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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62화 (26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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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북부, 라이 차우.

라오스, 중국, 베트남, 세 국경이 맞닿아 있는 그곳에 위치한 부산물 허브.

대륙으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관문이자, 주변 국가들의 모든 부산물이 모여드는 그곳에서 션 지부장은…….

쾅, 콰광―!

“…….”

아무 말 없이 허브가 공격받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당연히도 지금 공격을 퍼부어대는 이들은, 그와 함께 철수 명령이 내려진 본부 소속의 직원들이었다.

션 지부장은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얼굴 서린 깊은 두려움은 숨기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철수 명령이 내려진 지금, 본부로 돌아가면 어떤 처분을 받을지 너무나 자명했으니.

“지, 지부장님…….”

그때, 옆에서 함께 상황을 지켜보던 조나단 통제팀장이 불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본부에서 철수 명령을 내리지 않았습니까. 일단 그냥 돌아가는 게…….”

“너 말이야. 이대로 돌아가면 살 수 있을 것 같냐?”

션 지부장은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

“우린 지금 다 X 됐어. 허브는 물론이고, 베트남 전체를 우리 때문에 포기하게 됐다고. 수십억 달러의 빚은 또 어쩌고. 사무총장님이 그 손해를 그냥 넘어갈 것 같아?”

“…….”

“차라리 죽여 달라고 비는 게 나을지도 몰라.”

션 지부장의 그 말이 절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조나단 팀장의 얼굴이 바짝 굳었다.

“그럴 바엔 조금이라도 손을 쓰는 게 낫지.”

션 지부장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김준우의 손에서 놀아났다는 것을.

애초에 무슨 짓을 해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돈과 인원이 있어도 초기에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이상, 결코 되돌릴 수 없었다.

김준우는 그걸 알고 있었기에 아무런 협상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돈만 있으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덕분에 허브를 담보로 수억 달러의 빚을 졌고, 이를 시작으로 지부와 베트남 전체를 통째로 넘겨주게 되었다.

본인의 실수 한 번으로, 사무총장님의 계획에 먹칠을 해버린 것이다.

그 값은 목숨으로도 갚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턴…… 앞뒤 가릴 것 없이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

여기서 허브를 박살 내 버린다면, 최소한 다른 놈에게 넘어가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겠지.

본부의 손해를 메우진 못해도 그 누구도 이득을 보지 못하게는 할 수 있다.

그리고 정말 운이 좋다면…….

어쩌면 조금은 참작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부장님!”

머릿속으로 최대한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던 그때, 이번엔 크리스 작전 1팀장이 다가오며 소리쳤다.

“뭐야?”

“확인해보니 아직 안에 민간인이 있습니다. 일단 공격을 멈추고 그들이 모두 대피하면 다시 공격하는 게…….”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네?”

“안에 민간인이 뭐 어쩌라고?!”

션 지부장이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지금 남의 목숨 신경 쓸 때야? 김준우, 그 새끼가 오기 전에 어떻게든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상관하지 말고 공격해!”

“…….”

그의 눈은 이미 이성을 잃은 듯 보였다.

크리스 팀장 또한 그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이내 단념하고 돌아섰다.

그렇게 부하들에게 공격을 속행하라는 명령을 내리려던 그 순간.

“곱게 돌아갈 기회를 줘도 마다하시는군요.”

등골이 오싹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그 목소리에 일제히 고개를 돌리자….

“지금, 기어이 선을 넘으셨습니다.”

[고유 스킬 : 마왕]

어느 악마와 마주했다.

***

연락을 받자마자 달려온 허브.

아니나 다를까, 션 지부장과 본부 소속의 직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션 지부장님, 미쳤습니까?”

“…….”

션 지부장을 향해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안에 민간인이 있는 거 알고도 공격하신 거, 국제협회 본부도 그리 좋아할 것 같진 않은데.”

“…….”

션 지부장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입을 열진 않았다.

보아하니 이미 눈이 맛탱이가 갔다.

저 상태로는 설득도 의미가 없다.

뭐,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긴 했지만.

[고유 스킬 : 마왕]

스스스―.

검은 기류가 뿜어져 나오며 공격태세를 갖추던 그 순간.

“무, 무시해! 무시하고 허브만 공격해!!”

션 지부장이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 부하들 또한 그 명령을 곧바로 받아들였다.

쿠구구궁―!

콰광―!!

“이런, 시발…!”

또다시 허브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한 공격.

