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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81화 (28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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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들었나?”

독일협회, 베를린 본부.

아멜리 협회장 앞에 나타난 한 남자가 눈을 부릅뜨며 다시 한번 명령을 내렸다.

“당장 해산시키라니까?”

“…….”

하지만 아멜리 협회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옆에 있던 날 슬쩍 흘기길 한 차례.

“거절하겠습니다.”

그녀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남자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뭐라고?”

“거절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장관님도 아시다시피 지금은 전시 상황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가를 수호하는 게 첫 번째 아닙니까?”

“…….”

“이미 모든 인원 대기시켜놨습니다. 이제 출격만 하면 되는데, 왜 굳이 해산시키려는 겁니까?”

남자는 그녀의 물음에 말없이 노려보기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뭐, 그럴 줄 알았어.”

그가 실소와 함께 어깨를 으쓱였다.

“아멜리 뮐러, 전시 명령 불복종 및 국가 교란 행위로 긴급 체포한다.”

“……뭐라고요?”

“연행해.”

사무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헌병대가 들이닥치며 곧바로 아멜리 협회장을 포박했다.

“자, 장관님!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말했잖나. 모든 결정권은 내게 있다고. 전시 상황에선 내가 판단하고 결정한 일에 그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어.”

“정말 일반 병력만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미치지 않고서야 이게 무슨…!”

“미친 건 네년이 아닌가? 철저하게 통제되어야 할 헌터를 전투에 투입하려고 하다니.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당신, 설마 이런 상황에서까지 잇속을 챙기려고…!”

“이봐, 아멜리.”

아멜리 협회장이 그 말을 뱉는 순간, 남자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찢어 죽일 기세로 그녀를 노려보길 잠시.

“한마디만 더 하면 즉결처형이다.”

“…….”

기어이 최후통첩을 날렸다.

아멜리 협회장은 결국 입을 닫았다.

그렇게 헌병대가 그녀를 연행해서 사무실을 나서려던 그때.

“그런데…… 자네들은 누구지?”

그제야 남자의 시선이 우리에게 닿았다.

난 대답에 앞서 잠시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여기서 WDSO 소속이라는 걸 밝혔다간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 같았다.

자칫하다간 저기 협회장과 나란히 끌려갈지도 모르지.

일단은 적당히 둘러대야겠군.

“저희는 독일협회에 파견된…….”

“청소팀입니다.”

“……?”

나 대신 그 말을 뱉은 건, 다름 아닌 포박당한 아멜리 협회장이었다.

“청소팀…?‘

“네. 협회 소속 청소 인원이 부족해서 이번에 계약했습니다.”

“타국과의 교류는 금지되어 있지 않나? 죄목이 추가되겠군.”

“민간 던전 청소 업체입니다. 기업과의 거래는 문제없는 거로 아는데?”

“…….”

아멜리 협회장이 담담하게 말하자, 남자는 퍽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 뭐… 문제는 없지.”

그가 고개를 끄덕이곤 나를 향해 턱짓했다.

“외부인은 꺼져.”

“…알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시선을 아래로 깔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그들을 가로질러 먼저 사무실에서 나서던 그때였다.

“내가 없어도 계약대로 이행해. 필요한 게 있으면 내 보좌관한테 이야기하고.”

아멜리 협회장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에게 그 말을 흘렸다.

“…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하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복도로 나와 빠른 걸음으로 멀어지고 있자니, 이아영 본부장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저, 저거 막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협회장이 저렇게 연행되면 투입 명령을 내릴 사람이 없어지는데?!”

“그렇긴 하지만… 아쉽게도 연행을 막을 명분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그냥 내버려 두면…!”

“아멜리 협회장도 우리 정체를 숨겼습니다. 분명 생각이 있으니까 우리를 남겨둔 거겠죠. 그런데 우리까지 발각돼서 붙잡히게 되면 그땐 정말 끝입니다.”

나는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

“그러니 일단은 좀 피합시다.”

“…….”

이아영 본부장은 할 말이 많은 듯했지만, 더 이상 입을 열진 않았다.

그대로 우리가 협회 건물을 빠져나온 직후였다.

“허억, 허억…!”

“잠시… 잠시만요.”

갑자기 튀어나온 양복 무리의 남자들이 우리 앞을 막아섰다.

‘쯧, 그 남자의 부하들인가…….’

협회장이 끌려간 이상, 몸을 숨기는 게 급선무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진 않지만 계속 막아서면 쓰러트려서라도…….

“혹시 WDSO 직원분들입니까?”

“……!”

뭐야.

우리 정체를 알고 있다고?

“뭡니까? 당신들은 누구고.”

