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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74화 (27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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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WDSO 서울 본부.

그곳에 불어닥친 굉장히 갑작스러운 소식에 사내가 발칵 뒤집혔다.

황급히 이사회가 소집되었다.

클로이 로스.

전 PB 코퍼레이션 소속 뱅크 아이템 관리팀장.

동시에 2년 전, 한국협회를 공격하여 적대적 인수합병을 주도했던 장본인.

그런 그녀를 WDSO에 영입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그것도 이아영 지원 본부장을 대신해 이클립스 총 책임자로.

“절대 안 됩니다!”

“2년 전, 작전팀을 모조리 죽이려 했던 인간입니다!”

“맞습니다. 무슨 짓을 벌일 줄 알고 데려온답니까!”

“데려오긴커녕, 그냥 경찰에 넘겨버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나 다를까, 이사들은 착석하기도 전에 꽤나 격양된 반응들을 보였다.

“대체 누가 이런 안건을 올린 겁니까?”

“설마… 이번에도 김준우 팀장입니까?”

“사무총장님, 이번만큼은 단호하게 대처하셔야 합니다!”

심지어 아직 말도 안 꺼냈는데 모두가 범인까지 알아냈다.

“……일단 모두 앉게.”

박인범 사무총장은 그렇게 말하며 이마를 꾹꾹 눌렀다.

평소와 다르게 사뭇 무거운 목소리와 표정.

그제야 이사들은 사무총장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착석했다.

그와 동시에 박인범 사무총장이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또한 클로이 영입이 영 탐탁지 않은 까닭이었다.

여태 김준우의 말이라면 맹목적으로 지지해줬던 그마저도 이러한데, 다른 이사들은 오죽할까.

만약 단순히 클로이의 WDSO 영입을 판단하는 문제였으면, 아무리 김준우가 올린 안건이라고 해도 이사회에 올라올 일도 없이 단칼에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웨슬리 사무총장이… 곧 공습을 개시할 거라는 정보가 있네.”

박인범 사무총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예…?”

“고, 공습이라니 그게 무슨…….”

그러자 이사들의 눈이 가늘어졌다.

박인범 사무총장은 꽤나 복잡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번 일본 지부 건으로 국제협회는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네. 이대로라면 통제력을 잃을 수도 있겠지.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전력을 보여주려고 할 걸세.”

“어디를 공습한다는 겁니까…?”

“설마 우리나라입니까?”

“그거야 모르지. 다만…….”

박인범 사무총장이 이사들을 번뜩이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클로이, 그 여자가 알고 있네.”

“……!”

“……!”

그와 동시에 이사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는 국제협회와 전쟁 중일세. 서로가 세력을 키우는 것을 견제하고, 가능한 방법으로 공격을 가하는 건… 전시 상황에서야 당연한 일이지.”

박인범 사무총장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시민의 안전일세. 두 조직 간의 세력다툼으로 민간인이 목숨을 잃는다면…… 정치나 외교를 떠나서 그 자체만으로 우린 국제기구로서의 자격이 없는 거야.”

그러곤 다시 한번 이사들을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공습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막아야 하네.”

“…….”

“…….”

그 단호한 발언에 격양되어 있던 이사들 또한 대답을 아낀 채 침묵했다.

공습을 막아야 한다…….

그거야 논란의 여지가 없는 지당한 이야기였다.

사실 궁지에 몰린 국제협회가 공습을 감행한다면, 그에 분노한 국가들 사이에서 대대적인 저항이 일어날지 모른다.

지금까지는 피해를 받는 게 두려워서 다들 눈치만 보고 있었지만, 이제는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국제협회에 대항하려 들겠지.

그야말로 죽고 죽이는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각 진영에 따라 국가들이 연합하여 어느 한쪽이 무너져 내릴 때까지 치열한 공세를 펼치게 된다면… 사실상 WDSO는 딱히 전면에 나설 필요가 없어진다.

전쟁은 각 국가가 알아서 지휘할 테니, 우리는 그저 뒤에서 무기와 부족한 병력만 지원해주면 그만이다.

