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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예요?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청소 3팀원들이 김민주와 함께 무사시노 신문사를 빠져나온 직후.
문소연이 황망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김준우, 그 자식 위험한 거 아니야?”
“도, 도와주지 않아도 되겠냐?”
한상혁과 박근태 부장 또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김민주 또한 이 상황을 완벽히 이해한 건 아니었지만…….
최소한 그녀만큼은 바짝 정신을 차려야 했다.
본인마저 우왕좌왕한다면, 누군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으니까.
“일단…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게 우선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신문 발행은 결국 막지도 못했는데, 그런 우리 앞에 PB 코퍼레이션의 대표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직접 보이드까지 투약하면서 김준우와 못다 한 결판을 짓기 위해.
이건 위험하다.
결과가 어떻게 되던 저 둘이 전력으로 맞붙는다는 것만으로 재앙이 닥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나마 근처에 민가가 많진 않지만, 싸움에 휘말린다면 아무리 본인이 나선다 한들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모두를 대피시켜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김민주는 팀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반경 1km 이내에 모든 시민을 대피시켜야 해요. 도와줄 수 있나요.”
“…당연하다마다.”
“그거야 우리 전문이지.”
“하지만 저희끼리 1km 내 모두를 대피시키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해요. 한 번에 대피시킬 만한 방법이 필요한데…….”
문소연이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과연 그녀다운 판단이었다.
지금 인원은 고작 4명.
1km 반경을 직접 발로 뛰면서 대피시키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던전 출현 경보.”
“…네?”
“도심에는 던전이 출현했을 때를 대비해서 경보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요. 그걸 작동하면 돼요.”
김민주가 잠시 생각을 하던 끝에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고 진짜 던전이 열릴 때까지 기다릴 순 없으니까, 하라무라 지부장님한테 연락해서 수동으로 경보를…….”
하지만 그 순간.
쾅―!!!
갑자기 하늘에서 거대한 광선이 떨어지며, 방금 그들이 빠져나온 무사시노 신문사 건물을 직격했다.
그와 동시에.
쿠구구구구―!!
“꺄아아아악!”
“뭐, 뭐야!!”
그 충격으로 인해 주변의 지반이 허공에 떠올랐다.
김민주를 포함한 팀원들은 그 강력한 충격파에 미처 몸을 가누지 못한 채, 큰 포물선을 그리며 뒤로 날아갔다.
“……!!”
김민주가 재빨리 몸을 가누며 상황을 파악했을 땐, 이미 신문사의 건물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것들이 초토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펄펄 끓는 검은 기운을 내뿜는 김준우와 푸른 스파크가 튀고 있는 에마 대표가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
물론 김민주는 이와 비슷한 상황을 몇 번이나 경험했지만, 이번엔 매우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큰일 났네…….’
이전과는 그 분위기부터 차원이 달랐으니까.
***
“…….”
“…….”
에마 대표의 갑작스러운 선공으로 건물이 날아간 직후.
주변 지반이 날아가며 생긴 거대한 구덩이 가운데에서 나와 그녀는 서로 마주 본 채 대치를 이어갔다.
지직, 지지직―.
보이드를 투약한 에마 대표의 전신에서 스파크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세는 확실히 이전과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런데…….
‘폭주는 하지 않는 건가.’
어째선지 이성을 잃은 채 날뛰던 한유빈과 다르게 그녀는 꽤나 냉정해 보였다.
단순히 파괴 본능만 끌어올린 것이 아닌 판단력과 집중력, 그리고 침착함 등 전투를 위한 모든 요소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듯했다.
‘설마… 그새 개량한 건가.’
보이드 제조법을 손에 넣은 지도 며칠이 지났는데 왜 바로 유통하지 않나 했더니, 개량 때문이었군.
쯧, 더 까다로워졌다.
차라리 이성을 잃고 앞뒤 없이 달려든다면 받아 쳐주기만 해도 될 텐데.
이렇게 되면 나 또한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뭐, 그렇긴 해도…….’
시칠리아에서도 봤듯, 그녀는 위성을 무기로 사용하는 저격수 클래스다.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위성을 통해 직접 포격하는 공격은 정확히 조준하기엔 한계가 있다.
강력하긴 해도 피하기는 쉬운…….
[고유 스킬 : 병기 확보 - 각성]
[조정간 - 투하]
[가르강튀아 최대 출력]
[조준 시스템을 수동으로 변경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내 주변의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습득 스킬 : 좌표 변경]
[시전자의 스킬을 차원 텔레포트를 통해 전송합니다.]
이내 푸른빛의 커다란 구멍이 나타났다.
마치 던전 입구와 비슷한 형태의 차원 구멍.
이윽고 그 구멍 사이로.
지이이잉―.
파앙―!!
“……!”
방금 하늘 위에서 떨어진 광선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쏟아진 공격.
이렇게 되면 피할 틈이 없다.
[고유 스킬 : 마왕 - 강자 독식]
[고유 스킬이 지속하는 동안 시전자보다 마력이 낮을 경우, 모든 공격은 무효화 됩니다.]
곧바로 손을 들어 검은 기류를 끌어모았지만.
쿠구구궁―!!!
“큭…!”
검은 기류가 맥없이 뚫리며 광선이 내 왼쪽 어깨를 직격했다.
머리까지 파고드는 엄청난 통증.
다행히 팔이 떨어져 나가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움직이질 않는 걸 보니, 제 기능을 잃은 듯했다.
“하, 하하…….”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시칠리아에서 만났을 때도 강하다는 건 알았지만, 최소한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세계 랭킹 1위인 노아도 스테이터스가 최고치에 도달해야 겨우 내 마력을 넘어섰는데…….
‘버프 스킬 하나 없이 내 마력을 웃돈다고…?’
