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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64화 (26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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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 소속 직원들에 의한 허브 공습이 일어난 지도 이틀이 지났다.

다행히 신속하게 상황을 정리한 덕에 A동만 피해를 보았을 뿐, 다른 건물에서는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했다.

하루라도 가동을 멈추면 그 손해가 어마어마했기에 꽤나 걱정했지만. 뭐,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건물 안에 있던 직원들은 작은 부상만 있을 뿐,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밖에서 전투를 벌였던 현지 작전팀 또한 마찬가지.

전혀 대비하지 못한 공격이었음에도 큰 피해 없이 마무리된 것이다.

뭐… 일등 공신이 웨슬리 사무총장이라는 건 꽤나 아이러니한 일이었지만.

‘그만큼 국제협회 입장에서도 곤란한 일이었겠지.’

만약 누군가 죽기라도 했다면, 우리는 물론 국제협회 또한 최악의 상황이 될 터였다.

허브를 공격해서 민간인이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이 퍼지면 국제협회에 대한 반발심이 더욱 커질 테니까.

그리고 그 반발심이 극에 달하면 각국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베트남이 던전에서 완전히 해방됐다는 소식이 곧 전 세계에 퍼질 것이다.

물론 그 소식을 듣고 다른 나라들 또한 단번에 토벌을 포기할 리는 없지만, 최소한 고려는 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되겠지.

민간인마저 학살하는 국제협회에 협력하느니 피해를 감수하고 깔끔하게 던전을 포기하는 게 나을 테니까.

실제로 베트남은 던전에서 해방되고도 그다지 큰 타격이 없기도 했고.

아무리 통제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본인들에게 협력할 세력을 넓힐 필요가 있는 국제협회로서는 가장 피해야 할 상황일 것이다.

웨슬리 사무총장 또한 그것을 알고 있기에 직접 행차하면서까지 손을 쓴 거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놔줘도 됐을까요?”

베트남 지부.

아니, 이젠 토벌 인력 관리 센터로 명칭이 변경된 그곳에서 이아영 본부장이 넌지시 물었다.

나는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댔다.

“저랑 근본적으로 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 놈입니다. 그놈이 싸울 생각이 없는 한, 저 또한 어떻게 할 수가 없죠.”

“같은 힘이라뇨? 아무리 같은 스킬이라도 힘이 상쇄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일반적인 스킬이라면 그렇겠죠. 다만, 제 스킬은 검술과 마법처럼 한 가지 능력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잠시 말을 끊고는 숨을 골랐다.

나 또한 내 스킬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머릿속으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제 스킬은 사람에게 이능력을 부여하는 차원의 힘, 그 자체입니다. 다른 이들처럼 한 가지 특성이 있는 게 아니라, 의지대로 능력을 변형시킬 수 있죠.”

“그런 건 처음 들어보는데요…….”

“뭐, 저도 처음입니다.”

나 말고 원형의 이능력을 가진 놈이 있다는 건.

“사실 그 자리에서 싸우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었을 겁니다. 웨슬리도 말했듯, 민간인이 휘말릴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최소한 션 지부장이랑 직원들은 저희가 맡아야 하지 않았을까요.”

“어차피 우리가 데리고 있어도 경찰에 넘기는 것밖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했다는 말이죠! 국제협회에 맡기면 아무런 처벌도 안 받고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거잖아요. 최소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했는데…….”

“뭐,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네?”

이아영 본부장이 무슨 소리냐는 듯 눈썹을 올린다.

“죗값은 우리 쪽에서보다 그쪽이 더 달게 치러줄 테니까.”

“…….”

이아영 본부장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뭐, 어쨌든 이렇게라도 끝나서 다행입니다. 업무도 정상화됐고, 허브 복구 비용도 국제협회에서 지불해준다고 했으니… 이젠 정말 마무리되겠군요.”

그렇게 말하며 이아영 본부장을 향해 물었다.

“협력 기업들 상황은 어떻습니까?”

“뭐, 헤르메스 빼고는 다 좋아요. 바로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에요.”

“그렇군요.”

나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베트남은 완전히 국제협회의 영향력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닐 것이다.

