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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82화 (28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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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투트가르트 외곽, 81번 고속도로.

베를린으로 향하는 도로의 첫 번째 방어선.

나는 도착하자마자 빠르게 상황부터 살폈다.

“다행히 늦진 않았군요.”

30명 남짓한 병력.

아직 다른 병력이 도착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직 목숨이 붙어 있는 게 기적이네…….’

만약 조금만 늦었더라면 여기 있는 이들 모두 먼지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시선을 돌려 방어선 너머 국제협회 병력을 살폈다.

다행히 조금 전 내 공격에 그들 또한 꽤나 대미지를 받은 듯, 주춤거렸다.

다시 진격해올 때까지 조금의 시간은 벌었다.

이 틈에 우리도 진영을 가다듬어야겠지.

나는 지휘관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제부터 전면전은 저희가 맡을 테니 여러분들은 방어선 후방으로 이동해서 지원사격만 부탁드립니다.”

“뭐, 뭐야. 다, 당신들 누구야…?”

하지만 그는 아직 우리가 누군지가 더 궁금한 모양이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을 텐데.

“독일협회 소속 작전팀입니다.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드리고…….”

“뭐, 뭐…? 해산 명령 떨어진 거 아니었나? 협회장이 그 자리에서 명령 불복종으로 연행되었다고 했는데…….”

“맞긴 한데, 지금 일단 급한 불부터 끕시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작전팀을 돌아봤다.

“1팀이랑 2팀은 지금 바로 소대 병력이랑 포지션 교체하시죠. 전방은 근접 포지션 위주로 세우고, 나머지는 측면 배치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3, 4팀은 원거리 포지션 위주로 소대 병력과 함께 중후방 지원해주세요. 타격 여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되는 대로 스킬 퍼부으시고요.”

“넵!”

내 지시에 작전팀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대원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자리를 비켜주었고, 그들을 대신해 방어선을 맡은 우리는 이내 공성 준비를 마쳤다.

“유효타를 날릴 필요는 없습니다. 최대한 스킬을 쏟아부어서 대치만 이어가도 충분합니다. 어차피 소모전으로 간다면 저쪽도 마력을 보충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

우렁찬 대답이 들려오길 한 차례.

국제협회 병력 또한 다시금 공격 태세를 갖췄다.

쾅―!

콰과광―!!

이윽고 두 진영 간에 스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디언 클래스!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포격 방어에만 집중하십쇼!”

“알겠습니다!”

“네, 넵!”

[고유 스킬 : 수프림 미러]

[고유 스킬 : 트라이앵글 실드]

쿵―!

쿠구구구―!!

우리는 국제협회 진영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계속해서 막아냈고, 마찬가지로 우리 쪽에서 가한 공격 또한 가볍게 막혔다.

서로에게 피해를 줄 수 없는 싸움.

어차피 여기서 승부를 볼 생각은 없다.

본부 병력이 오기 전까지 시간을 끌기 위해선 소모전으로 가야 한다.

“대, 대체 뭡니까? 협회 작전팀이 어떻게…….”

상황이 고착화되자, 지휘관이 다시금 나에게 다가왔다.

그의 말투는 어째선지 조금 전과 달라져 있었다.

“갑작스럽겠지만, 독일협회는 오늘부로 WDSO에 인수되었습니다.”

“……예, 예?!”

“고로 투입 명령, 작전 지시도 이제부터 저희 독단으로 판단하고 결정합니다. 뭐, 물론…….”

나는 남자를 슬쩍 흘기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만으로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면야, 굳이 귀찮게 하진 않겠습니다만.”

“…….”

남자의 표정이 바짝 굳었다.

그리고 이내.

“…도와주십시오.”

진지한 표정으로 그 말을 전했다.

“저희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지원 병력을 요청해도 오고 있다는 말만 하고 계속 막으라는 명령뿐입니다.”

“씁, 지원 병력은 아마 안 올 겁니다.”

“예…?”

“국방부 장관님께서 굉장히 극적인 걸 좋아하시는 모양입니다. 듣자 하니 이번에 군수 기업이 새로 개발한 무기를 실사용하겠다는 것 같은데……. 그러려면 꽤 준비할 게 많아서 아마 그쪽으로 갔을 겁니다.”

“그, 그게 무슨…!”

믿을 수 없다는 표정.

뭐, 나 또한 이게 말이나 되나 싶었지만, 루카스 장관이 해준 이야기니 틀린 사실은 아닐 것이다.