나는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고유스킬 : 마왕 - 독재자]

[시전자의 상념에 따라 일회용 스킬을 제작합니다.]

[스킬 제작 중.]

[스킬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더 데이 오브 다크 문]

스으으으―,

하늘 위로 검은 그믐달이 떠올랐다.

파바바바박―!!

희끄무레한 달빛이 검은 칼날로 변하며 땅 위로 쏟아졌다.

“으아악!!”

“끄으윽…!”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수많은 비명.

하지만…….

쾅, 콰과광―!

퍼버벙―!

옆의 동료가 쓰러지든 말든 허브에 계속 공격을 퍼부어댔다.

이미 그곳에 있는 모두가 이성을 잃었다.

그저, 허브를 무너뜨리기만 하면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이 지배된 채였다.

“빌어먹을…!”

[습득 스킬 : 디스트로이어]

[습득 스킬 : 퀘이사]

쾅―!!

콰과광―!!

그들을 막기 위해 나 또한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지만…….

‘시발, 너무 산개해 있어…….’

수백 명의 인원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허브를 둘러싸고 있다.

허브와 함께 주변을 통째로 날려버리지 않는 한 저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일일이 처리하기엔 시간이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싶던 그 순간.

쿠구구궁―!

“시발…….”

기어이 허브 메인 출고지 A동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저 안에는 허브 직원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이 있다. 지금 당장 구출하지 않으면 늦는다.

‘시발, 그럼 이 새끼들은 어떻게 해야…!’

불과 몇 초 사이.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가 터지도록 수십 수백 번을 고민하던 그때였다.

“김 팀장님은 안에 있는 사람들 먼저 구출해주십시오.”

“……!”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응우옌 작전 본부장이었다.

“밖에 놈들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저희라니…….”

내가 묻자, 그는 대답 대신 고개를 뒤로 돌렸다.

이내 응우옌 본부장의 뒤를 따라 수백 명의 현지 작전팀 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 저 인원을 다 소집했대…….’

뭐, 타이밍은 훌륭하다만.

아직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안에 얼마나 있는지 확인이 안 됩니다. 저 혼자는 어렵습니다. 지원을 요청해야…….”

“걱정 마십시오.”

“…예?

“이미 요청했습니다.”

응우옌 팀장이 그 말을 전하는 순간이었다.

“준우야!”

“준우 씨!”

“야 이, 새끼야! 죽고 싶으면 말을 해!”

저 멀리서 청소 3팀 전원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뛰어오는 게 보였다.

지원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김!”

“혼자서 뭐 하고 있는 겁니까, 김!”

“이런 일이 있으면 바로 불렀어야죠!”

현지 청소팀.

몇 주 동안 함께 작업을 이어갔던 그 모두가 이 자리에 모여든 것이다.

“…뭡니까?”

“잊었냐, 이놈아? 우리 업무 중에 던전에 갇힌 헌터들 구출도 포함되는 거?”

“저 새끼 저거, 또 혼자서 멋있는 척하려는 거야.”

“혹시 몰라서 장비도 챙겨왔어요. 지하에 대피소가 있어서 직원들이 잘 대피했다면 아직 늦진 않았을 거예요.”

박근태 부장과 한상혁 그리고 문소연은 그렇게 한마디씩 거들고는.

“상혁아 로프 꼭 챙겨라. 소연이는 방독면 체크 좀 해주고.”

“건물 내부 지도 PDA에 업로드해 놨습니다. 다들 한 번씩 확인해주세요. 1층 대피소 먼저 확인할 거고, 이후 2, 3층 차례로 수색할 겁니다.”

“현장 지휘는 제가 맡을게요. 다들 무전기 채널 열어두세요.”

“오케이!”

“알겠습니다.”

“…….”

나는 그 분주한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래, 뭐.

이 정도면 믿을만하겠지.

“들어가십시오. 엄호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응우옌 본부장은 내 대답을 듣자마자 등을 돌렸다.

“청소 3팀, 진입합니다.”

나는 그 말과 함께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쾅, 콰광―!!

쉴 새 없이 공격이 빗발치는 그곳.

크리스 작전팀장 또한 이성을 잃은 채, 허브를 향해 공격을 이어가던 그때였다.

펑―!!

“윽…!”

어디선가 날아온 공격에 바닥을 나뒹굴었다.

퍼뜩 고개를 들어 보니.

“안녕하십니까, 팀장님.”

눈앞에는 다름 아닌 응우옌 작전 본부장이 서 있었다.