이래서 시발, 약쟁이들은…….
그녀를 노려보며 서둘러 머리를 굴렸다.
위성이 발사한 광선을 텔레포트로 전송해서 직접적인 타격을 유도하고 있다.
정확한 조준에 한계가 있다는 약점을 차원 텔레포트로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괜히 대표직에 있는 건 아닌가 보네……’
저건 성가시다.
일단 저 텔레포트부터 어떻게든 해야겠군.
[고유 스킬 : 마왕 - 각성]
이내 검은 기류가 주변 공간을 뒤덮은 순간.
나는 곧바로 주변에 떠 있는 텔레포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고유 스킬 : 병기 확보]
[조정간 - 연발]
파바바박―!!
콰과광―!!
이번엔 텔레포트가 아닌 에마 대표가 직접 공격을 퍼부었다.
“빌어먹을…!”
텔레포트를 파괴하지 못하게 방해하려는 듯, 계속해서 공격이 쏟아졌다.
결국, 나는 타깃을 바꿔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고유 스킬 : 병기 확보 - 각성]
[조정간 - 투하]
[습득 스킬 : 좌표 변경]
지이잉―!
쾅―!!!
이번엔 또다시 허공에 떠 있는 텔레포트에서 공격이 날아들었다.
“크윽…!”
그 충격에 내 몸이 허공에 떠오르길 잠시, 이내 곧 땅 위로 내동댕이쳐졌다. 아스팔트 바닥을 몇 번이나 나뒹굴었다.
전신에서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가까스로 피하긴 했지만, 충격을 모두 막을 순 없었다. 아까부터 움직이지 않는 왼쪽 팔과 더불어 온몸이 심히 저릿저릿했다.
‘귀찮게 됐네…….’
텔레포트를 막으려고 하면 직접 공격으로 방해하고, 본인을 공격하려고 하면 사방에서 공격이 빗발친다.
아니, 귀찮은 수준이 아니라… 완벽하다.
거리를 좁히지도, 그렇다고 떨어지지도 못하는 상태.
지금 그녀는 포지션 선정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다.
이대로는 소모전이다.
스킬을 유지하는데 엄청난 마력을 소모하는 나와 다르게 저격수 클래스인 그녀가 소모하는 건 오로지 탄환뿐. 이 싸움을 오래 끌면 불리해지는 건 나다.
무엇보다 지금 몇 번이나 공격을 허용한 탓,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일단은 다리라도 회복할 수 있게 조금만 시간을 끌어볼까.
“그나저나 도통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는데…….”
잠시 공격을 멈추고 에마 대표를 향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싸움, 사무총장이 허가한 일입니까?”
“…….”
“베트남에서 실패한 전적도 있겠다, 사무총장은 무조건 일본 지부를 빼앗는 게 1순위일 텐데. 굳이 이런 도박을 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아니면…….”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진심으로 여기서 저를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
계속되는 물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물론 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긴 했다.
이번 일은 변명의 여지 없이 완벽하게 우리의 패배였다.
시작부터 시간을 끌린 것도 모자라, 모든 움직임을 간파당하고. 심지어 본인의 부하까지 속임으로써 끝끝내 우리를 가지고 놀았다.
이대로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어도 일본 지부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굳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칫 모든 것이 도루묵이 될 수 있음에도.
웨슬리 사무총장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명령한 게 분명…….
“그 인간은 몰라요.”
그 순간,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당연히 허가한 일도 아니고요.”
“그럼 대체 왜…?”
내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만약 여기서 그녀가 패배한다면 나는 보이드 유통의 모든 혐의를 그녀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고, 덩달아 일본 지부도 되살아날 것이다.
그걸 그녀 또한 모를 리가 없다.
그 모든 리스크를 짊어지면서까지 싸울 이유가…….
“사실, 난 일본 지부고 나발이고 관심 없어요.”
“……뭐?”
“그거야 웨슬리, 그놈한테나 중요한 거지,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잖아요.”
“그게 대체 무슨…….”
“난 그냥… 당신이랑 싸우고 싶어서 온 거야.”
그 순간, 에마 대표의 입꼬리가 쭉 찢어졌다.
“재밌잖아요? 서로 목숨마저 내던지는 싸움. 내가 그날 이후로 얼마나 좀이 쑤셨는지 몰라. 방해꾼 없이 둘이서 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텐데, 고작 지부 하나 때문에 놓칠 순 없잖아?”
“…….”
“그러니까 이제 움직일 수 있으면 계속해 보자고.”
죽고 싶지 않으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텔레포트를 소환했다.
[습득 스킬 : 좌표 변경]
지이잉―!
이윽고 나를 향한 그 구멍들에서 밝은 빛이 보인 순간.
“에휴…….”
나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떨어트렸다.
덜 맞으면서 싸울 생각은 접어야겠군.
뭐… 이미 많이 맞긴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내 몸에서 검은 기류가 다시 한번 뿜어져 나왔다.
[고유 전장 : 악몽의 곶]
스스스―!
이내 우리가 서 있는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검은 하늘과 검은 바다.
기괴하게 솟은 절벽들 사이로 음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그곳.
나는 그 공기를 크게 들이쉬길 한 차례.
“일어나라.”
[원형 소환 : 대원수 - 바엘]
[원형 소환 : 정복자 - 아가레스]
[원형 소환 : 지배자 - 가미긴]
[소환 : 군단]
키에에에에―!!
내 전력을 불러일으켰다.
그와 함께.
[장비가 생성되었습니다.]
[마검 : 타르타토스]
[마갑 : 악몽의 베네]
이내 에마 대표를 향해 검을 겨누며 군단에 진격 명령을 내렸다.
구구구구구―!!
그들의 움직임에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