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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65화 (26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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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지 마, 새끼야.”

일본, 오사카.

도심 외곽에 위치한 어느 뒷골목.

테츠야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시선은 겐타가 가져온 봉지에 고정된 채였다.

“거짓말 아니라니까! 진짜 믿을 만한 형님이 준 거야!”

“형님? 너랑 친하다는 그 흥신소 형님 말하는 거야?”

“맞아.”

“그 형님, 뭐 야쿠자야? 그걸 어떻게 구해!”

“아 씨, 진짜라니까! 직접 확인해보던가!”

겐타는 억울하다는 듯, 봉지를 열어 테츠야에게 직접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안에는 영롱한 빛으로 반짝이는 보라색 가루가 담겨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의심의 눈초리를 하고 있던 테츠야는 그 가루를 보자마자 입을 꾹 다물었다.

이내 무언가에 홀린 듯, 한 차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다시 한번 되물었다.

“이게… 진짜 보이드라고?”

“그렇다니까!”

겐타가 격양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테츠야는 여전히 미심쩍은 듯했다.

“카르텔 소탕됐다고 하지 않았어? 네 형님은 이걸 일본에서 어떻게 구한 거야?”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형님이 저번에 큰 건 하나 맡았거든. 아무래도 그때 사례로 받은 것 같아.”

“그런데 이 비싼 걸 왜 너한테…?”

“왜긴 왜야.”

겐타가 주변을 확인한 후, 목소리를 팍 낮춰 말했다.

“내 친구가 승급을 못 해서 퇴사하려고 한다니까 형님이 조금 챙겨준 거야.”

“너…….”

테츠야는 퍽 감동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형님이 가지고 있는 물량이 장난이 아니야. 혹시 더 필요하면 내가 얘기해볼게. 근데… 아마 그땐 돈을 줘야 할 수도 있어.”

“그거야 당연하지. 야, 진짜 너밖에 없다.”

“됐어, 인마.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어디 가서 말이나 하지 마.”

“당연하다마다!”

테츠야는 그렇게 즉답하며 겐타에게 봉지를 건네받았다.

“아, 그리고 너한테만 특별히 준 거니까 다른 헌터한테는 절대 나눠주지 마라.”

“야 이 새끼야. 그걸 말이라고! 아무튼, 고맙다.”

“그래. 들어가 봐.”

테츠야는 이내 봉지를 품속에 욱여넣은 뒤, 쏜살같이 골목을 빠져나갔다.

홀로 골목에 남은 겐타는 그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예, 형님.”

그리고 뱉은 첫 마디.

하지만 형님이라고 했던 그의 말과 다르게 핸드폰 너머의 목소리는 명백히 여성이었다.

「잘 전달했어요?」

“예. 말씀하신 대로 양도 넉넉히 챙겨줬습니다.”

「잘하셨군요.」

“그런데 정말 공짜로 뿌려도 되는 건가요? 베트남이 그렇게 되고 나서 본부 상황 모르는 것도 아닌데, 괜히 손해를 보는 건 아닌지…….”

「뭐, 원래 첫 거래는 후한 법이죠.」

그녀가 대답했다.

「조금 전의 한 명이 곧 10명의 고객을 만들어줄 거예요. 그 10명이 백 명을, 백 명은 곧 만 명이 돼서 돌아오겠죠.」

“거래는 그때 시작해도 되겠군요.”

「맞아요. 뭐, 이후로 찾아올 때마다 가격을 두 배씩 올리도록 해요. 그러면 최소한 원룟값은 메울 수 있겠죠.」

“알겠습니다.”

겐타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여성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뭐, 처음은 우리가 직접 시작한다고 해도… 다음부터는 대신해줄 조직이 필요할 거예요.」

“야쿠자 놈들을 좀 알아볼까요?”

「아니. 그놈들은 안 돼요.」

여성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듣자 하니 한유빈이 싹 통합했다죠? 그 이후로는 지부에 붙어서 정보책을 자처하고 있고. 어울리지 않게.」

“아…….”

「아무튼, 야쿠자들은 써먹을 패가 못 돼요. 다른 놈들로 알아봐요.」

“네.”

「아무튼, 첫 단추는 대충 끼웠으니… 이제 우리는 슬슬 다음 준비를 해보죠.」

여성은 그렇게 말하며 피식 실소를 뱉었다.

「그동안 친구 사귀느라 수고했어요. 클로이 팀장.」

“아닙니다. 대표님.”

