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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69화 (26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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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성 코바야시 히로토 장관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일본 지부.

하라무라 지부장이 틀어놓은 인터넷 뉴스에서 격양된 앵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오늘 오후 8시경, 코바야시 장관은 업무를 마치고 집무실을 나오며 아내에게 퇴근했다는 문자를 보냈지만, 현재까지 귀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CCTV에는 집무실을 나서는 코바야시 장관의 모습이 보였지만 전용 차량을 탑승하지 않고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기에, 경찰 당국은 납치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만약 코바야시 장관을 목격하신 분이나 소식을 알고 계신 분들께선 아래 번호로 연락을…….

새벽 1시가 훌쩍 넘은 시각.

하라무라 지부장은 여전히 퇴근하지 않은 채, 집무실에서 그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남의 나라에서 아주 깽판을 치고 있군…….”

이내 그가 한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이젠 하다 하다 장관까지 건드릴 줄이야.

새삼 국제협회의 영향력이 실감 났다.

그리고 그때.

“…이제 3시간 남았습니다.”

함께 자리를 지키던 히나 보좌관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연락을…… 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김 대표한테? 됐어. 어련히 잘하고 있겠지.”

“아뇨. 그 여성이 준 연락처로 말입니다.”

“하! 뭐, 지부를 넘기라는 소리야?”

“…….”

히나 보좌관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지부가 국제협회에 넘어간다고 뭐 그리 대수겠는가.

지부가 약쟁이들로 잠식당해서 토벌에 영향을 미치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그녀는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하라무라 지부장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말했잖아. 우린 절대 지부를 넘겨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상황이…….”

“알아. 내가 이대로 구속되면 지부는 약쟁이 소굴이 되겠지.”

“책임자가 없는 조직을 무너뜨리는 것만큼 쉬운 건 없으니까요.”

그녀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하라무라 지부장이 그녀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 만약 내가 잡혀 들어가면 자네가 내 자리를 맡아주게.”

“네…?”

히나 보좌관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자리를 비우는 순간부터 자네에게 지부의 모든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 제가 어떻게 지부장님을 대신해요! 전 그래 봤자 보좌관…….”

“못할 거 뭐 있어? 따지고 보면 나도 김 대표, 그 인간이 떠넘겨서 얼떨결에 맡게 된 거 아닌가.”

“그건 그렇지만…….”

“하다 보면 하게 돼.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봐온 자네라면 그 누구보다 잘할 거라고 생각하네.”

“…….”

히나 보좌관은 도저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고개를 떨어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나요…….”

그녀가 망설이던 끝에 그 말을 뱉었다.

“아무리 김준우 대표와 의리를 지킨다고 해도, 어쨌든 우리 협회잖아요. 지부가 무너지면 그 누구보다 우리나라가 위험해지는 건데…….”

이내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이기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

아무리 김준우에게 도움을 받았다지만 지부가, 자국민의 안전이 인질로 잡힌 이상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하라무라 지부장의 대답은 꽤나 뜻밖이었다.

“내가 사춘기 고등학생도 아니고, 그깟 의리가 뭐가 중요하겠나.”

“……네?”

“딱 한 번만 고개 숙이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지만, 그 한 번이 평생의 족쇄가 될 거야. 국제협회에 지부를 넘긴다고 해서 정말 정상으로 돌아올 것 같나? ”

천만에.

하라무라 지부장은 그렇게 말을 이었다.

“오히려 이번 일을 빌미로 이리저리 이용만 당하겠지. 그럼 우린 앞으로 평생 고개를 숙인 채 살아야 할 거야.”

“…….”

“오해하지 말게. 이건 김 대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위해서야.”

하라무라 지부장은 두 손을 포개며 중얼거렸다.

“뭐… 본인 잇속이 더 중요하신 어느 분들께선 생각이 좀 다른 모양이긴 하지만.”

그는 코바야시 장관의 실종을 보도하고 있는 뉴스를 바라보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히나 보좌관을 향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끝난 것도 아니잖나.”

“……3시간 안에 공급책을 잡을 수 있을까요?”

“힘들겠지.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

하라무라 지부장은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어째 불안하지가 않네.”

***

X됐다.

‘X됐다, X됐다…….’

이제 남은 시간은 단 3시간.

여기저기 큰소리쳐놓고, 대통령 도움까지 받았는데 아직 공급책을 잡긴커녕 제대로 된 단서 하나 못 찾았다.

‘시발 어떡하지…?’

이렇게 해서는 절대 못 찾는다.

