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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스킬 : 6서클 - 엘리멘탈 헤븐]
[고유 스킬 : 마스터 오브 부두]
쾅―!!
그그극―!!
“칫……!”
두 개의 스킬이 한유빈을 향해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공격을 회피했다.
두 명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
그것도 어쭙잖은 잔챙이가 아니라 국제협회 본부 소속의 팀장들.
헌터 자격을 정지당한 지 2년이나 된 그녀가 홀로 상대하기엔 꽤나 벅찰 수밖에 없었다.
이전 같았으면 본인이 다치든 말든 한 놈만 노렸겠지만…….
‘또 병원 신세 지면 이번엔 진짜 잘릴 수도 있단 말이지…….’
그런 생각에 이전처럼 과격하게 움직이지 못했다.
그래서 그저 거리를 둔 채, 두 사람의 움직임을 살피며 공격만 피하는 중이었다.
무턱대고 돌진했다간 까딱하는 순간에 결판이 나버릴 테니까.
이젠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는다.
병원 신세 지는 것도 지겹고.
‘근데 어째 현역일 때보다 더 많이 다치는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기도 잠시.
“……!”
어느 순간, 두 사람의 공격이 멈췄다.
스킬 시전 타이밍이 맞지 않아 공백이 생긴 듯했다.
한유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앗―!
두 사람 사이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고유 스킬 : 6서클 - 엘리멘탈 헤븐]
[프리즘 미러]
텅―!
한 명이 가까스로 타이밍을 잡은 탓에 회심의 공격은 수포로 돌아갔다.
“칫…!”
다시 거리를 둔 채 대치가 이어졌다.
공격을 피하는 게 어렵진 않지만, 계속 이대로 피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 각성]
[자살행위]
[시전자의 모든 공격이 체내 혈액을 소모합니다.]
피를 증발시켜 힘을 대폭 증가시키는 고유 각성 스킬.
이성을 유지한 채 싸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0분이 한계였다.
어떻게든 빨리 끝내야 하지만…….
[고유 스킬 : 6서클 - 엘리멘탈 헤븐]
[각성 - 원소 합성]
[고유 스킬 : 마스터 오브 부두]
[각성 - 네크로필리아]
콰과광―!!
그그그극―!!
가공할 위력의 마법.
그리고 죽여도 죽지 않는 시체 무리.
끝을 내긴커녕 아까부터 다가가기조차 쉽지 않다.
버서커 클래스.
스킬 특성상 다가가지 못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클래스이자 모든 클래스 중에 가장 짧은 사거리를 자랑하는 포지션.
물론 어떤 클래스보다 폭발적인 돌파력과 한 방의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거리를 좁혔을 때의 이야기다.
지금처럼 다가가는 것조차 못 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러한 단점 때문에 많은 버서커 클래스가 검이나 마법을 익혀 다른 방향으로 노선을 변경하곤 한다.
하지만 한유빈은 버서커 중에서도 가장 순수한 클래스.
무기라곤 쥐어 본 적도, 다룰 줄도 모른다.
오로지 주먹으로만 여태껏 수많은 수라장에서 살아남은 광전사.
그녀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자 긍지였다.
그리고 그 자존심 덕분에…….
[고유 스킬 : 6서클 - 엘리멘탈 헤븐]
[각성 - 원소 합성]
[플레임 아이스]
쾅―!!!
“윽…!”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거대한 얼음 불덩이가 스치면서 큰 충격을 받은 듯 한유빈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아, 하아…….”
그녀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거친 숨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피를 너무 많이 소모한 탓에 시야도, 정신도 흐려지기 시작했다.
본인이 할 줄 아는 거라곤 달라붙어서 두들겨 패는 것뿐인데…… 그것이 막힌 이상,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정말 이길 수 있는 건가?
아니.
아무리 머리가 나쁜 본인이어도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절대 불가능하다.
거리만 유지한다면 최강의 위력을 낼 수 있는 마법사.