“맞나 보네.”

그들은 내 물음에는 답도 하지 않은 채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예, 장관님. 세 분 모두 찾았습니다.”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들은 몇 마디의 짧은 통화를 마치곤 우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지금 장관님께서 오고 계신다고 하니.”

“장관님이라니, 대체 무슨…….”

“자세한 이야기는 장관님께서 도착하시면 하도록 합시다. 지금은…….”

그 순간, 그들의 시선이 내 뒤를 향했다.

그곳엔 헌병대와 함께 건물을 나오는 그 남자가 보였다.

나는 대충 눈치를 채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하다.

이들은 아멜리 협회장을 연행한 남자와 다른 소속이다.

하지만 우리 정체를 알만한 사람이라고는…….

“역시 여기 있었군.”

급하게 협회 앞으로 차 한 대가 멈춰서며 문이 열렸다.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카스 장관님…?”

다름 아닌, 교통건설부의 루카스 장관이었다.

“얼마나 찾았는지 몰라. 그냥 유치장에 곱게 갇혀 있었으면 수고를 덜었을 텐데.”

“저희를 찾았다고요? 직접 경찰서에 넘기신 분이 왜 이제 와서?”

내 물음에 그가 침묵하길 잠시.

“도와주게.”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독일은 매우 위급한 상황이야. 국제협회가 공습을 시작했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군사력으로는 그들을 막는 건 불가능해.”

“…그래서 이제 와서 WDSO의 도움을 받고 싶으시다, 이겁니까? 제 이야기는 듣지도 않으셨으면서?”

“미안하네. 그땐 우리도 믿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잖나.”

루카스 장관의 말에 맥이 빠졌다.

퍽 고까웠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잘잘못을 따질 순 없었다.

나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굳이 부탁하지 않으셔도, 벌써 본부에 파견 요청을 보내놨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하는 데 최소한 이틀은 걸립니다. 그사이에 현지 작전팀이라도 빨리 투입을 해야 하는데…….”

내가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조금 전 어떤 남자가 들이닥쳐선, 아멜리 협회장을 연행하고 대기 중인 작전팀을 강제로 해산시켰습니다.”

“…뭐?”

루카스 장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어떤 남자라니, 대체 누가…?”

“저야 모르죠. 그런데 협회장님이 그를 모나한 장관이라고 부르더군요.”

“……이런 빌어먹을.”

“아는 분입니까?”

내가 묻자 루카스 장관이 한숨을 길게 내쉬며 대답했다.

“독일 연방의 국방부 장관이야.”

“…예?”

“전시 상황에서 모든 결정권을 가진 놈이지. 안 그래도 조금 전 회의에서 국내 병력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모든 지원을 막았지. 총리는 그걸 받아들였고.”

“그게 무슨…?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

“예전부터 해외 기업, 정치인들과 유착 관계가 있었던 놈이거든.”

“허.”

국방부 장관이라는 놈이 국가의 존망을 담보로 잇속 놀음을 하고 있군.

“뭐… 아멜리 협회장이라면 당연히 명령을 무시하고 작전팀을 출격시킬 거라는 걸 알았던 거겠지. 그렇다고 설마하니 직접 협회에 행차할 줄이야…….”

“말씀드렸다시피, 본부 인원이 올 때까지 최소 이틀은 버텨야 합니다. 책임자가 체포된 이상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다시금 입을 여는 순간.

“아멜리 협회장님의 보좌관입니다. WDSO 소속 직원분들 맞으십니까?”

난데없이 한 여성이 우리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맞습니다만…….”

“아멜리 협회장님께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준비해두신 서류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상사가 연행됐음에도 꽤나 담담한 얼굴로 서류를 내밀었다.

나는 퍽 의아한 표정으로 서류를 확인했다.

“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WDSO 인수 합병 동의서…?”

“네. 만약 협회장님이 어떠한 사정으로 더 이상 협회를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당신에게 이걸 전해드리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될 걸 알고 준비해뒀다는 겁니까?”

“어디까지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신 겁니다.”

여전히 담담한 보좌관의 말에 이아영 본부장이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독한 분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렇게 되면 다행이다.

독일협회를 인수할 수 있다면 모든 지휘권은 우리에게 넘어온다.

그럼 아멜리 협회장이 없어도 작전팀을 투입할 수 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곧바로 펜을 꺼냈다.

“자, 잠깐!”

그 순간 갑자기 루카스 장관이 나를 막아섰다.

“또 뭡니까?”

“그 서명을 자네가 해도 되는 건가? 직원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잖나.”

“WDSO에선 선조치 후보고가 원칙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책임자에게 먼저 보고를 하고…….”