공습을 계기로 발발한 대전.

눈치 볼 것 없이 전력으로 대항할 기회.

우리가 직접 손을 쓰지 않고도 국제협회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겠지.

하지만, 시민의 안전을 위해 국제협회를 무너뜨리려는 목표가 시민의 희생으로 이뤄진다면…….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럼 우리가 국제협회와 다를 게 무엇인가.

‘어려운 걸 떠넘기는군…….’

박인범 사무총장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덥석 받아들이기엔 영 껄끄럽고, 또 그렇다고 무시하자니 앞으로 미칠 악영향을 가늠할 수도 없다.

이사들 또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건지, 모두가 말을 아낀 채 끙끙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런데 말입니다. 국제협회가 공습을 감행할 거라는 그 정보… 믿을 수 있긴 한 겁니까?.”

연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고병철 사외이사가 넌지시 물었다.

뒤늦게 깨달은 다른 이사들이 소리를 높였다.

“그러고 보니…….”

“설마 그 여자의 말을 믿는 건 아니시죠?”

“우리 쪽에 붙기 위한 거짓말인 게 뻔하지 않습니까!”

박인범 협회장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지금 이 상황에 그녀의 정보가 신뢰받지 못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네.”

그럼에도 박인범 사무총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출처를 떠나서, 여태까지 국제협회가 보여준 모습을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지 않나.”

“그, 그거야 그렇지만…….”

“…아닐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 아닐 수도 있지. 아닐 수도 있는데…….”

박인범 사무총장은 잠시 말을 흐리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꼭 말로 해야 하나, 싶은 표정.

이윽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만약에, 정말 만에 하나라도 사실이면 그땐 어찌 할 건가?”

“그건…….”

“…….”

“물론 자네들 말도 이해하네.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지 않고,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건 사업가로서 꼭 필요한 마인드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린 이제 사업가가 아니지 않나.”

박인범 사무총장의 그 말에 이사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했다.

그래.

이제 민간 토벌 기업이었던 카르마 코퍼레이션은 없다.

현재 WDSO는 엄연한 국제기구다.

이익을 위한 확실한 투자가 아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만약을 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조직.

그러니… 이제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박인범 사무총장은 여전히 고민에 빠져 있었다.

결국,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이두식 이사를 향해 조용히 물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땐 영입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이야깁니다. 다른 꿍꿍이가 있을 수도 있고, 여차하면 또다시 배신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이내 이두식 이사가 나지막히 말을 이었다.

“한 달간 청소팀에서 일하는 조건을 두면 어떻겠습니까?”

“…….”

박인범 사무총장이 대답을 아끼길 잠시.

“거기가 뭐 인간 갱생팀이냐?”

눈썹을 찌푸렸다.

***

WDSO 본부와 개별 건물에 위치한 청소 3팀 사무실.

나와 클로이는 이사회가 끝나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

“…….”

마땅히 갈 곳도 없었기에 여기로 데려온 거지만, 서로 할 이야기도 없었기에 둘 다 침묵만을 유지했다.

그렇게 30분째 서로 아무런 말도 없이 멀뚱멀뚱 앉아있는 중이었고, 어색한 분위기가 극에 달하던 그때.

“쯧, 숨 막혀 죽겠네.”

결국, 참다못한 그녀가 못마땅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뭐, 차라도 대접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 나름 손님 아닌가?”

“손님은 무슨…….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됩니까?”

“참 나… 그래 뭐, 대접은 그렇다 치고, 최소한 좀 더 깔끔한 곳에서 기다릴 수도 있잖아요. 여긴 왜 이렇게 더러워?”

“가만히 좀 계시지요. 당신 생각해서 여기로 데려온 거니까.”

“뭔 소리?”

“작전팀 사무실에서 대기했다간 이사회가 끝나기도 전에 뼈도 안 남았을 겁니다.”

2년 전 자신들을 죽이려고 했던 자가 눈앞에 나타났는데, 혈기왕성한 헌터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클로이 또한 그제야 내 말뜻을 이해한 것인지, 더 이상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런데 왜 날 빼두고 저들끼리 회의하는 거죠? 차라리 나한테 물어보는 게 이래저래 더 빠를 텐데.”