그리고 상대의 발을 묶고, 다가오지 못하게 막는 네크로맨서.
하필 시너지가 좋은 두 클래스가 완벽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민주처럼 검사라면 몰라도, 버서커인 본인이 저 둘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폼은 다 잡아놓고, 쪽팔리게…….’
그런 생각에 순간 실소가 새어 나왔다.
‘만약 그 사람이라면…….’
김준우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라면 무기도, 원거리 스킬도 없이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그라면… 압도적으로 불리한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
그렇게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그때.
“듣자 하니 국제협회 소속이었다면서?”
국제협회 본부 소속 작전 1팀장.
조나단이 입을 열었다.
“친구가 작전 중에 사망했다고 하극상을 벌였다지?”
그의 친구이자 같은 소속의 작전 2팀장, 윌리엄도 한마디를 보탰다.
“덕분에 국제협회에서 영구 퇴출…… 거기다 헌터 자격까지 박탈당하고 말이야.”
“억울하겠군.”
조나단과 윌리엄이 합을 맞추기라도 한 듯 동시에 입꼬리를 올렸다.
“그냥 눈 딱 감고 한 번만 참았으면 지금처럼 개고생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작전 중에 사망하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
한유빈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참아?
뭘?
누군가의 잇속 때문에 니콜은 홀로 던전에서 목숨을 잃었다.
충분히 살릴 방법과 시간이 있었음에도.
니콜은 그렇게 억울하게 죽어갔는데…….
그때 참았으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살면서 들은 말 중에…….”
이내 한유빈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제일 개 X 같은 말이네.”
억울한 죽음을 보고도 참아야 한다면, 그게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면…….
차라리 여기서 죽는 게 낫다.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 각성]
[자살행위]
구구구구―!
한유빈의 전신에서 다시 한번 붉은 기운이 터져 나왔다.
기운은 붉다 못해 검은색을 띠었다.
[삼면육비(三面六譬)]
이내 그 기운이 모여들며 세 개의 머리와 6개의 팔을 만들어냈다.
“마지막 발악인가?”
“1분은 버티겠어?”
두 남자가 대놓고 조롱을 했지만, 한유빈에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난생처음으로 눈앞의 적이 아닌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한 상태였다.
‘후우…….’
그리고 이내.
쿵―!
발로 땅을 있는 힘껏 박찼다.
동시에 아스팔트와 함께 흙먼지가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연막?”
“시야를 가리고 접근하겠다 이건가.”
두 남자는 금세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시야를 가려도 의미가 없다.
어차피 정면으로 돌진해올 게 뻔하니까.
[고유 스킬 : 6서클 - 엘리멘탈 헤븐]
[고유 스킬 : 마스터 오브 부두]
[스킬 융합]
[새크리파이스]
구구구구―!
윌리엄이 소환한 시체와 조나단의 마력 구체가 생성되었다.
시체들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이 요동치는 그 구체를 들고 흙먼지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슈우우욱―.
그 순간, 흙먼지 속에서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푸욱―!
“커억…!”
정확히 윌리엄의 어깨를 관통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
조나단의 시선이 곧바로 향했지만, 윌리엄은 밀려오는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제야 조나단은 윌리엄에게 날아든 물체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가, 가드레일…?”
도로를 감싸고 있던 가드레일이었다.
조나단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싶어 다시금 흙먼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타앗―!
아니나 다를까, 한 명이 쓰러진 틈을 타서 한유빈이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한 명만 쓰러트리면 이길 수 있다 이건가?”
조나단은 그 안일한 판단에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이래 봬도 국제협회 본부 소속의 정예팀장이다.
지부 팀장 출신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히…….
서걱―.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 순간, 조나단 팀장의 오른팔이 잘려 나갔다.
“뭐, 뭐야…?
고통보다 당혹감이 먼저 밀려온 듯 그의 눈이 한없이 커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
그는 황망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봤다.
이내 그의 눈앞에 완전히 드러난 한유빈의 모습은…….
