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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84화 (28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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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귀를 찢는 듯한 단발의 총성.

비유가 아닌, 사실 그대로의 표현이었다.

총알이 내 귓가를 스쳐 지나가며 찢어진 귀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으니.

“…….”

“…….”

나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모나한 장관을 계속해서 노려봤다.

그 또한 여전히 총을 거두지 않고 내 머리를 겨냥한 채였다.

이내 교전 병력을 제외한 모든 인원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다.

덴버 소위 또한 갑작스러운 총격에 크게 당황한 듯,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 그저 눈만 굴리며 우리를 살폈다.

“…지금 분쟁 지원을 위해 파견된 국제기구 직원에게 발포하셨습니다.”

내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모나한 장관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방금 이 행동,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개소리하지 마. 국방부 장관의 명령을 어기고 독단으로 행동한 건 네놈이잖아. 내가 책임질 이유가 없는데.”

“…….”

지리멸렬해지는 말싸움.

더 이상은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그리고 말이야, 솔직히 이젠 딱히 지원해 줄 필요도 없는 것 같은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봐. 저쪽도 이미 후퇴하고 있는 거 아닌가?”

모나한 장관이 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리켰다.

그의 말대로, 국제협회 병력은 아까부터 더 진격해오긴커녕 계속해서 조금씩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과연 좋은 소식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후퇴가 아니라, 무의미한 소모전을 피하고 다른 곳으로 화력을 집중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건 오히려 위험한 상황…….”

“야 이 새끼야, 네가 뭘 안다고 나불대?”

“……하하.”

꽉 막힌 대화에 나는 기어이 실소를 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알겠습니다. 장관님 뜻이 정 그러시다면…….”

모나한 장관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원하는 대로 해드리죠.”

그와 동시에 등을 돌려 교전 중인 작전팀 전원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작전팀, 전원 철수합니다.”

“예, 예?!”

“철수라뇨…?!”

“저희가 철수하면 방어선은…!”

“철수하세요.”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작전팀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결국, 모든 작전팀이 교전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시다.”

“…….”

“…….”

그들을 이끌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됐다.

더 이상은 나도 도와줄 이유가 없다.

무릎 꿇고 박박 빌어도 모자랄 판에, 당장 꺼지라고 생떼를 쓰는 놈을 뭐하러 도와주겠는가.

지가 알아서 하라고…….

「52번 도로 제3 방어선, 긴급 상황 발생!」

「모나한 장관님!!」

그렇게 서로 등을 돌린 그 순간이었다.

나와 모나한 장관의 무전이 동시에 울렸다.

「현재 3 방어선으로 국제협회 병력이 계속 모여들고 있습니다!」

「지금 스콜 총 11기 배치 완료됐습니다!」

각자의 상황이 전달되는 순간, 모나한 장관은 웃음을 지었고 내 표정은 바짝 굳었다.

“끝났군.”

“X됐네…….”

서로 받아들인 상황이 완전히 정반대였다.

***

52번 도로, 제3 방어선.

“…….”

“…….”

작전팀을 비롯해 소대 병력 모두가 교전을 멈춘 채, 그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수백 명에 불과했던 국제협회의 병력이 어느샌가 수천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일 났네…….’

제 3방어선을 맡은 클로이 또한 그 상황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보아하니 동시에 5개 방어선을 모두 뚫는 건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손해가 크다고 판단한 듯했다.

따라서 계획을 변경해, 한 곳으로 병력을 집중시켜 뚫으려고 하는 것이다.

‘왜 하필…….’

여기인가.

차라리 김준우, 그 인간이 있는 방어선으로 갈 것이지.

클로이는 5분의 1로 선택된 자신의 운을 원망했다.

하지만 병력이 몰려들고 있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따로 있었다.

“여기서 뵙는군요.”

익숙한 실루엣과 목소리.

“오랜만입니다. 클로이 팀장.”

다름 아닌, 증원된 병력과 함께 웨슬리 사무총장이 직접 행차한 것이다.

“하…….”

X 됐네.

그와 눈이 마주친 클로이가 허탈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우리와 함께 오래 일했는데, 그렇게 하루아침에 뒤통수를 칠 줄이야. 꽤 서운하군요.”

“전 그냥 일개 직장인일 뿐입니다. 그냥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한 거라 생각해주세요.”

“그러면 그냥 곱게 나갈 것이지, 이쪽 정보는 왜 흘렸을까요.”

“…….”

클로이가 쯧, 혀를 찼다.

그러자 웨슬리 사무총장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리고… 더 좋은 조건인 거 확실합니까? 듣자 하니 청소팀에서 일하고 있다던데?”

“…수습 기간이라서요.”

“그럼 이쪽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다시 돌아올 생각이 있습니까?”

웨슬리 사무총장이 한 발짝 앞으로 걸어 나오며 물었다.

저건 회유일까 아니면 협박일까.

그것도 아니면 아무 의미 없는 농담일까.

어떻게든 피해 다녀야 했던 남자와 마주친 이상, 절대 곱게 죽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저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살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냥 떠보는 걸 수도…….’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클로이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그래.

어차피 국제협회에서 도망쳐 나올 때부터 죽을 수도 있다는 건 예상한 일이다.

그럼에도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한 건, 김준우를 적으로 두는 것보다 차라리 저 남자를 적으로 돌리는 게 차라리 덜 위험할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태까지 자신이 봐왔던 김준우라면…….

자신의 목숨을 베팅할 만한 가치가 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마치 냉수를 끼얹은 듯 머릿속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냉정함을 되찾은 클로이는 입꼬리를 피식 올렸다.

“X 까세요.”

웨슬리 사무총장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고유 스킬 : 천지창조]

[11차원의 고유 공간을 창조합니다.]