“루카스 장관님.”

이런 상황에서까지 원리 원칙을 따져대는 건가.

나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WDSO의 책임자는 사무총장님이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접니다.”

“……뭐라고?”

“소개가 늦었군요. WDSO 서울 본부 소속, 청소 3팀장.”

나는 이내 서류에 서명을 휘갈기며 말했다.

“김준우입니다.”

***

쾅―!!

퍼버버벙―!

쿵, 콰과광―!!

슈투트가르트에서 베를린으로 향하는 81번 고속도로.

목숨을 걸고 방어선을 지키는 군인들이 총알과 포탄을 퍼부어대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희생을 비웃기라도 하듯, 국제협회 소속 부대는 너무나 손쉽게 공격을 막아내며 천천히 진격하고 있었다.

“계속 쏴!! 한 발짝이라도 늦추란 말이야!!”

독일 제1기갑사단 보병 3대대 1중대 3소대.

첫 번째 방어선 수호 임무를 맡은 덴버 소위가 소리쳤다.

“소대장님! 탄약이 부족합니다!”

“아무리 공격해도 진격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막긴커녕 더는 버틸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빌어먹을, 지원 병력은 대체 언제 오는 거야!!”

“6시간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6시간?! 시발, 전멸한 다음에 오면 무슨 소용이야! 무조건 3시간 안에 오라고 해!!”

덴버 소위의 목소리가 점점 격양됐다.

사실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은 전장이었으니.

1초라도 지체되면 그 값은 목숨으로 치러야 하는 전장.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저희 병력으로는 역부족입니다!”

“방어선 포기하고 일단 후퇴하시는 게…!”

병사들은 더 이상의 전투는 자살행위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덴버 소위를 향해 후퇴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조금 전에 모나한 장관님한테 직통으로 연락이 왔다.”

“네?! 국장부 장관한테서 직접요?!”

“전국 병력이 집결하는 중이니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방어하라신다.”

덴버 소위의 그 말에 병사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마, 말도 안 됩니다! 상대는 이능력자들입니다!!”

“벌써 500m 앞까지 전진해왔습니다! 300m부터는 저희도 공격 사거리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대로는 다 죽을 겁니다!!”

“시발, 그걸 누가 몰라?! 위에서 시킨 걸 어떻게 하라고!!”

이 상황에 답이 없다는 것쯤은 덴버 소위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또한 결국 명령을 받는 군인인 이상, 그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그럼 최소한 협회에 연락해서 작전팀이라도 파견해달라고 해보시죠! 우리끼리는 절대 못 막습니다!”

“……안 돼.”

“예?”

“안 된다고! 모나한 장관이 방금 아멜리 협회장을 연행했다! 대기 중이던 작전팀은 죄다 해산시켰고!”

“대, 대체 왜…?”

“시발, 내가 어떻게 알아!”

덴버 소위가 이를 으득 씹었다.

그렇게 소대원들이 실랑이를 벌이던 그 와중에도 국제협회는 계속해서 진격해왔다.

기어이 방어선 전체가 그들의 공격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시발…….’

벌써 수십 발의 포탄과 수만 발의 총알을 쏟아부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인간인 그들이 어찌할 수 없는 괴물.

어쩌면 처음 이능력자가 이 세상에 나타났을 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는 건 예견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겠지.

마음만 먹는다면 수백 명의 이능력자가 수만, 수십 만의 병력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래.

애초부터 그런 놈들을 상대로 방어선이니, 전투니 하는 것들은 말이 안 됐다.

이건 그저…….

일방적인 학살이 아닌가.

소대원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국제협회 부대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때.

[고유 스킬 : 크리스탈라이즈]

[고유 스킬 : 섀도우 라이트닝]

[고유 스킬 : 아토믹 스피어]

슈우우웅―!

기어이 그들의 스킬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

“…….”

모두가 도망가거나 막을 생각조차 없었다.

애초에 그게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저 가만히 자신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는 스킬들을 바라봤다.

그렇게 총 30명의 소대원이 죽음을 각오한 그 순간.

[습득 스킬 : 전능]

파지지직―!

갑자기 뒤편에서 거대한 순백의 창이 날아들었다.

그 창은 소대원들을 향해 떨어지던 모든 스킬들을 집어삼켰다.

쾅―!!!

그리고 그대로 적들을 향해 내리꽂혔다.

“뭐, 뭐야…….”

“우리 산 거야…?”

소대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덴버 소위만큼은 당황해할 틈도 없이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수고하셨습니다.”

수백 명의 인원을 대동한 어느 동양인 남자가 서 있었다.

“이제부터 1번 방어선은 제가 지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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