현재 국제협회는 우리를 완전히 고립시킴으로써 세력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베트남을 잃었다고 여기서 멈출 리가 없겠지.

또다시 우리 지부를 건드리려 할 게 뻔하다.

그러니 우리 또한 준비해야 하겠지만…….

‘쯧, 귀찮게…….’

이번에는 운이 좋아 잘 해결됐지만, 다음에도 국제협회의 계획을 방어할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순 없다.

던전 봉쇄 미끼가 먹히지 않을 테니 다른 방법을 쓸 텐데…….

‘차라리 베트남처럼 다른 나라도 모두 던전에서 해방시키면…….’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치는 순간, 나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이번엔 이것밖에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지만, 모든 나라가 던전에서 해방돼버리면 WDSO의 의의도 사라지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WDSO도 해체될 거고, 당연히 사무총장 자리도 물 건너간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고 있던 그때, 마침 내 핸드폰이 울렸다.

「어떻게 됐냐?」

다름 아닌, 박인범 사무총장이었다.

“대충 해결됐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그 말에 나는 대답을 아끼길 잠시.

“저, 혹시 말입니다. 이제 슬슬…….”

「안 돼.」

“…….”

뭐, 뭐야?

뭔데 바로 거절해?

“아니, 제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안 된다는…….”

「뻔하지, 인마. 이제 슬슬 사무총장 자리 넘겨 달라는 거 아니야?」

“…….”

노인네, 눈치가 아주…….

「세력을 키울 때까진 앞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하지 않겠다고 한 건 자네잖아? 왜? 빡센 일 한 번 하니까 후회돼?」

“그, 그건 아니고…….”

「그래도 안 돼. 국제협회를 완전히 무너트릴 때까진 못 넘겨줘.」

“…….”

쯧.

내가 양보 안 했으면 그 자리에 앉지도 못했을 거면서 이제 와서 꼬장을 부리네.

「그것보다… 그쪽 일 마무리 됐으면 이제 빨리 복귀해.」

“빨리 복귀하라뇨.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일본 지부에서 연락이 왔거든.」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일본 지부에서 말입니까?”

「그래.」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국제협회에서 또 협박했다거나…….”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다만…….」

박인범 사무총장이 목소리를 낮춰 말을 이었다.

「일본 내에서 보이드가 유통되고 있는 것 같다는 소식이야.」

“……정말입니까?”

「확실한 건 아니야. 유통 정황이 포착된 것도 아니고, 지부 쪽에서도 아직 확답을 못 주고 있긴 한데…….」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럼 보이드가 유통되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답니까?”

「지부 내에 중독자가 발생했댄다.」

“……!”

순간 미간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유통 루트도, 판매책도 아무것도 파악이 안 됐어. 다만, 자네도 알다시피 원 생산조직인 우노 엠피레가 해체된 이후로 보이드 제조법은 국제협회로 들어갔지.」

“어떻게 건너왔는지는 몰라도, 어디서 온 건지는 뻔하군요.”

「그래.」

나는 잠시 대답을 아끼고는 생각을 정리했다.

뭔가 이상하다.

또다시 움직일 거라는 건 알았어도, 이건 너무 빠르지 않은가.

제조 시간도 그렇고, 유통책도 준비해야 했을 텐데…… 베트남 건이 끝나자마자 바로 이렇게 움직인다고?

‘설마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건가…….’

곤란하게 됐군.

우린 아직 아무런 대책도 세운 게 없는데.

「아무튼, 지금 바로 복귀해. 나머진 얼굴 보고 얘기하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끊으며 곧바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자 이아영 본부장이 나를 흘기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바로 또 일이에요?”

“그럴 것 같습니다.”

“쉴 시간도 없네요.”

그녀의 말에 나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게 한숨을 내쉬며 천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

“쉴 시간도 안 주시는군요.”

대한민국 서울.

전 카르마 코퍼레이션, 현 WDSO 본부.

박인범 사무총장이 통화를 끝내자마자 마주 앉아 있던 이두식 이사가 말했다.

“이 상황에 쉴 시간이 어디 있나.”