이대로는 지부를 제 손으로 넘기든, 아니든 국제협회 손아귀에 들어갈 것이다.

이제라도 다른 방법을…….

“저… 더 물어보실 거 없으면 전 이만 가도 될까요…?”

쿄쿠세이구미의 사무실.

수장인 호리에는 멍이 든 얼굴로 무릎을 꿇은 채 넌지시 입을 열었다.

“…….”

나는 그를 말 없이 바라보다가.

퍽, 퍼억―!

“왜! 대체 왜 몰라! 보이드를 그만큼이나 받아 챙겼는데, 얼굴도 못 봤다는 게 말이 돼?”

“악, 아악!”

성질이 뻗쳐올라 나도 모르게 또다시 주먹이 나갔다.

“마, 말씀드렸잖아요……. 대화는 전화로만 했고, 물건은 던지기로 받아서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고…….”

그가 기어이 울먹이며 말했다.

물론 그따위 변명을 듣자고 여기까지 찾아온 게 아니었다.

“결제는? 거래한 계좌라도 있을 거 아니야.”

“그게… 전량 공짜로 넘겨줘서…….”

뭐…?

“저도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첫 거래 서비스라고 해서 그냥 받았어요.”

“그럼 통화한 번호는? 그건 남았을 거 아니야.”

“공중전화로 한 건지, 번호도 안 남았는…….”

퍽―!

시발, 도움이 안 되는군.

“어떡하죠. 접촉도 안 했고, 번호도 안 남았으면 도저히 단서를 찾을 수가 없는데…….”

그때, 옆에 있던 김민주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나는 대답 대신 깊은 한숨을 쏟아냈다.

솔직히 나도 별다른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완전히 막다른 골목.

이대로는 전혀 가망이 없는…….

“아!”

그 순간, 호리에가 갑자기 손뼉을 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통화할 때, 그 여자가 그런 말을 했어요. 누군가 찾아오면 자기한테 연락하라고.”

“뭐…?”

“그래서 연락처라도 남기실 거냐고 물어보니까… 이미 남겼다고 했습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아무것도 남긴 게 없으면서, 이미 남겼다는 건 대체…….’

나는 가만히 눈을 굴리길 잠시.

‘……!’

머릿속에 스파크가 튀는 기분이었다.

“뭐, 아무것도 남긴 게 없으니 그냥 해본 소리겠…… 아악!”

나는 그를 향해 마지막으로 꿀밤을 박아 넣었다.

억울하다는 듯 올려다보는 그를 바라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제일 중요한 걸 제일 늦게 말한 값이야.”

“……예, 예?”

“김민주, 핸드폰 줘 봐.”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젠 정말 시간이 없었다.

설명 따윈 생략하고 곧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나?」

핸드폰 너머에서 하라무라 지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급책은 찾았지만 미끼였습니다. 듣자 하니 지부장님 이름으로 물건을 받았다더군요.”

「……뭐?」

“원출처를 잡아야 하는데… 그에 대한 단서는 아직 못 찾았습니다.”

「낭패군…….」

“말씀드렸잖습니까. 아직은, 이라고.”

그의 대답이 순간 끊겼다.

나는 그 틈을 타 말을 이었다.

“혹시 말입니다. 국제협회 사람이 지부장님을 찾아왔을 때…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습니까?”

「음? 어, 어. 지부를 넘길 거면 시간 내로 연락 달라고 하면서 번호를 주고 가긴 했는데…….」

“그 번호 좀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려주는 거야, 알려주는 건데… 이유가 있나? 그쪽으로 연락을 한다고 뭐가 해결될 것 같진 않은데.」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드리도록 하죠.”

나는 설명을 뒤로하곤 번호를 받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핸드폰에 그 번호를 입력하고 있자, 이번엔 김민주가 물었다.

“그건 지부 거래를 위한 연락처잖아요. 의미가 있을까요?”

“철두철미하게 모습을 감추고 모든 꼬리를 끊어버린 놈들이야. 아무리 핵심 거래를 위한 핫라인이라고 해도 다른 방법을 썼겠지. 연락처를 남길 리 없잖아.”

“네…?”

“누가 이번 작전을 계획했는지는 몰라도, 연락처를 남기고 간 건 그 계획에 없는 일이야.”

나는 김민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다시 말해서, 같이 움직이는 수행원의 단독 행동이라는 소리지.”

“……!”

동시에 그녀의 동공이 커졌다.

“그럼 일부러 우리가 연락할 수 있도록 번호를 남긴 거라는…….”

“쉿.”