어느샌가 바뀐 호칭.

겐타는 이내 통화를 종료하고는 검은색 가발을 벗어 던졌다.

동시에 금색 단발이 드러났고, 겐타… 아니 클로이 팀장은 곧바로 골목을 빠져나왔다.

***

“잘 다녀오셨어요?”

WDSO, 서울 본부.

귀국하자마자 이아영 본부장과 함께 복귀하자 김민주가 우리를 맞이했다.

“뭐. 그럭저럭.”

“이번에도 꽤나 고생하셨다면서요?”

나는 대답을 아꼈다.

말해 뭐하겠냐는 의미였다.

김민주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곧바로 다음 업무 미팅 있으시죠? 좀 쉬셔야 할 텐데.”

“그 인간이 쉬게 내버려둘 리가 없잖아.”

“…그렇긴 하네요.”

그 인간이 누굴 말하는 건지 단번에 알아차린 듯, 김민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일본 지부에서 보이드 중독자가 발생했다는 거, 사실이야?”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이제 막 확인해본 거긴 한데, 자세한 건 사무총장님한테…….”

그녀가 그렇게 말을 잇던 그때.

“뭐야? 여기 있었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박인범 사무총장이 떡 하니 모습을 드러냈다.

“귀국했으면 바로 찾아왔어야지,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건가.”

“숨 돌릴 시간은 좀 주시죠.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클클클, 자네도 사람이긴 한가 보군.”

“…….”

뭐라는 거지?

그럼 그동안 일하는 기계쯤으로 본 건가?

“일단 올라가시죠. 자세한 이야기도 들어야 하니…….”

“아니, 여기서 하도록 하지. 그리 비밀스러운 이야기도 아니고.”

박인범 사무총장은 이내 큼큼 헛기침을 하고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도쿄 본부 작전팀에서만 벌써 12명의 중독자가 나왔어. 지방 지부는 더 심해. 오사카 지부에서 30명, 홋카이도 지부에서 27명.”

“……너무 많은데요?”

“맞아. 절대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야. 아마 일주일도 더 전부터 유통되고 있었던 것 같아.”

일주일이나 됐다고?

“딜러들에 대한 정보는요? 중독자들 대상으로 조사는 들어갔을 거 아닙니까.”

“대체로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나마 제정신인 놈을 조사해보니, 친구였다더군. 이름은 겐타. 한 달 전쯤에 동네 술집에서 만났다나 봐.”

“겐타라… 그럼 그쪽부터 알아봐야겠군요.”

“이미 알아봤지. 그런데… 그런 이름의 인물은 찾을 수가 없다더군. 아니, 정확히는 중독자가 만났던 겐타라는 인간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다는 거지만.”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가짜 신상이었던 거군요.”

“그래. 보이드를 유통하기 위해 가짜 신분을 만든 거야. 때문에 헌터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거고.”

“쯧, 귀찮은 짓을 하는군요.”

“그런데 말이야. 이상한 게 하나 더 있네.”

박인범 사무총장이 옅은 한숨을 내쉬길 한 차례, 퍽 답답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도쿄 본부뿐만 아니라, 각 지방 헌터들 입에서도 그 이름이 나왔다는 거야.”

“……예?”

“모든 중독자가 그 겐타라는 사람한테서 처음 보이드를 받은 거라고. 이상하지?”

“한 사람인 겁니까? 아니면 모두가 같은 이름을 쓰는 조직?”

“글쎄…….”

그때, 박인범 사무총장이 말끝을 흐리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건 이제부터 자네가 알아봐야겠지.”

“…….”

빌어먹을 노인네.

“표는 끊어놨어. 일단 오늘은 집에 가서 좀 쉬고, 내일 다시 짐 싸서 나와.”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엔 작전 본부장도 같이 다녀와.”

“네? 제가요?”

갑작스러운 지명에 김민주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왜, 문제 있어?”

“아, 아니 그건 아닌데……. 아무래도 저보단 유빈 씨가 더 낫지 않을까요. 한 번 갔다 와서 그쪽 사정을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말했잖냐. 보이드가 유통되고 있다고.”

박인범 사무총장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표정을 보고 나서야 김민주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린 듯했다.

“한 번 당한 녀석을 또 내몰기는 미안하지.”

“……알겠습니다.”

이내 김민주 또한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상황이 심상치 않아. 내가 볼 땐 어중이떠중이들이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니야.”