‘이능력자와의 전쟁을 동네 패싸움 정도로 생각하는 건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인간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81번 도로 방어선은 이제부터 제가 맡겠습니다. 일단 상황부터 간략히 브리핑해주십시오.”

“저, 저희도 많은 정보가 있진 않습니다. 지금 진격해오는 인원은 대략 5천 명 정도라는 것밖에는…….”

나는 그의 말에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확인된 총 병력이 6만이라고 했으니… 나머지는 다른 길로 가고 있나 보군요.”

“베를린으로 향하는 도로는 총 5개입니다. 81번이 직통 도로지만, 52번, 9번, 11번 그리고 101번 국도도 이어져 있습니다. 각 도로의 방어선은 다른 소대들이 맡고 있습니다만…….”

남자가 내가 대동한 작전팀을 슬쩍 흘기며 말했다.

“다른 쪽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저, 저희는 어차피 가망이 없으니 차라리 다른 방어선을 지원해주시는 게…….”

“아뇨. 그럴 필요 없습니다.”

“예…?”

나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들었습니까? 51번, 9번, 11번, 101번 국도입니다.”

「지금 남은 작전팀, 각 도로로 이동 중이에요! 저도 101번 도로로 가고 있고요!」

“알겠습니다. 이아영 씨는 도착하는 즉시 임시 지원시설 설치부터 해주시고, 각 방어선에 보급망 구축해서 포션이랑 장비, 계속 공급 부탁합니다.”

「알았어요!」

이아영 본부장의 대답을 듣고 난 후, 채널을 돌려 이번엔 클로이에게 물었다.

“클로이 씨는 지금 어딥니까?”

「52번 도로로 가고 있어요.」

“그쪽은 도착하는 대로 진영 재정비하고…….”

「알아서 할 테니까 연락하지 마요.」

“…….”

미친 건가?

‘한국 돌아가서 보자.’

나는 애써 분을 삭이며 다시금 지휘관을 향해 말했다.

“지금 모든 작전팀이 각 방어선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제협회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지원 병력이 오기 전까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겁니다.”

“하, 하지만 다른 도로를 이용한다면 돌아가긴 해도 충분히 베를린까지 진격할 수 있습니다! 모든 도로를 막는 건 불가능할 텐데…….”

지휘관이 입을 연 그 순간이었다.

쾅―!

콰과과광―!!

멀리서 폭발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그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곳으로 오면서 하성일 본부장에게 전해 들은 게 있었으니.

“방금 5개 메인 도로를 제외한 모든 도로가 파괴되었습니다.”

“예, 예…?”

“아는 건설사가 손을 좀 보태주고 있어서.”

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36시간만 버티면 WDSO 본부 병력이 도착할 겁니다. 그러니… 그때까지만 버텨봅시다.”

“…….”

사뭇 굳은 표정으로 날 응시하길 잠시.

“독일 연방 제1기갑사단 보병 3대대 1중대 3소대장, 덴버 소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가 경례와 함께 결연한 목소리를 냈다.

“WDSO 본부 소속 청소 3팀장, 김준우입니다.”

“……김준우? 설마 그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김준우 대표…?”

“하하, 알고 계시는군요.”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동시에 그의 표정에서 안도감이 밀려오는 것이 보였다.

뭐, 아무리 교류를 끊었다고 해도 내 이름값은 여기서도 통하는…….

“그럼 김민주 작전 본부장님도 와 계신 겁니까?! 정말 다행입니다!”

“……?”

김민주…?

내가 아니라?

“야, 이 새끼들아! 우리 이제 살았다! 김민주 헌터가 왔다고!”

“저, 정말입니까?!”

“김민주 헌터가 와 있다고요?!”

“저…….”

이미 전쟁에서 승리한 듯, 함성을 지르는 그들을 향해 멋쩍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초 쳐서 미안한데… 김민주 본부장은 아직 안 왔습니다.”

“……아.”

갑자기 병사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시발.

그냥 때려치울까.

***

슈투트가르트에서 베를린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5개의 도로.

그중 제3 방어선이 위치한 52번 국도.

“쯧, 어련히 알아서 할까.”

그곳에서 클로이는 무전기 전원을 끄며 못마땅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게, 바쁘니까 통신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에도 5분에 한 번씩 상황 브리핑을 요구하고 있다.