이번엔 또 다른 이야기로 운을 띄웠다.

“당신이 하는 말은 하나도 믿을 게 못 된다, 이거 아니겠습니까.”

“…하, 어이가 없어서 진짜.”

“여기까지 온 이상 최소한 반성하는 척이라도 하시죠. 여기서 당신을 환영해줄 만한 사람은 한 명도 없으니까.”

내가 차갑게 대꾸하자, 그녀는 혀를 차며 팔짱을 꼈다.

쯧, 반성하는 모습이라곤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군.

“그나저나…….”

이번엔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민간인 목숨이 달려있는데 그걸로 협상을 하고 싶습니까? 공습 예상 지역, 그냥 알려주시면 안 됩니까?”

“그거 내 목숨줄인데요? 알려주면 바로 버릴 거 누가 모를까 봐?”

“오…….”

눈치가 상당한데?

“전 국제협회의 뒤통수를 쳤어요. WDSO 못 들어가면 농담이 아니라 진짜 죽는다니까? 내 몸 하나 지킬 무기는 쥐고 있어야죠.”

“…….”

나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사실 이번에는 그녀의 말이 맞다.

본인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패를 깔 순 없겠지.

“아무튼, 이사회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저도 모릅니다. 최소한의 설득이라도 해보고 싶었는데…… 안건이 안건인지라 아예 제 말은 듣지도 않으시더군요.”

“당신이 대표 아니었어요?”

“지금 사무실 꼬라지 안 보입니까? 아직도 내가 대표 같아요?”

“……올라가는 건 어려워도 떨어지는 건 한순간이라더니.”

그녀가 혀를 쯧쯧 차며 중얼거렸다.

딱 한 대만 칠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주먹을 불끈 쥐고 애써 참기로 했다.

“아무튼, 판단은 순전히 이사회의 몫입니다.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잘 안 돼도 그냥 받아들이시죠.”

“…….”

그녀가 가만히 나를 바라보길 잠시, 이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더니.

“흑흑. 기어이 버리려고… 흑흑…….”

“그 빌어먹을 우는 척, 한 번만 더 하면 영입이고 나발이고 없던 일로 합니다.”

진심으로 경멸하며 말하자, 그녀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어깨를 으쓱인다.

‘아오, 열 받네…….’

진짜 빌어먹을 여자네.

그 뒤로도 계속해서 이어진 클로이의 도발에 애써 화를 참으며 이를 으득으득 갈아대고 있던 그때.

벌컥―.

이두식 이사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끝났습니까?”

“어, 그래.”

이두식 이사가 클로이를 슬쩍 흘기며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됐습니까?”

“일단… 영입은 허가하기로 했다.”

“그렇군요.”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던 그 순간.

짝짝짝―.

난데없는 박수에 고개를 돌리니, 뒤에 앉아있던 클로이가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치고 있었다.

알아듣지도 못했을 텐데, 분위기로 대충 눈치를 챈 모양이다.

‘하…….’

사람 열 받게 하는 데는 선수네.

한 대 칠 수도 없고, 진짜.

나는 애써 그녀를 무시하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사들을 어떻게 설득하신 겁니까. 반발이 어마어마했을 텐데요.”

“허가해주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걸었거든.”

“조건이요?”

내가 되묻자, 이내 이두식 이사가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한 달 동안 청소팀에서 일하게 하는 조건.”

“…….”

그리고 그 대답에 내 눈이 번뜩였다.

“…담당 팀은요?”

“3팀.”

“근로 기준은?”

“그런 게 어디 있어. 아직 비자도 안 나왔는데.”

“완벽하군요.”

나도 모르게 씨익 미소가 지어졌다.

누구랄 것 없이, 나와 이두식 이사는 클로이를 향해 시선을 옮기며 입꼬리를 올렸다.

“……?”

물론 그녀는 무슨 상황인지 알 턱이 없었다.

그럼에도 어딘가 불안한 낌새를 눈치챈 건지, 표정이 점점 굳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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