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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간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군단 간의 전쟁.
웨슬리 사무총장은 그 치열한 전장을 우두커니 선 채 바라봤다.
모든 공간을 해제하고,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풀려난 이상 직접 나서서 싸울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김준우는 아니었다.
[습득 스킬 : 과몰입]
[습득 스킬 : 전능]
[습득 스킬 : 디스트로이어]
[고유 스킬 : 마왕 - 독재자]
[엔젤 링]
쾅, 콰광―!!
콰과과광―!!
본인이 직접 군단을 이끌고 있다.
수십만 마리의 마물들을 선두에서 이끌며 수백 마리가 넘는 레드 등급 몬스터 무리를 돌파하고 있다.
수십 개의 스킬을 쏟아부으면서 실시간으로 토벌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고유 스킬 : 천지창조]
[고유 공간을 생성합니다.]
[x32]
슥―!
스스스스슥―!
웨슬리 사무총장이 생성하는 공간을 모조리 피해 가면서.
‘몇 번 부딪혀 본 걸로 벌써 저 정도로 감을 잡았다고…?’
웨슬리 사무총장의 눈썹이 가늘어졌다.
저건 말도 안 된다.
도저히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각이 아니다.
천지창조.
이능력의 원형을 다루는 힘이자, 이공간을 생성하는 스킬.
다른 헌터들처럼 화려하고 강력한 공격 스킬은 결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몇몇 개의 습득 스킬을 제외하면 공격 스킬은 전무한 셈이다.
그마저 있는 습득 스킬도 B랭크 수준.
하지만 그게 결코 약점이 되진 못했다.
공간을 다룬다는 건 곧,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방패였으니까.
피할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는 공격.
그래서 그 누구도 자신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웨슬리 사무총장은 진심으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고유 스킬 : 천지창조]
[고유 공간을 생성합니다.]
[x128]
[습득 스킬 : 하이퍼 부스트]
스스스스슥―!
벌써 몇 번이나 직접 김준우를 노렸지만, 단 하나의 공간도 닿지 못했다.
물론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 것이다.
머리, 팔, 다리.
한 번이라도 삐끗한다면 그대로 신체가 떨어져 나갈 테니까.
분명 그 또한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겠지.
다만…….
그럼에도 집중을 잃지 않고 보이지도 않는 공간을 직감만으로 피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수백 마리의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면서.
‘저게 정말 가능하다는 건가…?’
웨슬리 사무총장은 눈앞의 현실을 보고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정말 자신과 호각으로 싸울 수 있다고?
새파랗게 젊은 동양의 청소부 출신이?
“……하!”
웨슬리 사무총장은 진심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예상과는 크게 다른 상황에 당황한 것이 아닌 여태껏 경험해본 적이 없는 희열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동안 웨슬리 사무총장에게 있어 토벌은 그 어떤 성취감과 만족감도 주지 못했다.
일부는 몬스터와의 목숨을 건 전투에서 희열을 느낀다던데, 자신은 그런 감각을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게, 웨슬리 사무총장에게 토벌은 생사가 오가는 전투가 아닌 그저 귀찮은 업무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성취감도 없으니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니, 자신의 역할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 국제협회를 설립할 땐, 진심으로 시민의 안전과 세계 질서를 위한 일이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런 성취도 없는 업무는 생각보다 빠르게 질렸고, 결국 그는 본래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일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앞에 마침내 성취를 느낄 만한 놈이 나타난 것이다.
김준우.
완성된 괴물이자 의심의 여지가 없는 강자.
만약 저런 헌터가 국제협회 소속이었다면…….
‘PB 코퍼레이션 따윈 필요하지도 않았겠군.’
하지만 아쉽지는 않다.
역사에 두 번 없을 저놈을 죽인다면 정말이지 최고의 성취감을 느낄 테니까.
고양감에 차오르며, 이내 진지하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더는 직접 공격하는 게 무의미하겠군…….’
웨슬리 사무총장은 마물과 몬스터들 사이를 누비는 김준우를 자세히 살폈다.
김준우는 이제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생기는 이질적인 변화를 느끼고 피할 수 있다.