“하하, 여전히 엄격하십니다. 예전에도 연가 한 번 쓰겠다고 하면 아주 역정을 내시지 않았습니까.”

“그거랑 이거랑 같냐? 뭐… 애초에 쉬라고 해도 말을 들어 먹을 놈도 아니고.”

“그렇긴 합니다.”

두 남자는 피식 실소를 흘렸다.

이내 박인범 사무총장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던전에서 완전히 해방됐다라…….”

말을 하면서도 어째 잘 와닿지를 않았다.

벌써 이런 세상이 된 지도 50년이 훌쩍 지났다.

대다수는 이전의 세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노인네들 대부분도 던전이 없던 시절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 와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그게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 이두식 이사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던전이 출현하고 나서, 한때는 전 세계가 똘똘 뭉쳤던 적이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랬었지.”

“그땐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요?”

“……어떻게 알았겠냐. 던전을 무기 삼아 두 쪽이 돼서 싸우게 될 줄.”

두 남자는 각자 옛 생각에 빠진 듯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쯧, 생각해서 뭐하겠냐. 이미 요지경이 됐는데. 앞일이나 걱정하자고.”

박인범 사무총장이 고개를 털며 말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근본적인 물음이었지만, 그 누구도 답할 수 없는 물음이기도 했다.

박인범 사무총장 또한 본인도 알고 싶다는 듯 깊게 한숨을 내쉬길 한 차례.

“뭐, 이번처럼 계속해서 각국을 본인들의 영향권에 두려고 하겠지.”

“이미 던전 통제권을 쥐고 있지 않습니까. 여태 그랬던 것처럼 막무가내로 나가도 될 텐데, 왜 굳이 우리 지부를 노리는 건지…….”

“생각은 있다는 거지.”

“…네?”

이두식 이사가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역사적으로 봐도 모든 걸 쥐고 흔들려고 한 독재자의 끝은 늘 좋지 않았어. 통제라는 게 어느 정도까지는 효과가 있어도, 어느 선을 넘기 시작하면 도리어 저항감을 불러일으키거든.”

“…….”

“따지자면 지금은 딱 ‘어느 정도’인 셈이야. 국제협회가 통제권을 쥐고는 있지만, 정작 그것을 휘두르지는 않는 상태. 뭐, 이미 그것만으로 전 세계가 눈치를 보게 만들었으니 효과는 좋다고 볼 수 있겠지.”

박인범 사무총장은 목이 타는지 차를 홀짝이곤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국제협회 놈들이 과연 이걸로 만족할까?”

“…그럴 리가 없겠죠.”

“고작 눈치를 보게 만들려는 게 목적이었으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을 거야. 그놈들은 말 그대로의 통제를 원하겠지. 뭐… 굳이 표현하자면 ‘하나의 정부’ 같은 거.”

그 표현에 이두식 이사의 표정이 굳었다.

박인범 사무총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 ‘어느 정도’를 넘어서 무턱대고 칼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상황은 역전이 될 거야. 궁지에 몰린 인간의 결속력은 늘 상식을 뛰어넘거든. 우리나라도 예전엔 그랬잖아?”

“희생을 치르더라도 맞서 싸우려 할 거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박인범 사무총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지부를 하나라도 더 본인들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거야. 권력에 대한 저항심을 억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저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거거든.”

“편 가르기군요.”

“전통적인 방법이지.”

그 말을 끝으로 두 남자는 또다시 침묵했다.

그들이 겪어온 세월 속에서 그와 비슷했던 수많은 일들이 떠올랐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두식 이사가 침묵을 깨고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이제 저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긴. 정해져 있지 않냐.”

“네…?”

“전 세계가… 던전에서 해방되는 거. 그거밖에 더 있겠어.”

“하지만 토벌 산업을 포기하는 건 아무래도…….”

“쯧, 그까짓 게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박인범 사무총장은 이두식 이사의 말을 끊으며 길게 숨을 늘어뜨렸다.

“그냥… 던전이고 뭐고 이젠 다 지긋지긋해.”

박인범 사무총장은 그 말을 끝으로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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