박인범 사무총장이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확실해. 보다 대물이다. 이번엔 꽤나 어려울지도 모르겠어.”

“그럼… 우리도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음?”

박인범 사무총장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는 옆에 잠자코 서 있던 이아영 본부장을 향해 말을 이었다.

“이아영 본부장님. 이클립스 가동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지금 당장.

***

WDSO 소속, 일본 도쿄 지부.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하라무라 지부장의 집무실.

그곳을 찾은 히나 보좌관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작전 2팀에서 또 중독자가 발견됐습니다. 폭주는 하지 않았지만 여러 부작용 때문에 당분간 작전 투입은 힘들 것 같습니다.”

“…….”

“벌써 저희 쪽에서만 20명 이상이 보이드 투약 혐의로 작전 불능 상태입니다. 지방 쪽은 더 심각하고요. 이대로 가다간 관동, 관서 할 거 없이 작전 스탑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빌어먹을…….”

보고를 듣던 하라무라 지부장의 시선이 이내 천장으로 향했다.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건가.

분명 원 제조 조직과 함께 공중 분해됐다고 들었는데, 대체 이 망할 보이드는 어디서 나타났단 말인가.

아니, 그것보다 대체 누가 이걸 들여왔단 말인가.

다른 건 다 좋다 이거다.

왜 하필 일본이란 말인가.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지만, 그런다고 해답이 나오는 건 아니었기에 하라무라 지부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용의자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어?”

“겐타 말씀이십니까? 지금 관할 수사대가 대대적으로 움직이고 있긴 한데……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하, 젠장할.”

신종 마약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아직도 단서 하나 못 찾는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이렇게 되면 지부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일단 작전팀 대상으로 한 번 더 교육 일정 잡아. 투약 적발 시 무관용 원칙 고수하겠다고 공문 내리고, 원 스트라이크 아웃 도입해.”

“아시잖아요. 별로 효과 없다는 거…….”

“그럼 뭐 어떻게 하자고!”

답답한 마음에 하라무라 지부장이 고함을 질렀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유통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뭘 어쩌자고! 그나마 유일하게 아는 게 판매책인 겐타뿐인데, 그마저 정보가 하나도 없다면서!”

“…….”

“정황도, 정보도, 연관성도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어. 이걸 봐도 모르겠어?”

그가 침을 꿀꺽 삼키길 한 차례.

이내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사태…… 누군가 작정하고 계획한 일이야.”

“그 말씀은…….”

“그래.”

하라무라 지부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국제협회.

그놈들이 기어이 일본에 손을 뻗기 시작한 것이다.

‘베트남이 그렇게 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그가 이를 으득 씹었다.

약점을 잡히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결국 뚫려 버렸다.

아니, 이건 애초에 알아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저희에겐 아무것도 요구한 게 없지 않나요? 약만 유통하는 게 국제협회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걸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그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보이드가 유통되고 있는 것보다 무서운 건…… 이 사태를 벌인 목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어떻게든 유통 루트를 파악해서 공급책을 잡는 수밖에…….”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 순간, 누군가 지부장실로 들어왔다.

“누구…?”

하라무라 지부장은 그 불청객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금색 단발의 젊은 여성.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PB 코퍼레이션 소속, 클로이 팀장이라고 합니다.”

“PB 코퍼레이션…?”

당연히도 하라무라 지부장에겐 처음 듣는 조직 이름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대체 뭐 하는 분입니까. 아니, 그것보다… 그럴 필요 없다는 건 무슨…….”

“아무런 정보도 없으면서 어느 세월에 잡겠습니까. 괜히 힘 빼지 마세요.”

“뭐…?”

“더 쉬운 길을 알려드리겠다는 거예요.”

클로이는 신문 한 장을 내밀었다.

이를 확인한 하라무라 지부장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다름 아닌, 그 신문의 발행 일자가 내일로 적혀 있었으니.

“보시다시피 내일 자 신문입니다. 헤드라인이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

클로이 팀장의 말에 하라무라 지부장의 시선이 신문의 중앙으로 향했다.

이윽고 그 문구가 눈에 들어온 순간, 그의 손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하라무라 공방의 대표이자 WDSO 일본 지부장, 하라무라 류헤이. 대량의 옥타보이드암페타민 유통 정황 포착.」

바로 내일 자로 일본 전역에 뿌려질 신문의 헤드라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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