본인이 걱정돼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다른 게 걱정되는 건지.

‘뭐, 이제 와서 내가 도망이라도 칠까 봐?’

이럴 시간이 있으면 본인 여자친구나 한 번 더 챙기던가.

클로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와중에 어느새 진영을 갖춘 작전팀이 전방을 향해 공격 태세를 취했다.

“멍청한 새끼들…….”

그들을 바라보던 클로이가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입을 열었다.

“뭐, 뭐…?”

“지금 우리 보고 한 소리야?!”

그와 동시에 작전팀 헌터들이 발끈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클로이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국제협회는 일반적인 토벌식 배치를 쓰지 않아. 대부분의 화력이 전면에 집중되어 있으니까 눈앞의 적만 신경 써. 그리고 국제협회의 장비는 모두 화력에만 치중돼있어. 그 대신 시전자의 마력 소모는 고려하지 않으니까 계속 공격을 유도하면 소모전에서는 우리가 유리해.”

“그,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압니까?!”

“내가 만들었으니까.”

“……?”

“……에?”

눈썹이 꿈틀거렸다.

“저놈들이 쓰는 장비, 무기, 포션, 거의 대부분 내가 만든 거라고.”

여전히 담담한 말투.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말을 뱉자, 모두가 할 말을 잃은 듯했다.

“그러니까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해.”

이윽고 시야에 나타난 국제협회 병력.

클로이는 그들을 바라보며.

“여기가 뚫리면 너희들은 몰라도… 난 절대 곱게 못 죽을 거거든.”

평소답지 않게 긴장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슈투트가르트.

이미 완전히 폐허가 된 도심 한복판.

웨슬리 사무총장은 핵심 병력과 함께 아직 그곳에 남아, 진격 현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사무총장님.”

그때, 케이트 수행비서가 사무총장을 찾았다.

“방금 각 팀에서 연락이 왔는데… 독일 방어선에 현지 작전팀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작전팀이?”

그와 동시에 웨슬리 사무총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물론 화력에서는 한참 부족하지만, 소모전으로 끌고 가면서 진격을 막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베를린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쯧, 날파리들이 귀찮게 하는군요.”

그가 혀를 차길 한 차례.

“그나저나… 현지 작전팀이 어떻게 투입된 거죠? 모나한 장관이 그걸 허락했을 리가 없는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인간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잇속과 권력에만 눈이 먼 남자.

얻을 게 많은 전쟁에 다른 놈이 손대는 걸 두고 볼 리가 없다.

다른 나라의 지원은 고사하고, 본국 협회의 도움도 모두 고사할 놈이다.

그런데 어떻게 현지 작전팀이…….

“아무래도 WDSO가 나선 것 같습니다.”

“하…….”

웨슬리 사무총장이 실소를 뱉었다.

역시 그런 건가.

뭐,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 생겼다면 십중팔구 그놈들 짓이지.

독일은 현재 타국과의 교류가 막혀 있어서 정공법으로는 절대 협회를 설득할 수 없었을 텐데…… 또 무슨 꼼수를 썼나 보군.

“다행인 건 인원을 보아하니 현지 작전팀만 급하게 투입한 것 같고, WDSO 본부 인원은 아직 파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도착하려면 이틀은 걸릴 겁니다. 아마 그때까지 시간을 끌려고 할 텐데… 그 전에 어떻게든 돌파해야겠죠.”

“화력으로 밀어붙여 볼까요?”

“그건 위험합니다. 자칫 한 곳이라도 실패하면 꽤 타격이 클 테니.”

“그럼…….”

“여러 곳을 동시에 뚫을 수 없다면, 한 곳만 집중해서 노리면 됩니다.”

케이트의 물음에 웨슬리 사무총장이 검지를 치켜세우며 대답했다.

“어디로 하시겠습니까?”

“거리로 본다면 81번이 제일 좋긴 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병력을 배치했겠죠. 보다 덜 중요하고 인원이 덜 배치됐을 만한 도로가…….”

이내 웨슬리 사무총장이 손가락으로 지도를 턱 짚었다.

“52번 국도. 여기가 좋겠군요.”

그의 결정에 케이트 비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이견도 없다는 듯했다.

“다른 진격로에 있는 병력, 모두 52번 도로로 집결시키세요. 저도 그리로 간다고 전해두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따라오세요.”

이내 웨슬리 사무총장이 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오랜만에 실력 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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