“…….”
누군가가 떨어트린 검.
부러진 스태프.
아스팔트 조각과 돌.
그리고 쇠파이프와 철조망.
여섯 개의 손과 세 개의 입으로 온갖 무기를 든 붉은 귀신이었다.
[고유 스킬 : 6서클 - 엘리멘탈 헤븐]
[프리즘 미러]
조나단은 다급하게 방어 스킬을 시전했다.
끼이익―!!
하지만 한유빈이 한 발짝 빨랐다.
방어막이 채 그들을 감싸기 직전, 그녀가 찔러 넣은 쇠파이프가 균열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때부턴 지옥도가 펼쳐졌다.
콰직―!
쿵―!
푸욱―!
베고 찌르고 짓이기는 소리.
과격하다 못해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만큼 잔인하고 끔찍한 광경.
윌리엄과 조나단은 필사적으로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광적인 움직임으로 금세 따라붙는다.
그들은 뒤늦게 깨달았다.
한 번 공격을 허용한 순간, 그녀에게서 도망칠 방법은 없다는 것을.
“끄아아악!”
“힉, 히익…!”
결국, 그들은 도망치는 것조차 포기한 채,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비명을 질러댔다.
자존심? 긍지?
그런 것 따윈 머릿속에 없었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한유빈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존심도 긍지도, 전투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쓰러트리면 그만이다.
설령 자신의 피와 살을 깎아 먹는 한이 있더라도.
[고유 클래스 : 야차(夜叉)]
그그그극―.
이내 두 남자가 진정한 악마를 목도한 순간.
한유빈은 그들의 두 눈에 똑똑히 각인시켰다.
“자, 잠깐…….”
“살려…….”
진짜 공포가 무엇인지를.
***
베를린 최종 방어선.
국제협회와 WDSO 진영 간의 전투가 한창인 그곳.
하지만 나와 웨슬리 사무총장 주변만 그 시간이 멈춘 듯했다.
“부하들은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데, 여기서 뭐 하고 계십니까?”
그를 향해 입을 열자, 웨슬리 사무총장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우두머리가 전선에 나서는 거 봤나요?”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나 보군요.”
내가 즉답했다.
“우두머리는 누구보다 앞에 있는 게 당연한 겁니다.”
“…….”
심기를 건드린 듯, 그가 상당히 불쾌한 표정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알고 있지 않나요. 당신은 절 죽일 수 없다는 거.”
“그건 사무총장님도 마찬가지죠.”
내 대답에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
[고유 스킬 : 천지창조]
[11차원의 고유 공간을 창조합니다.]
지이이잉―.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한 차례 눈을 감았다 뜬 순간 모든 풍경이 바뀌었다.
완전한 암흑.
땅도 하늘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무(無)의 공간.
그 이질적인 공간에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던 그때, 웨슬리 사무총장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당신은 공격 스킬을 만들어내지만, 저는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
“공격은 막을 수 있어도 공간을 막을 순 없죠.”
웨슬리 사무총장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
내 몸이 마치 퍼즐처럼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손가락 마디마디, 팔다리와 모든 관절이 조각조각으로 나뉘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숨이 턱 막혔고,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을 뻔한 순간.
딱―.
“커헉…!”
다시금 웨슬리 사무총장이 손가락을 튕기자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마치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던 일인 양.
“당신은 절 죽이지 못하지만, 전 당신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요.”
“허억, 허억…….”
거친 숨을 쉬며 그를 올려다보자, 웨슬리 사무총장이 대놓고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이런… 그 천하의 김준우가 고작 공격 한 번에 무릎을 꿇다니. 나름 경쟁자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과대평가한 걸까요.”
“흐, 흐흐흐…….”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물론 이 상황이 재밌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진짜 X 됐는데…?’
상식을 벗어난 힘.
누구보다 압도적인 능력.
나조차 주춤하게 만드는 기세.
전의를 상실할 것 같은 그의 전력에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