“이 새끼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작전팀의 리더라는 분이 지금 무슨 개짓거리를 하고 계신 겁니까?”

그의 물음에, 크리스 팀장은 대답 대신 피식 실소를 뱉었다.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살려놨더니, 기어이 죽여 달라고 내 앞에 나타나네.”

크리스 팀장은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응우옌 본부장을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응우옌 본부장이 실소를 뱉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 찾아오길 내심 기대했습니다.”

“……뭐?”

“위아래도 모르고 시건방 떠는 그 주둥이를 내 손으로 날려주고 싶었거든요.”

“하, 이런 미친놈을 봤나…!”

[고유 스킬 : 지옥술사]

[헬 피스트]

응우옌 본부장의 도발에 순간 이성을 잃은 그가 이내 두 주먹을 치켜들었다.

쿵, 쿠웅―!!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자, 손에서 뿜어져 나온 응축된 화염이 응우옌을 향해 날아들었다.

물론 응우옌 또한 가만히 있진 않았다.

[고유 스킬 : 비스트 - 청룡]

그그그극―.

뿔과 비늘이 돋아나기 시작하며, 푸른빛이 감도는 용인(龍人)의 형태로 모습을 바꿨다.

쾅―!!

크리스 팀장의 화염이 그에게 정면으로 직격했다.

그 충격에 응우옌 본부장이 순간 주춤했고, 크리스 팀장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진심으로 본부 출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냐? 너희같이 밑바닥 놈들이랑은 격이 달라, 이 아시안 새끼야!”

[고유 스킬 : 지옥술사]

[헬 브레스]

[헬 피스트]

[헬 사운드]

쿠구구구구―!!

펑, 퍼버벙―!!

콰과광―!!

그는 응우옌 본부장을 향해 계속해서 스킬을 퍼부어댔다.

그를 가지고 논다거나, 격의 차이를 보여준다는 생각 따윈 없었다.

그저 분노에 몸을 맡긴 채, 눈앞의 남자를 죽인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허억, 허억…….”

그것도 오래가진 못했다.

몇 번이고 스킬을 때려 박았는데, 어째선지 눈앞의 남자는 쓰러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으니.

“맷집 하나는 좋네, 새끼가…….”

이내 크리스 팀장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이미 허브를 공격하느라 힘이 꽤 빠진 상태였는데, 도발에 넘어가 앞뒤 없이 스킬을 쏟아냈으니 체력이 순식간에 고갈되어 버린 것이었다.

“동감입니다. 격이 다르죠.”

결국, 크리스 팀장의 공격이 멈춘 그때.

몸을 웅크린 채 방어만 하고 있던 응우옌 본부장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천천히 방어를 풀며 크리스 팀장을 바라봤다.

응우옌 작전 본부장.

그는 몇 년 동안이나 후인과 함께 지휘도, 지원도, 지부도 없이 매분 매초 목숨을 내걸고 작전에 뛰어들었다.

맨몸으로 수백 번 토벌에 나섰고, 그때마다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리고 수백 번, 모두 살아나왔다.

그의 무기는 강력한 스킬도, 명품 무기도, 높은 랭크도 아니다.

그저.

[고유 스킬 : 비스트 - 청룡]

[각성 - 용의 분노]

수백 차례의 토벌에서 목숨을 걸며 터득한 압도적인 경험.

오로지 생존을 위한 전투.

그 자체였다.

[동방태세신(東方太歲神)]

[첫 번째 권]

구구구구―!

이윽고 주변이 크게 요동치며 응우옌의 전신에서 푸른 기운이 맴돌았다.

“하, 그깟 B랭크 스킬로 무슨 허세를…!”

[용화각]

쾅―!!!

어마어마한 폭발음과 함께, 응우옌의 주먹이 크리스 팀장의 복부를 직격했다.

크리스 팀장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온몸의 장기가 뒤틀리는 고통에 움직이지도, 숨도 쉬지 못한 채 그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모든 지원을 받으면서 안전한 작전만 해온 당신이, 진심으로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았습니까?”

“…….”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응우옌을 올려다보는 순간, 크리스 팀장의 얼굴에 공포가 드리웠다.

전신이 떨려오기 시작했고, 그는 죽을힘을 짜내 입을 열었다.

“자, 잠깐…….”

“아, 그리고.”

하지만 응우옌 본부장은 그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존칭 쓰십시오.”

슈욱―!

이윽고 푸른빛이 맴도는 그의 주먹이 다시 한번 크리스 팀장을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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