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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78화 (27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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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중앙 경찰서.

나와 이아영 본부장 그리고 클로이는 위장 신분이 발각되자마자 경찰관에게 연행되었고, 그대로 유치장에 구류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서.

“…….”

“…….”

“…….”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따금 작은 한숨만 내뱉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무거운 침묵만이 흐르던 그때, 이아영 본부장이 멍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한별건설이랑 이야기가 안 됐던 모양이군요.”

“그게 무슨……?”

“보아하니 하성일 본부장이 독단으로 벌인 일인 것 같습니다.”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이아영 본부장이 기가 차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기가 찬 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골치 아프게 됐다.

보아하니 한별건설을 설득한 게 아니라, 몰래 소속만 옮기고 계약서를 훔쳐 온 것 같은데…….

‘안 될 것 같으면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꽤나 복잡한 상황에 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안 되면 되게 하는 성격이라는 건 알고 있다만……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덕분에 우리만 곤란해지지 않았는가.

한국에 돌아가면 한마디 따끔하게 해줘야겠군.

그렇게 다짐하고 있자니, 이아영 본부장이 다시 한번 물었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해요? 풀려날 순 있는 거예요?”

“본부에서 손을 써주면 풀려나기야 하겠지만, 아마 바로 추방당할 겁니다.”

“그럼 공습 대비는…?”

“대비는커녕, 독일협회에는 발도 못 들이겠죠.”

“하아…….”

이아영 본부장의 깊은 한숨이 유치장에 울려 퍼졌다.

누구랄 것 없이 착잡한 표정으로 바닥만 바라보고 있던 그때였다.

“나름 번듯한 조직인 줄 알았는데, 개차반도 이런 개차반이 없네.”

구석에 앉아 있던 클로이가 피식 실소를 터트리며 중얼거렸다.

“…뭐라고요? 지금 뭐라 그랬어요?”

그와 동시에 이아영 본부장이 바로 반응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발끈한대?”

“받아달라고 별 생쇼를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그런 소릴 하니까 기가 차서 그러죠.”

“참 나, 그땐 그때고. ”

클로이가 대놓고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내가 뭐 틀린 말 했어요? 국제기구라는 곳이 무슨 민간 기업 계약서를 말도 안 하고 빼돌려서 일을 이렇게 만들어요?”

“그, 그건…….”

클로이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이아영 본부장이 주춤했다.

사실 지금 상황에선 누가 봐도 클로이의 말이 맞았지만, 그럼에도 이아영 본부장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그쪽이 뭐 대책이라도 세워보던가! 일 다 터질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구시렁거리는 건 누가 못해요?!”

“아니, 내가 잘못한 일도 아닌데 왜 내가 대책을 세워요? 잘 나신 지원 본부장님이 해보세요.”

“아오! 진짜 열 받게 하네! 너 한국 돌아가면 두고…!”

“그만들 하시죠.”

점점 과열되는 분위기.

경찰관들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더 귀찮아질 게 뻔했기에 내가 서둘러 그들을 제지했다.

“그 왜 서로를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입니까. 그것도 남의 나라까지 와서.”

“아니, 이 여자가 먼저…!”

“지원 본부장님 성격 참 이상하시네. 저기요. 그냥 저 사람 자르고 날 앉히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뭐?! 야 너 말 다 했어?!”

“어? 한 대 치시려고?”

“…….”

기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두 여자.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다 꺼져버렸으면 좋겠군…….’

그렇게 중얼거리길 잠시.

“둘 다 진정하고 앉으시죠. 애도 아니고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다 큰 어른들이 창피하게.”

화를 꾹꾹 눌러 담은 채 입을 열었다.

“이미 일이 틀어진 이상, 이제 와서 징징대봤자 달라질 건 없습니다. 싸울 시간 있으면 대책이라도 세워봅시다.”

“…….”

“…….”

그렇게 말하자, 두 여자는 그제야 감정을 식히며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일단… 클로이 씨.”

“왜요?”

“국제협회가 언제 공습을 감행할지 혹시 알고 있습니까?”

“그럴 리가요.”

그녀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공습 지역도 그냥 추측일 뿐이었잖아요. 정확한 날짜를 알 리가 없죠.”

“하긴, 그렇군요.”

“그래도 뭐… 아마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클로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웨슬리 사무총장은 겁이 많고 성격이 급해요. 세력이 위협받는 이 상황을 절대 오래 둘 리가 없어요. 아마 이번 달 안…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도 가능하겠죠.”

“…….”

이아영 본부장이 그녀를 슬쩍 흘겼다.

사람은 미워도 그녀의 말에 근거가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으니, 그 점이 더욱 얄미운 모양이었다.

“그럼 더욱 시간이 없군요.”

“그렇죠. 계속 여기 있다간 아무것도 못 해보고 죽을 수도 있을걸요?”

“…….”

클로이의 극단적인 농담에 나는 표정을 굳혔다.

지금이야 농담일지 몰라도 이 상황이라면 곧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독일 협회장을 설득해서 공습 대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갇혀 버리다니.

게다가 언제까지 갇혀 있을지도 모르니, 최악의 경우에는 우리가 갇힌 채로 공습이 시작될 수도 있다.

그러면 클로이의 말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되겠지.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부수고 나가면 안 되나?”

“……?”

그때, 클로이가 아무렇지 않게 그 말을 던졌다.

“애초에 당신 정도 되는 사람이 얌전히 갇혀 있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경찰서고 유치장이고 나가려면 충분히 나갈 수 있잖아요.”

“그게 무슨……. 사회에는 규칙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

“필요하다면 깰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참으로 국제협회식 사고방식이군요.”