그 감각을 익힌 이상, 그를 직접 공격하는 건 오히려 틈만 보여주는 꼴이었다.
내키진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자신도 정면으로 나서는 수밖에.
그렇게 그 또한 전장 속으로 발을 들여놓은 그때였다.
“이제 절 공격하는 건 포기하신 겁니까?”
“……!”
김준우가 훅 튀어나오며 미소를 지었다.
그 또한 공격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눈치챈 듯했다.
[고유 스킬 : 마왕]
[무기가 생성되었습니다.]
[마검 : 타르타토스]
슈우우욱―!
그 순간 거대한 검이 웨슬리의 바로 눈앞에서 날아들었다.
“칫…!”
[고유 스킬 : 천지창조]
[고유 공간을 생성합니다.]
캉―!
웨슬리는 황급히 그의 검을 향해 스킬을 시전했고, 동시에 김준우의 검이 두 동강 났다.
하지만.
[습득 스킬 : 극초식 - 어검술]
슥―!
스스스슥―!!
김준우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부러진 검으로 계속해서 공격을 쏟아부었다.
“젠장…!”
[습득 스킬 : 수프림 미러]
캉, 카강―!
웨슬리 사무총장은 처음으로 고유 스킬 외에 다른 스킬을 시전했다.
공간을 생성하기 위해선 정확한 좌표와 최소한의 연산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근거리에서 계속 몰아붙이면 대응할 수가 없다.
스킬을 시전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건가.
‘빌어먹을…….’
이건 불리하다.
순수 화력으로 따지면 저자를 이길 수 있는 이는 없다.
어떻게든 저놈의 움직임을 봉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해진다.
……라고 생각하기도 잠시.
[고유 스킬 : 마왕 - 절대 강자]
[시전자는 차원의 힘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쾅, 콰광―!
쿠구궁―!
“……?”
웨슬리 사무총장은 그에게서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어째선지 공격이 점점 과격해지고 있었다.
철저한 계산 하에 날카롭고 정확하게 움직이던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공격.
마치 버서커 클래스처럼 자신의 안위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극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뭐야……?!’
저건 김준우의 스타일이 아니다.
언뜻 강력한 화력으로 밀어붙이는 놈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압도적인 경험과 센스에 기반을 둔 계산이 숨어 있다.
포지션과 클래스.
공격 타이밍.
회피 방법.
상대의 작은 습관 하나까지.
그 모든 것을 몇 번의 합으로 파악하고, 모든 요소를 분석해서 상대할 방법을 찾는다.
그런데 지금은…….
[고유 스킬 : 마왕 - 독재자]
[시전자의 상념에 따라 스킬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스킬 제작 중]
[스킬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제작 스킬 : ????]
쾅, 콰광―!
쿠구구구구―!!
콰과광―!!
아무런 계산도 없이 마구잡이로 움직이고 있다.
마치 파괴 본능만 남은 괴물처럼.
‘잠깐, 설마…!’
그 순간, 웨슬리 사무총장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쳤다.
김준우가 갑자기 이렇게 나올 만한 이유가 없다.
침착함을 잃으면 위험해지는 건 본인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으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나와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건 단 하나뿐.
한계가 온 것이다.
‘그럼 그렇지…….’
웨슬리 사무총장은 미소를 숨겼다.
저 정도의 힘을 벌써 몇 분째 끌어다 쓰는데 정신이 버틸 리가 없지.
오히려 잘 됐다.
이대로 시간을 끌어서 폭주를 유도한다면…….
[습득 스킬 : 하이퍼 부스트]
슈욱―!
“……!”
그 순간 갑자기 훅 다가온 김준우의 얼굴.
그제야 비로소 그의 상태를 완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 기류에 잠식된 동공.
이미 이성을 잃은 듯한 얼굴.
확실하다.
이 자식… 이미 폭주 상태로 접어들었다.
슈우욱―!
쾅―!!
카가가강―!
이윽고 미친 듯이 쏟아지는 공격.
웨슬리는 황급히 손을 들었다.
[고유 스킬 : 천지창조]
[쉘터]
지이이잉―.
