 다른 게 아니라…….」

웨슬리 사무총장이 묻자, 션 지부장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사실… 며칠 전, 사소한 실수 때문에 미청소 던전이 발생했었습니다.」

“……네?”

사무총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미청소 던전이라니, 대체 어쩌다가…?”

「김준우가 몰래 지부에 잠입해 있었습니다.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있던 틈을 타서 지부 청소팀을 반토막 내버렸고, 그 때문에 작업 일정이 계속 밀렸던 것 같습니다.」

“하.”

멍청한 놈.

그렇게 주의하라고 당부하지 않았던가.

「결과적으로 약 3일간의 작전 중지와 더불어, 총 30개의 미청소 던전이 발생했지만…….」

“…….”

그런 중대한 문제를 이제 와서 보고하는 꼴이 무척이나 괘씸했지만, 굳이 화를 낼 것까진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게 본인의 실수를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직접 연락을 해왔다는 건, 이미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는…….

「대응에… 실패했습니다.」

“……네?”

그 순간, 귀를 의심케 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시, 실패했다니. 그게 무슨…….”

「제, 제가 잘못 판단했습니다. 인력과 지원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션 지부장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려왔다.

그에 못지않게 웨슬리 사무총장의 핏대 또한 떨리기 시작했다.

「현재 105개 이상의 미청소 던전이 출현했고…… 더 이상의 작전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

웨슬리 사무총장이 이를 빠득 갈았다.

그리고 이내.

“어쩔 수 없죠. 베트남 지부…… 포기합시다.”

「저, 그, 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시발, 이번에는 또 뭔가.

「허브를 담보로 투자를 받았는데…… 지부를 포기해버리면 허브가…….」

“하… 하하하.”

기어이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허브를 담보로 넘겼다고?

진짜 쳐 돈 건가?

믿고 맡겼더니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얼마를 받았습니까?”

애써 분노를 참으며 물었다.

「3억 달러…….」

그 어마어마한 액수에 기어이 이성의 끈이 뚝 끊어져 버렸다.

“지금 당장 모든 직원 데리고 본부로 복귀하세요.”

「네, 네? 그럼 지부는…….」

“한마디만 더 하면 내가 직접 찾아가서 죽여 버릴 것 같으니, 닥치고 복귀하세요.”

「…….」

전화기 너머에서 겁에 질린 숨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웨슬리 사무총장은 전화기를 부술 듯이 끊었고, 거친 숨을 내몰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케이트, 우리 예산 얼마나 남아 있죠?”

“……5억 달러쯤 있습니다.”

“5억 달러…? 저번 달에 10억 달러 이상은 있지 않았나요?”

웨슬리 사무총장이 날카롭게 쏘아대자, 케이트 수행비서가 담담하게 설명했다.

“최근 일본 지부 건에 예산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또한, 아직 이번 분기 토벌 수익이 모두 정산되지 않았고요. 앞으로 6개월간은 이 예산에 맞춰 운영해야 합니다.”

“빌어먹을…….”

3억 달러를 갚고 나면 2억 달러밖에 남지 않는다.

2억 달러로 6개월간 모든 지부를 운영할 수 있나?

‘가능할 리가 없지…….’

그가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 허브를 되찾겠다고 스스로 구덩이에 빠질 수는 없다.

그럼 남은 방법은 하나뿐.

“허브고 뭐고, 베트남 지부를 포기합니다. 모두 철수시키세요.”

“그럼 지부 운영권은…….”

“그건 현지에서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고, 직원들만 모두 데려오라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때, 수행비서가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

“저… 그럼 미청소 던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빌어먹을, 그걸 왜 우리가 해결해야 합니까?”

“이대로 내버려두면 동남아시아 전체가 위험해질 겁니다. 이 상황에서 저희의 실수는 WDSO에 기회가 될 거고요.”

“…….”

한숨을 푹 내쉬길 한 차례.

“지금 당장 뱅크 아이템 관리팀에 연락해서…….”

어쩌겠는가.

100개가 넘는 미청소 던전을 이제 와서 처리할 수도 없는데.

“베트남 전 지역, 던전 출현 봉쇄시키세요.”

이렇게라도 하는 수밖에.

***

세 남자가 마주 보고 있는 테이블.

그 자리에서 후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현재 본부 소속 직원들 중심으로 철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철수라뇨? 그럼 투자금은…….”

“못 돌려받겠죠.”

그와 동시에 헤르메스의 롱 사장이 아연실색하며 물었고, 이내 내가 대답했다.

“모두 WDSO에서 지원해준 금액이니 저희야 상관없겠지만, 김 팀장님이야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대로 철수해버리면 투자금은 일절 회수하지 못할 텐데…….”

“글쎄요.”

나는 모호한 대답을 내놓았다.

베트남의 유통 기업, 헤르메스.

션 지부장이 그곳을 찾아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롱 사장과 접촉했다.

그리곤 곧 허브를 담보로 투자 계약을 체결하려는 사람이 올 테니, 반드시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투자금은 WDSO에서 모두 지원해준다는 조건으로.

“아직 1억 달러도 채 투자하지 않았는데, 상환을 포기한다면 오히려 저희에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따지고 보면 허브를 고작 1억 달러에 매각한 거나 다름이 없으니.”

“…….”

롱 사장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다,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지부가 철수할 걸 알고 계셨던 겁니까?”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알고 있었다기보단…… 뻔한 일이었다.

애초에 이번 사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했다.

처음부터 돈과 인력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절대 수습할 수 없도록 계획한 일이니까.

시도는 해보겠지만, 아마 얼마 가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겠지.

그러고 나면 그때야 본부에 연락을 취할 것이다.

오늘부로 베트남 전역에 총 100개가 넘는 미청소 던전이 출현했다.

모든 작전은 올스탑이 될 것이고.

게다가 허브를 담보로 거액이 묶여 있는 상태.

이런 상황에서 본부가 선택할 방법이 뭐가 있겠는가.

모두 포기하고 도망치는 것 외엔.

이것으로 지부와 허브는 다시금 우리 손에 들어왔다.

그리고 남은 한 가지 문제.

“하지만…… 그럼 미청소 던전은 어떻게 하죠? 아무도 해결할 수 없다는 건, 그걸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는 건가요?”

마침 후인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걱정스레 물었다.

“내버려두고 자시고,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예?”

“베트남은 이제부터 던전에서 해방될 예정이니까요.”

“……!”

“……?!”

그 대답에 두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 시민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던전이 사라진다면 기뻐하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런데도 던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거겠죠.”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던전을 봉쇄한다는 웨슬리 사무총장의 협박에 넘어간 건, 아직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죠.”

“그런데 만약, 준비가 됐다면 어떻겠습니까?”

후인 지부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토벌 수익이 없어도 충분히 산업이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도 던전이 필요할 것 같습니까?”

“하,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후인이 이의를 제기하려 했지만, 그 순간 곧바로 무언가를 눈치챈 듯, 스스로 말을 끊었다.

“설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베트남은 앞으로 허브와 유통에 올인할 겁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두 남자를 바라봤다.

“이미 그걸 위한 기업도, 직원도 모두 준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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