통화 버튼을 누르고, 연결음이 들려오는 순간 나는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뭐, 대충 누군지는 알 것 같지만.

딸각―.

그 순간, 통화가 연결되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준우입니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연락하라고 번호를 남긴 거 아닙니까?”

「…….」

“뭐라고 말을 좀…….”

「밖으로 나가는 중이니까 조금 기다려요.」

드디어 대답이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자.

「쿄쿠세이는 찾았나 보네요.」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예 뭐. 그런데 그쪽이 누군지는 안 알려주는 겁니까?”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닌가?」

“하…….”

뭐, 맞는 말이다.

국제협회 소속 중에서 나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유도할 만한 사람은 한 명밖에 없지.

PB 코퍼레이션 소속, 뱅크 아이템 관리팀장.

클로이.

“그래서, 번호는 왜 남긴 겁니까? 아무리 봐도 당신 윗선이 시킨 건 아닌 것 같은데. ”

「왜, 영업 사원들도 자기 잇속은 자기가 챙기잖아요. 저라고 못 할 거 있나요.」

“개인적인 거래를 하고 싶다…?”

그 물음에 클로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솔직히 그렇잖아요. 일본 지부가 어떻게 되든 나랑 무슨 상관이겠어요. 이왕 일하는 거 나도 챙길 거 챙겨가면서 하면 좋잖아요.」

“그래서… 원하는 게 뭡니까?”

내가 묻자 대답이 끊기길 잠시.

「이클립스.」

그녀가 뜬금없는 말을 던졌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이클립스는 세계 최고 시설, 최대 규모의 연구소예요. 솔직히 말해서… 연구원 입장에선 탐낼 만한 곳이죠.」

“…설마 이클립스를 넘기라는 겁니까?”

「아뇨.」

그녀가 즉답했다.

「취직시켜달라는 거예요.」

“……?”

이건 또 무슨…….

「솔직히 PB 코퍼레이션에서 오래 일하긴 했지만, 연구 시설을 제공해준다는 것 외엔 딱히 나랑 맞지 않더라고요.」

“그동안 나를 그렇게 방해하더니, 이제 와서?”

「내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다 시키니까 한 거지.」

“어이가 없군요.”

「뭐,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그녀가 피식 실소를 뱉으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내 조건은 이클립스 총 책임자 자리예요. 솔직히 그 정도 실력은 되는 것 같은데? 뭐, 이력서라도 보내드릴까요?」

“그건 됐고, 저한테는 뭘 줄 수 있습니까?”

「무사시노 신문.」

“……?”

생소한 이름에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3시간 후에 하라무라 지부장에 관련한 내용을 발행할 신문사예요.」

“…….”

「왜요? 마음에 안 들어요? 우리를 잡지는 못해도 당장 지부를 구하는 건 충분할 텐데?」

알고 있다.

공급책을 잡지 못했어도,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어마어마한 단서다.

하지만…….

“이유가 뭡니까?”

「네?」

“그걸 알려준 이상, 당신도 위험해질 겁니다. 설마 이제 와서 반성하고 착한 일이라도 해보려는 겁니까?」

「착각하지 마요.」

그녀가 말했다.

「난 그냥 나한테 좀 더 이득이 되는 걸 선택한 것뿐이니까.」

“…그냥 단서만 받아 챙기고 당신 조건은 안 들어줄 수도 있는데?”

「그럼 전 그년한테 죽겠죠. 뭐… 진짜 그러겠다면 어쩔 수 없고.」

……미쳤군.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그래서, 어떻게 할 거예요?」

“이전 같았으면 귓등으로도 안 들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일단은 받아들여야겠지.

「빨리 움직여야 할 거예요.」

“참고하도록 하죠.”

나는 그 말을 뒤로하고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팀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사시노 신문. 하라무라 지부장에 관한 기사를 거기서 발행한답니다. 위치 찍고 지금 바로 이동하십쇼.”

“그, 그래!”

“네!”

박 부장을 포함한 청소 3팀원들은 곧장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선생님은요…?”

김민주는 그 자리에 남아 주춤거리며 나를 향해 물었다.

“나는 따로 준비할 게 있어.”

“네?”

“느낌이 안 좋아서 말이지. 아무튼, 먼저 가 봐.”

김민주는 여전히 떨떠름한 듯했지만, 더 입을 열지 않고 팀원들을 뒤따라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들을 먼저 보내고, 나는 다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예, 접니다.”

이윽고 들려오는 목소리.

“혹시 전에 부탁한 거, 준비됐습니까?”

나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보스전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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