가까스로 자신을 다른 공간에 가뒀지만.
콰직―!
“……!!”
쾅―!!
“크윽…!”
김준우의 공격이 쉘터를 뚫고 웨슬리에게 직격했다.
처음으로 허용한 직격타에 웨슬리는 뒤로 크게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말도 안 돼…….’
쉘터는 그저 단순한 방어막이 아니다.
자신을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켜 모든 공격에서 잠시 피신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공격이 직격했다는 건…….
‘공간을 초월했다고…?’
상식적으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인간이 공간을 초월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게 설사 각성한 자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분명히 쉘터를 무시하고 공격을 날렸다.
그렇다면 대체 지금의 저놈은…….
무엇이란 말인가.
[고유 스킬 : 마왕 - 계승]
[이 시간부로 시전자가 차원의 힘과 동화됩니다.]
구구구구구―!!
이윽고, 김준우에게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검은 기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
그 모습을 본 웨슬리 사무총장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래.
한계가 온 김준우를 더 밀어붙여서 폭주 상태를 유도하려는 생각은 좋았다.
그런데… 그다음은?
모든 힘을 해방하고 공간마저 초월한 김준우를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건가?
“……하, 하하.”
자기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전혀 다른 기류.
결코,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분위기.
추측조차 할 수 없는 힘.
마왕.
모든 것을 초월한 그 존재를 목도한 순간.
“시발…….”
자신이 재앙을 깨워버렸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리고 그 순간.
끼기기기긱―!
김준우의 기류가 모든 걸 메우고 공간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고유 스킬 : 천지창조]
[공간 해제]
캉―!
김준우와 웨슬리가 있던 고유 공간이 해제됐다.
김준우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깨져버린 것이다.
“나왔다!!”
“다들 포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던 전장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스팔트에 널브러진 시신들.
채 반의반도 남지 않은 자신의 병력.
그리고…… 마치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밖에서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WDSO의 모든 병력.
모든 상황이 그를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반능석인가…?’
웨슬리 사무총장은 쓰러져 있는 부하들의 몸에 난 총상을 보며 추측했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
‘설마…….’
클로이가 가공한 건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가 혀를 차길 한 차례.
“서, 선생님…?”
“대체 뭐가 어떻게…….”
두 여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김준우의 상태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 뭐야…?”
“팀장님 상태가 좀 이상한데…….”
“설마 폭주 상태인 건…!”
그녀들뿐만 아니라 모든 WDSO의 인원이 아연실색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당황스럽기는 웨슬리 또한 매한가지였다.
‘후우…….’
이미 전쟁의 기세는 기울었다.
자신의 병력은 대부분 전투 불능 상태이고, 김준우를 가두는 것 또한 실패했다.
게다가 폭주 상태에 진입한 괴물.
“…….”
더 이상의 승산은 없다.
여기서 물러나야 하는 건가 싶었지만.
“…그럴 순 없지.”
웨슬리 사무총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
여기서 물러나면 이도 저도 안 된다.
여기까지 온 이상 뒤는 없다.
그러니…….
[고유 스킬 : 천지창조 - 각성]
죽든 살든, 여기서 끝을 봐야 한다.
구구구구구―!!
이내 웨슬리와 김준우가 내뿜는 검은 기류가 하늘을 뒤덮었다.
그렇게 도로 위에 찾아온 암흑 속.
“…….”
“…….”
김준우와 웨슬리는 서로를 마주한 채 잠시 대치를 이어갔다.
김준우 또한 아무리 폭주 상태라고 해도 본능이 알고 있었다.
이제부턴 한 번의 움직임이 생사를 가른다는 것을.
천천히 서로의 마지막을 준비하던 그때.
「사무총장님…!」
웨슬리의 무전기가 울렸다.
누군가가 다급한 목소리로 하나의 소식을 전달했다.
“뭐…?”
웨슬리 사무총장이 눈이 동그래졌다.
“…….”
그리곤 눈앞의 괴물을 마주한 채 머리를 굴리길 잠시.
“……잔존 병력, 전원 후퇴한다.”
갑작스러운 명령이 떨어졌다.