할 말이 없군.

“위기 상황이잖아요. 나쁜 일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깟 규칙이 중요해요, 아니면 전쟁 막는 게 중요해요?”

“둘 다 중요합니다. 특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수록 규칙을 더 잘 지켜야… 아니, 이런 걸 굳이 설명해줘야 합니까?”

어처구니가 없네.

지금이 무슨 도덕 시간도 아니고…….

‘확실히 출신은 어디 안 가는군.’

독기는 빠졌다고 해도, 사상을 개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무튼, 국회나 협회에서 무슨 조치가 있어도 있을 겁니다. 지금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내가 말을 꺼낸 그 순간.

따르릉―.

경찰서에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한 경찰이 그 전화를 받은 직후,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더니.

“───!!”

다른 경찰들을 향해 무어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모두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순식간에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저기요! 무슨 일입니까?”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

내가 다급하게 그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모두가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

확실하다.

무슨 일이 터져도 터졌다.

‘설마 벌써 베를린까지 진격해온 건가…?’

유감스럽게도 여기에 갇혀 있는 이상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정말로 공습이 시작된 거라면…….

‘어쩔 수 없지.’

[고유 스킬 : 극초식 - 어검술]

스윽―.

캉―!

일말의 고민도 없이 유치장의 철창을 잘랐다.

“……규칙이 중요하다는 사람 어디 갔대?”

동시에 클로이의 비아냥거림이 들려왔다.

***

베를린 국회의사당.

루카스 교통건설부 장관의 집무실.

조금 전 자신의 집무실에서 일어난 당혹스러운 상황에 대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

그의 앞에 세 장의 서류가 전달되었다.

‘대체 뭐야…….’

그것은 다름 아닌, 조금 전 연행된 김준우, 이아영 그리고 클로이 로스, 세 명의 신상이 담긴 서류였다.

루카스 장관이 무엇보다 혼란스러운 건 세 명이 한별건설 소속이 아니었다는 것보다…….

‘세 명 다 WDSO 소속이었다고…?’

세 명이 최근 국제기구로 인정된 WDSO 소속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WDSO라면 국제협회의 통제에 맞서기 위해 설립된 기구가 아닌가.

듣자 하니 보다 상식적이고 대의를 위한 조직이라고 했는데…….

그런 이들이 어째서 신분까지 숨기고 자신과 접촉한 것인가.

그뿐만 아니라, 독일협회와의 접견도 부탁했다.

대체 왜?

무슨 의도로 이런 행동을 한 것인가.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지금 상황에 대해서 그 어떤 감도 잡히지 않아, 답답한 한숨만 쏟아내고 있던 그때.

따르릉―.

집무실의 전화가 울렸다.

그는 담담하게 전화를 받았다.

“예, 루카스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장관님. 한별건설 하미연 사장입니다.」

“아, 하 사장님!”

진짜 계약처, 한별건설에서 온 연락이었다.

「이번 일에 대해선 죄송하게 됐습니다. 저희 쪽에서 착오가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그보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조사해보니 WDSO 소속들이던데, 왜 그들이 한별건설 소속으로 위장해서…….”

「……장관님. 지금 제가 하는 말, 무조건 믿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사뭇 진지한 그녀의 목소리에 루카스 장관이 덩달아 긴장했다.

그리고 그것도 잠시.

「지금, 국제협회가 베를린을 공습한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예? 그, 그게 무슨…?”

「WDSO 소속은 그것을 막기 위해 장관님을 만나 뵌 거라고 합니다. 아니… 장관님을 통해 독일협회와 접촉하려고 한 것입니다.」

“…….”

충격적인 이야기에 루카스 장관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러고 있자니, 하미연 사장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장관님도 아시다시피 현재 독일은 각국과의 교류를 거의 차단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아무리 WDSO 소속이라고 해도 위장 신분이 아니고서는 접촉조차 불가능할 거라 판단한 모양입니다.」

“그거야 그쪽 상황이고. 그걸 왜 하 사장님이 해명하시는 겁니까? 따지고 보면 하 사장님도 피해를 보신 게…….”

그녀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길 한 차례.

「제가 좀 모자란 동생을 두고 있어서 말이죠.」

“……?”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튼, 정중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들의 말을 한 번이라도 자세히 들어주십시오. 그리고 가능하다면… 독일협회를 설득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

루카스 장관이 침묵하길 잠시.

“죄송합니다만,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이야기 때문에 범죄자들을 풀어줄 순 없겠군요. 그건 제 권한 밖입니다.”

그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하미연 사장은 다급하게 무언가를 호소했지만, 루카스 장관은 더 이상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대체 뭔 짓거리들을 하는 거야…….’

우리가 우스운 건가?

아무리 교류를 중단했다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대놓고 위장 입국을 해서 나를 속이려 들었단 말인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던 그때.

“자, 장관님.”

그의 보좌관이 집무실로 들어섰다.

“지금 총리님께서 모든 부처 장관들을 호출하셨습니다.”

“뭐…?”

모든 장관을 호출…?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그, 그게…….”

보좌관이 잠시 망설이길 한 차례.

“국제협회가 스트라스부르크, 켈 국경을 넘어서 진격하고 있다는 보고가…….”

“……!”

그 순간 그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리고 눈을 굴리길 잠시.

“다, 당장 베를린 중앙 경찰서 연락해서 조금 전 연행했던 그 세 명, 국회로 데려오라고 해 주게!”

“아, 저 그게…….”

또다시 그가 망설였다.

“그 세 명이 경찰서를 탈출했다고 합니다.”

“…….”

끝까지 아귀가 맞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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