서걱―.

그녀의 오른팔이 사라졌다.

“끅… 끄아아아아악!!”

동시에 울려 퍼지는 끔찍한 비명.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고통이 전신을 휘어 감았다.

“아무리 제가 미워도 그렇지, 전 직장 상사한테 그게 무슨 매너입니까?”

“끄윽, 끅…!!”

그녀의 귓가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엄청난 출혈과 함께 찾아온 과호흡.

그와 동시에 시야가 점점 멀어지며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애써 정신을 붙잡으며 겨우겨우 고통 섞인 신음을 토해내던 그사이 들려온 한마디.

“진격하세요.”

웨슬리 사무총장의 그 지시와 함께 총공격이 시작되었다.

“끄으윽…….”

하지만 클로이는 결국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 자리에 털썩, 쓰러졌다.

업보인가.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긴, 아무리 시키는 대로만 했다고 해도 과오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그래도…….’

결국, 다 살려고 한 일이다.

그런데 이대로 죽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에도 자꾸만 감겨오는 눈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의식을 잃어가던 그 순간.

“다들 괜찮나?”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순간적으로 돌아온 의식.

그녀는 남은 힘을 짜내 고개를 쳐들었다.

저 멀리서 수많은 인원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 선두에 선 한 남자.

김준우가 온 건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클로이는 억지로 눈을 뜨며 올려다봤고, 이윽고 눈에 들어온 건…….

“별로 많지도 않은데 호들갑은.”

“…….”

다름 아닌, 모나한 장관이었다.

“다들 내가 왔으니 걱정 말게. 이제부턴 내가 직접 지휘하겠네.”

“시… 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

“왜… 하필 니가…….”

힘겹게 말을 뱉었지만, 채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철수라뇨! 그게 무슨 소리예요!”

철수 명령이 떨어진 직후.

각 방어선을 수호하던 현지 작전팀이 모두 집결지로 모여들었다.

그와 동시에 이아영 본부장이 격양된 목소리로 내게 다가왔다.

“무전 못 들었어요?! 클로이 씨가 맡은 방어선으로 병력이 모여들고 있다고요! 게다가 연락도 없는 거 보면 미처 철수도 못 한 것 같은데, 지금 도와주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날 수도…!”

“지금 그쪽으로 모나한 장관이 갔습니다.”

“네…?”

이아영 본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스콜인지 뭔지 신형 미사일도 배치했다고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갔던데. 뭐, 철수하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한 걸 보면 나름 자신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알아서 하겠죠.”

“…….”

내 말에 그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정말 그깟 미사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이윽고 돌아온 날카로운 목소리.

그 뒤에 올 말을 왜인지 알 것 같았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면…….”

“저도 압니다. 말도 안 되는 거.”

너무 오래 붙어 있었나.

어째 말투도 나랑 비슷해지는 거 같네.

“그럼 왜 철수하려는 거예요?”

“방법이 없습니다.”

그녀의 날 선 물음에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지금 상황에선 당연히 철수 명령 따윈 무시하고 계속 교전을 이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본부 병력이 올 때까지 최소한의 시간을 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죠.”

“하지만… 모나한 장관이 그 꼴을 가만 보고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

“자기 분을 못 이겨 저한테 총까지 갈긴 놈입니다. 그런데도 계속 명령을 무시했다간 자칫 내분으로까지 이어질 겁니다. 그러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하겠죠.”

내가 말하자 이아영 본부장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럼, 그냥 차라리…….”

“국방부 장관을 죽이자는 건 아니겠죠.”

“……안 되면 말고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전쟁 막으려다 전쟁할 일 있나.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진짜 이대로 철수할 거예요? 클로이 씨는 아직 후퇴도 못 했는데 그대로 내버려 두고요?”

“하아…….”

한숨을 푹 내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대로 정말 우리가 철수해 버리면 모든 병력이 전멸할 것이다.

나 또한 그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 장관이 저렇게까지 개입을 막고 있다면… 막무가내로 버티는 게 오히려 더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지금 이렇게 고민하는 순간에도 국제협회는 계속해서 진격해오고 있다.

이러다 만약 방어선이 뚫리고 베를린이 함락된다면 전 세계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될 것이다.

시민들은 혼돈에 빠질 것이고 국제협회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전 세계 깊숙이 깔리겠지.

모든 것이 국제협회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된다.

그러면 더 이상 국제협회에 맞설 명분을 잃게 되겠지.

‘시발, 진짜…….’

이가 부서져라 씹어댔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상황에서 뭘 할 수 있는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머릿속이 지끈거리던 그때.

따르릉―.

내 핸드폰이 울렸다.

다름 아닌, 박인범 사무총장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나다. 상황은 좀 괜찮냐?」

“……최악입니다.”

어렵게 입을 열자, 피식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줄 알았다. 모나한 장관이 방해하고 있지?」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래 봬도 협회장만 30년 가까이 했다. 웬만한 관료들 사정은 다 알고 있어.」

“…….”

나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 본인 인맥 자랑이나 하려는 건가 싶었지만…….

「다시 말해서, 모나한 장관이랑 결탁한 놈도 잘 알고 있다는 소리지.」

“……예?”

「블라디미르 장관 말이야. 러시아 국방부 장관. 내가 알기론 그놈이랑 벌써 10년 가까이 붙어먹고 있다던데…….」

잠시 말끝을 흐리던 박인범 사무총장이 이내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 정도면 이제 다른 놈으로 바꿔 탈 때도 되지 않았겠냐?」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내가 블라디미르 장관이랑 연결해 주면… 자네가 설득해볼 수 있냐는 소리야.」

머릿속에 스파크가 튀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서 팽 치자고. 모나한 장관.」

“…….”

그제야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거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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